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우리가족의 연례행사(?)인 지리산등정을 2010년도에는 2번이나 다녀오게 되었다.
여름에 이어서 처음가보는 겨울 산행까지 총 2번.
나름 지리산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해서 이번 겨울 산행도 우습게 보는 마음이 적지않게 있었는데, 그건 매우 큰 착각이었다.
가슴까지 쌓인 눈,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매서운 추위... 여름 산행과는 비교자체를 거부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자갈길같은 곳에서는 눈이 쌓여서 오히려 쉽게 가기도 하였지만, 역시 힘든것은 힘든것.
아침 9시정도에 전주에서 남원까지 가는 차를 타고 정류장에 도착하니, 인월까지 가는 버스가 30분정도 뒤에 있다고 하여 설치된 tv를 보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었다.
해찬이는 그새 밖으로 나가서 고드름을 떨어뜨리고 있길래 아버지랑 나도 같이 눈으로 고드름을 떨어뜨리며 놀고있자니 조금 뒤에 버스가 도착하였다.
막상 버스를 타고 인월까지 가니까 음정마을 가는 버스가 2시간 뒤에 있다고 하는게 아닌가?
할 수없이 남는 시간동안 밥이나 먹으러가자는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지난 가족 산행때 한번 들렸던 고깃집에서 흑돼지를 구워먹고 가게에서 죽치고 있자니 버스시간이 30분정도 밖에 남질 않았다.
정류장에서 해찬이와 눈싸움을 하다가 도착한 버스를 타고 음정마을에 도착!
우리처럼 산행을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여러명 있었는데, 우리랑 같은 길로 올라가는 남매팀이 아버지와 대화를 조금 나눴다.
대략 이쪽이 통제를 않해서 여기로 가보는 중이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아이젠을 신고 올라가자니 뒤에 남매팀이 않보이는게 아닌가?
아무래도 그냥 포기하고 내려갔나보다 하는 대화를 아버지랑나누면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눈이 무릎정도까지 쌓였지만, 그다지 어려울건 없어서 처음에 아버지가한 '겨울 산행은 장난 아니다'라는 것이 너무 과장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해가지기 시작하면서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고 장갑 목부분으로 눈이 들어오자 너무 추워서 손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마지막 300m는 눈이 쌓인 급경사라 발이 푹푹 미끄러지고 해찬이는 짜증내고 나도 짜증나고~ 어떻게 어떻게 벽소령 산장에 도착!
하지만 오자마자 산장 입구부근에 보이는 국립공원 관리공단 아저씨의 실실 웃는 듯한 모습...
"추우실 테니까 일단 들어오세요"라고 하는데, 아무리봐도 벌금 뜯을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었다.
다들 들어오니 용지를 하나 내밀면서 아버지에게 적으라고 요구하는 관리요원 아저씨.
하지만 상대를 잘못파악했다.
아버지는 벌금이 억울하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대자, 관리요원 아저씨도 벌금을 내야하는 이유를 말하면서 말꼬투리잡기에 들어갔다.
거의 10분여간에 걸친 논리싸움(?)은 아버지의 승리로 돌아갔고 우리일행만이 벌금을 내지않고 대피소에서 머무를수 있었다.
다음 날은 아침6시경에 일어나 일출을 보고 아침을 라면으로 때운뒤 원래는 노고단 산장 방향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그쪽은 아무도 가질 않았는지 러셀이 되있질 않아서 할 수 없이 세석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눈속으로 발이 푹푹 들어가고 전자 온도계도 추워서 켜지지 않는 날씨 속에서 수시간을 걸은 끝에 마침내 세석에 도착하였다.
이전까지는 전부 세석에서 하룻밤을 묵었지만 이번 산행은 예약도 않됬었던 데다가, 내려가기로 결정한 관계로 점심만 이곳에서 먹고 의신 마을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청학동 가는 방향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길이 나있었지만, 의신마을 가는 방향으로는 아무도 가질 않았는지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아버지가 앞장서고 해찬이가 중간, 내가 맨 뒤에서서 가는 도중에 아버지가 '더 캐니언' 이라는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떠오르셔서 우리들에게 바위틈에 발이 빠지면 절때 억지로 빼지말고 그자리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였는데, 역시 말이 씨가된다고 해찬이가 바위틈에 발이 끼어버렸다.
다행히 신발을 벗는 방법으로 발을 뺄수 있었는데, 그 다음엔 바로 내가 바위에 발이 끼고말았다.
아까처럼 꽉 낀건 아니어서 아버지가 잡아주는 정도로 뺄수 있었지만, 막상 당해보니 눈앞이 순간 아찔하던게 역시 말의 힘은 무섭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의신마을로 내려왔을때 다행히도 다음 차가 막차여서 그 차를타고 쌍계사 방향으로 내려가서 정류장에서 전주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처음해보는 겨울 산행도 꽤 괜찮았던것 같다.
이러다가 매년 2번씩 산에가게 되진 않을까 걱정도 되고 ㅎ
첫댓글 아빠하고 다른 구성으로 쓰여진 것이라 더 재미있는데!
강산!!! 홧팅!!!
아니. 벌써, 그 힘든 지리산 겨울산행을 해치우다니!!!
앞으로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도 거뜬하게 해치울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얻었군요
축하!! ~~~~~이게 다 훌륭하신 아빠 덕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