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식 (열린의정뉴스 발행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총장직을 사퇴했다. 윤 총장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층 현관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합니다”라며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은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분명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그 댓가로 문재인으로부터 검찰총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윤석열 사퇴 이유는...중수청 논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임기는 올해 7월까지지만 2021년 3월 4일 사퇴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여권에서 중대범죄수사청을 추진하며 유행어처럼 밀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로 맞받아쳤다. 사퇴 입장문에서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하며 사퇴했다. 이런 사의 표명에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1시간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고 한다. 다른 경우와 비교될 정도로 빠른 이번 사표 수리 또한 이슈가 됐다.
윤석열과 대립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추미애, 조국 전 장관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비판에 함께 했다.
윤석열 사퇴에 대해 토사구팽(兎死拘烹) 당했다는 말이 나온다.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라는 뜻으로 즉, 필요(必要)할 때 요긴(要緊)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苛酷)하게 버린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에 대해 토사구팽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다.
총장 자리에 오른 윤 총장은 정권을 향해 칼을 겨눴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사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법무부장관들과 잇따라 대립각을 세웠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과는 조국 전 민정수석 수사로 마찰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조 전 민정수석 자택 압수수색 당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선처가 될 수 있겠느냐”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윤 전 총장은 “저한테 선처하란 뜻은 아니었다”면서도 “박 전 장관이 이렇게 중요한 것은 사전에 보고를 하지 그랬냐는 취지로(말했다). 저는 압수수색 같은 사전기밀사항은 법무부에 한 번도 보고 드린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은 코링크PE를 둘러싼 불법 재산증식 의혹과 자녀 학사비리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박 전 장관의 후임으로 조 전 장관을 지목했고 야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은 임명장을 받았다. 그러나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고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단연 윤석열 전 총장이 꼽힌다.
▷추미애와 윤석열의 지긋지긋한 1년 이상 전면전,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국 전 장관과의 갈등은 추미애 장관으로도 계속 이어졌다. 추 전 장관은 라임•옵티머스 비리 사건 수사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직접 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해 버렸다.
추미애 전 장관은 친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임은정 부장검사를 대검 감찰연구관으로 보내는 등, 윤 총장을 고립시키는 인사를 계속 단행했다.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의 갈등은 지난해 말 직무배제, 징계회부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결국 행정소송까지 간 끝에 윤 전 총장은 직무복귀에 성공했다. 법원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중립성을 유지될 수 없다”며 검찰총장의 직무독립성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라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으로 바뀌었어도 윤 총장은 검찰인사에서도 배제되었고 추미애 장관에 이어 박 장관도 역시나 였다.
▷사람에 충성 안한다.
▷중수청 논란에 결국 사표
윤석열은 정치검사가 아니었다. 그를 뿔나게 만든 건 문정부가 검찰개혁 프레임에 가둔 결과 윤석열을 식물총장으로 만들고, 쫒아내지 못해서 안달을 하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구실로 현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니 못 마땅한 것 같아 마지막 중수청이라는 카드를 꺼내니 그는 더 이상 검찰을, 아니 나라를 망가트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퇴임을 결정한 것 같다.
윤석열 전 총장은 퇴임 전날 초임검사로 발령받은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정치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퇴임 4일 후 2021년 3월 8일 1년 남은 대권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이 현상을 두고 여권에서는 ‘윤석열이 뭐길래’하지만 그는 법조인이었던 이회창, 황교안 씨와는 다른 행보와 배짱과 무게감이 있다.
前 여권의 실세인 정대철, 김한길 씨를 만나고 정치를 폭넓게 배우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야당에서도 별을 잡은 것 같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제발 진보, 보수를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직 국민과 국가만을 생각했으면 한다.
이 정부의 최대 실책인 부동산 문제가 터졌다. LH공사 직원의 땅 투기 의혹에서는 윤석열은 공적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행위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하여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전두환 정권 때보다 더 심한 것 같아 분노가 앞선다.
이 정권은 모든 것이 다 전 정권 탓으로 돌리기에 국민이 뿔났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8년 집권하면서 매번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온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기자가 그에게 “왜 같은 옷만 입냐?”고 물으니 그는 “나는 모델이 아니고 나는 공무원”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공무원을 아니 책임 있는 정치인을 만날 수 있을지 겸손과 절제와 배려가 몸에 밴 정치인을 우리는 빨리 만나고 싶다. 차기 대통령은 과연 누가 될 것인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