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살 생일에 부치는 헌사
70. 70이란다. 일흔 살. 69보다 하나가 많고 71보다 하나가 작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칠순이라고 하더군.
공자 할아버지는 마음 가는대로 해도 좋은 나이라며 종심(從心)이라고 했고
오래 산걸 축하한다며 고희(古稀)라고, 희수(稀壽)라고 말한 이는 두보 할아버지였다던가?
근데 창석이 이 사람아.
일상의 나이에 숫자 한 개의 차이뿐인데 잔치라니 이 무슨 허접한 소린가?
어찌 공자 할아버지적 가치관을 오늘의 세상에 접목하려 드는가?
나팔 불고, 깡깡이 켜고, 하모니카 불고, 다른 나라 술 공양 잘하는 자네라면
미국 대학에서 훈장 노릇하는 아들, 며느리와
코큰 사람들과 세상 경영에 몰두하고 있는 잘난 아들 자랑하는 게
어울리는 일 아니겠나?
그런데
연배 높으신 선배님들 모셔놓고 세상 오래 산 척 부산을 떨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미국의 레이건은 70살에, 만델라는 72살에 대통령이 됐고
샤넬은 71살에 패션계를 평정했다지 아마?
그뿐인가 어디?
스트라디바리는 83세에 바이올린을 만들고
모노라는 탐험가는 93세에 여행을 떠났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80살이 되어도 행여 잔치 벌일 생각은 하지 마시게.
자네 막내아들 나이 70살이 되거든 그때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셔놓고 떡 벌어지게 한상 차려주시게나.
내 그때 기꺼이 자네에게 술 한 잔 따름세.
70년. 840달.
지금은 100수 열차에서 잠시 내려 지나온 길 돌아보는 시간일세.
겨우내 언 얼음 때문에 나무들이 죽을까봐 산이 물을 비우듯이.
이제는 새것을 채우기 위해 마음을 비워야 할 때 아닌가?
이 땅에 발 디디고 사는 것에 감사하시게.
옷 한벌 걸치고, 따스한 밥 한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주말에 함께 걸을 수 있는 한사모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사시게나.
그리고
비오는 날 하늘 바라보다 문득 술 한잔 하고 싶은 친구 얼굴 떠오르거나
저녁노을 바라서다 목소리 듣고 싶은 사람 한둘 있다면
그보다 더 한 행복 어디 있겠나?
내 친구 창석이.
25,550일째 되는 날이라네. 자네가 이 땅에 온지가.
그날
하늘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걸리고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축복의 노래를 부르고,
나무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탄주하며
축하의 노래를 불렀을 것이네. 틀림없이.
천만송이 장미 건네는 마음으로 자네가 이 땅에 온 것을 축하하네.
부디
온 가족 평강하고
늘 하늘의 축복 충만하기를 바라네.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9월 초여드렛날에
친구 박동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