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의 여름 휴양지
- 리시케시, 쉼라, 무수리, 다람살라, 스리나가르, 라다크 -
우 석 자*
히말라야와 인접한 북인도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철에 아주 선선하다. 그 때문에 이맘때쯤이면 전 세계 여행객들과 자국 부유층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 지역을 찾는다. 인도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네팔과 함께 히말라야로 가는 또 다른 길인 북인도는 오래전부터 등산객들과 순례자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아름다운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작은 마을 어귀에서 소박한 인도인들과 티베트인들을 만날 수 있다.
요가 본고장이자 히말라야로 가는 관문인 리시케시, 휴양도시이며 이국적인 분위기의 쉼라, 인도의 알프스라 불리는 무수리,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 지상낙원의 천국 스리나가르 등 여행의 명승지들을 소개할까 한다.
리시케시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68년에 비틀스가 이곳을 찾으면서부터였다. 그들의 정신적인 스승이었던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이곳에 머물렀던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리시케시를 찾아 다시 한번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인도 요가의 본고장인 리시케시는 요가 수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요가의 수도’라고 불리는 곳이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인도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갠지스강 발원지와도 가까워 힌두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갠지스강을 따라 사원과 요가 수련장이 늘어서 있으며 강에서 래프팅도 즐길 수 있다.
히말라야 산등성이에 있는 쉼라는 ‘작은 영국’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인도의 여느 도시와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해발 2,300m 산중에 현대적인 거리가 조성되어 있을 줄이야. 식민지 시절 영국인 휴양지로 인기가 높았으며 지금은 전 세계에서 여행객들이 몰려든다. 고지대에 자리한 덕에 여름에도 선선하다.
쉼라에서 가볍게 산책을 즐겨 보자. 세련된 분위기의 주택가나 시끌벅적한 재래시장에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영국인들은 쉼라를 그들만의 왕국으로 만들었다. 마을 꼭대기에 몰(Mall)이라는 커다란 광장을 조성하고 몰에는 바퀴 달린 것들과 색깔 있는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했다.
몰에서 길을 따라 약한 내리막으로 내려가면 빅토리아풍으로 지어진 건물군들이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이른바 스캔들 포인트(Scandal Point). 1920년대를 날렸던 희대의 바람둥이가 스캔들 포인트 자리에 앉아 꽤 많은 염문을 일으켰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크라이스트 처치는 1846년부터 1857년 사이에 건축된 북부 인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교회이다. 교회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교회 내부의 기념비로 유명한 곳으로 쉼라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쉼라는 영화 ‘불랙’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선선한 날씨, 따뜻한 햇살, 깨끗한 거리, 세련된 사람들. 누가 이곳을 인도라 믿을 것인가? 인도를 여러번 가봤지만 7~8월의 쉼라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거리의 노점상들은 인도의 다른 곳과 달리 차이 대신 카푸치노를, 사모사나 벨푸리 같은 인도식 스낵 대신 팝콘 기계에서 팝콘을 튀겨내고 있었고, 바나나, 망고, 살구, 복숭아, 사과가 있어 이내 행복했다.
칼카와 쉼라 사이의 산악 증기기관차는 인도 동부 다질링의 그것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탈거리 중 하나다. 1903년에 개통한 칼카~심라 노선은 총 연장 96km로, 산악열차는 이 노선의 102개 터널과 절경을 통과한다. 인도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식민지풍의 호사 중 하나다.
무수리는 해발 2천 미터 고산지이기 때문에 산들로 둘러쌓여 있다. 이곳은 외국인들보다 인도 부자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데, 다른 관광지와는 다르게 젋은 커플들이 많이 찾아 온다.
인도의 찌는 듯한 무더위가 시작되면 더위를 피해 많이 찾는데, 한여름에도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은 인도의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만 하도록 눈이 쌓여있는 자태를 보여준다. 또한 많은 산들로 에워쌓여 있어서 히말라야뿐만 아니라 주위의 커다란 산들은 자연의 웅장함에 감탄사를 남발하고, 때때로 아침이면 무수리 밑에 있는 데라둔에서 산을 타고 빠르게 올라오는 안개의 장관을 볼 수도 있다.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서 안개가 저녁까지 남아 있다면 해질녘에 또 한번 수묵화 같은 포근함의 장관을 이루죠. 영국의 식민지일 때 영국인들이 밀회를 즐기는 장소였고, 현재는 인도인들의 휴양지라 그런지 해발 2,000m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 시설이 그런대로 잘 되어 있다.
영국 식민지일 때 만들어진 무수리 뷰포인트가 있는데, 이곳이 건힐인데, 큰길에서 걸어서 약 20분 정도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인도에서 그다지 많지 않은 케이블카가 있어서 케이블카를 타는 재미로도 갈만한 곳이다. 인도 사람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눈빛과 히말라야의 설산이 닮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서로 사진을 찍고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그들과 우리들의 모습이 마냥 정겹기만 하다.
무수리의 동서남북과 히말라야 설산 그리고 데라둔까지 모두 볼 수 있기에 가볼 만한 곳이고, 밤에는 불빛이 찬란하여 거리가 있어서인지 마치 별빛과 같다.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순수함과 정겨움, 아기자기함이 묻어나 이곳을 가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명소이다.
달라이 라마가 사는 곳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살아 있는 다람살라는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이 개발했다. 이곳에서 가까운 쉼라와 함께 여름을 나기 위한 휴양지로 조성되었다.
다람살라는 지형에 따라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위쪽 다람살라와 아래쪽 다람살라가 그것이다. 두 지역은 500m 정도 고저차가 있다. 사는 민족과 그에 따른 문화도 다르다.
아래쪽 다람살라에는 인도인들이 대부분 거주하고 ‘맥그로드 간즈’라고 부르는 위쪽 다람살라에는 티베트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 1959년 중국 정부 박해를 피해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는 맥그로드 간즈에 거점을 세우고 티베트 망명정부를 수립했다.
맥로드간지(McleodGanj)는 인도 북부 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 주에 자리한 해발 1,800m의 작은 마을로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자리 잡고 있다. 1959년 당시 인도의 네루 총리가 중국에서 망명한 달라이 라마와 난민들에게 머물도록 한 곳이다. 이곳에는 제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Tenzin Gyatso)가 머물고 있는 출라캉(Tsuglagkang, ‘궁전’이란 뜻)과 티베트절인 남걀사원(Namgyal Gompa)과 티베트 도서관, 학교 등이 있다. 달라이 라마는 1년에 수차례 전 세계를 돌며 티베트의 독립을 호소하고 있으며, 궁에 머물 때면 설법시간이나 접견시간을 통해 일반인들과 만난다.
수려한 풍경으로 주목받던 다람살라는 이로써 더욱 세계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 위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 궁과 그 맞은 편에 자리 잡은 티베트사원, 박물관 등에서 티베트문화를 접할 수 있다. 거리에서는 붉은 옷을 입은 라마승들을 항시 만날 수 있다.
티베트 음식은 한국 음식과 매우 비슷하다. 만두와 비슷한 음식인 모모, 수제비와 비슷한 뗌뚝, 칼국수와 비슷한 뚝바, 그리고 묵무침과 비슷한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인도 ‘스리나가르’서 ‘레’까지 카슈미르 분쟁 지역이라지만 히말라야가 비치는 달 호수에서 보낸 여름 한철은 나도 모르는 꿈속의 꿈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시카라라는 작은 조각배를 타고 커다란 연꽃 호수 위에 사람이 사는 곳을 돌아다니는 달호수의 전경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지상낙원의 천국이라는 이름이 허명이 아니다. 영국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하우스 보트(물 위에 떠 있는 집)에서 보내는 밤은 잊을 수 없는 낭만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출발해 라다크 왕국의 수도인 레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가히 세상 끝 경계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천로역정의 길이라 할 만하다. 이 길은 세상의 아름다운 길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중 가장 높다는 해발 3,500m에 위치한 레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히말라야 오지였다. 하지만 외국인 출입이 허용되고 많은 방송사와 여행가들이 다녀간 이후 하늘이 내린 천혜의 자연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소개 되었다. 라다크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의 무대다.
이곳에 가는 가장 큰 목적은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자연환경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라는 여행가가 무수히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으로 보는 이를 순수한 자연에 파묻히게 한다.
북인도의 히말라야 지방은 9월 이후에는 길이 끊기고 매서운 추위 때문에 1년 중 방문할 수 있는 시기는 6~8월 정도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때 몰리며 한 여름 인도 전체가 다 죽을 듯한 더위로만 가득 찬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도는 다른 우주다.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산다. 외국인의 눈에는 상식을 뒤엎고, 논리로 설명 안 되는 일도 많다. 이것이 인도 여행의 어려움이기도 하고, 재미기도 하다. 상식과 선입견의 전복을 즐길 줄 알아야 인도 여행이 즐겁다.
* 대전 출생, 세계여행 전문가, 한밭대학교 ‘세계문화기행’ 지도교수, TJB 모닝와이드 라이프 인 출연,
seoksa1095@hanmail.net, cafe.naver.com/trip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