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국인 작가 이창래(39·프린스턴 대학교 인문학 창작과정 교수)씨가 최근 세 번째 장편소설, ‘저 높이(Aloft)’를 발표했다. 미국 사회로 동화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미국 이민자 가족의 내면과 그들이 겪는 가족 해체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주요 언론은 그가 “한국을 배경으로 하던 전작에서 벗어나 미국 전후 문학의 두 가지 관심사를 하나의 이야기 속에 엮어냈다”는 평가로 미국 문학계의 주목받는 한국계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저 높이’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이민 2세. 그의 사별한 아내가 한국계라는 설정이 작가의 탯줄을 희미하게 내비친다. 환갑을 바라보는 제리 배틀(Jerry Battle)은 성공한 이민 2세다. 중산층 집안의 가장인 그는 롱아일랜드의 조경회사를 아들에게 넘겨준 뒤 자기의 중고 소형 비행기를 타는 취미생활을 즐긴다. 하늘에서 보는 지상의 삶은 평화롭고 안온하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려와 직접 발 딛고 살아가는 땅 위의 풍경은 딴판이다.
암에 걸린 딸은 임신하자 치료를 거부하고, 아들은 제리가 물려준 회사를 방만하게 굴리다 파산의 위기로 몰린다. 두 아이가 어렸을 때 정신병을 앓다가 수영장에 빠져 죽은 한국계 아내의 기억도 가족을 무겁게 내리누른다. 양로원에 격리수용했던 제리의 아버지는 탈출해버렸고, 형은 오래 전 월남전에서 전사했다. 아내가 죽자 20년 전부터 사귀어 온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리타와 결혼하려 하지만 이 또한 실패한다.
작가는 리타를 다시 차지하려는 제리의 노력과, 딸의 투병, 연금당한 아버지의 탈출 등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하늘을 나는 그의 중고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평화로운 미국 땅의 풍경과 날카롭게 대비한다. 미국이 앵글로색슨족의 이민국가라는 점, 미국 사회가 가족해체의 위기 속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이번 소설은 미국 독자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야기 곳곳에 음식과 섹스 이야기를 곁들인 것도 이씨의 새로운 시도이다.
이씨는 첫 작품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와 두 번째 작품 ‘제스처 라이프(Gesture Life)’로 뉴요커(The New Yorker)지가 선정한 ‘21세기를 대표할 20명의 작가’ 반열에 오른 작가. 이들 작품은 한인 이민자(네이티브 스피커)와 일제하 종군위안부(제스처 라이프)를 소재로 삼는 등 한국을 배경으로 뿌리 의식을 다뤘다.
이씨는 현재 네 번째 작품 집필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 한국에 왔을 때 그는 “다음 작품의 주제는 6·25 전쟁과 전후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내 아버지가 한인이고 내 아이들도 절반은 내 피를 받은 혼혈이기 때문에 한국은 내게 공기와 같은 것”이라면서도 “한국적 배경을 인정하고 그것을 다루되 보다 높은 이상인 보편적 인간성의 문제에 도달하겠다”고 말했다. ‘저 높이’는 그 의지를 담아 쓴 첫 작품이다.
첫댓글 좋은 자료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차후 방향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