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연어 파동, 그 후 호텔 측 묵묵부답 가운데 ‘아질산염’ 둘러싼 의견 분분
지난해 12월 말, 서울시내 특급호텔 세 곳의 레스토랑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요지는, 연어에 발암물질인‘아질산염’이 포함된 피클링솔트를 첨가해 판매했다는 것. 소비자들은 특급호텔의 위생체계에 마저 불신을 갖게 됐다며 즉각 반응했고 일각에서는 ‘아질산염’의 안전성에 대해 피력하며 소비자들을 진정시키는 데 한 몫하고 있다. 해당 사건과 현재 호텔의 반응 그리고 ‘아질산염’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상이한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취재 박지현 기자
식약청, 26개 일반음식점 등 점검 3개소 호텔 내 레스토랑 적발
지난 연말, 특급호텔의 레스토랑 세 곳이 연신 소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서울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뷔페음식을 조리 및 판매하는 음식점 26개 업체를 점검한 결과, 훈제연어에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아질산염’이 함유된 첨가물, ‘피클링솔트’를 가미한 호텔들이 적발됐고 삽시간에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해당 호텔의 레스토랑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의 ‘하바나’, 노보텔앰배서더 강남의 ‘비스트로’, JW 메리어트 서울의 ‘메리어트 카페’이며 이 레스토랑들은 연어의 색상을 선명하게 하기위해 이같은 첨가물을 뿌려 3시간동안 숙성시킨 후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평소 해당 특급호텔을 자주 이용하던 고객 A씨는, “저렴한 곳과는 거리가 있는 호텔에서 이렇게 상식 밖의 처사를 할 수 있는지 충격이 크다. 그저 색이 곱다며 맛있게 먹은 소비자로서 우롱 당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해당 호텔, 묵묵부답으로 일관
호텔은 현재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와중 한 관계자는 “막상 당사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고 있다. 검출 수치도 낮았고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면서 “식약청에서 다소 지나친 적발을 자행한 케이스로서 사후관리라 할 만큼 특별한 주의 또한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색이 특급호텔인데 질이 안 좋은 연어를 신선하게 보이려고 일부러 피클링솔트를 과다첨가하진 않는다”면서 “또한, 검출된 아질산염의 수치는 해외의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국내 기준치에 부합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해당 호텔의 훈제연어는 검사 결과에서 기준치(기준: 불검출) 이상의 아질산이온이 각각 6.6ppm(메리어트카페), 23.5ppm(비스트로), 4.2ppm(하바나)이 검출 되어 연어는 압류 후 폐기되었고 행정처분으로 1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호텔 업장의 특성상 장시간 문을 닫는 것이 여의치 않아 과태료로 대신하고, 즉시 정상영업에 복귀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피클링솔트는 무엇?
그렇다면 피클링솔트는 무엇일까. 피클링솔트(Pickling Salt)는 정제염 90.6%, 아질산염(발색제)8.4%, 탄산나트륨 1.0%로 구성되었으며 아질산염이 소금대신 음식에 다량 첨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리 아질산염과 소금을 적당히 혼합하여, 사용자가 일정한 비율로 제품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해당 사건이 이렇듯 크게 불거진 것은 피클링솔트에 함유된 아질산염 때문인데, 아질산염은 실제로 발색의 효과 이외에도 항산화 및 미생물 성장억제 등의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기 때문에 일부 햄이나 소시지, 명란젓, 연어알젓에는 사용이 허용되고 있는 첨가물이다.
아질산염을 둘러싼 입장 상이해
한편, 이러한 아질산염의 안정성 여부에 대해서도 견해가 분분하여 주목된다. 소비자단체인 ‘환경정의 다음지킴이국’ 신권화정 팀장은 “지난 2008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에 따르면 아질산염은 폐를 손상시킬 수 있는 활성질소종을 만든다. 일정 농도 이상 섭취하게 되면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이 산화돼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 능력을 상실시키는 ‘메트헤모글로빈’을 형성하여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아질산염이 첨가된 가공육은 대장암과 직장암의 발병위험을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세계암연구기금에서는 가공육의 섭취를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질산염에 대한 위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과 불안은 고조되어 있다. 정부나 업계에서는 ‘안전하다’, ‘기준치 이하다’ 등 위해편익 분석적 입장이 아니라 새로운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릉원주대학교 식품과학과 이근택 교수는 이에 반기를 든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피클링솔트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아질산염 자체는 발암물질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아질산염은 일반 식이성 채소 등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채소를 통한 아질산염의 농도는 육가공품을 통하여 섭취하는 아질산염의 양보다 약 300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알려진 것과 달리 아질산염은 단지 이차 아민과 결합될 때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을 형성할 수 있는 소위 ‘전구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호텔, 식품위생법에 정해진 기준과 규격 철저히 지켜야
아질산염의 안전성을 피력하는 전문가가 있다고 해도 호텔 측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혐의를 벗을 수는 없다. 사실상 식품공전에 명시된 바와 같이 ‘훈제연어’에는 아질산염의 사용이 불허돼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훈제연어에 허용되지 않은 아질산염을 첨가한 것은 법에 저촉하는 행위”라면서 “그러나 ‘발암물질’이 첨가된 아질산염을 연어에 사용했다는 보도는 분명 과장된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한 잘못된 처사”라고 판단했다. 앞서 언급했듯 아질산염은 식품보존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가령, 첨가가 허용된 어육연제품, 젓갈 등에 이용할 경우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는 이를 대체할 물질이 없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아질산염을 첨가했다고 하더라도 제품을 13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 시에는 니트로사민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데, 일상적으로 비가열상태로 섭취하는 훈제연어의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이 교수는 이어, “식품첨가물은 국내 식품위생법에 정해진 기준과 규격에 맞추어 사용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금번 불거진 호텔 연어 건은, 훈제연어에 첨가된 아질산염 자체의 독성 여부를 떠나서 아질산염을 통하여 색을 좋게 만들어 줌으로써 소비자들이 품질을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가 발발한 것은 일부 업계에서 식품첨가물 기준을 무시하고 임의로 사용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되었으며 아무리 호텔에서 해당 첨가물을 관행적으로 사용했다고 해도 관용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통상 피클링솔트는 제품을 소금과 후추 및 각종 허브를 넣으면서 염지하는 단계에서 첨가된다. 물론 호텔에서 직접 제조하는 ‘홈메이드’ 방식일 경우 호텔 측에서 하는 절차지만 이미 염지된 제품을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호텔도 있다. 모 특급호텔 위생 담당자는 “금번 적발된 호텔들 중 이미 염지된 연어를 공급받은 호텔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텔 측이 과실을 면할 수는 없다”면서 “조리사들이 이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검수과정에서 어떠한 성분이 연어에 포함되어 있는지 자세히 명시돼 있는 ‘시험성적서’를 받아보게 된다. 이처럼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연어였다면 구매단계에서 미리 파악을 했어야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호텔 내 담당자의 문책체계를 강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홈메이드 연어를 판매한다는 모 호텔의 주방관계자는 이에, “호텔에서 연어라는 품목은 대부분 뷔페 메뉴로 나간다. 특히 연회가 잦은 연말에는 몇 배수의 연어를 염지하게 되는데 사실상 이처럼 수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레시피, 즉 피클링솔트 첨가배율을 지키기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호텔의 위생섹션 관계자는, “호텔 측에서 아무리 위생을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적발목적으로 달려들면 당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사실, 확대 해석된 면이 많다. 개도(開導) 위주의 단속이 필요한 위생업장에 실적 위주의 단속만 자행한다면 개선의 여지보다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 출처: Hotel & Restauran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