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왔다고 입에 선 토속음식만 먹다 보면 어느새 속이 거북해지게 마련이다. 짬뽕.자장면처럼 늘 먹던 익숙한 음식 한 그릇 먹으면 싹 풀릴 것 같은데, 피서지에 있는 중국집들은 뜨내기만 상대하는 것 같아 꺼려진다.
그럴 때면 속초 왕부(王富)에 가보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중국음식점을 크게 하다 친정 동네 풍광 좋은 자리에 가게를 낸 우명숙(53) 사장이 내놓는 짬뽕은 '동네 짱깨집' 짬뽕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징어.문어.조개.해삼.새우.소라.복어살 등 인근 동명.대포항에서 경매로 사오는 싱싱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 있다. 면발도 다르다. 겨울엔 일반적인 하얀색 국수를 쓰지만 여름엔 케일과 신선초를 갈아넣고 반죽한 녹색 국수를 쓴다. 케일의 단맛과 신선초의 쌉싸래한 맛이 조화를 이뤄 자아내는 향미가 독특하다. 1인분 7000원.
하지만 사실 왕부의 '전공'은 정통 중국요리 쪽이다. 서울 특급호텔 출신의 화교 주방장이 만드는 깐풍게살(3인분/3만5000원)과 크림새우(4~5인분/4만5000원)가 우 사장이 자랑하는 대표 선수.
강릉에서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속초 청초호 사거리에서 좌회전, 56번 지방도로를 타고 미시령 방향으로 진행하다 학사평 순두부촌 김정욱할머니순두부집 앞에서 다시 좌회전해 3분쯤 들어가면 나온다.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이는 한적한 민박.펜션단지 내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이정표를 잘 보며 찾아가야 한다. 033-635-6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