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열두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열두 번째 소설선, 최은미의 『어제는 봄』이 출간되었다. 2018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과를 크게 인정받고 있는 최은미가 내놓은 이번 작품은 2018년 6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발표한 것이다.
경기도 경진시 은정동 해릉마을 10단지에 사는 ‘나’ 정수진은 등단작이 곧 마지막 발표작인 등단 10년차 유령 작가이다. 꾸준히 소설을 쓰고는 있지만 소설가로서의 존재 가치를 가족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나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10년째 쓰고 있는 장편을 탈고하겠다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소설의 취재를 위해 경진서署 이선우 경사를 만나게 된다. 나는 이선우의 도움으로 오래전 양주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집필에 속도를 낸다. 등단 후부터 계속해서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던 이야기, 잃어버려진 내 안의 숨겨져 있는 비밀이 담긴 소설.
소설은 그 어느 것도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내가 선우를 향해 달려갈지, 새로운 삶을 살아갈지 아무것도 정해주지 않는다. 다만 모든 것을 극복한 후 내가 열어갈 길은 적어도 수동적으로 구원을 기다리는 일만은 아닐 것임을 암시할 뿐이다. 상실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상실한 자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녀가 아닌, 스스로 찾아나서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준다.
작가 최은미 소개
2008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울고 간다」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目連正傳)』 『눈으로 만든 사람』, 중편소설 『어제는 봄』,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 등을 펴냈다. 젊은작가상, 대산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제45회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YES24 책 소개 및 작가 소개
MY REVIEW
최은미 소설 <어제는 봄>의 첫 문장. 그리고 중간 중간 이어지는 문장들.
"경찰관은 나에게 2층으로 오라고 했다. ..... 민원실 불이 꺼져 있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 동네 주민이라고 하셔서... 테이블에 마주 앉자 경찰관이 말했다. ... 나는 죄는 있어도 민원은 없었다. ... 저녁 아홉 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경찰관은 강당 정리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우리 동네 어떤 경찰관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이선우였다"
왠지 미스터리 같은 시작, 알쏭달쏭 무슨 이야기인지 잘 빨려들진 않았다.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는데, "이선우 경사와의 일대일 대화창은 그렇게 열리게 되었다. 나는 그가 보내는 답변들이 모조히 흥미로웠다. 나는 양주 이야기를 10년째 쓰고 있었다. 한 이야기를 10년 동안 붙들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지겹고 힘든 일이었다. 스스로의 능력이 의심스러워지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선우 경사의 답변 속에서 어떤 단어들을 볼 때, 나는 그 단어 하나만 갖고도 양주 이야기를 바로 끝장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소설도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선우 경사는 마무리 인사로 이런 말을 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작가님." 어떤 날은 이렇게 보냈다. "그럼 오늘도 좋은 글 쓰세요, 작가님."
아~~글쓰는 사람이구나!!! 경찰관에게 글쓸 재료 때문에 만나 소통중이었어.
공원에 나가 사람들을 관찰하며 상상한다. "아이를 그네에 태운 뒤 남자는 한참 떨어진 벤치에 가서 전화통화를 했다. 어떤 날은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전이었고 어떤 날은 주둥이에 꿀을 바른 것 같은 표정이엇따. 내연녀가 확실했다. ... 직장 동료일까? 초등학교 동창일까? 동호회 회원일까? 그중 가장 떼어내기 힘든 건 '직장년'이라고 했다. 몸정만 든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육아 카페에 가면 차고 넘치는 얘기들이었다...."
나, 정수진은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로 가사노동, 동화 엄마로 학교독서지원단 활동, 폴리스맘 역할, 글쓰기 노동 등 공사가 다망하다. 우연히 소설 때문에 만난 경사를 통해 엄마와 아내, 딸이 아닌 '정수진'이란 본연의 자신을 만나며 설레고 행복하면서도 당황스럽고 배신감에 치를 떠면서도 그리워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도입부보다 중반 이후가 스토리 전개가 빨라 더 몰입하게 된다. 작가마다 독특한 문체와 구성력이 있겠지만, 작가 강진아의 처음부터 빨려드는 문체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처음 접한 작가 최은미의 장점은 일상을 촘촘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내는 실력과 단문에 특화된 글솜씨다. 게다가 중, 후반부로 갈수록 속도감있는 전개와 섬세한 감정묘사가 압권이다.
등단 10년차 유령 작가를 소재로 경찰관과의 미묘한 감정 교류와 화자의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는 섬세함과 치밀함이 놀랍다. 소설 한 편도 쓰지 않은 입장에서는 주인공 설정과 스토리 구성이 너무나 어렵게 다가오는데, 등단 이후 10년 이상 소설을 쓰고 있는 그녀의 강단과 필력이 느껴진다.
<미러볼 아래서>
MD 한마디『오늘의 엄마』 강진아의 두 번째 장편소설. 유난히 뜨겁고 어지러운 여름, 스물일곱 살 '아엽'은 잃어버린 반려묘 '치니'의 행방을 찾으면서 슬픔에 빠진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사랑 앞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아엽. 그의 모습에서 요령 없는 단순한 진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소설 MD 김소정
“저는 뭘 하면 좋을까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걸 하시면 돼요.”
2020년 장편소설 『오늘의 엄마』를 출간하며 소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강진아의 신작 장편소설 『미러볼 아래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미러볼 아래서』는 스물일곱 살 ‘아엽’이 사랑하는 고양이 ‘치니’를 잃어버리게 되며 벌어지는 한여름 동안의 일들을 담고 있다.
전작 『오늘의 엄마』에서 아픈 엄마를 간병하며 하나뿐인 언니와 고약하고도 끈끈한 감정을 주고받는 ‘정아’의 성장을 담담하게 묘사해 낸 작가는, 신작 『미러볼 아래서』에서 가족을 넘어 친구, 이웃으로 이어지는 우리 곁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그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저마다의 노력에 대해 쓴다. ‘엄마의 죽음’에 이어 ‘반려동물의 실종’이라는, 몹시도 마음을 내려앉게 하는 일들을 다루지만, 그 일을 통과해 내는 강진아 작가의 인물들은 쉽게 울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엉뚱하고 무뚝뚝한 ‘아엽’의 동선을 뒤쫓으며, 그가 지나는 복잡한 마음의 경로를 함께 걷는다. 울기엔 너무 바쁘고 사실은 포기하고도 싶은 마음. 그 마음을 따라 가다 보면, 아엽이 보여 준 것만큼이나 찌그러지고 눌린 모양의 마음 하나를 맞닥뜨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우리가 오래 품어 온,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대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작가 강진아 소개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다수의 단편영화와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대표작으로 「환상 속의 그대」가 있다. 『오늘의 엄마』는 첫 장편소설이며, 이어서 2021년 『미러볼 아래서』를 출간했다.
- YES24 책 소개 및 작가 소개
MY REVIEW
누군가가 소개해주지 않았다면, 특히 합독 프로그램이라는 강제성이 없었다면 절대 손에 쥐지 않았을 작품이다.
"고양이를 찾습니다"는 부제가 붙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진돗개 두 마리를 밖에서 키우다 도둑 맞은 이후, 그리고 막내 동생이 광견에 물려 몇 바늘을 꿰맨 이후, 엄마가 유독 동물의 털을 질색하던 이후 동물과 난 다른 세상에 살았다.
특히 고양이는 눈빛이 매서워 꺼려하던 존재였다. 길거리에서 주인과 함께 있는 개나 고양이를 볼 때면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못한 채 멀찍이 피해서 돌아가거나 빨리 지나쳐갔다. 좁은 길목일 경우엔 잔뜩 몸을 움츠린 채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작품을 통해 고양이 탐정이 있다는 것과 추천이 많은 탐정을 골라 디엠을 보내고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다. 설마 이런 게 있으려고? 믿기지 않아서 검색까지 했다. 목숨 걸고 하는 고양이 탐정, 옥탐정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신기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면서도 무관심했고, 피하기만 하던 고양이란 존재가 내 삶에 스며들었다.
무엇보다 소설 합독 프로그램 공간에 커다란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처음엔 긴장했는데, 고양이들은 자기 공간인 듯 사람들이 앉아있는 책상 밑으로 자유롭게 다닌다. 소리 지르지 않고 피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본 건 생애 처음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데는 다수의 단편영화와 장편영화를 찍은 작가 강진아의 속도감있는 서술 때문이었으리라. 반려묘 양육자가 아니라면 접근성이 떨어질 소재로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설득력은 아무에게나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시작부터 주인공이 부당해고를 당하고, 해고당한 날 친구일을 말없이 돕는 장면 등 이해가 안 되면서도 빠른 사건전개에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마력의 문체를 구사한다. 굉장히 수동적인 주인공의 성격에 답답하고 어색하면서도 어디까지 스토리가 펼쳐질지 호기심이 생겼다. 눈으로 그려지듯 상세한 묘사에도 감탄하게 된다.
"근심, 걱정, 고뇌 이런 게 없는 사람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아빠를 만나면 된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북로 218로 찾아가면 만날 수 있다." P. 41
이 부분에서 빵 터졌다. 이런 게 깨알재미.
"언니가 좋대요, 간택이다, 간택!"
내려다보니 까만 새끼 고양이는 청회색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릉그릉, 작은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과하다 싶은 진동을 발등으로부터 끊임 없이 전달 받으며 아엽은 난생처음 이상한 감각, 그러니까 운명 같은 걸 느꼈다. 누군가는 결혼할 상대를 만나면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 감각은 어쩔 수 없다는 포기와 묘한 흥분이 뒤섞인 복잡한 것이었다. P. 72
반려묘라는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도록 잘 설명하고 설득한 명수(명인), 친구, 부모, 낯선 이와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들려준 스승, '악의 없이(?)' 거짓말을 한 사람들을 향한 변명과 이해를 도운 친구, 어긋나고 닫혀진 관계에 대해 계속 질문하게 만드는 소설, 강진아의 <미러볼 아래서>를 꼭 한번 읽어보세요. 색깔은 다르지만, 나름의 독특한 매력과 필력이 있는 두 작가 최은미의 <어제는 봄>과 강진아의 <미러볼 아래서>의 일독을 권합니다^^
https://youtu.be/y0x63x6zQBI[애피소드] 목숨 걸고 하는 ‘고양이탐정’의 신신당부(feat. 옥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