예술의 전당에서 10월 19일까지 이어지는 디자인 전 제목입니다
한마디로 멋 뒤엎는 '발칙한 디자인'전이라고 합니다
"아니 이런 것도 디자인이야?"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겝니다.
하지만 잘 둘러보면 그들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Droog(드룩 -건조하다는 뜻) 디자인은
17세기 이래 엄숙한 형식주의 운동으로 세계를 주름잡은
네덜란드 디자인 전통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폐자재, 나무 찌꺼기 등으로 만든 벤치는 시간이 흐를 수록 서서히 썩어 없어진다는
설정이 요즘 환경운동과 결부되어 더욱 흥미롭게 와 닿습니다.
별하나 짜리의 수준 낮은 호텔을 표현한 프로젝트도 아주 재미있는데
발을 감싸 집어넣는 욕실 러그,
조악한 알전구에 흰 셔츠를 씌운 조명등,
그리고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는 영상을 투영시켜
낡은 호텔이지만 깨끗하니 안심하고 사용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화장실 문
타일에 박혀있는 서랍 등등 아주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진에 있는 의자는 아주 재미있어요
단순한 스텐판에 유리구슬을 잔뜩 채워 넣고 둥근 원판을 놓아,
앉아서 이리저리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제목도 〈좀더 가까이 와〉.
이웃과의 벽을 친근감있게 열어 놓은 장치도 따뜻한 메시지를 주네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전시회입니다.
깔끔하고 멋지고 세련된 디자인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합니다.
다소 허름하고 허접하고 또 구질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전시회장을 나와 야외무대로 가면 음악분수 앞에서
성능좋은 스피커가 뿜어내는 맑은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 길 수 있답니다.
사진 위는
떠다니듯 이동하는 깔판에 앉아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나라는 속뜻을 담은 벤치 <더 가까이 와>.
아래쪽은 사물-인간의 소통방식에 대한 상념을 일깨우는 테조 레미의 〈당신의 기억을 내려놓을 수는 없을 거야〉.
그야말로 낡은 서랍장들을 튼튼한 가죽끈으로 칭칭 동여맨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