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주말이면 부리던 하늘의 심통이
오늘은 푸르게 푸르게 웃고 있다.
웃음 소리에 깨어난 아침
지금쯤이면 권태기에 빠져 있을
봄을 위로 하러 베낭을 챙긴다.
아이들도 놀던 일이 지겨우면...
갖고 놀던 장난감을 팽개치고 또 다른 흥미거리를 찾 듯
봄도 지겨우면...
자랑스레 펼쳐 둔 꽃잎을 바람에 휘날리우고
그 꽃잎 보다 많은 구경꾼들을 구경한다.
미륵성지 모악산을 간다.
일 년 만인가 보다.
날짜로 쳐도 정확히 일 년 만인가 보다.
노오란 개나리꽃 몸에 두루고
꽃잎 두우둥실 가득한 구이 저수지에서
사랑의 월척을 집어 모악산을 향했던 그 날이
일 년 전인가 보다.
산을 오른다 하였지만..사랑을 오른게야~~그 날은..
발자국 보다 많은 술잔을 남기고
미끄러지고 헛디디기를 얼마간~~
밧줄을 당겨 보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그러다 눈물이 되어 흐르는 계곡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맞잡은 두손에 또 다른 봄이 왔으니
지난 일년은 남다른 세월이었을게야~~
모악산은 산이 아니고
어머니랍니다.
먼데 사람들도 어서오라 품어 주는
어머니랍니다.
다둑여주고 편안히 쉬어갈수 있는
어머니 품 같은 산이랍니다.
길섶에 핀 진달래는 어머니의 꽃신이요
길초에 부는 시원한 바람은 어머니의 웃음소리요
또랑또랑 흐르는 계곡물은 어머니의 젖입니다.
성황당 다리를 건너
어머니의 굵은 손 매듭 같은 바위에 걸터 앉아
선녀 폭포를 바라 본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빤히 처다 보시고
선녀폭포는 그러는 엄니를 바라 본다.
사는게 힘들어 주저 앉을라 치면
어김없이 웃어 주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굽은 허리가 사랑 바위 다리를 건너
대원사로 향한다.
굽은 허리 더 깊이 숙여
빌고 빌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정성을 따라 산행로를 오른다.
내 발로 걷는다 하지만
어찌 그게 내 힘 만이겠는가?
내 뜻 만큼 간다고 하지만
어찌 그게 내 정성 뿐이겠는가?
수왕사를 돌아서니 정상이 보이고
굽은 산행로를 오르다 지친 봄이
무제봉에 앉아
어머니 같은 미소로 반긴다.
정상이다.
정상이라 하지만..레이다 기지 덕에
진정한 정상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산행인들은
정점에 다달은 후에
그 산을 정복하였다 하고...
흐뭇한 땀을 흠쳐 내곤 한다.
정상 정복!!
참으로 가당 찮은 얘기 일 것이다.
산의 너그러움에~~
하늘의 보살핌에~~이룬 작은 기적임을...
늘~~고마워 하며 올라야 할 일임을~~
흔히들 남정네들이
여인의 몸을 오르고 나면
정복하였다.도장을 찍었다.
이젠 너는 내 것이다 하지만....
여인의 올곧은 사랑이 동하였기에 가능하였으며
여인의 마음에 봄이 왔기에 허락되었음을 ~~~
도장 같지 않은 도장 찍으면 무얼 할 것이며
정상 같지 않은 정상 오르면 무얼 할 것인가?
사랑 없는 도장으로 각인을 헌들 무얼 할 것이며
새 처럼 날아 올라 정상을 오른들
믿음 없는 사랑이라면 무얼 할 것인가??
모악산의 정상도
산행로의 일부요~~
사랑의 정상도
삶의 일부 일 것인대
몸부림 치며 욕심을 부리진 않았는지????
동우인들이 기다리는 헬기장에서
늦은 도시락을 나눈다.
갖은 정성이 모여 진수성찬을 이루고
모악산 닮은 어머니는
왁자지껄한 사람 내음에 흐뭇해 진다.
언재라고 어머님이
진수성찬을 바래셨던가?
두둑한 돈지갑을 바래셨던가???
아이들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들으며
너희들끼리 오붓히 잘 살라 허셨지~~
너 발로 걷는게 대견하였고
너의 짐 스스로 짊어지고 오르는게 고마웠지~~
어머님~~갑니다.
저희들은 하산을 하렵니다.
또 오겠다는 말이 맴돌 뿐...
고개들어 당당히 말할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는길에 심원암도 들르고
금산사도 들러 가렵니다.
눌연계곡에 발 담궈
모악산에 묻어 온 욕심 버리고 버려~~
고운 맘으로 다가오는 세월을 맞으렵니다.
어머니~~
또 다른 길손이 어머님을 찾걸랑
금산사 벚꽃이 어디있느냐 묻걸랑~~
어여 오라~~ 반기시되
너 몸이 벚꽃이요.
너 맘이 부처라 일러 주세요~~
오늘,
우리네에게 들려 주신 그대로~~~
2007.4..7. 모악산 산행에 동행해 주신 동우인 모두에게
행복과 건강이 가득하길~~~
지리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