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아침 6시...캬....이 정확한 바이오리듬....
오늘은 선상에서의 마지막 날....아 슬프다...2박 3일은 너무 짧아요..정말....흑흑...6시간을 또 차를 몰고 달릴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서더군요.
그러나...그건 나중 일이고..우선은 또 재미있게 놀아야겠죠?
문을 열고 갑판으로 나섰습니다.
카프리콘 갑판은 거의 모든 구역이 목재로 마감을 해놓았습니다.
정말 30년전 건조된 배의 참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디자인인데, 요즘은 갑판을 목재로 마감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우선 건조비가 비싸면서 오랜기간 바닷바람에 노출되면 뒤틀리는 현상때문에 여간해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카프리콘에 가시면 이처럼 뒤틀린 목재의 한계를 분명히 보실수 있습니다. 심지어 갑판으로 통하는 문도 목재로 되어있어 문 열고 닫을때 힘 좀 드실겁니다....^_^...)
카프리콘의 경우, 갑판뿐 아니라 계단까지 목재로 마감을 해서, 오랜 풍파에 비틀린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 세월을 바다에서 보낸 뱃사람 같은 느낌.
(요즘의 크루즈선들은 갑판 철판위에 다른 방법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각각 고유의 특성을 갖는 재료들을 여러겹 입혀서 마무리하는데..저는 개인적으로 목재를 좋아합니다.
나무가 갖는 고유의 특성때문이죠.
좀 더 온화하고 정감이 가는 자연적인 소재라서 그럴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프리콘의 갑판을 천천히 거닐어 보실것을 권해 드립니다.
지난 30년 동안 그 배를 거쳐갔을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실수 있을겁니다.
아침은 또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언제나 처럼 친절한 서빙담당 승무원들의 미소는 덤으로 늘 따라다녔고 말입니다.
아침에는 기가 막힌 해물탕요리가 나왔습니다.
홍합과 새우 그리고 연어에 고추가루를 풀어서 기가 막힌 맛을 선보였더군요.
카.....속이 후련했습니다.
거기다 각종 소스 코너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고추장까지...카...예술이었습니다.
저는 쵸코케익을 후식으로 먹었는데, 어찌나 맛이 있던지 두번이나 후식을 먹는 먹성(?)을 과시했습니다.
(야..그런데도 몸무게가 1 kg이 줄었다는게 정말 믿기지 않더군요...이게 무슨 조화인지...)
아침 먹고 선내를 돌아 다녔는데, 사람들이 늦잠을 주무시는지 뜸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아침 일찍 열리는 선내 행사는 한두개 정도 취소된것 같았습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다시 "겔럭시 오브 더 스타"로 갔더니, 무슨 퀴즈게임을 하고 있더군요.
퀴즈문제가 벌써 한 4-5문제 출제된것 같았는데, 할아버지팀이랑 할머니팀 그리고 어린이팀이서 막 서로 팀이름을 불러대며 퀴즈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들어보니...주관식 문제로 선내비상 상황시 승객들이 모여야 할 장소는 어디인가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답은 영어로 된 것이라 어느팀도 못 맞추고 계시더군요.
문제를 내시던 한국승무원(마이키 님)께서
"거기 새로 오신 분들도 게임에 참여 하시겠습니까?"하고 물으시길래,
"Muster Station"하고 정답을 말했더니 자동으로 게임에 가입되면서 1점을 얻었습니다...오...스타트 좋습니다..^_^..
중간점수를 보니 할아버지팀이 3점, 할머니팀이 1점, 어린이팀이 1점 그리고 우리가 1점이었습니다.
이어서 계속되는 문제...."크루즈스텝의 이름을 세명이상 말하세요"
오...이것은 그냥 우리에게 점수를 주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카프리콘의 크루즈스텝들 중에서 벌써 수년전 부터 그이름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 많으신데...하하하...그래서 간단히 "바바라, 아이비, 써니"해서 또 1점을 얻었습니다.
우리공주님은 뭔지도 모르면서 "아빠 다 맞춰!"하면서 막 응원을 해주더군요.
게임이 모두 끝났을때의 점수는 우리팀과 할아버지팀이 5:5로 동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문제가 주어졌습니다.
문제는 "카프리콘 10층 덱크에서 즐길수 있는 운동경기 두종목은 무엇일까요?"였습니다.
제가 정답을 말하려는 찰나...할아버지팀이 먼저 팀이름을 외쳐서 기회를 얻으셨습니다...아...이럴수가...그런데 할아버지팀의 답은 틀렸습니다.
할아버지팀은 "농구와 탁구"라고 말씀하셨는데...하하하..정답은 "농구와 골프"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승상품은 "물에 넣으면 색깔 변하는 스타 크루즈 금메달"...^_^...
이어서 벌어진 "빙고게임"은 무료빙고 게임이었는데...그냥 계속 앉아서 게임을 했습니다.
우리는 빙고판 2개를 받아서 열심히 맞춰가면서 했는데...우와....빙고판 두개가 동시에 "빙고"가 되었습니다
"빙고"...아..얼마나 기다려온 빙고의 힘찬 함성이었던가?
"토러스""제미나이" 이래로 "빙고"가 된 적이 처음이었습니다.
"엄마..나..빙고 먹었어!"
그러나...무료빙고인 관계로 상금은 없고..^_^...다시 "물에 넣으면 색깔이 변하는 스타 크루즈 금메달"을 두개 받았습니다.
잠깐 동안의 게임으로 순식간에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건 우리공주님.
기고만장해서는 손에다 금메달을 들고 빙빙 돌리면서 지나가는 어린이가 있으면 괜히 막 자랑을 하더군요.
참..내...^_^...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다 싸놓고는 마지막 날이라 그동안 침실 정리를 깨끗이 해준 객실담당 승무원(Umam 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간단하게 글로 적어 팁과 함께 두고 나왔습니다.
선내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거하게 먹고...아..정말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크루즈의 식도락 여행도 이제 그 끝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점심식사 하고 게임방에 가서 열심히 컴퓨터 게임을 하다보니..어?..서해대교가 보이더군요.
"야...빨리 짐 갖고 가자"하며 침실로 후닥닥 뛰어 내려왔더니, 침실 배게 위에 편지 한장이 놓여 있더군요.
"다음 기회에도 손님을 다시 만나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Umam 씨"의 답장이었습니다.
(선내에 비치된 안내문에 객실담당 승무원의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을 직접 적어서 감사함을 표해 보십시요...이렇게 돌아오는 답장으로 몇일간은 잔잔한 미소를 가지실수 있을겁니다...근데 Umam씨 편지의 첫귀절이 너무 쇼킹하더군요...귀하를 저의 아버님처럼 존경합니다...라는..우와...Umam씨..저 그렇게 안 늙었어요...아...그냥 형이라고 하던지 하시지...아버님까지....아..저 아직 30대에요...^_^..이글 보시는 크루즈승무원 계시면 Umam씨에게 좀 전해 주세요..우씨..저 아직 팔팔한 청춘인데...^_^)
하선이 다가오니 오잉?...무시 무시한 사스방지용 마스크를 나눠 주시더군요.(ibis님이 이것 착용하고 사진 찍으셨죠?..^_^)
하선하는 인파 속에서 우리 공주님에게 크루즈스텝(바바라 씨)이 한말씀 하셨습니다.
"윤서야 다음에 크루즈 또 놀러와!"
(그래서 거제도 오는 차안에서 저는 6시간동안 이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아빠 바바라 이모가 다음에 또 오랬어...내일 또 가자!.....야....아빠 회사 가야지......^_^)
크루즈여행은 언제나 저에게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이었습니다.
항상 승객들에게 그처럼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신 크루즈승무원들에게 감사드리며....미국 해병대 군가에 나오는 유명한
"다음번 천국에서는 우리가 보초를 서마...."라는 귀절을 조금 바꾸어...
혹시 휴가 받아서 유럽 놀러 오시는 크루즈 승무원이 계시면 연락주십시요.
"다음번 독일에서는 제가 보초를 서겠습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와..벌써 독일 오시겠다는 우리 카페 회원님들도 많이 계시던데, 크루즈 승무원들도 오시면..우하하..저 아무래도 독일가면 유스호스텔(독일어로 유겐트 헤르베르게) 하나 차려야 겠습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옛 성현이 이르기를
"먼곳에서 벗이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하셨으니...어찌 기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우리 카페 회원여러분, 그리고 스타크루즈 승무원 여러분.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에 여러분을 모두 초대합니다.
아름다운 독일로 꼭 놀러오세요.
첫댓글 아~~~정말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수고하셨어요
맞아여,,저 그거 하도 신기해서 착용하고 사진한방 ㅋㅋ .. 여행기 재밋게 잘봐쑴다. 수거 많으셨어여. *^^*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최고의 크루저이십니다. ^.^b !!
너무 너무 재미있었어요.. 덕분에 30일 여행이 너무 기다려 지네요 혹 정모엔 못오시겠죠..제가 오심 맥주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