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금리가 처음 1% 이하로 내려갈 때 차입금이 많은 한국기업은 언제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저금리 시대가 도래할까 기다렸으며, 한국의 금융 소비자들은 제로금리라는 새로운 단어에 익숙하지 않아 신기해 했다. 당시 우리나라 금리는 10%대를 넘나들어 대출을 쓰는 기업은 저금리를 부러워 했으며,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은 제로금리시대가 일본에만 국한되기를 바랬었다. 최근 금리가 급락하더니 예금금리가 4%대로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3.3%를 기록해 우리나라도 실질금리가 0인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금융회사에서 지급하는 금리 4%에 세금을 공제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해석도 있다. 제로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우선 기업이나 정부에서는 금리 부담이 적어 차입금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다. 금융비용 또한 감소하여 경제성장의 호기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우는 제로금리가 장기 불황을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주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가계가 제로금리에 익숙하지 않아 차입금을 증가 시켰다는데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가 그것인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평소 빚을 내기 어려웠던 가정에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금융회사의 자금이 공격적으로 지원되면서 발생된 것이다. 그 문제로 인해 가계파산이 증가하고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제로금리를 이해하려면 일본의 현실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제로금리로 인해 이자생활을 하던 은퇴자들의 소득이 감소 또는 없어지면서 극도의 소비위축과 이로 인해 장기 불황으로 빠져들었다. 한계기업은 구조조정 보다는 저금리 혜택으로 인해 우량기업과 구별되지 않는 사이 우량 기업들은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초기 저금리는 부동산과 증시의 거품을 일으켰으며 이 거품이 일시에 폭발하면서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버렸다. 폴 크루그만은 “1999년 4월 이후 단기 명목금리가 제로수준으로 하락하여 더 이상 통화완화정책이 불가능하여 일본 경제가 일본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다”라고 주장한다. 우리도 제로금리시대가 도래했으며,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한다. 통화정책당국의 통화정책이 먹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제로금리, 하기 싫다고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선 초 저금리로 인해 직접 타격을 받게 되는 퇴직자 및 연금 생활자에 대해 정책적으로 비과세 금융상품의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과 더불어 기업의 복지혜택을 세제지원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제로금리시대에 판을 칠 수 있는 고 위험, 고 수익 상품이나 사행성 상품에 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적절한 규제를 마련해야 하며, 특히 일확천금과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일부 복권 등은 수익 조정 등 제도개선을 통해 건전한 여가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식 제로금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적절한 정책조합을 실시하는 것이다. 금리 인하만을 통해서는 경기 침체를 타개할 수 없다는 일본의 교훈을 잘 받아들여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되 재정 탄력성도 제고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제로 금리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내가 빌려 쓰는 대출의 금리가 제로가 아님을 잘 알아야 한다. 한번 빚의 악순환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항상 생각해 수시로 가정 재무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한 가계를 꾸려나갈 계획을 세워야만 행복한 가정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남은행 우정동 부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