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젤보이스와 함께 한 시애틀 여행
아청 박혜정
한국 문협 밴쿠버 지부회원/순수문학 등단
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유엔젤보이스를 초청을 해서 밴쿠버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다음 날 시애틀 공연까지도 멋지게 마무리한 후 시내관광을 했다. 유엔젤보이스는 남자 성악가 5명(테너3명, 바리톤2명)과 피아니스트로 구성된 클래식 아이돌 그룹이다. 5명의 단원으로 구성 한 이유를 단장에게 물어 보았더니, 곡 중에 데스칸트(descant)-따로 떨어진 노래라는 뜻의 라틴어로 선율보다 높은 솔로 파트-를 연주 할 때 필요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밴쿠버에서 우리 뮤즈 교향악단과 연주 할 때 “Oh Happy Day”와 같이 솔로 데스칸트 부분을 따로 하기도 하고,다른 곡의 경우 각자의 목소리와 음역 대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솔로파트를 나누어 부르고 거기에 화음을 입힌다고 한다.
딸이 시애틀에 살고 있고, 시애틀은 밴쿠버 옆 도시라 많이 다녀 보았지만 현지에 사는 젊은 분이 가이드를 해 주어서 색달랐다. 커피 맛으로 유명하다는 비바체(vivace)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하고, 퍼블릭 마켓에서 연어가 들어있는 빵도 먹어 보고, 스타벅스 1호 점에도 갔다. 스타벅스에는 도시마다 특색 있는 커피 잔들이 있어서 기념품으로 커피 잔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분들이 요즘 여행객들에게는 많은 것 같다.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껌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씹으라고 하고 껌이 벽에 잔뜩 붙은 곳(Gum Wall)으로 데리고 갔다. 전에는 구경만 했지 직접 우리가 붙여도 되는지는 몰랐다. 단장님이 가장 높은 곳에 껌을 붙이는 단원에게 상금(?)을 준다고 즉석에서 게임을 제안했다. 단원들의 키가 180cm 이상이라 막상막하였다. 젊은이들이라 열심히 점프를 하며 높이 붙이려고 했다. 역시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차(Seattle Great Wheel)가 있는 바닷가로 갔다. 매 번 갈 때마다 타고는 싶었지만 일행들이 타지않아서 아쉽게 돌아섰는데 드디어 때가 왔다.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고, 바다는 눈이 시리게 푸르른 환상적인 날씨였다. 15 분 이상 4바퀴를 도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매 번 시즌에 따라 다르단다. 관람차를 올려다보니 굉장히 높았고 또 오랜만에 타는 것이라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위급할 때 누르는 비상 버튼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밖의 경치가 너무 멋져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유람선이 지나고 있었다. 나는 땅위지만 높은 곳에 있어서 갑판에 있는 사람들을 위에서 찍을 수도 있었고 모든 건물들도 다른 각도에서 찍을 수 있어 신이 났다. 전에는 추신수, 이대호, 이치로가 있어서 학생들이 야구를 보러 간다던 시애틀 야구장(Safeco Field)도 보였다.
점심을 먹으러 한인2세가 운영하는 햄버거 집으로 갔다. 처음에는 '햄버거는 별로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주문을 받을 때부터 달랐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와 같이 굽는 정도를 물어보았다. 가이드가 “The Pike Burger”를 먹어 보라고 권했다. 그 안에 하바네로(habanero jam)가 들어간다는데 아마 매울 것 같으니 따로 달라고 했다. 호기심에 먹어보고는 만화영화처럼 용가리가 되어 입에서 불이 나오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2006년까지는 하바네로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였단다. 참고로 청양고추 4,000-12,000 SHU, 하바네로 100,000-350,000 SHU, 2007년 이후 1위가 된 부트 졸로키아는 1,000,304 SHU. 다시 포크 끝으로 살짝 찍어 먹어보니 친근감이 갔다. 그래서 조금씩 발라 먹어 보았다. 뭐라 할까…? 햄버거가 매운 맛 보다는 맑고 깨끗한 맛으로 느껴졌다. 매운 맛은 중독성이 있는지 지금도 생각이 난다.
스타벅스(Starbucks Reserve Roastery & Tasting Room)에 갔다. 즉석에서 원두를 정제해서 판매도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데 그곳만의 메뉴와 원두가 있었다. 나는 shakerato bianco를 먹었다. 내가 전에 즐겨먹던 에스프레소 맛이었다.
다음에는 파이오니아 광장으로 갔다. 전에는 저녁에 가서인지 홈리스들이 많았는데 날씨가 화창하고 낮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그 때와는 달랐다. 거기에는 게임 기구들이 있었다. 그 중 탁구 라켓과 공을 무료로 빌려주는 곳이 있었는데, 단장님이 탁구를 토너먼트로 해서 우승하는 단원에게 2번째 상금을 걸었다. 그런데 일반 탁구채와는 달리 플라스틱으로만 되어있어서 스매싱(smashing)과 서브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옆에서 구경만 해도 젊음의 기를 받는 것 같아 좋았다. 머리를 묶어 눈에 띄는 권화평씨가 1등을 했다. 암만 도구 탓을 해도 실력은 실력인가보다.
시애틀 시내가 가장 잘 보인다는 케리(Kerry)공원에 갔다. 보통 때는 보기 힘들다는 마운틴 레이니어가 스페이스 니들과 함께 선명하게 크게 보였다. 전에 그 산이 시애틀 시내에서 가까운 줄 알고 LA가는 길에 들렸다가 고생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들꽃이 환상적이라는데 다음에는 여유 있게 가보려고 한다.
시애틀도 항구도시지만 밴쿠버와는 다른 맛이 있다.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날씨에 따라 도시의 색과 나의 기분도 다르다. 또 동행한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번에는 연주와 더불어 젊은 단원들과 같이 다녀서 다시금 활기도 느꼈고 다운타운을 걸어 다녀도 힘들지 않고 신이 나서 다녔다. 마음은 20대같아도 몸은 따라 주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라면…? NO! 그래도 지금이 시간적 여유도 있고 좋다. 나이가 들면서 쳐지지 말고, 나쁜 기억은 빨리 잊고, 항상 좋은 일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 앞으로의 남은 생을 좀 더 신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