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체결된 이래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헀던 주한미군지위협정이 2002년 한국에서 그 어떤 법보다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을 개정하라는 촛불이 나라 안을 뒤덮고, 나라 밖 멀리서도 촛불을 밝혔다. 그러나 2003년 5월 현재, 한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문제를 뒤로 미루어놓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문제는 전혀 언급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한편 한미양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의 기본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합동위원회 합의사항으로 세부 사항의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2000년 말 개정 이후 2003. 5. 30.까지 노무, 차량관리, 형사재판권, 훈련시 안전조치, 민사청구권과 환경문제에 관한 개선조치들이 합동위원회 합의사항으로 채택되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주한미군지위협정 운영개선사항을 개괄 평가하고, 개선조치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술하고, 개정되어야 할 내용을 살핀다.
Ⅱ. 주한미군지위협정의 운영개선사항
1. 주요 내용
한미양국은 2002. 11. 신효순 심미선 사건에 대한 무죄평결 이후 한국민의 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요구가 매우 높아지자, 2002. 12. 20. 소파 운영개선 한미 특별대책반을 만들고 2003. 5. 30.까지 형사재판권, 민사청구권, 환경, 훈련 등에서 몇 가지 개선점에 합의하였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개선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초동단계 수사협조 강화방안(02.12.27)
- 초동수사시 사고현장에 대한 공동접근 및 공동수사 협력, 미 정부대표의 상시 1시간 내 출석, 신병인도 후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적극 협조, 수사 대상자의 초상권 보호, 수사자료제공 등 상호협조
② 주한미군 훈련 및 차량이동계획 사전통보 등 훈련안전대책 수립(03.05.30)
- 미군측 조치 : 경기북부지역에서 실시되는 4주 단위 미군훈련을 실시 2주 전까지 한국군에 통보, 궤도차량 1대 이상 등 미군차량 이동시 72시간 전 한국군 통보, 운전자의 시야 확보 및 통신장비 개선, 중대급 이상 차량이동시 교통통제소 운용.
- 한국축 조치 : 신효순 심미선 사망사고지점과 무건리 훈련장 진입로 확장 및 안전시설 설치, 훈련장 인근 주민들에게 차량이동계획 전달, 차량 이동 안전통제 지원.
③ 최초 반환예정 2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공동조사실시(03.02.05)
- 용산 아리랑택시 부지, 오산 탄약고
④ 주한미군내 한국인 근로자의 노동쟁의 관련 "중앙노동위 세부 조정절차" 마련(03.02.05)
- 한국 중앙노동위의 조정권한 강화
⑤ 주한미군 개인소유차량 관리개선 및 주한미군의 교통법규 준수 확보(03.04.25)
- 주한미군 개인사용차량을 한국측 직접 관리, SOFA 번호판체제를 일반차량번호체제와 통합, 차적 전산관리, 차량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확인, 교통법규 이행 협력 강화 등
⑥ 미군 비공무중 사고시 치료비, 장례비 등 선지급 신속화 합의(03.05.09)
- 선지급 처리기간 단축(4일 이내) 및 절차 간소화, 이용제고를 위한 홍보협력 등
⑦ 주한미군 음주운전 단속 협조철저 합의(03.02.05)
- 예방교육 철저, 단속거부시 사법처리방침 확인 등
⑧ 주한미군의 반환/공여지에 대한 환경공동조사, 환경오염치유절차 마련(03.05.30)
-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문제 처리절차 제도화, 환경보호에관한특별양해각서에 근거하여 반환공여지에 대한 반환예정일 12개월 이전의 공동환경조사실시, 반환시 미측 부담으로 치유조치 계획·실행.
2. 개선조치에 대한 평가
위 조치는 각 분야에서 문제되어 오던 점을 일정하게 개선하였으나, 본협정과 합의의사록, 양해사항의 틀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세부 사항의 개선만으로는 주한미군지위협정의 불평등성이 제거되었다고 할 수 없다.
가. 형사재판권 분야
우선 초동수사공조와 미국 정부대표 즉시 출석은 사건 발생 후 현장상황파악과 피의자의 진술확보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실무상 긍정적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행 협정은 한미 양국간 재판관할권의 행사와 포기를 불평등하게 정하고 있다. 우선 1차적 재판관할권의 귀속을 결정짓는 공무중 여부의 판단을 미군당국이 발급하는 공무증명서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것부터가 주권국가의 형사재판관할권을 외국 군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어서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한국은 합의의사록 규정에 따라 미군당국의 요청을 대부분 받아들여 비공무사건의 90% 이상의 1차적 재판관할권을 포기해왔으나, 미국은 공무중 범죄 가운데 단 한 번 있었던 신효순 심미선 압사사건에 관한 한국측의 재판권포기요청을 전혀 호의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재판권포기조항은 미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운용되어왔다. 미군의 위험한 훈련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데 미군 당국이 재판권포기에 관한 호의적 고려조항은 미군에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공무중 사건이더라도 한국인이 사망 또는 중상해의 피해를 입은 때에는 한국측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또한 현행 협정은 한국 수사당국의 구금권한을 극도로 제한하여 본협정에 규정된 기소시 신병인도조차도 합의의사록의 규정으로 예외가 되도록 하였으며, 미국 정부대표 참여 없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검사의 상소권을 제한하는 등으로 한국의 사법주권을 유린하고 있다.
이러한 협정 아래에서는, 위 개선조치에 따라 초동수사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더라도, 공무중 사건에 대해 미군당국이 한국측의 재판관할권 포기요청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위험한 훈련 중에 일어나는 각종 범죄들이 방치되고 한국민의 피해가 제대로 구제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또한 미국 정부대표가 1시간 내에 출석하도록 하는 것은 합의의사록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규정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본협정과 합의의사록에 의하여 한국 수사당국의 구금권한이 현재와 같이 제한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증거인멸로 인한 수사미비의 위험을 제거할 수 없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더구나 정부가 개선사항으로 든 것 중 신병인도 후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적극 협조한다는 것은, 이미 2001. 1. 18. 개정시 합의의사록에 신설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를 개선사항에 다시 포함시킨 것은, 합의의사록 개정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미군당국이 한국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나 또는 상당한 개선조치가 있는 것처럼 내보이기 위해서라고밖에 할 수 없다.
나. 민사청구권 분야
위 개선사항은 비공무사건에 대한 미군당국이 지급하는 보상금지급이 그간 미군당국의 독자적 판단과 내부절차에만 맡겨져 장시간이 소요되는 점은 치료비와 수리비 등 사전지급금의 범위에서나마 시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비공무사건에 있어 미군당국의 보상금의 액수가 한국 국가배상심의회의 사정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최종지급에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거나, 한국 정부가 사정금을 우선 지급하거나 미군당국의 지급금과의 차액을 보전하여주지 아니하면, 비공무사건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개선조치에는 미군사유차량에 대한 책임보험가입강제를 거론하였으나, 이는 이미 1968. 7. 3. 제28차 합동위원회 합의사항으로 명시되었다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합동위원회 합의사항의 수준에서 강한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또한 책임보험은 그 지급금에 한도가 정하여져 있어,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온전한 피해배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미군사유차량을 종합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의 간이한 지급방법을 확보하지 않으면, 빈발하는 교통사고에서도 피해자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더구나 공무중 사건에 대하여 한국측이 배상금의 25 - 50%를 부담하여 결국 한국민이 손실을 입도록 하는 협정 규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에는 민사청구권 분야에서 평등성을 확보했다고 하기 어렵다.
다. 환경 분야
위 개선사항은 반환되는 기지에 대한 환경조사를 실시하고 미군측이 그 비용으로 오염을 치유할 것을 정하였으나, 환경오염방지를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미군당국이 한국의 환경행정법규에 구속된다는 점과 오염자부담원칙이 본협정에 명시되어야 한다. 위 개선사항은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명시된 "주한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에 한정되고 더구나 반환시에만 적용되는 것으로서, 미군당국이 시설과 구역을 계속 사용할 때와 그 구역 내에서 자연환경에 대한 파괴가 발생할 경우는 그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위 개선사항은 미군기지를 여전히 광범한 환경치외법권으로 남겨둔 것이어서, 그 한계가 뚜렷하다.
라. 훈련 분야
위 개선사항은 경기북부지역에서 시행되는 훈련에 대해서만 주민들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미군훈련을 위하여 한국측이 도로를 확장개선하고 안전확보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미군의 위험한 훈련으로 인한 주민의 생명, 신체와 재산피해를 막기 위하여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한국측이 즉시 훈련을 중단시키고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였음이 확인되는 경우에 훈련을 재개하도록 하는 등 위험한 훈련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위 개선사항에 의하면 한국측은 통제권은 전혀 가지지 못한 채 미군 훈련에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게 되어, 훈련 분야에서 불평등성은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Ⅲ. 개정될 내용
1. 개정의 원칙
주한미군지위협정이 한미양국간의 호혜성, 평등성을 증진시키고 한국민의 인권과 재산권 보호에 충실하도록 하며, 특히 합동위원회의 공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한다.
2. 형사재판권 관련 규정
(1) 인적 적용범위 : 가족의 개념에서 기타 친척을 제외하여 나토, 미일협정 수준으로 개정.
: 본협정 제1조(다)(2), 제15조 제8항.
(2) 형사재판권
▲ 전속적 재판권 포기조항을 삭제.
▲ 공무증명서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어 합의되지 않을 경우 중재기관의 중재에 따르거나 한국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기도록 함.
▲ 공무증명서가 다투어질 경우 미군당국이 재판절차를 중단하도록 하여 이중위험금지의 원칙 적용으로 추후 대한민국이 재판권을 행사하지 못할 결과발생을 방지함.
▲ 비공무 범죄에 대한 1차적 재판권 포기조항을 삭제.
▲ 공무중 범죄로 인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사망 또는 중상해의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1차적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함.
▲ 재판권포기요청시한의 기산점을 서면통보일로 명확히 함.
(3) 수사협조
▲ 체포 후 신병인도 전까지 충분한 예비수사를 위해 24시간 피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함.
(4) 구금인도
▲ 대한민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하나 미군 당국의 재판권 포기로 대한민국이 기소하는 경우도 구금인도할 수 있도록 함.
▲ 기소전 체포시 계속구금이 가능한 범죄를 확대(법정형 징역 5년/3년 이상의 범죄 등으로)하고, 이 범죄에 대하여는 구금이 필요성이 있으면 기소전이라도 신병인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함.
▲ 기소시 신병인도 원칙이 적용되도록 신병인도를 12개 중대범죄에 한정한 합의의사록 조항을 삭제함.
(5) 재판진행
▲ 소송서류 송달에 관하여 비형사재판절차의 연락기관을 이용하도록 함.
▲ 재판경과를 대한민국에 통보하고, 피해자의 재판참여권,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신설함.
▲ 정부대표참여없는 진술의 증거능력부인, 피고인의 불출석권 및 위신손상을 이유로 한 심판거부권 인정, 검찰의 상소권 제한 규정을 삭제함.
(6) 미군의 한국인 체포
▲ 미군이 한국인을 체포할 경우 형사소송법의 요건과 절차에 따르고 가혹행위를 하지 않도록 정함.
3. 민사청구권 관련 규정
가. 공무중 사건 배상에 관하여
▲ 미군의 공무집행중 제3자에게 가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한국측이 25-50% 분담하는 규정은 한미 양국이 그 실질적 책임에 따라 분담하도록 개정함.
▲ 손해발생시 한미양국의 공동 현장조사 및 피해자 진술 청취, 자료교환 등을 위하여 부속문서에서 구체적 세부규정을 마련함.
나. 비공무 사건 배상에 관하여
▲ 비공무중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배상을 위하여, 미군사유차량이 모두 종합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규정을 본협정에 신설함.
▲ 비공무중 피해 발생시, 미군당국의 보상금지급액과 한국측 국가배상심의회의 사정결정금과의 차이를 줄이고 그 지급시기를 앞당겨 신속한 피해전보를 촉진하여야 함.
4. 훈련 관련 규정
(1) 통보
▲ 합중국 군 당국이 모든 군사훈련시 대한민국 군당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대표에게 조기에 일시, 장소, 공로이용여부, 안전조치를 포함한 훈련계획을 통보하도록 함.
(2) 이의에 대한 협의
▲ 훈련계획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미군당국이 계획을 수정하여 재통보하고, 이에 대하여도 이의가 있을 경우 합동위원회와 외교경로를 통하여 토의하도록 함.
(3) 훈련실시와 중단
▲ 대한민국 방위를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 훈련을 실시하되 공공의 안전 또는 지역주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때에는 최종합의가 있을 때까지 훈련을 중단하도록 함.
▲ 합중국 군 당국이 위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계획에 포함된 안전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실시한 훈련에서 공공의 안전 또는 지역주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때에도 최종합의가 있을 때까지 훈련을 중단하도록 함.
(4) 토지 원상복구
▲ 기동연습 및 기타 훈련으로 훈련부지 또는 이동로로 사용되는 토지의 변형·오염으로 경제성이 근본적으로 손상된 경우, 재발방지 및 복구대책 수립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합중국 군 당국의 토지사용을 중단하도록 함.
▲ 합중국 군 당국은 기동연습 및 기타 훈련 실시를 위한 토지사용 및 통상의 군사훈련에 이용되는 시설과 구역 사용이 종료된 후 단시일 내에 토지를 원상복구하거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함.
5. 환경 관련 규정
▲ 본협정에, 군사상 필요 등 특별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점에 관하여 양국이 합의하지 않는 한 미군에 공여된 시설과 구역에도 한국환경행정법령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기함.
▲ 공여된 시설과 구역 및 그로부터 발원된 인근 지역에 대한 미군의 환경오염복구책임을 본협정에 명시함.
6. 기타
가. 합동위원회의 공개성 확보
▲ 군사상 필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합동위원회 합의사항은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각 분과위원회에서는 필요한 경우 이해관계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함.
나. 영어본 우선조항
▲ 한국어본과 영어본에 상위가 있을 때는 양국간의 합의에 의하도록 개정함.
Ⅳ. 결론에 대신하여
돌이켜보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주한미군 문제가 제기되고 1992년 기지촌에서 일어난 윤금이 살해사건을 시작으로 주한미군으로 인한 피해 문제가 대중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이후, 주한미군범죄와 그로 인한 한국민의 피해를 해결하려는 각계의 노력은 다수의 한국인들로 하여금 "우리에게 주한미군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하였다. 논리적으로는 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은 주한미군의 역할과 주둔필요성과는 무관한 것이지만, 위 의문이 확산된 배경은 바로 한국내 민주주의의 확장, 대북적대의식의 퇴조와 남북화해협력기운의 고양, 반미감정과 민족자주의식이 널리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위의 의문은 "북의 도발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라는 인식과는 양립할 수 없고, 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진전은 쉽지 않고, 현실적 성과를 가져오기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확산된 자주의식을 배경으로 집권한 노무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문제를 한반도 핵 문제 해결 이후로 미루어놓고,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서 미국에 굴종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을 보면, 과연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미국에 대해 자주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다. 한국민들 사이에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퍼져나가자, 미국은 올해 초부터 한국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고, 결국 노무현은 이라크전 파병과 굴종적 방미로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군사적 경제적 의존관계가 계속되는 마당에는 한국으로서는 최소한의 요구도 관철시키기 어려운 것이 한미관계의 현실이다.
앞으로 한국이 미국과 주권국가로서 독립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맺고 이것이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반영되기 위하여는, 주한미군이 대북억지력으로 기능하는 공익적 존재라는 주장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민들에게 뚜렷이 인식되어야 한다. 결국 남북화해협력이 더욱 증진되고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높아지며 한국 정부의 대미의존성이 완화되어야만, 주한미군지위협정의 평등성과 호혜성 확보를 위한 개정에 보다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