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는 신사동 가로수길입니다. 사실, 전 이런 가게가 가로수길처럼 요즘 뜨는 트렌디한 거리에 있는 걸 절대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분위기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들어가지! 부동산 임대료 높지! 다른 가게의 가격이 높으니 마음 놓고 높은 가격 받아도 찔리지가 않지! 결국 케이크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서양골동과자점'의 앤티크처럼 주택가 골목 후미진 곳에 자리잡고서, 비교적 저렴하게 케이크를 팔아주면 누가 잡아가냔 말이에요.ㅠㅠ
그런데, 사실 상대적으로 말하면 이 가격이 비싸다고 할 수는 없어요. 듀크렘은 '카페'를 표방하고 있지, '케이크 하우스'를 표방하고 있지 않거든요. 즉, 어느 잘빠진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케이크 값 + 화사사한 인테리어비용을 합한 가격들과 비교해 보면 듀크렘의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곳의 가격은 케이크 한 조각에 만원도 넘는 경우가 제법 되니까요. 일전에 남산의 화**에서 만원짜리의, 스타벅스보다 못한, 거기에 말라 비틀어지기까지 한, 케이크를 먹고 황당했던 기억이 새롭군요.
사실, 인테리어 값을 카페의 케이크에 부가시키는 건 고객입장에선 짜증나는 일이죠. 일류 파티셰를 따로 두고 소량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카페나 레스토랑이라면 높은 가격도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일류 파티셰는 비싸고, 그런 사람이 소량으로 혹은 주문 들어올 때마다 하나씩 만들어준다면 케이크 한 조각에 만원을 받아도 현상 유지가 어려울 수 있거든요. 헌데 어딘가서 허접스런 케이크를 사와 제대로 된 보관설비도 갖추지 않은 주제에 (그냥 뚜껑으로 덮어두거나 일반 냉장고에 넣어 둠) 그 가격을 받고자 한다는 건 양심 불량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군요. 그런 점에서 듀크렘은 제대로 된 카페라고 할 수 있죠.
듀크렘의 가격대 입니다. 물론 타르트만 입니다. 이외에도 차, 커피 다양한데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뭐, 케이크 하우스와 비교하자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에 눈물을 머금고 이곳에 드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신라호텔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에요. 초기 개업했을 때 에구찌(지금은 말하기가 민망합니다만) 수준이라고 할까요? 그럼 듀크렘의 타르트를 한 번 보기로 하죠.
가장 기본적인 치즈 타르트입니다. 타르트를 주문하면 예쁘게 초컬릿과 슈가파우더로 장식해서 가져오십니다. 가끔은 접시가 따뜻하기도 한데, 식기 세척기에서 말리고 난 후 얼마 안되는 타임 있것 같습니다. 이탈리안 스파게티라면 따뜻한 접시가 참 반가웠을텐데 케이크는 퐁당이 아닌이상, 따뜻하면 안되지요.
참고로 여기 파티셰는 예전 압구정 '데쎄르' 개업 당시 파티셰 분이었어요. 무스 종류를 잘 만드시던.
이 분이 일본에서 공부하셨기 때문에, 전 이분의 치즈 케이크가 신라호텔과 비스므리 할 줄 알았습니다. 신라호텔의 치즈는 사우어 크림치즈지 케이크지요.
신라호텔 파티스리부티크의 치즈케이크입니다. 케이크 자르라고 준 프라스틱 칼이 별로 잘 들지가 않아서 (칼은 인터컨티넨탈에서 주는 게 짱이었음) 단면이 이 모양입니다. 진하긴 하지만 유산균을 발효시킨 sour cream이 들어있어서 하드한 치즈맛은 아닙니다. 약간 변화구스런 치즈 케이크랄까요?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진한 맛은 여전해서 커피나 홍차 없이 먹기는 힘들지만 뉴욕 스타일은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기분좋은 '신맛'이 배어있는 치즈케이크였죠.
듀크렘의 치즈케이크는 뉴욕 스타일에 가깝게 하드한 진한 맛이더군요. 하드한 진한 맛이란건 제가 붙인 이름이고 공용어가 아닐 테니 좀 더 설명할게요. 올해 봄 뉴욕 upper east에 가서 먹었던, 물 한잔으로 모든 케이크를 다 섭렵할 수 있는 저에게도 힘들었던, 치즈 케이크입니다.
당시는 칼이 없어서 포크로 으깼는데, 포크로 으깨기가 힘들정도더군요. 이런 진한 맛은 어디서도 본 바가 없었습니다. 먹는 게 무척 곤욕스러웠죠. 하지만 싸구려 크림치즈의 맛이 아니어서 무척 기뻤고, 특히 굽는 정도가 제 이상적인 치즈 케이크의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 케이크의 맛을 '하드한 진한 치즈맛'이라고 이름 붙였죠. 멋대로^^
아. 물론 듀크렘의 치즈 타르트는 저런 하드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진한 맛은 강했지만 물 없이도 먹는 게 가능은 한 '한국화'된 치즈 케이크였어요. 구움 상태는 뉴욕보다 못했지만, 전 몹시 맘에 들었습니다.
달게 조린 밤이 살짝 올려져 있는 몽블랑 타르트입니다. 위에 올려져 있는 건 밤무스인데 기대 만큼 밤의 맛이 진하지는 않습니다. 생 크림 비율이 높더군요. 하지만 생크림 아래 제누와즈에 밤 페이스트가 숨어있어서 그 맛을 보충해 주고 있더군요. 멋진 아이디어 입니다만, 역시 생크림의 비율을 줄이고 밤 자체의 농도를 높여주는 게 더 좋겠습니다. 약간 불만이었지만, 달게 조린 밤은 맛있더군요.^^
망고카스타드타르트입니다. 예전에 어떤 부산 아가씨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망고는 끝맛이 '꼬롬'해서 싫다고. 전 그때는 '꼬롬'이란 말이 일본말인줄 알았습니다.^^ 카스타드에 바닐라 빈이 좀 더 짙게 배어있는 쪽을 좋아하지만, 망고와 조화를 이루려면 이 상태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망고와 카스타드크림, 그리고 바삭한 파이지의 조화가 재미있는 맛입니다. 필리핀에서 먹었던 망고처럼 달디 단 놈이면 좋겠지만 (방금 딴 망고는 꼬롬한 맛이 전혀 없어요.) 한국에서는 무리한 요구죠.
이 집의 베스트가운데 하나인 티라미수 타르트입니다. 이 집을 최고라고 꼽는 이유는 여럿이 있지만, 맛의 구조화가 너무 맘에 들어서 입니다. 먹던 사진이라 좀 지저분 하지만 아래 사진을 보세요.
파이지 + 초컬릿 + 생크림 + 리큐르가 담뿍 배인 제누와즈(카스텔라 같은 케이크의 기본 틀) + 마스카포네치즈 등 여러 층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나 전 카라멜처럼 반 응고 상태였던 저 초컬릿 층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초컬릿 자체도 고급스러웠지만 이 초컬릿의 맛이 배어들어가서 파이지와 마스카포네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거든요. 몽블랑도 마찬가지에요. 짙은 밤무스와 약간 밤의 향기가 밴 생크림의 구조가 티라미스 만큼은 아니지만 맘에 듭니다.
퐁당입니다. 타르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초컬릿을 좋아하는 분께는 최고의 메뉴가 될 겁니다. 초컬릿 빛깔의 껍질을 살짝 찢으면, 안에서 따뜻한 발로나 초컬릿(이라고 짐작되는) 이 순간 탁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클램프의 만화에서 알게 된 케이크인데, 이 만화 덕분에 이 케이크를 만들어 보려던 분이 제법 계셨다죠.
탁류처럼 쏟아지는 저 초컬릿을 보세요!
맛은 좋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 메뉴였습니다. 아이스크림 한 스쿱 정도는 서비스로 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따뜻한 초컬렛과 차가운 플레인 아이스크림이 입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퐁당을 원래 그런식으로 먹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제일 처음 퐁당을 먹었을 때, 그렇게 먹었기 때문에 습관처럼 '퐁당에는 아이스크림'이라는 공식이 머리 속에 굳어있답니다.
듀크렘의 가장 큰 특징은 타르트에 맞는 파이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천편일률적이고, 엉망인 - 딱딱해서 먹을 수 없는 - 수준의 파이지나 공장 제품을 사용하는 가게와는 수준이 다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타르트의 수준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점이 파이지입니다. 대부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거든요. 신라호텔의 타르트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이유도 국내에서 얼마 안되는 '먹을 수 있는 파이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듀크렘의 파이지는 가볍게 그 수준을 넘어갑니다.
망고카스타드의 파이지입니다. 바삭한 파이지가 여러층 겹쳐 있죠. 이 바삭바삭한 느낌과 구운 정도가 카스타드의 맛과 정말 어울립니다. 껍질과 바닥을 이렇게 맛나게 먹은 게 참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치즈 타르트에는 일반적인 타르트 껍질을 사용했네요. 하지만 부드러워서 이 껍질 조차 정말 맛있습니다. 사진은 없지만 흑임자 타르트도 있는데 (여기 파티셰의 장기입니다. 이전에 데쎄르에서 만드셨던 흑임자 무스도 정말 괜찮았죠.) 같은 파이지를 사용했습니다.
뉴욕에서 어떤 가이드북 (저에겐 최악의 가이드북이었죠. 맛보다는 쇼핑을 좋아라할만한 어떤 아가씨가 쓴 책이라-_-;;;)을 보고 Once opon a tart인가 뭔가하는 타르트 전문점을 찾아갔는데, 보관도 엉망이고, 타르트 재료와 상관없이 똑같은 파이지를 썼더군요. 게다가 먹기 조차 힘든 Worst였습니다. 그게 Zagat 25라니. 뉴욕에서 괜찮은 파티셰는 레스토랑에 있지 제과점을 차리지 않는다던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그냥 보기에도 천박한 미국적 타르트죠.ㅠㅠ 전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파이지를 먹는다는 개념이 없는 동네가 아닐까 합니다.
카페로서 듀크렘도 나쁘지 않습니다. 인테리어 수준도 좋고 흡연/비흡연이 유리창을 통해서 엄격히 분리되어 있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카페답게 와인도 갖추고 있지만, 전 여기서 와인 먹을 맘은 없어서 어떤 게 있는지는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사실 전 인테리어까지 뭐라뭐라 하면서 볼 능력은 없기에 사진 몇 보여드리는 걸로 패스하겠습니다.
이 글을 쓸 때는 한국이었지만, 마무리는 텍사스에서 하게 되었군요. 아아~ 케이크가 없는 산간벽지에 왔으니 이제 단맛이랑은 싹~ 졸업하고, 살을 빼는 데 전념해야겠어요. 화이팅!!!!
첫댓글 오스틴 가신거에요? 와 부럽부럽~~오스틴하면 떠오르는 남정네 있는데..나도 가고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