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물은 들었는데 꽃이 피지 않아 애태우더니 한꺼번에 온갖 꽃들이 함성을 질러 댑니다....
꽃
범벅이 된 산골에서 봄 인사드립니다.
4월에도
눈이 펄펄 날리며 봄꽃들을 몸살 나게 하더니 동시에 꽃이 핀 것입니다.
오늘도
바람에 벚꽃이 눈처럼 날리니 마당에서 놀던 식구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미나리싹과
달래가 한창이라 선영이와 정숙이, 경순이는 종일 산을 들락거립니다.
뜯어온
나물들을 잔뜩 넣고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 오버쟁이 정숙이의 추임새는 시끄러울 정도지요.
음...
아.. 맛있다.. 진짜 맛있다.. 음.. 와.. 난리가 납니다.
우리
모든 식구들을 신나게 하는 봄은 창조주의 선물이지 싶네요.
77세의
이수연 할머님은 지적장애십니다.
식구들이
할머니라고 부르면 “내가 왜 할머니야.. 아줌마지.” 하며 역정을 내십니다.
아직
흰머리도 없고 아픈데도 없는데 잔소리는 심하시지요.
그래서
잔소리가 심할 땐 할머니라 부르고, 예쁘게 말하면 아줌마 하기로 했습니다.
저녁시간
텔레비전 앞에서 할머니가 되었다가 아줌마가 되었다가 결국 삐지십니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저녁풍경입니다.
4살
예린이의 하루는 맛있고.. 재밌고.. 즐겁습니다.
재잘재잘..
오물오물.. 못하는 말이 없고 모르는 것이 없지요.
모든
식구들이 저를 사랑한다고 굳게 믿는지 잘난 척도 대단하지요.
요즘은
망태 할아버지와 똥 귀신까지 동원해서 야단맞고 있습니다.
동화책
덕분으로 망태 할아버지도 똥 귀신도 다 믿네요.
한식구가
된지 1년인데... 이젠 눈치도 안보고 좋아지고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환절기만 되면 정신질환이 있는 식구들이 힘겹습니다.
정혜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커피와 아이스크림만 찾는데 눈빛이 달라집니다.
밥
먹어야 준다고 달래면 어쩔 수 없이 겨우 밥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지요.
윤희는
잔소리가 심해지지만 열심히 성경을 쓰며 달래고 있습니다.
영아는
아무데서나 울고 아무나 트집 잡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올봄엔
병원신세 안지고 잘 지내줘서 그냥 고맙기만 합니다.
기저귀
둘러메고 동원학교 다니는 제영이가 소풍도 가고 캠프도 간다네요.
중간고사
끝나서 집 밥 먹으러 오겠다는 대학생 기쁨이와 예찬, 수연이...
시시한
일상이지만 고맙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그리고 감사뿐입니다.
어렵다는
말이 무색한 요즘... 이렇게 우리의 하루하루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은총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 없네요.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5년 4월 26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