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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매동마을 - 장항마을 - 중군마을 - 인월)
(2009-10-20 05:19:55 sfm홈피)
할딱 벗고 맨발로 가도 좋을 길을 갑니다.
매동마을을 출발해 男根전시장 앞을 지나갑니다.
장항교를 건너니 바로 장항마을 입구입니다.
마을 입구에서 곧바로 오른길로 오릅니다.
느티나무쉼터가 나오고 이른 시간인데도 길손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습니다.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만 가다보면 또 나오겠죠.
지난 구간에선 천지삐깔이 였으니까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인월까지 단지 거기만 있었어요.
'한사발하고 묵도 먹을 걸'이리 해봐야 소용없지요.
그래서 다음부턴 먹는 것은 미루지 않을거라고 다짐도 해둡니다.
도착지인 인월에 와서야 막걸리 두병 하고 묵도 먹었습니다.
장항마을 입구의 느티나무쉼터.. 막걸리, 묵, 파전을 판다.
장항마을의 당산나무인 400살 소나무..
400성상의 당산목 老松이 나옵니다.
노송이라고 했지만 청춘같아 보입니다.
어디도 노인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50여 성상밖에 안되는 길손인 내가 더 할배 같으니...
젊게 사는 비결이라도 여쭤봐야 할 것 같네요.
'소나무松'자는 木과公의 합성어 입니다.
옛날 진시황이 길을 가다 비를 만나 큰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그 상으로 내린 벼슬입니다.
목공이란 제후벼슬 이지요.
그래서 소나무는 '木公'이지요.
우리민족은 소나무 민족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어요.
소나무와 함께 哀歡을 다해왔으니까요.
마을 당산목도 소나무가 참 많아요.
물론 느티나무나 팽나무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나무 당산목과 비교하면 질이 덜한 느낌마저 들거든요.
지명도 소나무와 관련된 곳이 참 많습니다.
송전마을, 삼송리, 일송리, 쌍송부락, 다송리, 송도, 송정리, 반송동, 운송리, 장송리, 송계, 오송리,
흑송리등등.. 세어보니 끝이 없어요.
어릴 때 송구(송기)해 먹던 기억이 납니다.
솔 갈비(소나무낙엽)를 해오던 기억도 나고요.
순사들이 솔깽이(소나무) 치러 왔던 기억도 아슴푸레 합니다.
이렇듯 솔나무는 우리 민족과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오며 살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관솔불도 있었고요, 송진으로 귀한 조약도 만들어 쓰기도 했지요.
바다물에 사는 고기가 상처가 나면 나을때까지 미역만 물고 있다지요.
그만큼 미역의 약효는 인간뿐만 아니라 물고기까지 두루 널리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요, 솔나무의 송진도 마찬가집니다.
민물에 사는 고기들이 증명해 줍니다.
민물에 사는 고기들도 싸우거나 휩쓸려서 상처가 나면 물에 떠 내려온 소나무를 찾습니다.
그리고선 송진자국을 찾아서 나을때까지 몸을 밀착시키거나 비벼댄다고 합니다.
놀라운 송진의 약효입니다.
400성상의 흔적은 수피에 보입니다.
전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소나무의 가치는 1形2皮라고 했습니다.
소나무의 껍질은 6각의 거북등이나 용비늘처럼 되어진 것이 최고입니다.
400성상의 흔적이 된 당산목의 수피가 그를 보여줍니다.
소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주름이지만 우리네 인간에겐 신비나 볼거리의 상징으로 보이니 이를 어찌해야 합니까?
그리보면 인간은 참 욕심도 많고, 자기본위로만 살아가는 이상한 동물입니다.
할할 할아버지 소나무의 위용..
400살의 주름.
궁둥이봉(반야봉)
다시 길을 갑니다.
멀리 궁둥이봉이 보입니다.
여기 장항마을 사람들은 궁뎅이를 밤낮주야로 보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般若智慧(반야봉)를 보며 般若바라밀을 득도하는 복 받은 마을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을이 꽤나 있어 보입니다.
시골마을 치고는 잘 정돈된 모습이 부촌처럼 보입니다.
장항마을.
경고!
몰래카메라 있잉깨 조심혀...
소나무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길손은 솔할배께 인사하고 얼른 길을 향합니다.
여기서부터 숲길은 시작됩니다.
할딱 벗어 버립니다.
맨발 입니다.
몸도 마음줄도 놓아 버립니다.
편안합니다.
자유롭습니다.
행복합니다.
바로 생명짓 입니다.
배넘이재의 서어나무 고목.
"배가 넘어갔다" 네요.
배넘이재 입니다.
배가 넘어갔다고 붙여진 이름 같은데, 배의 흔적은 없습니다.
아주 먼 옛날 큰 홍수가 나서 배가 이재를 넘어 갔겠지요.
상상 일뿐입니다.
여기엔 속이 휑하니 뚫린 서어나무 고목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습니다.
솔할배 보다 조직이 치밀하지 못한 서어나무는 오랜 세월 풍상을 겪으면서 세포조직이 쇠퇴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다행히 살아 있기는 하나, 숨쉬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인생도 그러하거늘...
얼른 세면공글이라도 박아서 꽉 채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속이 휑하니 뚤려있다.
길가다 문득 생각합니다.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살았어요.
생명길을 걷고 있는 내모습이 내눈에 들어옵니다.
작지도, 초라하지도, 비겁하지도 않습니다.
상념의 때를 벗은 나는 나인채로 할딱 벗고 숲길속에 놓여집니다.
잠시나마 느끼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숲길의 중간지점이다.
여기서 길손도 새들도 쉬어간다.
이런 숲길.
노각나무
노각나무 수피.
수성대의 물이 참 맑습니다.
길게 쉽니다.
잠시는 엿팔아 먹었습니다.
O부부를 만납니다.
우리방향과 꺼꾸롭니다.
두번째 길이랍니다.
부부 둘이서 하는 숲길이 참 좋아 보입니다.
단풍취도 보이고, 누룩치도 보입니다.
개박쥐나물도 있어요.
이런 숲길은 몇 번이고 다시 오고 싶은 길이네요.
이런 숲길이 우리 주변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다음에 언급하겠지만 머리에 쥐만 나면 달려 올 숲길입니다.
막걸리 한사발 마시고 가도 좋을 길입니다.
노각나무가 보입니다.
작년에 백두산에 갈때 수피가 하얀 자작나무를 보았듯이, 노각나무는 수피가 참 아름답습니다.
물론 꽃도 참 예쁘지요.
매년 꺼풀을 벗는 수피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자주 보는 백일홍(배롱나무)과 더불어 일품이지요.
지난 여름에 세석가는 길에서도 만나고, 새재에서 무제치기폭포 길에서도 만나고, 여기서도 만납니다.
세석길에서는 落花나마 꽃도 볼 수 있었는데...
하지만 전혀 상관 없어요.
여기는 군락입니다.
미끈한 다리가 예쁜 여자 다리보다 낫습니다.
처음에 단풍 진 잎 때문에 긴지 아닌지가 혼란스러웠는데... 우리집 것이 병이 되었던 게지요.
작은놈인 집엣 것과 비교하는 통에 그리된 게지요.
수피가 너무도 아름다운 노각나무가 분명합니다.
황매암에서 물 한잔 마시고..
황매암
푯말.. 허락해주셔서....
황매암에 도착합니다.
명상음악이 길손에겐 낯설지가 않습니다.
산속 절 일진대 불경소리가 제격이지만 그도 사람이 내는 소리인지라,
잔잔히 들리는 명상음악이 한결 더 나을 듯합니다.
길손들에게 배려하시는 스님의 고매한 인(佛)품을 보는 듯 합니다.
무슨 조계종 몇 호라든가 절의 유래같은 거창한 표식은 없어도
절집의 소소함과 스님의 너른 보시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여기까지가 할딱 벗고 가는 참 좋은 숲길입니다.
4km남짓 이어지는 길입니다.
사람손은 참 무섭습니다.
길가에 서 있는 감나무엔 사람손이 닿을 높이에는 감이 열지 않았습니다.
감나무도 사람이 무서운가 봅니다.
아니 사람 자체가 무서울 겝니다.
그래도 양심은 있나 봅니다.
손이 닿는데 까지만 땄습니다.
매미채라도 가지고 다니면서 둘레길 주변 감을 싹써리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나도 마찬가집니다.
절집을 지나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고욤 4개를 땄습니다.
그놈이 그놈입니다.
암튼 무서운 게 인간입니다.
숲길속에 무슨 차떼기가 그리 많은지...
봄, 가을에 차떼기가 한번 휩쓸고 가면 남는 게 없을 성 싶습니다.
어디 한 번 뿐입니까???
손이 닿는데는 감이 없다.
사람 손을 피해 높이 달렸을까?
중군마을 도착..
내년에 심을 종자를 처마에 매달았다.
"좋은 길 왔습니다."
동네 주민이 말을 건네네...
<우리끼리 한 얘기 한자락>
길을 찾아 가는 차속에서 운전하는 K가 계곡에 면한 나무들의 단풍을 보고 "야, 장관이네!"하고 말한다.
옆에 앉은 K의 각시는 그말을 듣고 "머, 별 장관도 아이구마"라고 대답한다.
동무는 "와 아이라"라고 재차 말한다.
그때 뒤에 앉은 H가 "그럼 차관이네!"라고 끼어든다.
일행 모두는 '하하허허'하고 웃어제낀다.
지리산둘레길은 이리 웃으면서 아무 부담없이 가는 길입니다.
범숙학교에서 만든 마을 벽화.
여기가 중군마을이라요.
꿀하고 잣이 괜찮아요.
중군마을로 내려옵니다.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건네자 주민들인 촌로들은 한결같이 "좋은 길 왔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동네회의에서 구장한테 교육을 받은 듯 합니다.
그래도 대답을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 마을도 들은 적고 산에 의지하는 마을입니다.
범숙학교에서 그린 담벼락벽화에 구장이 잣과 꿀이 좋다고...
이리 길손들과 마음을 트는 게지요.
참 좋은 그림입니다.
인월로 인월로...
중군마을을 지나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
방천뚝을 따라 멀리 보이는 인월까지 간다.
풀을 뜯는 누렁이.
야야, 요시 니 몸값이 참 마이 나간다 쿠더마이..
인월 5일장.
중군마을을 지나면 아스팔트길 입니다.
차는 뵈지 않고 사람만 걷는 도로길 입니다.
이 길도 길 인지라 터벅터덜 걸어갑니다.
다시 방천(뚝방)길로 접어듭니다.
인월이 보입니다.
인월 5일장이 섰습니다.
3, 8일이 장날입니다.
주린배는 묵, 팥죽, 보리밥과 인월막걸리 2병으로 채웁니다.
* 함양군내 버스는 인월까지 옵니다.
* 금계에서 인월까지는 거리가 20km가 넘으므로 나누어 걷는 게 좋습니다.
* 금계마을 - 창원마을 - 매동마을까지..
* 매동마을 - 중군마을 - 인월 둘레길 안내센터까지..
아직도 꿈속입니다. 깨지않는 꿈이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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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월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지리산 칠선계곡, 백무동, 벽송사 가려면
진주출발 길에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마을이다.
한달에도 지리산을 네번 오르던 한창 때에는
인월 구석 구석을 다녀 보기도 했었다...
몽아
춘천 금병산 소나무 수피다... 수피 두께만도 10cm 정도
쓸만 한가....?
우~와!!
유정 만나러 거기 갔다가
금병산은 바라 보기만하고
돌아왔다.
누에가 입에서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 듯,
술술 풀어나오는 얘기가 끝이 없다.
대단한 몽이..
다음 얘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반갑다 누렁아!!
ㅎㅎ
시나니가 누렁이를 반가워 하는
진짜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