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영국대사관 서기관 조너선 다트
"태권도 배운후 한국예찬론자 됐어요"
“이얍, 이얍….”
조너선 다트 주한 영국대사관 투자 유치 담당 서기관(37) 부부는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서울 연희동 영국인학교 체육관에서 한 시간 동안 옆차기,돌려차기,품세 등 태권도 동작을 연마하느라 땀방울을 쏟는다.
다트씨가 태권도의 묘미에 빠져든 것은 올해 초. 작년 2월부터 태권도를 배운 부인
클레어(36) 여사가 “육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권유했기 때문. 지난 5월 초단(검은 띠)을 딴 클레어씨는 외국인학교에서 태권도 조교로 활동 중이다.
아들인 조(9)와 토머스(6)는 빨간 띠와 노란 띠를, 다트씨는 파란 띠를 매고 수련하고
있다. 온 가족이 ‘태권도 매니아’인 셈. 다트씨는 “딸 엘렌(3)도 태권도를 곧 배우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98년 8월부터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 다트 서기관은 경력 15년차의 직업 외교관.
그는 브랫포트대 졸업반 때 영국 정부 외교관 공채시험에 합격한 뒤 독일과 남아공 주재 영국대사관에서 과학기술 및 정치담당관으로 근무했다. 독일어,스페인어,희랍어,아프리칸스 등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만 6개.
한국에서 그의 본업은 세 명의 한국인 직원들을 지휘하면서 모국으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이다. 그는 최근 2년여 동안 삼성SDS 유럽본부, 휴맥스 셋톱박스
공장, 정보통신부의 ‘I-파크’ 사업 등 20건이 넘는 투자사업을 영국으로 유치했다.
다트씨는 지난 4일에도 ‘I-파크’ 유치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종일 서울 가락동의 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관계자들을 만났다. ‘I-파크’ 사업은 정통부가 유럽 진출을 원하는 국내 유망 소프트웨어 전문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지원센터를 건립하는 프로젝트. 영국,스웨덴,아일랜드 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다.
“지난달 정통부가 I-파크를 영국에 세우겠다고 발표할 때까지 1년 반 동안 정신 없이
뛰었지요. 세 차례 영국 현지로 조사단을 보내 영국 투자 환경의 장점을 직접 보여주었고 20차례 이상 설명회와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는 부산,울산,이천 등 지방에 있는 기업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영국 투자를 권유하기도 한다. 다트씨는 대상 기업 선정→기업 방문→유치 계획 수립→설명 및 상담→영국
현지 소개→재협상 과정을 모두 거쳐서 투자 유치를 최종 확정짓는 작업은 ‘쉽지 않은(tough)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결정하는 데 1~2년 이상 끄는 경우가 많고, 계획을 확정했다가도 국내 경기가 변하면 수시로 취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외자본 유치는 고용 창출과 선진 경영기법 전수, 국내
기업의 경쟁력 향상 등 긍정적 효과가 아주 많기 때문에 보람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다트씨는 “한국의 외국기업 유치 마케팅 수준은 이미 세계 일류급”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외국기업을 새로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이미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남기고 성공하도록 만들어 한국이 정말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평판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생활 3년 만에 ‘한국 생활 예찬자’가 됐다고 말한다. 음식도 수제비,바지락 칼국수,김치찌개는 물론이고, 보신탕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다고 털어놓았다. 최근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신촌 일대의 닭갈비집이나 노래방을 찾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노래방에서 그가 주로 부르는 노래는 조성모의 최신곡들.
이런 다트씨에 대해 찰스 험프리 주한영국대사는 “그의 한국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한국어 능력은 우리의 소중한 재산”이라고 말했다.
다트씨는 최근 한국에서 2~3년 더 근무하겠다고 연장 근무를 신청했다.
“한국처럼 멋진 곳을 발견한 것은 제 인생에서 둘도 없는 행운입니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한국과 영국 두 나라의 발전과 우호를 증진하는 데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