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메카.
한류의 중심지.
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는 명동.
해서 이번 글제목을 보고 되게 기대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거 같은데
저같은 패션 거지 돈 거지한테 큰 기대를 바라는 여러분이 나쁜 사람입니다.
그냥 명동에서 간단히 놀구 먹은거 쓰는거니 뭔가 대단한 걸 바라신다면
시간낭비하지 말고 뒤로가기를 누르시거나 다함께 차차차나하세요.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이게 명동에서한 한정 상영하는거라 보러 갔습니다.
아침 일찍 나왔는데 도착해보니 배가 고프더군요.
근데 알다시피 명동. 너무 복잡합니다.
게다가 여기저기에는 분명 한국인인데 일본어에 더 능통한 직원들이
이랏샤이마세 칸코쿠 김데스~ 오이시이요~ (어서오세요. 한국 김입니다. 맛있어요~)이러고
일본 특유의 앗씰한 패션가이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중국인까지 있는 곳을 거닐다보면
그야말로 혼돈이 휘몰아치죠.
게다가 제가 본 어떤 가게는 일본인을 상대로 단팥죽을 7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차라리 지하수를 돈 받고 팔아라 나쁜 놈들아.
하지만 여기서 혼돈에 휘말려 굶어죽을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 점찍어 두었던 식당으로 가봅니다.
는 하동관. 보다시피, 곰탕 전문입니다.
70년동안 곰탕 하나만 해왔고 60년전에 수하동에서 명동으로 자리를 옮길때 뉴스에서 다룰 정도 유명한 집이지요.
사진을 미처 못 찍었는데
내부는 2~4인 앉기 편한 테이블도 있고
일렬로 기다란 한명씩 먹기 편한 테이블도 있습니다.
테이블에는 대파, 소금, 수젓갈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특 곰탕. 12000원. 요금은 선불
여기는 메뉴가 수육/곰탕 뿐이고 그중 곰탕은 소, 보통, 특 등으로 나뉘어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건더기가 더 추가되는 형식입니다.
그외에 15000원인 열다섯공, 심지어 열여덟공까지 있고, 공은 돈만 더내면 추가가 가능합니다.
기본과 특 공통으로, 밥의 양을 줄인 '맛배기', '기름빼고', 건더기 없이 국물과 밥만 나오는 '민짜' 등이 있고,
특의 경우, '내장빼고' 고기만, '차돌박이 많이', '내포 많이' 등 세부적인 주문도 가능합니다.
곰탕과 설렁탕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곰탕은 (소)고기를 위주로 푹 고아 내고, 설렁탕은 소고기의 뼈를 위주로 삶아 국물을 냅니다.
그래서 곰탕은 비교적 색이 맑고, 설렁탕은 뿌옇죠.
그 중에서도 '하동관'의 곰탕은 하루 이틀 끓이는 다른 집과 달리 당일 날말 대 여섯시간 끓여서 더 맑습니다.
하동관 곰탕의 비밀은 36, 2, 0, 60으로 요약됩니다.
어린 소는 그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고, 나이든 소는 질기므로 36개월 된 소를 사용하고,
끓이고 식혀서 기름기를 제거하는 과정을 2번 반복하고,
인공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고, 60년 세월의 맛이라는 뜻이죠.
(이제는 70년이 되었지만)
사실 처음 먹어볼때는 그렇게 대단한가 싶었는데 먹다보니 아 특색있고 이거 굉장히 맛있구나 싶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먹다보니 벌써 영화시간 가까워져서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미친듯한 추위와 영화의 여운을 달래기 위해 골목 뒤쪽의 이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한국 최초 로스팅 커피의 문을 열고 15년 이상 커피 볶는 일을 해오고 있는 로스터,
전광수 사장님의 제자분들이 하고 있는 카페죠(이른바 분점. 멀지 않은 곳에 본점 및 커피 아카데미도 있습니다)
들어가보면 미남인 남직원, 미녀인 여직원분들이 차분한 미소로 반겨줍니다.
여기 메뉴가 특이합니다.
원두 이름이 아니라 볶은 정도에 따라 오즈의 마법사, 검은 고양이 이런 식의 이름.
카페 홀릭 No. 1
음... 이거 커피맛을 쓰고는 싶은데 이후 커피 2잔을 더 마셔서 자세한 맛을 까먹었습니다.
아무튼 굉장히 맛있었음. 이걸로 텐션이 올랐으니까요.
초콜릿 케이크
오븐에서 살짝 데워서 내주더군요.
위에 있는 초코가 진득하니 좋았습니다.
이 곳처럼 커피에 집중하는 카페는 디저트까지 할 여력이 없어 디저트는 발주를 하는게 대부분입니다.요즘엔 커피 사업이 확대가 되어 발주형 디저트 쪽도 같이 발전하고 해서
업체만 잘 고르면 직접 만든 것 못지 않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죠.
근데 커피 못하면 디저트도 별로더라. 이거 보는 눈이 저거 보는 눈도 없어요 증말.
커피로도 맛있어서 케익을 별로 안먹고 커피만 다 마셔버려 추가 주문한 검은 고양이 더치 커피
처음 입에 넣으면 별 맛 안나다가 씁쓸한 맛이 퍼지고 삼키면 초코향이 삭 퍼집니다.
디저트 주문하신 분들 한정 녹차 아이스크림
평범한 녹차 아이스크림이지만 맛있는건 맛있는거.
오즈의 마법사.
덜 볶은거라 그런지 신맛이 강합니다.
사실 신맛 나게 볶은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초반에 매료되서 그런지 이 신맛에도 동경하게 된 것입니다.
잔이 이뻤습니다.. 귀여워.
익숙하면서도 신기한 도구들 많더군요.
헝겊으로 된 필터도 있고, 물결 모양 종이필터도 있고
필터 걸티는 플라스틱(이름 뭐더라)도 여러가지 있고.
여러가지 신기한 도구들과 사람들
향긋한 커피내음
구수한 커피맛
희미하게 들리는 재즈
눈, 코, 입, 귀 모두가 풍요로운 카페였습니다.
첫댓글 유민이 덕분에 풍요로운 시간을 눈으로만 즐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