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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토리는 <코로나19가 만든 거대한 위기, 거대한 기회가 온다> 의 2화입니다
에디터의 밑줄 : 이 문장은 꼭 읽고 가세요!
"누군가 아마존의 이번 분기 실적을 축하해주면,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이번 분기 실적은 사실 3년 전에 만들어진 거라고요. 오늘, 이번 분기에 하고 있는 건 아마도 2020년에 드러날 겁니다.(When somebody… congratulates Amazon on a good quarter… I say thank you. But what I’m thinking to myself is… those quarterly results were actually pretty much fully baked about 3 years ago. Today I’m working on a quarter that is going to happen in 2020.)"
2017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실적이 잘 나온 것에 대해서 축하 인사를 건네자 한 대답이죠. 2017년은 자본 시장과 실물 시장 모두 활황이었죠. 어떤 기업이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결과물은 2~3년 후에 평가 받기 시작합니다. 특히 자본 시장이 활황기라면 더 높이 평가받겠죠.
자본 시장에서 투자하는 사람은 이걸 감안해서 평가합니다. 지금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본 시장의 유동성은 어떤지, 산업의 흐름은 어떤지 등을 모두 계산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계산하고, 그걸 오늘의 가치로 환산해 오늘의 적정 주가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거래를 하는 거예요.
자본 시장, 그러니까 주식 시장의 흐름을 단발성 이벤트 중심으로, 편파적으로 바라보면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자본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안에 녹아 들어가 있는 실물 경제의 흐름과 산업의 전망 같은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자본 시장의 플레이어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월스트리트에서 100조 원 규모의 자본을 운용한다고 해볼게요. 국민연금 돈도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돈도 있고, 록펠러 재단의 돈도 들어있죠. 제가 이 돈을 잘 관리해서 수익을 만들어 내야 돈을 맡긴 사람들이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어요.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할 수도 있고, 재단에서 좋은 일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 돈을 허투루 단발적인 이벤트를 보고 움직일 수 있을까요? 자본 시장에서 거시 경제의 흐름, 산업의 전망 같은 걸 중요하게 보는 이유입니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하세요. 비즈니스 사이클과 마켓 사이클을 구분해야 합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경기는 비즈니스 사이클에 가까워요. 비즈니스의 결과는 기업의 매출(생산)이나 국민총생산(GDP) 같은 거죠. 반면 마켓 사이클은 조금 다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 결과의 예측치, 기대치가 연동됩니다. 즉, 이런 수식이 가능해요.
비즈니스 사이클(Business Cycle) : 매출이나 국민 총생산 같은 아웃풋(Output)
= 마켓 사이클(Market Cycle) : 아웃풋 예측치(Expected Output)
비즈니스 사이클과 아웃풋의 관계는 마켓 사이클과 아웃풋 예측치 관계가 같다고 보면 됩니다. 자본 시장 참여자들의 목표는 기업과 경제의 아웃풋을 먼저 예측하는 거거든요. 그 예측치를 반영해서 오늘의 거래(주가)를 하는 거죠. 그래서 자본 시장, 마켓 사이클이 비즈니스 사이클에 선행합니다. 경험적으로 말씀드리면,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선행하죠.
실물 경제 지표들만 보면 오히려 길을 잃기 쉬워요. 자본 시장의 흐름을 보면 한 발짝 떨어져서 실물 경제를 관망할 수 있죠.
제 말이 믿기지 않으신가요? 1802년 이후 지금까지 47번의 리세션(recession)*이 있었어요. 그 중 43번은 자본 시장의 침체가 선행하거나 동반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를 전망함에 있어 자본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죠. 거시경제에 숨어 있는 비밀이 자본시장 안에서 먼저 발현된다는 걸 기억하세요.
*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주식시장 증시의 주가가 단기간 내 20% 이상 하락하는 것아래 그림은 경기 사이클입니다. 여기서 체감할 수 있는 지표는 '실업률'입니다.
맨 아래서부터 시작해볼게요. '리스크 오프(Risk-Off)'라고 연갈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침체기예요. 침체기에서 조금씩 회복하는 시기엔, 실업률은 높아진 상태지만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극도로 위축되었던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죠. 재정 정책이나 통화 정책이 사용되고, 상황에 따라 이 두 가지도 모두 쓰이기도 하죠.
그다음 단계는 '리스크 온(Risk-On)'입니다. 위험 투자를 조금씩 시작하고, 위험에 대한 극강의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위험투자를 조금씩 시작하는 시기죠. 이 시기는 유동성이 좀 더 풀리고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지만, 일반인이 체감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립니다.
다음 단계는 '미드 사이클(Mid-Cycle)'이에요. 여기 진입하면 자본 시장이 활황이라는 느낌이 나고, 실물 경기도 살아난다는 느낌이 옵니다. 그런데 이 시기가 지속되면 경기 과열을 우려해 중앙정부가 나서서 돈의 흐름을 막기 시작해요. 이자율을 높인다든지 채권 발행의 수급을 조절하는 식으로요.
지금 우리는 연갈색으로 표시된 '리스크 오프'에 있어요. 나쁜 뉴스죠. 한 가지 좋은 뉴스는 적어도 자본 시장에선 3월 6일 감지된 리세션 국면이 굉장히 짧았다는 겁니다. 이미 상당 부분 하락폭을 만회했죠.
사실 리세션에 대한 경고는 2018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했는데, 경기의 사이클 상 침체 국면에 도달했다는 거죠. 이때 우려했던 건 자본 시장의 침체였어요. 그런데 우리의 걱정과 달리 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복병을 만나게 됐어요. 코로나19란 촉매제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모두가 고민하는 건 전에 겪어보지 못한 사건이기 때문이겠죠.
2000년과 2008년의 위기는 자본 시장의 위기였다
코로나19 위기는 실물 경제로부터 촉발됐어요. 소위 락다운으로 경제 활동 자체가 멈췄잖아요. 그래서 자본 시장으로부터 시작된 위기와는 다른, 변칙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엔 워런 버핏의 말을 인용해볼게요.
"썰물 때가 되어야 누가 벌거벗은 채 수영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Only when the tide goes out do you discover who’s been swimming naked)."
닷컴 버블이 붕괴된 2000년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는 뉴욕에 있었어요. 두 위기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본 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 상의 구조적인 결함 때문에 생겼다는 겁니다.
2000년은 기대 수익에 대한 과대 평가가 이어졌던 시기예요. 닷컴 기업이 만들어낼 성과와 매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어요. 잘못 예측한 거죠. 거기서부터 위기가 촉발됐습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는 정반대였습니다. 리스크에 대한 과소 평가가 위기를 만들었어요.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즉 주택을 담보로 한 유동화 증권들의 끊임없는 발행과 재생산 됐는데 이건 리스크를 리스크로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아픔을 겪었어요.
흥미로운 건 코로나19 위기와는 달리 2000년과 2008년 위기는 과대하게 확산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2008년 당시 한국은 자본 시장에선 적잖은 영향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이렇듯 위기의 특성에 따라, 시장의 특성에 따라 빠르게 회복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위기도 그럴까요? 여기에 대해선 상당히 유보적인 입장이 많은 것 같아요.
앞 선 두 위기는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였어요. 말그대로 자본 시장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면서 시작된 '돈의 위기'였죠. 그래서 돈을 풀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대부분 국가에서 통화 정책(Monetary Policy)이 실행됐습니다. 쉽게 말해 돈을 찍어서 풀고, 이자율을 낮춰서 은행 금고에 있던 돈을 시중에 풀었어요. 'print more money, lower interest rate' 전략을 쓴 거죠.
돈을 찍고 푸는 파티 끝에 무엇이 있을지 불안해하던 시기가 2019년이었어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촉매제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들 했죠. 시장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을 주목했습니다. 거기서 위기가 시작될 거라고 본 겁니다. 하지만 정말 예상치 못하게 전염병이 촉매제로 등장했어요.
꼭 들어맞는 시기에 촉매제가 발현되면서 자본 시장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실물경제 위기로 대부분의 선진국은 '리얼 이코노미 락다운(Real Economy Lockdown)'* 에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모든 경제 활동이 멈춰선 겁니다. 수요와 생산이 동반 하락하는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어요.
* 실물 경제활동이 멈추어 수요와 공급이 모두 위축되고, 국가별 경쟁력과 구조적 결함이 노출되는 상태실물 경기에서 경험하는 위기나 실적 악화가 재무제표로 반영되기까지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이때까지는 벌거벗고 수영하던 자들이 누구인지 완전히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죠. 물론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산업이 있었어요. 사람들의 교류가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업이나 운수업, 여행업 등이 그랬습니다. 이들 산업이 받은 충격을 보면서,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다른 산업은 수면 아래 어떤 위기가 도사리고 있을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를 멈출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이 맞다면 매력적인 수익을 얻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다른 위기에 빠지게 될 겁니다.
코로나 위기가 그만큼 복합적인데요, 그래서 정부도 단순히 돈을 찍고, 풀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안이 나오는 이유죠. 특히 미국은 대공황과 뉴딜정책, 오일쇼크 등 다양한 위기를 겪으며 경험이 많이 쌓였거든요.
앞서 이헌재 전 부총리께서도 언급하셨듯,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한국은 국격이 높아졌어요. 자부심도 생겼고요. IT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관대하다는 게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덕분에 체감할만한 헬스케어 시스템의 붕괴는 없었고요.
다만 글로벌 경제 생태계 안에서 침체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정부가 할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정부가 자본 시장을 잘 이해하고 사용법을 숙지해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겁니다.
지금은 다음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시기다
코로나19 위기는 굉장히 위험하고 복합적입니다. 이 위기가 얼마나 나빠질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 자본시장에서 힌트를 찾아봤습니다. 베어 마켓(bear market)*이라고 하는, 침체된 시기의 자료를 가져왔는데요. 이 베어 마켓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2번 발생했습니다. 12번의 베어마켓 동안 주식 시장은 평균 32% 정도 하락했고요.
* 증시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던 약세장이번 코로나19 위기도 자본 시장이 30%~40% 가량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가장 낮았던 저점으로부터 절반 이상 회복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런 침체기가 영원히 지속될 리는 없겠죠.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는 평균 14개월가량 지속됩니다. 중요한 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에 따라 위기가 지난 뒤 진짜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모두가 출발 선상에 놓였을 때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가 어떤 싸움을 준비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어요.
전체적인 그림을 안다면 이 위기가 조금은 견딜만 한 시간이 될 거고요. 기본적으로 극심한 침체기는 1년 정도 지속됩니다. 회복하는 데는 최소 2년 정도 걸릴 거라고 봐야 하고요.
중요한 건 다음 전략입니다. 이걸 잘 짜야 합니다. 경기 사이클을 다시 볼까요?
이번엔 가장 위쪽을 주목해볼게요. 긴축(Tightening)이 시작된 후 오른쪽 '레이트 사이클(Late-Cycle)'이 옵니다. 우린 지금 전체 원형 사이클에서 오른쪽 사이드에 있어요. 원형 사이클 전체는 7년~10년 정도 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신나던 활황기와 둔화기를 지나 현재 침체기 초반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1년 정도 극심한 불확실성을 잘 견뎌내면 3년 후 정도부터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절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디커플링이 온다
우리는 지난 20년가량 '커플링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커플링은 각국 경제와 시장이 동조화가 일어난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2000년대 이후 글로벌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인류는 초협력, 초연결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초번영의 시대를 살기도 했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자본 시장 참여자들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걸 보여주는 게 아래 표인데요.
표를 보는 법을 먼저 설명드리면, X축과 Y축에 국가들이 있고, 각 국가 자본 시장의 상관관계를 표현했습니다. 시장이 거의 같이 움직일 정도로 상관관계가 높으면(1.0) 진한 초록색이고 전혀 같이 움직이지 않는, 낮은 상관관계(0.0)라면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됩니다.
왼쪽 윗분에 있는 국가는 대부분 선진국이에요. 거의 하나의 경제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어요. 가장 윗쪽 작은 네모는 캐나다와 미국, 북미고 그아래 커다른 네모는 유럽 국가가 속해 있습니다.
아래쪽에 빨간색 표시가 진하게 도드라진 국가는 파키스탄인데요, 여기는 어느 나라와도 상관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죠.
한국은 포지션이 독특해요. 선진국과 다름없는 체계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 환율 정책과 다른 몇 가지 이유로 국제 기준에서는 여전히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거든요. 보시면 신흥 국가보다 선진국과 상관관계가 높게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선진국 간 상관관계보다 낮고요. 그래서 한국의 자본시장을 이해하려면 이 양면성을 알아야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이렇게 각국 자본 시장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그러니까 커플링이 일어나면서 위험 분산이 불가능해졌어요. 여러 국가 시장에 나눠 투자를 해도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니까요. 심지어 신흥시장마저 같이 움직였어요. 당시 일류 기관투자자들은 신흥시장으로도 안 될 것 같으니 지역 단위로 움직이는 새로운 시장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당시 발굴한 시장들이 파키스탄, 베트남, 에스토니아, 가나, 가봉 같은 국가들이었어요. 일명 프론티어 마켓이라고 부르죠.
세계화는 인류 번영과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위험과 수익의 상관관계를 활용해 투자해야 하는 기관에겐 심각한 문제를 안겨줬어요.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죠. 이전엔 국가별 상호 의존도와 상관관계가 끊임없이 증가했다면, 이제 그 추세가 조금 무너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소위 디커플링(Decoupling)*이 시작되는 겁니다. 이미 국가간 장벽이 생겼고, 공장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리쇼어링 움직임도 일기 시작했죠.
* 보통 한 나라의 경제는 그 나라와 연관이 많은 주변국가나 세계경제의 흐름과 비슷하게 흘러가는데(동조화, coupling), 탈동조화는 이런 움직임과 달리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글로벌 밸류 체인을 보면 생산은 아시아에서, 수요는 유럽과 북미권에서 일어났어요. 유럽과 북미는 서비스 산업이 전체 노동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에요. 한국은 그 비율이 60% 정도인데, 신흥국일수록 서비스 산업 비중이 낮아요. 상대적으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충격이 덜했죠. 물론 생산과 수요가 결합해야 완제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누구도 이 위기에서 자유롭진 않지만요.
새로운 질서(new order)에 주목해야
저는 '다시 성곽의 시대가 올 것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반작용으로 두껍게 벽을 쌓을 것이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인류는 늘 과거로부터 학습하고 더 나은 솔루션을 찾아갔거든요. 인류의 역사는 보호주의로는 그 누구도 승리할 수 없다는 걸 증명합니다. 어쩌면 매우 다층적인 국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혁신들이 일어날 거예요.
저는 이런 변화를 '새로운 질서(New Order)'라는 말로 정리해보고 싶은데요, 제가 기대하는 바는 아시아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같은 일을 해도 아시아라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부분이 앞으로 조금씩 바뀔 거라고 믿고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줌 아웃할게요. 자본시장 관점에서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2015년 이전 20년간 자본시장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자료인데요.
연갈색 선은 미국 S&P500 지수의 수익률이에요. S&P500은 미국 주식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상징적인 지수죠. 노란색은 미국 정부, 달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보여주는 미 국채 중에서도 20년 이상 만기가 남은 장기 국채의 수익률입니다. 이 그래프에서 여러분이 읽어내야 할 포인트는 이겁니다.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상향, 즉 성장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지금은 앞을 내다 볼 수 없고,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공포감이 큽니다. 하지만 분명히 지나고 보면 이 역시 결과적으로 큰 틀에서 우상향하는 여정 안에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도 더 발전할 인류의 모습을 그리는 이유죠.
동시에 이런 지점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끊임없는 생산 혁명이 일어나면서 앞으로는 기계가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겁니다. 제가 일했던 미국 운용사에서도 100조 원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데 고작 10명이 투입됐어요. 다른 모든 건 기계로 했거든요. 지금 경영하는 회사도 금융 투자 도메인 전문가는 저 하나고 나머지는 다 시스템 개발자고요. 총생산과 효율성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부의 배분에 있어서는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국가와 사회는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일은 모두의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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