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순절의 시작은 2월 13일 수요일 오늘 부터입니다.
사순절은 언제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데 이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즉 '속죄일' '성회 수요일'이라고 부릅니다. 성경에서는 재(Ash)를 슬픔과 죄에 대한 회개를 상징합니다.
전년도 종려 주일에 사용한 종려 가지를 태워서 재로 만들어 두었다가 이 재(Ash)를 수요일에 신자들의 이마에 감람나무의 재나 숯덩이로 십자가를 그었습니다. 이 날부터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부활절까지 참회가 계속됩니다. 이 기간 동안 금식하며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으며 40이라는 숫자는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40년 간의 광야 교회의 생활, 예수님의 공생애를 위한 광야의 40일간의 금식, 시내산의 모세의 40일 금식과 십계명, 무덤 속에서 40시간을 계신 예수님, 부활에서 승천까지 주님의 사역기간, 등을 의미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기념하는 성만찬을 준비하면서 주님이 겪은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가진 금식을 행하던 것으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40일 동안 금식하였으며 사순절 기간 하루 한 끼, 또는 저녁 식사만 허락하되 육식은 물론 생선 정도의 육식까지도 금하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기 위하여 새 생명의 탄생을 연상케 하는 달걀이나 우유 등의 음식까지도 규제할 정도로 매우 엄격하게 지켰다고 합니다.
그러나 9세기 이후 금식 규정이 완화되기 시작하여 15세기에 와서는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 되었으나 의식적인 금식보다는 성령의 열매인 절제와 경건의 훈련을 통한 내적인 자기 정화를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접근하여 그리스도의 삶을 맛보며 주님을 본받는데 부적합한 집착들을 제거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따르는 성도라면 그리스도께서 취하신 외형적인 형식만을 닮는 것으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 숨겨진 내면적인 의미를 맛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순절이 끝나는 부활절에는 새로 영접한 성도들의 성례식이 있게 되는데, 세례 예비자들이 이 때 세례와 입교(入敎)를 받기 위하여 이들을 추천한 보증인들과 함께 두 주간의 준비 기간을 두고 금식과 기도로 죄의 회개와 신령한 훈련에 참여하는 기회로 삼기도 하였습니다.
이때 부활절에 있을 세례식을 준비하는 세례 예비자들은 물론 이미 성도로 영접된 사람들 모두 금식과 기도 생활에 힘썼습니다. 사순절 행사로서의 금식은 수세기 동안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습니다. 사순절의 식사로는 저녁 전에 한 끼 식사만이 허용되었으며, 물고기와 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까지도 금지되었었습니다. 그러나 8세기 이후로 가면서 이 규정은 많이 완화되기 시작해 14세기에는 금식 기도 대신에 절식 기도가 행해졌으며 , 15세기에 와서는 정오에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종교 관습이 되었고, 저녁 시간에도 간단한 식사인 콜레이션(collation)이 허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 동안에 연극, 무용,
연애 소설 읽는 것과 같은 오락 행위는 여전히 금지되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는 것,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등 호화 생활 등도 자제되었다. 대신 자선과 예배 참석, 기도 등이 권장하였습니다.
요즘 와서는 우리 개신 교회가 사순절을 지키는 것이 마치 로마 카톨릭의 의식인 것처럼 생각하는 이도 있는데 물론 역사적으로 동방교회는 7주 동안 금식하게 하였으며 서방교회는 6주 동안 금식하게 하여 의식화되어 내면의 깊은 뜻이 퇴색한 것은 인정하나 금식은 사순절의 가장 중요한 관습이었습니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금식의 기간과 그 엄격성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구속 사역을 기리고 하늘 나라의 백성 됨을 감사하며 그 백성 된 자로서의 삶의 자세를 돌이키게 하는 금식 기도는 초대 교회 시대부터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날 행해지는 금식 기도는 엄격했던 초기의 형태에서 많이 변형되어 절식(節食) 기도의 형태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은혜를 사모하는 교회들이 신앙의 대 선배들이신 모세(출 24:18; 신 9:9; 10:10) 엘리야(왕상 19:8), 그리고 믿음의 주요 우리를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마 4:2; 눅 4:1-2)의 40일 금식에 대한 믿음의 자세로 이 기간 그리스도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고 그의 고난의 의미를 살피며 남은 고난을 우리의 육체에 채워 가며 그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성도들의 신앙적인 자세를 가다듬고 절제와 단식을 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죄악을 발견하여 자백하고 사함 받는 기회로 삼아 은혜가 더욱 넘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