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박소현
반갑습니다. 본교 4년차 교사 박소현입니다. 임용고시 합격 소식을 전해들은 후, 곧 만나게 될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발령 날짜만 기다리던 제가 ‘신규 교사’라는 이름으로 통영 죽림초등학교에 근무한지도 벌써 4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내 발령지가 통영이란 걸 들었던 그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그 순간이 기억이 납니다. 1년차 때 고향 창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니, 옆에서 한 선생님께서 “꼭 너 같은 아이들이 여기서 결혼해서 통영에 눌러 앉더라”라고 하셨던 말씀. 그 말이 씨가 되어서 올해 통영새댁이 됐나봅니다.
교육성장이야기라는 사례발표를 하라 하시기에, 지난 4년 동안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주마등처럼 수 십 가지 추억들이 스쳐지나가더군요.
. 대학시절 나름대로 계획했던 ‘우리 반‘을 이제는 진짜로 실현할 수 있겠다는 즐거운 상상으로 시작한 저의 첫 교단생활은 생각했던 것만큼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교과 지도도 생활 지도도 모두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에 전 날 미리 열심히 준비를 하고 등교를 해도, 교실에서는 늘 예상 밖의 상황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졌고, 그 바람에 경험이 부족한 저는 당황하고 허둥대다 어느새 모든 계획을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특히, 일 년 차 공개수업 때 그야말로 교생 대표 수업하는 기분으로 입술 바짝바짝 말라가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수업을 끝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인 듯 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올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수업일지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쓰게 된 동기는 저의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교사용 지도서와 아이스크림에서 제공해주는 콘텐츠만으로 즉흥적인 수업을 하려고 하는 나쁜 버릇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수업일지의 가장 큰 목적은 수업계획에 있습니다. 제 일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고, 하루에 10분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간단한 양식입니다. 다음 날 수업에 대한 수업목표와 꼭 진행해야할 중요한 활동들, 미리 준비해놓아야 할 자료 등을 적으며 각 시간마다의 흐름을 미리 계획해두는 겁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수업 후 생각해 볼거리’라는 칸에 간단하게 수업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며 다음번에 보완해야할 것들도 적어둡니다. 진작에 이런 수업일지를 작성했더라면 좀 더 체계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의미 있는 반성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수업일지를 잘 모아놓으면 저 스스로의 뿌듯함도 있겠지만, 더 큰 의미는 앞으로 교사생활에 유용한 수업길잡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일지를 적음으로써 얻은 긍정적 효과를 톡톡히 맞보았기 때문에 아마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이 수업일지를 꾸준히 써 나갈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멘토링 활동과 동료장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두 가지는 수업뿐만 아니라 학급운영의 전반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 년을 잘 이끌어 나가려면 3월 한 달이 그렇게 중요하다는데, 고학년만 하다가 처음 저학년을 맡으면서 학기 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길잡이가 되어주신 분들이 멘토, 멘토티 선생님과 동학년 선생님들입니다. 특히나 멘토링제는 우리반 학생들의 기본학습태도,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주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저 멘토링 공개수업 때 보여주는 수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기 초에 “저학년의 창의적인 말하기능력 신장”이라는 우리 팀의 연구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맞추어 꾸준하게 함께 고민하고 지도 받았기에 가능한 변화였습니다. 이러한 멘토링과 동료장학은 장학에 대한 저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주었습니다. 특별하게 시간을 내어서 형식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 학교메신저를 통해 궁금한 것 물어보고 답변 듣는 것, 동학년 티타임 시간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저에게는 큰 배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 왔던 윗사람들에 의한 타율적인 장학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자기 성장을 위한 장학이었지요.
올해는 수업연구대회에 나가는 값진 경험도 했습니다. 솔직히 작년까지는 대회에 출전하시는 선생님들의 자료 제작을 위해 단순 노동력을 제공해 드리는 게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직접 대회에 참가하여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연구인데도, 체계적인 학교의 지원과 여러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지도, 조언 덕분에 무사히 대회를 치를 수 있었고, 평소에 제가 알지 못했던 나의 결점을 점검하고 다시 다듬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대회 결과와는 상관없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만큼은 1등급의 시간들이라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금씩 학교일에 익숙해지고,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도 있는 시기인 교직4년차, 창의장학이라는 주제의 연구학교는 저를 더욱더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감히 제가 이런 자리에 수많은 선생님들을 모시고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는 것도 지나고 보면 교사로서의 성장에 한 몫 할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철없는 신규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도와주시고 지켜봐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