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페부커 김동은 디자이너는 팀편성 안내를 받으시고 여러분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페이스북에 글을 쓰셨네요.
빅히트 팀은 김동은 디자이너 페친 맺으셔요!!
https://www.facebook.com/100000685635407/posts/4108364532529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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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캐릭터와 허락받기>
1줄요약 : 허락도 안받고 다면을 드러내면 썸타기전에 도망감.
인물과 캐릭터. 둘은 같은 말이지만 수저와 스푼, 편지와 메일, 인쇄기와 프린터가 다른 것처럼 다른 용도로 쓰려합니다.
깊이와 다면은 작품에 마치 숙명처럼 요구되지만 인간은 복잡하고 인물은 연속면이고 캐릭터는 단면적이다라고 정해봅시다.
그리고 허락받기는 지금 이 글이 읽고계신 분께 허락받아서 읽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분은 세줄 요약이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안 오셨을 수도 있죠. 어디나 흥미있는 도입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허락받기 때문입니다.
인물은 많은 허락이 필요하고 캐릭터는 덜 필요합니다. 캐릭터는 그냥 소개팅처럼, 만나면 만난거죠. 다면적 캐릭터는 애프터처럼 조금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포스팅에서 인물과 캐릭터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 인물 혹은 캐릭터와 왜 만났나. 비즈니스죠. 보통 돈 벌려고 쓴 콘텐츠의 캐릭터와 비즈니스로 만납니다. 비즈니스가 너무 딱딱하다면 용건이라고 해두죠. 용건이 있으니 캐릭터를 만났죠. 용건없는 캐릭터 잔뜩 나오면 부담스럽습니다. 편의점에 직원 7명 있어봐요. 안 부담스럽나.
오늘 편의점 직원이라는 캐릭터를 몇 번 만나셨나요. 이 캐릭터가 물건계산하면서 취업 진로문제 상담하면 당황하시겠죠. 가지고계신 이타심과 관계없이 말이죠.
이겁니다. 캐릭터가 함부로 이면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이유. 그렇다고 다면적 캐릭터가 필요없느냐? 아니죠. 그러면 첫 용건의 단면 캐릭터가 다른면으로 옮겨가려면 그 허락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발언할 시간을 허락받아야죠. 콘텐츠가 상영되고 캐릭터와의 만남이 반복될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도 허락받아야하니 흥미있는 도입부마냥 흥미있는 진행이 필요하겠죠.
무미건조한 용건의 선을 넘지않는 친절과 미소같은 특징. 그리고 용건을 지속시키는 무언가. 그리고 ‘지루함’. 기분좋은 반복의 효용이 떨어져가면서 일어나는 살짝의 지루함이요.
콘텐츠 독자는 지루함이라는 무시무시한 능력이 있고 이건 창작자가 관리해야할 에너지같은겁니다. 변화에 민감해지고 수용에 인자해지니까요. 이쯤 되면 뭐가 나올 것 같은 지루함은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적 스크립트죠.
타이밍이 중요해요. 미드에서 사건해결 5개쯤 보다가 갑자기 등장인물 과거 이야기 나오면 아 또나오네! 하잖아요. 여기서 일종의 밀당이 필요한거죠.
이제 다면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확 인물이 튀어나오면 여전히 곤란하니 그래서 나오는게 유니폼 변경일 겁니다. 얼굴은 정말 뒤에나 알아보는거고, 캐릭터는 옷으로 알아보거든요. 세상에 편의점 직원같은 얼굴이 어디있나요.
그래서 보통 등장하는게 사복차림! 제복에서 바뀐 사복. 용건용에서 일상용으로 바뀐 헤어스타일. 이제 처음에 비즈니스로 만들었던 캐릭터가 독자의 용건에서 캐릭터의 삶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여기서 사건과 장소까지 바꿔주면 이제 ‘용건’이 선 밖으로 가버립니다. 설마 사복차림의 편의점 직원과 요가학원에서 1+1 김밥 가격 물어보진 않을거잖아요.
이제 얼굴을 알려줄 때가 됐고 캐릭터의 다면이 반복됐다면 살짝 인물을 끌어낼 수 있고 인물이 반복되면 욕망이든 과거든 상처든 예상가능한 ‘평시’를 구축할 수 있고, 그러면 이제 사건으로 ‘비상시’를 만들 수 있겠죠.
이제서야 캐릭터가 인물이 될 기회를 가지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입니다. 여기까지 끌고오는 동안 볼거리와 사건으로 허락을 계속 간청해야 하는 것이구요. 스토리고 세계관이고 모두 독자와 캐릭터가 용건없이 만나는 관계가 되기 위한 핑계들입니다.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을겁니다. 사귀기 시작한 둘에게 둘 빼고 뭐가 필요한가요. 스핀오프도 만들 수 있죠. 궁금하거든요. 세계관도 펼칠 수 있죠. 이 사람이 어느 집에 어쩌고 살고 친구들은 어떤지 고향은 어땠는지 궁금할테니까요. 이제 편의점 직원의 유치원 때 단짝친구가 입은 빨간 웃도리가지고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자 여기 멋진 음악이 있고, 가수가 있어요. 웃을 때 입이 세모가 되는 가수가요. 그리고 세모 입이 인쇄된 볼펜은 음악이 안나와도 팔리겠죠. 놀랍지 않나요?
막줄요약 : 커먼아이템이 충분히 나와야 레어가 반갑지.
김동은WhtDrgon. 210312
#게임기획자하얀용
첫댓글 댓글이 빠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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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메일을 받고 다음주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들 저렇게 멋진 회신을 하시는군요. :( 하지만 우리팀이 제일 많은 정성을 받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앗! 김동은 선생님~ 커뮤니티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팀로고/네이밍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우리팀이 출사표를 던질 것입니다. 응원해 주세요 ^^
@권보연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한 편의 강연를 듣는 것 같았네요. 디자이너님 강의가 많이 기대가 되어요! 이번학기 기대가 헛되지 않게 정말 많이 배우고, 정말 열심히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디자이너님 안녕하세요! 글이 너무 술술 재밌게 읽혀서 무한 끄덕끄덕과 함께 그동안 접했던 수많은 작품들을 떠올려보게 된 것 같습니다! 프로 독자로서 그동안 왜 어떤 작품은 재미가 없고 어떤 작품은 재미있었는지 한 번에 납득이 가는 글이었어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독자의 지루함만큼 무서운 무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걸음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한 학기동안 열심히 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