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용승 제목 :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2000) 출처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박사학위 논문에서 발췌
침투사고(intrusive thought)는 개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원치 않는 생각들이 반복적으로 의식에 떠오르는 인지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원치 않는 침투사고들을 통제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들을 억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인데, 특정 사고를 억제하려고 시도하면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경우보다 오히려 특정 사고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Wegner, Schneider, Carter 및 White(1987)의 실험을 효시로 사고억제와 관련된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지만 연구 결과들은 일관적이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침투사고 억제에 관한 연구들 역시 다양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침투사고 유형(걱정, 강박사고), 개인 성향(걱정성향, 강박성향, 책임감), 통제 방략(억제, 집중), 실험 절차(요구표현 조건, 자유표현 조건, 기저선 조건)의 차이에 따라 역설적 효과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결과들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역설적 효과는 여러 종속 측정치(자기보고, 생리 측정치)에 다르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본 논문에서는 개인 성향에 따라 침투사고 유형과 통제 방략이 상호작용하여 역설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걱정이나 강박사고와 같은 침투사고는 상당한 불편감이나 죄책감을 수반하므로 의식적인 보고를 꺼려할 수 있고 접근가능하지만 의식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생리 측정치를 사용하여 의식적인 자기보고 이외의 다른 종속 측정치에서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검토하였다. 다음으로는 실제로 불안을 유발하거나 스트레스를 조작했을 때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두드러지는지를 검토하였고,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와 관련된 개인 성향의 중재 효과를 확인하였으며, 강박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보았다. 실험 1에서는 개인 성향(걱정성향, 강박성향)과 통제 방략(억제, 집중)의 차이에 따른 침투사고(주로 걱정)의 역설적 효과를 자기보고와 생리 측정치를 통해 알아보았다. 침투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걱정성향 집단은 자기보고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침투사고에 집중하게 했을 때 걱정성향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침투사고를 많이 보고하였다.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침투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는데, 걱정성향 집단은 침투사고를 억제한 이후에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였고 집중한 이후에 피부전도수준이 감소하였다. 실험 2에서는 접근가능성 가설과 관련하여 불안을 유발하거나 스트레스를 조작했을 때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두드러지는지를 검토하였다. 하지만 가설과는 달리 강박성향 집단은 불안 유발이나 스트레스 조작을 했을 때에 자기보고와 피부전도수준에서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 3에서는 실험 2의 절차에 기저선 조건을 부가하였고, 강박사고의 발생과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책임감이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알아보았다. 가설과 일치되게 책임감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강박사고를 억제한 이후에 강박사고의 보고가 증가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 강박성향이 높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강박사고의 억제 이후에 강박사고의 보고가 증가하였다. 하지만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책임감이나 강박성향과 관련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 4에서는 강박장애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강박사고 억제 실험을 수행하였는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 3의 연구 결과와는 달리 책임감에 따른 역설적 효과가 자기보고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책임감과 같은 개인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시기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보면, 강박사고의 억제 이후에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걱정성향자들이 경험하는 걱정이나 강박장애 환자들이 경험하는 강박사고처럼 자기관련성이 높고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침투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자기보고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정서적 반동 효과). 그리고 대학생이 경험하는 강박사고처럼 자기관련성이 있지만 정서적 각성이 비교적 수반되지 않는 침투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책임감이나 강박성향과 같은 개인 성향을 고려하면 자기보고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인지적 반동 효과). 한편 침투사고 유형에 따라 통제 방략이 다를 수 있는데, 걱정성향자들은 걱정이 대부분인 침투사고에 집중하게 했을 때 침투사고를 많이 보고하였지만, 집중 이후에 피부전도수준이 오히려 감소하였다. 이러한 측면은 걱정성향자들이 걱정하기와 같은 통제 방략을 통해 걱정과 관련된 부정적인 정서 경험을 차단한다는 Borkovec(1994)의 주장을 지지한다. 그러므로 걱정이나 강박사고와 같은 침투사고의 통제에 관한 연구는 침투사고 유형, 개인 성향, 통제 방략, 실험 절차, 종속 측정치의 차이 등을 체계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침투사고 통제 연구의 임상적인 함의와 본 연구의 제한점을 제시하였다.
서 론
침투사고(intrusive thought)는 강박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와 건강염려증, 우울증 등 여러 정신장애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인지적인 현상이다(Wells & Davies, 1994). 강박장애 환자들은 성적인 내용의 생각, 공격적이거나 난폭한 행위에 대한 생각, 신성모독적이거나 도덕관념에 반하는 불경스러운 말이나 행위, 혐오스러운 장면이나 상황에 대한 생각, 오염 및 감염에 대한 생각 등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인해 심한 불안과 불편감을 경험한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직장이나 집안 일, 가족의 건강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것들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길한 기대와 염려를 하며 항상 걱정에 시달린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들은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 폭행과 같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후에 이와 관련된 고통스러운 침투사고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경험한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뚜렷한 근거없이 신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암이나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Rachman(1981)은 침투사고를 '반복적이고 수용하기 어려우며, 원치 않는 사고, 이미지, 충동 등으로, 진행 중인 활동을 중단시키고, 내부로부터 일어나며, 통제하기 어려운 인지'라고 정의하면서 침투사고를 주로 강박사고에 국한하고 있다. 하지만 침투사고는 강박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불안장애에서 나타나며, 거의 모든 정상인들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Freeston, Ladouceur, Thibodeu, & Gagnon, 1991, 1992; Purdon & Clark, 1993, 1994; Wells & Davies, 1994). 그러므로 침투사고는 특정 정신장애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의도와는 무관하게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인지적인 현상에 관한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치 않는 침투사고를 통제하는 한 가지 방략은 그것들을 억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사고억제(thought suppression)는 '특정 사고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정의되는데(Wegner, Schneider, Carter, & White, 1987), 특정 사고를 억제하려는 능동적인 시도는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경우보다 오히려 특정 사고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에 관한 연구들은 Wegner 등(1987)의 실험에서 비롯되었다. Wegner 등(1987)은 피험자들에게 흰곰에 관한 생각을 하지 말게 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보고하다가 흰곰에 관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벨을 누르게 하였는데, 이 조건의 피험자들은 처음부터 흰곰을 생각하도록 요구한 조건의 피험자들보다 이후의 표현 조건에서 흰곰에 관한 생각을 더 많이 보고하였다. 사고억제는 일종의 심리 통제(mental control)라고 할 수 있는데, 심리 통제와 관련된 연구들은 사고억제 이외에도, 주의집중(Wegner & Erber, 1992), 기분 통제(Wegner, Erber, & Zanakos, 1993), 이완(Adler, Craske, & Barlow, 1987; Wegner, Broome, & Blumberg, 1997), 통증 통제(Cioffi & Holloway, 1993; Sullivan, Rouse, & Bishop, 1997), 수면(Ansfield, Wegner, & Boser, 1996), 신념(Houston & Wegner, 1993), 자기 제시(Paulhus, 1993), 고정관념(Macrae, Bodenhausen, Milne, & Jetten, 1994), 음주(Palfai, Monti, Colby, & Rohsenow, 1997), 흡연(Salkovskis & Reynolds, 1994), 체중(Harnden, McNally, & Jimerson, 1997)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행되었다. 원치 않는 사고나 기분, 느낌, 감각 등과 같은 심리 상태를 조절하려는 노력은 의도와 반대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이를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원치 않는 사고나 기분 등이 더욱 침투적으로 발생하거나 재현될 수 있다. 이렇게 심리 통제 시도가 실패하는 경우에는 과장된 사고나 좌절감이 동반되어 상당한 불편감을 경험할 수 있고, 신체적인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Pennebaker, Hughes, & O'Heeron, 1987; Petrie, Booth, & Pennebaker, 1998). 본 연구에서는 걱정과 강박사고와 같은 침투사고에 국한하여 이러한 침투사고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할 때 어떤 결과들이 나타나는지를 검토하였다. 걱정과 강박사고는 범불안장애와 강박장애에서 주로 나타나는 침투사고인데, 범불안장애 환자와 강박장애 환자들은 침투사고를 통제하려는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원치 않는 사고들이 침투적으로 떠올라 상당한 불안이나 불편감을 경험한다(Wegner, 1989; Wegner & Pennebaker, 1993). 그러므로 침투사고와 침투사고의 통제에 관한 연구는 범불안장애나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장애와 관련된 심리 과정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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