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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와서 색다르게 경험하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차이다. 먹는 차말고, 타는 차.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어있고 차도를 타고 갈 때도 왼쪽으로만 가기 때문에 이방인들을 무척이나 헛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버스를 타고 다닐 때에는 그런대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다녔지만, 막상 차를 운전하려고 보니 이만저만 헛갈리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한국에서 수출한 현대차 엑센트가 영국에 와서는 운전대는 오른쪽에 붙어있다. 뻔한 사실인데도 나에게는 신기했다.
일본에서 왜 사람들이 죄측통행을 하냐에 대해서, 사무라이들이 니뽄도를 쫘악 뽑을 때, 안 걸리고 바로 잘 뽑을 수 있기 위해서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생각난다. 일본과 영국은 비슷한 점이 많다. 차 운전대가 왼쪽인 것뿐만 아니라...
영국에 와서 차를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담되는 일이다. 일단 값이 만만챦기 때문이다. 월세집값으로 매월 백여만원이 나가버리고 나면, 나머지 돈으로 차를 굴린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돈도 돈이려니와, 여기서는 일단 기름값이 한국보다 더 비싸다 하고, 1년에 30만원 가량의 도로주행세(road tax)를 내야 한다. 물론 고속도로통행료는 없었다. 그것은 좋았다.
나도 돈을 아껴볼 요량으로 차를 안 살려고 마음 먹었다. 왜냐하면 돈도 그렇고, 꼭 차사고를 낼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좌우가 바뀐 것은 둘째치고, 영국에 와서 한인교회 성경공부 모임에 처음 따라 갔다가 만난 분이 차량사고로 인하여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가셨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오신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 뵙는 분인데, 머리 우측부분이 함몰되어, 수술을 통해 푹 들어가있는 모습을 보고 내 자신이 무척이나 아찔했다. 웨메~...애들은 다 유리창 너머로 튕겨나가고 그래도 한가족이 모두 구사일생으로 기적처럼 살아난 가족이었다.
그 사고로 인해 바깥 아저씨는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셨다 한다. 기적을 체험하고 나서는 지금까지 인생전반전 40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의 후반전 인생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한다.
거기다가 나도 좀 아껴볼 요량으로 자전거로 다니기로 했다. 자전거로 영국 일주한다는 말도 안되는 야무진(?) 꿈도 꾸면서..중고자건자포를 두번이나 갔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여러대 잊어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잊어도 속이 덜 아프기 위해 중고를 사기로 했다. 근데 중고 값이 만만치 않았다. 발품을 판 덕에 새 자전거 값이, 휴가철 세일기간이라 운좋게 중고값보다도 더 쌋다. 얼른 샀다. 근데 싼게 비지떡인지, 베트남산이어서 그런지, 조금 운전하다보니 다음날 브레이크 줄이 나가버렸다. 오히려 메이커로 새 것으로 갈아 주었다.
처음 보름간은 버스를 줄창 타고 다녔다. 근데 영국 대중교통요금은 장난이 아니다. 버스요금이 한번 타는데 2000원이 넘는다. 무지 아까웠다. 기차도 마찬가지다. 근데 요모조모 따져서 미리 예약하면 싸게 타는 방법도 있었다. 경쟁체제여서 그런지 보스요금제도도 다양했다. 하루 종일 어떤 버스나 몇번이고 타도 되는 요금제, 주말요금, 몇 정거장만 가는 요금, 게다가 가족표는 어른 2명포함해서 5명이서 하루종일 아무 버스나 몇번이고 맘대로 타는 요금제도 있었다. 가격도 만원정도했다. 버스요금에서마저 가족우대정책이 스며있었다. 또 버밍햄에서 런던까지 3시간 정도 가는 버스값이 3-4만원 하는데, 미리 예매하면 1 파운드(2000원정도)에 갈 수도 있다. 비행기도 미리 예약하면 몇만원에 이태리도 갈 수가 있다고 한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음을 용서하시기를....
근데 자전거를 사기로 마음 먹기 전에 어떤 분의 소개로 한국으로 들어가시는 분의 차를 한번 시승해 본적이 있었다. 10년이 넘은 차인데, 사지는 않더라도 한번 타보라고 하여..근데 오른쪽과 왼쪽이 바뀌어서 영 불안하였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은 것은 별 문제없이 느꼈는데, 한국과 달리 왼쪽 차선으로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커브 돌 때마다 습관을 좇아 차가 계속 오른쪽으로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천관녀를 만나러 가는 유신의 말처럼...상황이 잘 안 맞지만..) 그래 겁을 먹고 차를 포기했다.
보름쯤 지나 갑자기 그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일모레 한국 들어가는데 아직까지 차 안사셨냐고. 변호사분이 사기로 했다가 좋은 차산다고 갑자기 포기하는 바람에 나에게 좀 파격적인 가격에 최종 제안이 온 것이다. 좀 생각해보다 사기로 했다. 사기 전에는 차를 굴리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참 많이도 있었는데, 막상 사고보니 이를 어떻게 운전해야하냐가 걱정이었다.
영국은 일단 차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어있고, 클러치박스가 왼쪽에 있다, 차는 항상 왼쪽 차선을 타고 다녀야 한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우회전은 항상 자유롭지만, 영국에서는 죄회전이 자유롭고 우회전은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나도 아는 목사님이 도로주행 연습을 시켜주셔서 배운 것이지만, 사거리에서 신호가 잇을 경우 우회전을 할려면 파란불일 때 도로 중간정도까지 가서 빨간 불로 바뀌면 그 때 우회전하면 된다. 이것이 무지 어려웠다. 근데 이 말이 무신 말인지 잘 모르겄지라우, 나도 잘 모름시로 안잊어먹을라고 그냥 막 적어붑니다. 널리 이해허시오, 잉
또 라운드어바웃(round about)이라는 요상한 것이 있었다. 얼른 쉽게 말하자면 사방으로 뚤린 로타리 정도라고나 할까. 이것이 좋은 것이 길을 잘못 들어 헤맬 때는 딴 데로 갔다가도 이리 와서 몇번 뱅뱅 돌다가 제대로 길을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섬처럼 보여서인지 island라고도 하였다. 우회전하여 멀리 가려면 안쪽 차선을 붙으면 된다고 한다.
또 영국에서는 중앙선 개념이 따로 없었다. 엄격하게 제한 된 경우말고는, 좌우를 살펴서 차가 없으면 알아서 반대쪽 차선으로 우회전을 해부러도 괜챦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움직이면 아무 말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교통신호 위반해도 잘 안잡고, 속도위반 잡는 경우에도 반드시 전방 몇십 미터 전에 표시를 해야만 하고, 그런 표시가 없는 곳에 속도위반이라고 잡으면 그것은 헌법위반이다. 독일에도 그런 판례가 있다고 후배에게 들은 기억이 난다.
근데 진짜 특이한 것은 쌍라이트 불빛에 대한 해석이었다. 상향등을 깜빡깜빡 두번 켜면 그것은 한국에서는 '야, 쟈샤, 우째 그렇게 운전해' 등등 경고의 표시이지만 , 영국에서는 그것이 아니고, 엉뚱하게도 내가 양보한다는 전혀 뜻밖의 의미였다. 이것 땜에 애먹은 양반이 한두명이 아니란다.
이런 것이 문화의 차이인가, 경제적인 문제보다도 더 겁나게 하는 것은 도로문화의 차이, 아니 습관의 차이로 인한 헛갈림 고(?)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동네인지라, 첨에는 겁 먹었지만 결국에는 하면 다 하게 된다는 것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
첫댓글 아무튼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활자화되어 나오면 이리도 재미있는것을.....교수님덕에 영국경험을 잘 하고 갑니다.다음소식이 궁금합니다.^^
읽어내려가며 제가 오른쪽 좌석에 앉아 운전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했습니다. 어렵네요. 그래도 막상 첨 운전했을때 생각하니 첨엔 누구나 그렇게 겁먹고 시작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역시나 우회전시 파란불일때 앞으로 갔다가.... 뭔말일지?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안전운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