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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아래 복 받은 땅 풍기에서 만난 탐스런 사과. |
소백산 아래 풍기는 복 받은 땅이다. 예언서인 정감록에서 ‘십승지지’ 중 첫 번째로 꼽은 이곳은 난리를 피해 살 수 있는 땅을 나라 안에서 10곳을 꼽았는데
그 중 풍기읍 금계동을 으뜸으로 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풍기는 고려 때 거란과 몽고의 침입,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도
큰 피해가 없었고 6.25도 그저 스쳐가는 정도였다. 그런 풍기를 세상에 알린 것은 소백산이 첫째고, 그 다음으로 사과와 인삼, 인견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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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따기 체험에 나선 학생들. |
◇일교차 커 당도 높은 사과
풍기는 돌이 많은 산간분지여서 홍수가 들지 않고, 소백산맥에 가려 때때로 녈비(지나가는 비)가 내려 가뭄이 없다. 이런 기후와 함께 모래가 섞인 토질에서 사과재배가 잘 돼 1922년부터 과수원을 일궜다. 백두대간의 주맥인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분기하는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이곳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맛과 향이
뛰어나고 성숙기에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지난 추석에 맞춰 홍로가 나왔고, 좀 있으면 홍옥, 아오리와
함께 꿀이 박힌 부사 등이 줄을 잇는다. 특히 쓰가루(아오리) 품종은 서울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인기를 독차지할 정도로 달고 맛있다는 평이다. 풍기사과는 올해 수확량이 많아 한 상자에 2만원 선에 거래되고, 좋은 품종은 4만원까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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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인삼센터 한 켠에 가지런히 정리된 인삼. |
◇내륙의 제주도 ‘풍기’
풍기는 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내륙의 제주도’라 불렸다. 바람과 돌은 험준한 소백산이 북쪽을 막아서 그렇다 치고 여자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인견이다. 풍기 인구는 현재 1만3000명이 채 안 된다. 그 중 80% 이상이 100년 안에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과 그 후손이다. 6.25때 평안도 명주와 항라의 본고장인 영변과 덕천에서 피난 온 그들은 솜씨를 그대로 이어 지금도 풍기 곳곳에서
인견을 뽑고 있다.전국 읍 단위 중 가장 많은 공장이 있고, 거기서 일하는 여자가 많아 그렇게 불리게 됐다. 풍기읍에서는 지금도 150여 업체가 연간 1억5000만 야드의 인견직과 폴리에스테르, 나일론을 생산해 해외로까지
수출하고 있다. 아토피에 좋다는 말이 돌면서 최근 인견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산삼 다음으로 치는 풍기인삼
일제시대 때 일이다. 인삼이 시장에 나오면 개성삼은 열여섯냥, 금산삼은 열냥, 풍기삼은 열여덟냥을 한 근으로 쳐서 협정가격을 매겼다. 1970년 전국의 인삼포장이 통일되기 전 풍기인삼 300g에 다른 지방인삼 375g과 같은 량으로 쳤으니 풍기인삼을 산삼 다음으로 칠만 했다. 풍기인삼은 조선 중종 때인 1542년 풍기군수인 주세붕이 산삼종자를 구해 재배를 장려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인삼 생육에 적합한 기온과 토양에서 자란 이곳 인삼은 다른 지역 인삼에 비해 향이 강하고 유효 사포닌 함량이 높다. 국내 인삼 중 가장 단단해 쪘을 때 덜 쭈글쭈글한 게 큰 특징이다. 최근 신종플루로 ‘면역력 증강에 인삼이 특효’ 라는 소문이 돌면서 풍기인삼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풍기 인삼시장의 매출이 예년보다 50%이상 늘고 인삼(수삼) 공급 가격도 채(750g)당 최고 5000~6000원까지
상승했다. 53개 판매소가 몰려 있는 풍기읍 서부리 일대 인삼시장의 경우 주말이면 1000여 명씩 몰려 인기를 실감나게
한다. 소매가격은 20뿌리 한 채에 2만원선, 12∼15뿌리 3만5000원, 9∼10뿌리 4만2000원선, 5뿌리 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 여행정보 △가는 길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영동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나와 풍기IC로 빠지면 대부분 20-30분 안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열차는 청량리에서 중앙선 무궁화호 풍기.영주 행이 하루 8차례 다닌다. 고속버스는 동서울이나 강남에서 1일 40회 다니고 2시간1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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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부석사. 오른쪽이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무량수전. |
△둘러 볼 곳 풍기는 소백산 이외에도 가을에 찾을만한 곳이 많다.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부석사는 은행나무와 사과밭이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의 소나무 숲과 선비촌, 가을 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죽령 옛길 등이
손꼽힌다. 물이 휘감아 나가는 전통마을인 무섬마을과 이퇴계, 주세붕 등이 거닐었다는 죽계계곡 등도 둘러볼만하다.
△쉴 곳 옥녀봉자연휴양림(054-639-6543)과 소백파크관광호텔(054-634-7800), 풍기관광호텔(054-637-8800) 외에 지역별로 모텔들이 많다. 고택체험을 하려면 선비촌(054-638-6444)이나 괴헌고택(054-848-6510), 우엄고택(054-637-1537) 등으로 연락하면 된다. 농촌민박도 풍기지역을 중심으로 20여곳이 넘는다.
영주시 문화관광과(054-639-60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