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외국어
Beste,
Naar aanleiding van Vlaanderendag 2001 opent Imec zijn deuren op Zondag 22 april van 10.00h tot 17.00h. Graag hadden wij uw aandacht gevraagd voor het volgende:
- gelieve de burelen in kantoorgebouw IMEC I netjes op te ruimen
- gelieve waardevolle bezittingen op te Bergen
- gelieve vertrouwelijke documenten op te Bergen
- gelieve de privé-burelen af te sluiten
- Wij danken u voor uw medewerking.
- de preventie-adviseur
저도 위 내용이 뭔지 전혀 모릅니다. IMEC의 공식 언어가 영어지만, 위와 같은 화란어(Dutch)로 된 메일들이 자주 옵니다. IMEC 내에서 화란어로 오는 메일은 대개 업무와는 상관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무시해 버려도 되는 것들입니다. 오늘은 화란어 (정확하게는 화란어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벨기에에서 사용하는 화란어를 프레미쉬(Flemish)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벨기에 북부지방에서만 사용되는 언어라고 보시면 됩니다)와 관련되는 이야기입니다.
두 아이가 이제 “무사히” 여름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큰 애는 이천의 명문(?) 신하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여기에 왔는데, 학기 시작이 우리 나라와 다르므로 다시 1학년 2학기에 편입되었고, 작은 아이는 만 4세라서 여기에서 처음으로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브뤼셀에 있는 영어로 수업을 하는 미국식 국제학교나 영국식 국제학교에 보낼 계획도 있었으나, 브뤼셀에서 출퇴근 문제도 있을 뿐만 아니라 워낙 학비가 비싸서 (초등학생의 경우 1인당 1년 학비가 약 100만 BEF = 2,800만원) 일찌감치 포기하고 imec이 있는 루벵에 터전을 잡고 아이도 현지학교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이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언어는 위에 예를 보인 화란어입니다.
앞에서 두 아이가 “무사히” 한학기를 마치고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고 표현했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언어에 큰 거부감 없이 잘 적응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아이는 아직 어려서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벨기에인지 잘 모르니까 상관없었고, 큰 아이는 현지 학교에 다닌 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대부분의 화란어를 이해할 정도로 언어 적응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다음 학기에는 말도 유창하게 잘 하리라 예상됩니다. 가족 전체가 외국에 나갔을 때, 언어 습득에 있어서 문제는 어른들에게 있지 아이들은 문제가 아니라는 어느 분의 말씀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학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들을 통해 가정 통신문을 보내 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한 마디로 부모가 “까막눈”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떠날 때 미리 화란어 -> 한국어 사전을 준비해 갔는데도 화란어의 기본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단어의 뜻만 가지고는 도저히 문장 전체가 무슨 뜻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보내는 가정 통신문에서는 정중한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가 더욱 힘들다는 것입니다. 좌우간, 최선을 다해서 저녁마다 사전 하나 들고 번역을 하고 다음날 아이 준비물을 챙겨 가면, 현지 아이들은 이것을 챙겨 왔는데 우리 아이는 저것을 준비해 갔는가 하면, 우리 아이는 무엇을 준비해 갔는데 현지 아이들은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는가 하면, 반대로 우리 아이는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현지 아이들은 무엇을 가득 준비해 온 경우, 등등… 그런 식입니다. 상황이 허용되는 경우는 선생님에게 아침이나 방과 후에 이 안내문은 뭐죠? 저거는 뭐죠? 이렇게 미리 영어로 물어 보는가 하면, imec에 들고 와서도 벨기에 현지인들에게 가정 통신문의 내용을 번역 의뢰하기도 하고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학기가 지난 지금 정리해 보면, 아이 준비물의 경우 약 70%도 제대로 못 챙겨 보낸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제일 난코스(?)는 아이들 건강 문진표를 작성했던 기억입니다. 두 아이가 각기 다른 약 10 page나 되는 문진표를 가지고 왔는데, 다소 생소한 의학 용어에다가 몸과 관련되는 용어들이라서 imec 현지 직원도 완전히 영어로 번역을 못 해 주더군요. 10 페이지짜리 2부를 imec 직원과 앉아서 동시(?) 통역을 시도했는데, 그 문진표 답하느라 거의 하루를 다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통역을 해 준 사람에게 그 날 맥주를 한 잔 사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무사히” 한 학기를 보냈으니 다음 학기는 요령이 생겨 실수가 줄어들 걸로 예상됩니다. 책임을 다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희귀한” 외국어도 할 줄 알아야 하는가 봅니다.
2001. 07.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