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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구간 산행(20210207)
1. 영월 솔고개 소나무 감상
솔표 우황청심환 상표 사진으로 쓰인 명품 소나무, 수령 300년이라고 한다.
2. 산행과정 영상
어평재-수리봉-군사시설물-만항재-창옥봉-함백산-주목단지-쉼터-중함백산-
자작나무샘터가 있는 쉼터(정암사·은대봉 갈림목)-은대봉-두문동재-너덜샘(은대샘)
산행거리 15.1km, 소요시간 5시간 46분
3. 함백산 바람의 풍경
10시 46분 어평재휴게소 앞에 버스가 멈춘다. 1월 17일 태백산 산행을 위해 이곳에 도착한 시각보다 20여 분이 늦었다. 영월군 중동면 녹전리 솔고개의 명품 소나무를 감상하고 왔기에 그만큼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화방재(일본식 이름)라고 불렸던 해발 936m 어평재에서 이번에는 태백산 북쪽 함백산 산행을 위해 북진한다. 예상했던 기온보다 날씨가 온화하다. 산행 처음부터 산길은 급경사를 이룬다. 수리봉까지 이어진 가파른 급경사를 오르기가 힘겹다. 흑갈색 낙엽송 군락지가 펼쳐지고 뒤이어 물푸레나무와 참나무가 군락을 이룬 산비탈을 올라 수리봉에 도착, 잠시 숨을 골랐다. 수리봉 정상, 태백시 상장산악회에서 세운 표석에는 수리봉의 높이가 1214m로 기록되어 있으나 그 옆 국립공원에서 세운 이정목에는 해발 1199m로 기록되어 있다. 15m는 큰 차이가 나는데 어느 것이 올바르게 측정한 것일까?
수리봉에서부터 만항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눈길이다. 가볍게 미끄러지고 눈덩이 속에 푹 빠지기도 하며 눈길 산행을 즐겼다. 산죽군락지와 낙엽송군락지를 지나 군사시설물이 있는 곳에 올라서면 드디어 함백산이 눈에 들어온다. 군사시설물 울타리를 오른쪽으로 돌아 군사시설물 정문 앞 광장을 거쳐 만항재에 이르렀다. 만항재라는 지명은 원래 능목재(늦은목이재)라고 불리던 이름을 한자말로 '晩項(만항)'이라고 붙인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만항재는 휴전선 남쪽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가장 높은 고개로서 해발 1,330m, 우리나라 최대의 야생화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만항재 표석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근년에 세워진 함백산 시비가 있는 곳에 이른다. 함백산은 북쪽에 듬직하게 솟아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창옥봉 오르는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미끄러운 눈길을 걸어 고도를 높인다. 해발 1238m 창옥봉을 지나 그 아래 눈밭에서 점심을 25분 동안 즐겼다.
창옥봉에서 내려가면 넓은 빈터, 함백산이 정면으로 우뚝하다. 그곳에 함백산 기원단이 세워져 있다. 태백 광산지역 막장의 광부들이 잦은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자 가족들이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했던 곳이라 한다. 살아가기 위한 서민들의 몸부림과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그 가족들의 정성이 깃든 함백산 기원단은 비극과 희망의 장소이다. 이 기원단에서 함백산 산신께 제(祭)를 올리는 민중들의 모습과 소리를 환각한다.
함백산 등산로 입구, 이곳에서 정상까지 1km 거리다. 남쪽 산비탈에 쌓인 눈들이 따뜻한 햇볕에 녹아서 졸졸졸 흘러내린다. 그 모습과 소리가 경쾌하게, 봄의 골짜기 물처럼 흐른다. 비탈에는 묏버들이 벌써 겨울눈 껍질을 벗겨내며 꽃망울을 틔웠다. 봄이 왔군. 봄이 어디서 올까? 봄은 묏버들 가지 끝에서 시작되어 묏버들 꽃으로 피어난다.
힘겹게 차근차근 함백산 급경사 산등성이로 올라선다. 정상 바로 아래에 함백산 설명비가 세워져 있다. 설명비의 내용을 간추려 정리한다. “태백(太白), 대박(大朴)과 함백(咸白)이라는 말은 모두 ‘크게 밝다’는 뜻이다. 함백산을 묘범산(妙梵山)이라고도 이르는데, 묘범산은 묘고산(妙高山)과 같은 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須彌山)과 같은 뜻이다.” 으음 그렇군. 불교의 묘범산·묘고산·수미산에 해당하는 ‘크게 밝은’ 함백산(咸白山) 정상에 올랐다. 첨성대 모양을 한 돌탑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 해발 1572.9m 함백산 정상표석이 세워져 있다. 함백산은 휴전선 남쪽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계방산에 이어 6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한다. 정상 동쪽으로는 KBS 송신소 철탑이 있고, 남쪽으로는 태백산 장군봉에서 부소봉,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미세먼지 탓에 흐릿하게 들어온다.
함백산 북쪽 산비탈을 내려간다. 올라오는 남쪽 산비탈은 봄의 풍경과 봄바람이었는데 북쪽 산비탈은 쌓인 눈과 세찬 바람이 풍경을 이룬다. 가까이 중함백산과 그 뒤의 은대봉과 금대봉이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멀리 비단봉과 바람의언덕 풍력발전단지와 매봉산(천의봉)이 흐릿하게 잡힌다. 지난해 12월 20일 두문동재에서 시작하여 금대봉-비단봉-바람의언덕-매봉산(천의봉)을 산행한 일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그때 저곳에서 이곳을 조망하며 환희했었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저곳을 조망하며 추억에 젖는구나.
주목군락지로 내려섰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주목나무들은 꿋꿋한 의지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모습이다. 함백산 거센 바람의 뜻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어진 나뭇가지들이 바람의 운명을 수용한 듯, 또 달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듯 그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평상이 있는 해발 1469m 쉼터에서 앙증맞은 새 한 마리가 눈밭과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놀고 있다. 무슨 새일까? 박새겠지? 박새(?)가 촐랑촐랑 놀고 있는 모습이 꼬마아이처럼 귀엽다. 집에 와서 이 새의 종류를 추적해 보니 박새가 아니라 동고비였다. 함백산에서 중함백산으로 가는 도중 쉼터에서 만난 동고비 새가 지금도 내 앞에서 폴짝폴짝 뛰놀고 있다. 함백산은 눈 덮인 산길과 거센 바람의 풍경 속에 주목나무들이 삶과 죽음을 넘어선 모습으로 추억된다. 그 추억 속에 우리들의 경쾌한 삶, 온통 기쁨으로 가득한 세상살이를 즐기는 순진무구한 아이 같은 동고비의 모습이 아로새겨져 있다.
중함백산 산비탈을 올라서면 중함백산 직전의 암봉에 이른다. 이곳에서의 함백산 조망이 으뜸이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인 함백산 모습이 겨울 산봉우리의 기상을 보여준다. 거센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우뚝한 근골의 함백산이 세파에 찌들어 약해지는 사람들에겐 어떤 표상으로 비칠 것이다. 이곳에서 잠깐이면 중함백산 정상에 이른다. 그런데 정상에는 중함백산을 표시하는 어떤 표지도 없다. 두문동재4.4km, 해발 1502m 이정목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바윗돌들이 있는 중함백산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은대봉-금대봉-비단봉-바람의언덕-매봉산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또한 절경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투명한 풍경을 감상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내려가는 비탈길에 눈이 더 쌓여 있다. 미끄럼을 타고 눈구덩이에 푹푹 빠지는 놀이도 즐기며 은대봉까지 길에 이어지는 능선을 걸어간다. 중함백산에서 1.2km를 걸어 평상이 두 개 설치되어 있고 해발 1301m 이정목이 세워져 있는 쉼터에 이른다. 여기가 자작나무샘터가 있는 곳으로, 서쪽 정암사와 적조암으로 내려가는 갈림목이다. 이곳에서 지루한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산죽군락지와 참나무 숲의 눈밭을 헤치며 다시 고도를 높인다. 쉼터에서 1.9km를 걸어 오르니 넓은 헬기장, 해발 1442.3m 은대봉(銀臺峰)이다.
함백산은 5대 적멸보궁 중의 한 곳인 정암사(淨岩寺)를 품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에 자장율사가 정암사를 창건했다고 하는데, 이때 금탑, 은탑, 수마노탑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금대봉(金臺峰)과 은대봉(銀臺峰)은 정암사의 금탑과 은탑에 해당하는 산봉이라 이르면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은대봉에서 1.3km 아래 두문동재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산행의 모든 과정을 끝낸 듯이 마음이 가볍다. 미끄러지듯 쉽게 두문동재로 내려가는데, 두문동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듯 환상적인 풍경이 앞에 펼쳐진다. 가까이 금대봉이 아담하게 볼록하고 그곳에서부터 북동쪽으로 비단봉-바람의언덕-매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포근하게 에워싸고 산행의 모든 피곤을 씻어낸다. 금대봉에서 우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소의 등처럼 편안하게 북서쪽으로 내리벋는다.
싸리재라고도 이르는 해발 1,268m 두문동재로 내려섰다. 지난해 12월 20일 두문동재에서 금대봉-비단봉-매봉산-피재에 이르는 산줄기를 산행한 뒤 달포를 지나 다시 두문동재에 이르렀다. 고려 충신들이 조선 건국에 반대해 벼슬살이를 거부하고 유배당한 공양왕을 알현하러 삼척에 왔다. 삼척에서 공양왕을 알현한 뒤 이 고개를 넘어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고개 아래 마을에서 은거하며 두문불출(杜門不出)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고개를 두문동재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두문동재에서 백두대간 산줄기 산행은 끝났다. 이제 송백산악회 임시본부를 찾아 옛 두문동재 길을 따라 동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앞에서는 비단봉과 바람의언덕, 매봉산이 마중한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너덜샘(은대샘) 표석이 있는 곳 앞 넓은 터에서 산행을 마쳤다.
함백산 바람의 풍경을 그리며 막걸리를 마셨다. 하얀 눈밭에 바람의 풍경이 새겨진다. 주목나무들이 운명에 순응한 듯도 하고 운명을 거역한 듯도 한 모습으로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의 세월을 이어가고 있다. 그 풍경 속에 동고비가 명랑쾌활하게 날아다닌다. 동심(童心) 같은 삶이 함백산 바람의 풍경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첨부
1. 함백산 시비(咸白山詩碑)
지은이 : 곡죽(谷竹) 최인수(崔仁洙)
함백산하 만첩봉(咸白山下 萬疊峰)은 여명(黎明)에
운무(雲霧) 이불 허리 덮고
검푸른 봉(峰) 머리 모아 아직도 단잠인데
동트며 솟는 햇님 찬란(燦爛)한 아침 햇살
이곳 먼저 비추시니 이것이 일백(一白)이요
한나절 햇님 이고 스르르 낮잠 들면 하늘에서 놀던 구름
소리 없이 내려와서 잠든 함백(咸白) 휘감으니
이것이 일백(一白)이요
햇님 종일(終日)토록 세상만물(世上萬物) 생성(生成)타가
함지(咸池)에 드시면서 거룩하신 큰빛 노을 다시 함백(咸白) 밝게
하니 이 아니 일백(一白)이며
햇님 들고 어스름에 행여 이곳 어둘세라 달님 서둘러서
은하수(銀河水)에 세수(洗手)하고 맑게 밝게 웃으시며
여기 먼저 오시니, 이 또한 일백(一白)인데
억겁(億劫)토록 세인(世人)들은 크고 밝은 이곳 일러
함백산(咸白山)이라 불렀더라
2019. 12. 20
2. 함백산 기원단
태백산 천제단은 국가의 부용과 평안을 위해 왕이 천제를 지내던 민족의 성지인 반면 이곳 함백산 기원단은 옛날 백성들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소원을 빌던 민간 신앙의 성지였다고 전해오며 과거에는 함백산 일대에 석탄이 많아 광부 가족들이 함백산 주변으로 이주하게 되었으며 광부들이 지하막장에서 석탄을 생산하던 중 잦은 지반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가족들이 이곳에 찾아와 무사안전을 위해 정성을 다하여 기도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소중한 자연유산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시고 청결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3. 함백산 설명비
백두대간 함백산 해발 1,572.9m
함백산은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에 있는 해발 1,572.9m의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6번째 높은 백두대간의 대표적인 고봉 가운데 하나다.
함백산은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이 저술한 산경표에 대박산으로 기록되어 있고, 정선총쇄록에는 상함박, 중함박, 하함박 등의 지명이 나오는데 왜 함백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태백(太白), 대박(大朴)과 함백(咸白)이라는 말은 모두 크게 밝다'는 뜻이다.
척주부에 보면 (臺南有上咸白中咸白下咸白上下有本寂深寂妙寂隱寂庵今或廢)라고 하였으니 함백산은 봉우리가 셋이다. 상함백은 두문동재 남쪽에 솟은 은대봉을 말하고 중함백은 은적암 뒷봉우리이며, 하함백은 지금의 함백산인 것이다.
허목(許穆)의 미수기언에 보면, (太白山新羅北岳文殊大朴二臺虞南虞檢麻羅邑白山皆大山)
『태백산은 신라 때 북악인데 문수, 대박의 두 봉우리가 있고 우보산, 우검산, 마읍산, 백산 등이 다 태백산이다.·』라고 하였으니 함백산은 현재 태백산보다 높지만 태백산의 한 봉우리였던 것이다.
삼국유사에서는 함백산을 『묘범산(妙梵山)으로 기록하였는데 묘범산은 묘고산(妙高山)과 같은 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須彌山)과 같은 뜻으로 대산이며 신산으로 여겨 본적암·심적암·묘적암·은적암 등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함백산 북서쪽 사면에는 서기 636년 신라 선덕여왕 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정암사(淨岩寺)가 있는데 문수보살의 계시에 따라 갈반지를 찾아 큰 구렁이를 쫓은 후 그 자리에 적멸보궁(강원도문화재자료 제32호)과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을 세우고 석가모니의 정골사리를 모셨다고 하며, 적멸보궁 옆 주목나무는 자장율사가 꽂아둔 지팡이가 살아난 것이라며 선장단이라 부르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고, 일명 작약봉이라 하여 산속에는 흰 진달래 그 밖에 흰 짐승과 꽃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함백산의 야생화는 국내 최대규모로 군락을 이루고 계절마다 다양하고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몇 번 방문했던 사람도 늘 새로움을 기대하며 찾아온다.
"불의 나라” - 산속에 대량의 석탄이 매장되어 있어 산 주위에는 국내 굴지의 탄광이 모여 있다.
“물의 나라” -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에 하루 5000톤의 물이 솟게 하는 물줄기의 으뜸이다.
“천상의 화원” - 흰색의 철쭉과 흰색의 동식물 및 많은 종류의 다양한 야생화가 서식하고 특히, 금대봉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꽃과 자생식물을 촬영하려는 생태탐방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태백시 상장산악회에서 세원 수리봉 표석 해발 1214m, 그런데 그 옆 국립공원 이정목에는 해발 1199m로 기록되어 있다.
첫댓글
수리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