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물감이나 오브제로 가득 채워졌지만 반면에 비워진 셈이죠-
재불 작가 권무형 대선배님을 만난건 행운이었다. 이전에 익히 작품을 통해 알았을 때는 왠지 모를 오해와 편견이 가득했다. 왠지 쎄보인다거나 혹은 자기 세계에 빠져버린 고독한 이기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오해 말이다. 그의 신체 일부(머리카락,수염)를 통해 자연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순환을 보여주는 작품들 속에서 무언가 내가 알 수 없는 세계에 도달한 기인이나 도인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작가의 고향인 영주에서 전시회를 가진다고 했을 때 나는 반신 반의했다. 정말? 가능할까? 작품들은?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그의 작품이 대단한 스케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더더욱 걱정부터 앞섰다.
오만 가지 의문이 나를 불편하게 했지만 결국 시민회관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많은 예술가들께서 축하하는 자리에서 권무형 작가를 쉽게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남다른 수염과 긴 머리를 딴 모습을 보니 오 세상에...그분이라니.. 주위를 둘러보니 작가의 또 다른 아크릴 작품때문에 더욱 의문이 배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ㅜ,.ㅜ
개인적인 인터뷰는 포기하고 작품을 쭈욱 감상해보았다 ㅠ,.ㅠ
색즉시공 1996
-프로세스 아트라고 현재 진행형으로 작품이 계속 변하고 흐릅니다.-
전시 기간 중 마지막 날 다시 찾아뵈었다. 실제로 그분을 만나 뵙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작품이 단순하게 한가지 색으로만 채워진 것 같아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많은 점과 선 그리고 원으로 채워져 있었다. 초기에는 밝은 색을 썼지만 요즘은 어두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전시회 때마다 계속 덧칠하고 변화무쌍한 형태로 바뀐다고 말씀하셨다.
-캔버스는 나의 육체이고 그위의 오브제는 나의 생각과 사유인 셈이지요-
캔버스위로 작가는 무엇을 담는가? 그의 대답은 다소 철학적이지만 실존적인 고민까지도 담고 있다. 정답은 없고 현재와 현재의 흔적만이 존재할 뿐...
사담으로 알고 보니 까마득한 중학교 고등학교 대선배님이 아니시던가..ㅋ 나에겐 대영광이다.ㅋ 권기수형님도 있는데...아웅...다들 한가닥 하시니 참 좋다.
친절하게 작품을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이웃집 형님같았다. 그의 설명 중에 종종 등장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마르셀 뒤샹 그리고 백남준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자신의 미술 세계를 갈구하는 모습이 여느 예술가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는 동양적인 사유를 기본으로 멀티 미디어로 확장해 나가고 계신거네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지만 보는 이에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미술은 더이상 재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와 독창성이 현대와 조우하는 거라고 봐요-
이 얼마나 듣고 싶었던 이야기인가?? 작가는 파리에서 경험한 현대 미술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좀더 가볍지만 좀더 진지한 사유를 통해 작품과 관객간의 소통을 원하는 아티스트였다. 역시나 작가의 생각과 내공은 ?다.ㅋ
-하나의 매체(media)보다 사진과 회화 그리고 영상까지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가 이야기 하는 예술은 심오하거나 어렵거나 한것이 아니라 더욱 가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영상과 사진 그리고 현대 회화를 통해 자신을 버리고 새롭게 변화해 온 길이 험난해보였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초기 작품을 통해 짐작이 가능해졌다. 그에 대한 모든 오해와 편견이 사라졌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순환이라는 '사이클' 즉, 생명과 죽음 그사이에 놓인 인간을 대표하는 자신의 육체라는 오브제로써 영상과 사진으로 실험해가며 기록하는 모습이 다시 한번 경의로웠다.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파리에 거주하지만 각종 전시회에 두달 정도만 그곳에 머무른다며 바쁜 일정을 토로하였다. 바쁜 일정에도 고향을 위해 어렵게 전시회를 열어준 권작가님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의 작품이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걸리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지역민들의 몰 이해로 이런 세계적인 작가가 푸대접을 받는 것이 몹시도 가슴 아프고 미안했다.(작가님은 괜찮다며 너털 웃음을 지여보였지만)
또 한번 강산이 변하고 작가님의 전시회가 가능할 때 작가의 현재 진행형인 작품이 더 좋은 공간에 걸리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9월 중순에 중국 핑야오(Pingyao) 국제사진페스티벌(PIP 2010)전시회 준비로 다시 중국으로 들어 가신다고 한다.
아무쪼록 늘 건강하시고 자신을 담아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이라는 순환이 멋진 작품으로 탄생되길 기대해본다.
권작가님 정말 편안하고 소탈한 경험이었습니다. 친절한 설명과 눈빛 감사합니다.ㅋ
그의 사진 작품들 http://www.mrgallery.com.cn/artists.asp?action=smallclass&bigclass=Moo Hyoung KWON&smallclass=M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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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a vento 원문보기 글쓴이: vento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작가만큼, 감상자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