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판매사업자들이 200만명을 넘어섰다. 사무직 샐러리맨의 부업이 된 지 오래. 이제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도 다단계의 네트워크 속에 편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락하고 여유 있는 삶에의 초대…. 그러나 곳곳에 함정은 있다. 환상을 품고 다단계사업에 뛰어들어 실패와 환멸을 경험한 사람들의 뼈아픈 충고를 들어본다. <편집자>
진행정리
박인영(자유기고가)
― 다단계에서 빠져나온 지 2년이 되어 가지만 그때 산 물건들 때문에 아직도 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수당을 높이기 위해 사 놓은 물건들도 아직 쓰지 않은 채 그대로 있구요. 카드 청구서를 받을 때마다 한숨만 나옵니다.
― 저는 아직도 A회사의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상황입니다. 가까운 친구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시작했지만 빠져나오는 것이 만만치 않더군요. 산 물건들을 환불받기 위해 곤욕을 치렀습니다. 다단계에 대해 마음을 접은 후 냉철히 살펴보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더군요. 돈도 잃고 친구도 잃은 후 이 일의 맹점을 깨달았으니 그 값을 톡톡히 치른 셈이지요.
― 저는 스무살에 시작한 S회사에서의 1년여 활동으로 2,000만원을 날렸습니다. 오랫동안 우정을 쌓았던 친한 선배와의 인연도 끊겼구요. 빚진 돈을 갚느라 지난 2년간 밤늦게까지 고되게 일했습니다. 판단을 잘못한 저의 잘못으로만 책임을 돌리기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음 다단계업체의 세미나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완전히 세뇌당한 것이지요.
― 저의 경우 다단계에서 그리 오래 활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빠져나와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저의 어머니는 아직도 H회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조차 어머니와 함께 모이는 자리를 꺼려할 정도예요. 어머니를 설득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업체의 교육에 완전히 세뇌당한 상태이니까요.
― 1993년 대학 재학시절에 과 선배가 짭짤한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해볼 의향이 있느냐고 묻더군요. 세미나에 참석한 후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아르바이트비를 많이 주는 대신 반드시 3일 동안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창 용돈이 궁한 상황이었는데 잘됐다 싶었어요. 하지만 두번째 날이 되어서야 말로만 듣던 다단계 교육 일정에 제가 참여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첫째날에는 절대로 다단계사업을 언급하지 않지요. 첫날 교육은 이곳 세계의 꿈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어요. 강사들은 하나같이 꿈이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평소 희망하는 것의 실현이라고 말하면서 ‘돈은 그 수단을 제공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사업이 있는데 같이 한번 해보자”는 식이 아니라 “네가 항상 바라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사업을 해야만 한다” 는 식이지요. 저도 첫날에는 단순하게 “옳은 얘기다” 라고만 생각했어요. 제가 원하는 삶을 떠올리면서 이를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강사들이 서서히 다단계사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에서 들었던 다단계의 이미지 때문인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두렵고 불안했지요. 그래서 선배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를 거짓말로 속여 이 자리에 데려온 선배가 서서히 원망스러웠지요. 하지만 선배는 무작정 저를 붙잡았습니다. “내 얼굴을 봐서라도 남은 일정을 꼭 채워 달라”면서 간절히 애원하는 것이었어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선배였기에 그 청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꼬박 3일 동안 다단계 교육을 받은 셈이지요.
― 제가 친한 선배 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는 한창 커피숍 아르바이트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제가 힘들 때마다 항상 위로해 주고 도움을 주었던 선배라서 많이 의존하던 언니였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전화를 해서는 “1주일 동안 나를 좀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무작정 저런 부탁을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커피숍 주인에게 사정해서 1주일간의 휴가를 얻었습니다. 부모님께도 어렵게 허락을 받아 짐을 챙겨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길로 저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S회사의 산하조직인 L기획이라는 곳의 합숙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결국 ‘일 안하고도 살 수 있다?’
― 저의 어머니는 당시 한창 호응을 얻고 있던 ‘N’이라는 다단계업체에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평생 일을 안해도 상상할 수 없는 큰 금액이 죽을 때까지 통장에 들어온다”는 업체측 주장에 어머니는 완전히 세뇌당한 상태였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소위 대학을 졸업한 지성인이 이렇게 좋은 사업을 볼 수 있는 안목도 없이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느냐”며 다그쳤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끈질긴 설득에 지쳐 60만원어치의 물건을 구입하였고 자동으로 회원이 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돈 버리는 셈 치자는 생각으로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었지만 몇차례 어머니와 함께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서서히 ‘꽤 괜찮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저는 고등학교에서 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반복되는 삶 속에서 변화를 찾고자 일을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향했습니다. 1년간 천천히 삶을 돌아보고 영어도 배우자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지요.하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와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았고 다른 직장에서는 경력도 없는 저를 굳이 채용하려 하지 않았지요. 의기소침해 있던 저에게 어느날 큰언니가 “좋은 사업이 있다”며 “사업설명회에 함께 가자”고 말했습니다 언니를 따라 나선 곳은 D사라는 다단계업체였고 저는 90만원어치의 선불 전화카드를 사고 회원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선불카드를 쓴 기억이 좋아 그 수익성을 믿었던 것이지요. 또한 사업설명회를 들어보니 당장이라도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제품의 환불까지 보장하고 있어 마음이 놓였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도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미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두달 정도 더 교육을 받아 보면서 지켜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언니의 경우는 이미 사업의 성공을 굳게 믿는 상황이었고 오빠까지 끌어들이려 했어요. 제가 보기에도 40대의 평범한 주부인 언니에게 다단계사업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들은 계속 자라 교육비의 부담은 커지고 공무원인 남편의 수입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했지요. 일을 해 보고는 싶은데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는 상태구요. 게다가 아직까지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일반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니 “한번만 투자하고 사람 관리만 잘하면 더 이상 일을 안해도 돈이 저절로 들어온다”는 다단계업체가 주장하는 논리에 쉽게 빠져든 것이지요.
― 가정주부뿐 아니라 자영업자에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들까지 가세하는 추세라고 하잖아요? 저의 작은아버지도 자영업을 하시면서 다단계사업에 뛰어드셨는데 지금은 본래의 사업보다 다단계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세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다단계사업을 하는 이른바 ‘투잡스’(two― jobs)족이지요.
― 의리나 학연, 지연 등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정서도 다단계사업 호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우선 다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친구 목록을 만들라고 합니다. 가족, 친지들을 포함해 주변에 아는 사람들 이름을 다 적어 리스트로 만든 뒤 그 사람과의 친분도를 퍼센트(%)로 표시하라고 합니다. 여기서 친분도란 세미나 참석을 권유했을 때 얼마만큼 나를 믿고 와 줄 수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들은 주위 사람들이 우선 세미나에 오기만 하면 거의 설득은 됐다고 생각합니다. 세미나를 듣고 교육을 받으면 대부분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기 때문이지요.
― 저의 경우는 선배 언니에게 이끌려 양재동 꽃시장에 도착해 보니 마치 종교집단 같은 무리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L기획이라고 업체 소개를 하기는 했지만 박수를 치며 저를 맞이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종교집단의 광신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저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행사장에 들어가 보니 기존 회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맨 앞에 있었고 그 뒤로 이들을 따라온 사람들이 일렬로 앉아 있었습니다.
저도 물론 선배 언니 뒤에 자리잡고 앉았지요. 저는 다단계 판매업체에 온 것을 직감으로 알았고 너무나 당황스러워 눈물만 나왔습니다. 당장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선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하루만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7일간의 합숙교육을 다 받았고 마지막날 “사업을 할 사람은 모두 손을 들어보라”는 말에 저 또한 손을 들었습니다.
첫날에는 우선 다단계 판매사업에 관한 언급을 피합니다. 계속해서 “당신을 데려온 사람을 믿는다면 1주일 동안 있어라”라고 강요합니다. 집에 전화도 못하게 하더라구요. 오직 “내가 여기에 왜 와 있나”에 집중하라면서 잠시만 자리를 떠도 사람이 따라붙었어요. 아주 잠시 동안 다단계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고 언급하는 듯싶더니 성남으로 본격적인 합숙생활을 하러 떠났습니다. 그런데 1주일간 같이 밥먹고 자고 하니 동질감 비슷한 것이 생기는 것을 느꼈어요. 결국 꼭 돈을 벌어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루면서 살자는 다짐이 생기더군요.
다단계의 이익 배분 시스템
― 다단계사업에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단계업체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사람에게 판매에 따르는 이익을 돌려주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회사측에서 지사나 대리점 등 유통조직을 활용하지 않는 대신 판매원 역할을 하는 회원들에게 유통마진을 이익 배분 형태로 돌려주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 우선 다단계업체들이 설명하는 다단계 판매의 이익 배분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판매액의 일정 액수를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후원수당은 일반적으로 회원을 많이 거느린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많아집니다. 즉,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클수록 많아지는 것입니다.
― 제가 회원으로 가입했던 A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볼까요. 우선 회원 가씨가 나씨를 가입시키고 나씨가 다씨와 라씨 2명을 가입시켰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 4명이 모두 한달에 30만원씩 A사 제품을 구입했다고 칩시다. 물론 제품마다 다른 점수(PV)를 부여해 계산하지만 여기서는 단순화시키기로 하지요. 이때 가씨 라인은 총 매출이 120만원이므로 후원수당은 매출액에 후원수당 비율(약 6%로 가정)을 곱한 7만2,000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 후원수당 7만2,000원은 4명에게 배분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차등적으로 배분됩니다. 우선 가씨는 전체 수당에서 나씨 라인에 배분되는 금액을 뺀 나머지를 받게 됩니다. 나씨 라인의 경우 총매출액이 90만원이므로 그 후원수당은 5만4,000원(90만×6%)이 됩니다. 따라서 가씨는 1만8,000원(7만2,000원~5만1,000원)이 되는 것이지요. 나씨 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씨는 매출액이 작아 후원수당 비율이 3% 정도라고 가정해 보면 수당은 각각 9,000원(30만원×3%)이 됩니다. 따라서 나씨의 수당은 3만 6,000원이 됩니다.
― A사의 이익 배분 시스템에서도 알 수 있듯 독특한 점은 나씨를 가입시킨 가씨의 후원수당이 실제 나씨 수당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한명의 회원을 가입시킨 가씨보다 2명을 가입시킨 나씨의 성과를 더 높게 평가하는 시스템인 것이지요. 따라서 가씨의 입장에서는 나씨가 계속 회원을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도 나씨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 처음 D사에서 활동하기로 다짐했을 때는 돈을 벌기가 정말 쉬워 보였습니다. 전화카드를 90만원어치만 사면 사업할 수 있는 회원이 되는 것인데 어차피 전화야 꾸준히 쓰는 것이니 별로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선불카드라는 데에서 혜택도 있었어요. 가령 10만원짜리를 사면 12만원어치를 통화할 수 있게 한다는 식 말이지요. 또한 D사가 ‘바이너리(binary)’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저를 유혹한 것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다단계 회사들이 각각 밑으로 4명을 가입시켜야만 최초의 수익이 생기는 데 D사의 경우는 2명이면 된다는 뜻입니다. 더욱이 환불도 보장돼 밑질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들어가게 된 것이지요. A사의 경우에는 직급이 있으면 의무적인 매출액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것을 달성하지 못하면 직급이 다시 내려가지요. 하지만 D사의 경우 의무 매출이 없었습니다. 그냥 2명만 내 밑으로 들어오면 벌써 7만원의 수익을 얻고 이들이 또 다른 바이너리를 형성하면 3만5,000원을 얻습니다.
이렇게 다섯 라인이 되면 23만원이 들어오는 것이구요. 하지만 우선 두명만 넣으면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오히려 더 바빠 보였어요. 언제나 하부 조직을 지원하고 관리해 주어야 했고 따라서 사업설명회를 가질 때마다 언제나 이들이 나와 있습니다. 또한 계속 처음 투자해야 할 물건 값이 올라간다는 것도 석연찮았던 이유였습니다. 언니만 해도 60만원어치의 전화카드를 사면 회원 가입이 가능했지만 저는 90만원어치 카드를 사야 했지요. 또 한 회원이 늘어날수록 그 바닥이 보이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더 이상 회원이 늘어 수입이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 저희 엄마는 다단계 판매를 시작하면서 별로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매일 사 날랐어요. 예를 들면 고가의 전기담요도 3개씩 샀고 온갖 듣지도 못해본 이름의 화장품들도 많이 사 모으셨지요. 엄마는 교육을 통해 완전히 세뇌당해 그 제품들의 엄청난 품질에 대해 이야기하시지만 제가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굳이 사지 않을 물건들만 사오시는 것이었어요.
저는 다단계의 물건들이 우선 가격이 싸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요새 할인점에서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을 얼마든지 싸게 구할 수 있는데 엄마는 피브이에 눈이 멀어 계속해서 별로 싸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오시는 것이었지요. 1달에 최소한 60만원을 채우지 못하면 직급이 내려가므로 엄마는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높은 가격으로 사오고는 했습니다.
인풋과 아웃풋의 괴리
― 저는 회사에서 부이사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한달에 몇천만원이 들어오는 것을 직접 경험하였지요.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2,000만원의 빚이었습니다. 제 라인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돈이 들어갔던 것입니다. 우선 돈이 보여야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지 않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어떤 때는 제가 대신 물건을 사 주는 일도 있었고 주위 사람들을 소개해 주는 일도 있었지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도 항상 동행해 주었고 접대비용도 제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결국 번 돈이 다시 들어가게 되었지요. 한번 사재기를 했다가 결국 다 팔지 못해 큰 피해를 본 적도 많았습니다.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먼저 사서 그것을 나누어 주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 돈을 벌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다단계 판매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논리입니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좋은 옷을 입어야 함은 물론 계속해서 사람들과 연락하고 관계를 가져야 하지요. 이러한 곳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 돈도 문제지만 저는 그렇게 친했던 선배 언니와 결국 인연을 끊은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저는 다단계를 그만두면서 언니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있어요. 가끔 사이가 좋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 저 또한 저를 처음 다단계와 인연을 맺게 했던 대학 선배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상대방이 오히려 저를 피하는 경우예요. 혹여 학교에서 제가 선배가 하는 일을 말하고 다닐까 봐 꽤 조심하는 눈치였습니다.
― 저의 작은아버지는 더 이상 가족행사에 오시지 않습니다. 다단계에서 실패하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가족모임에 참석하지 않으세요.
― 저와 엄마의 관계는 아직도 서먹합니다. 엄마는 엄마의 사업 실패가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다단계 시스템의 허점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그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 얼마전 저는 새로운 다단계회사를 소개받았습니다. N사와 K사가 함께 핸드폰의 선불카드를 판매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손해를 봤더라도 또 다른 사업설명회에 가끔 나가봅니다. 다단계사업에 허점은 분명히 있지만 만약 새로운 다단계사업이 시작된다면 또 다시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다. 제가 손해를 봤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너무 늦게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 저는 언론에서 피해 사례들을 보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변칙적인 다단계를 식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사업들은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상처가 되기 때문이지요.
다단계의 실체 알고 뛰어들자
― 그 지적에 동의합니다. 아무리 다단계가 불법적이고 결국 돈벌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은 해도 지인들이 조르면 정에 이끌려 들어가 버리는 수가 많지요.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다단계의 실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 우선 변칙적인 다단계 판매회사의 특징은 회원 가입시 돈을 받는 것이 특징입니다. 회원을 많이 데려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유인하는 사람장사인 것이지요. 또 직접적으로 가입비를 받지 않더라도 교육비, 상품 구매비 등 다양한 형태로 가입비를 받습니다. 법률상 다단계 판매에서는 회원을 가입시킬 때마다 가입비 징수를 금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 또 하나 유념해야 하는 것이 상품 구매의 강제성 여부이지요. 회원으로 등록할 때 일정량의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거나 월별로 강제구매액을 설정하는 경우 심각하게 고려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또 승진을 빌미로 강제구매를 유도한다면 매우 위험한 업체입니다.
― 대개 고가의 제품으로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다고 유인하기도 하지요. 결국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싸게 가격을 매긴 제품을 인맥을 이용해 강매하는 방법을 권유하는 것입니다.
― 구입할 물건이 소비성인지 아니면 한쪽 귀퉁이에 쌓아둘 물건인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불제도가 보장되느냐입니다. 대개 환불은 보장하고 있으나 우선 포장을 뜯은 물건은 환불을 허가하지 않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많으므로 반드시 잘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다단계 판매는 계속 호황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특히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치 누구나 다단계 판매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봐요.
― 황금만능주의가 판침에 따라 학생들까지 다단계에 빠져 큰돈을 벌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주위를 잘 살펴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 주로 인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판매이기 때문에 정에 이끌리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저도 친구나 가족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큰돈을 날렸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