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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라이 | ||
▲ 살리네라스(잉카의 소금밭)
이곳은 동심원 형태로 계단식 석재를 쌓아 만들어졌다. 계단식 석벽 옆에는 돌을 돌출시켜 밟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해놓았다. 계단을 따라 정교한 관개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고 한다. 주변의 산세와 어우러져 더욱 신비한 모습이다.
인근에는 해발 3400m 계곡에 만들어진 암염 염전인 마라스 염전이 있다. 이 염전은 암염 성분이 섞인 샘물을 계단식 염전에 받아 소금을 생산한다. 잉카 이전 문명의 사람들이 소금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지금도 옛 방식 그대로 질 좋은 소금을 만들고 있다. 다랑논처럼 염전이 계곡에 펼쳐진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쿠스코에서 112㎞ 정도 달려가면 세상에서 불가사의한 도시가 눈 앞에 펼쳐진다. 밀림과 우루밤바(Urubamba) 강 그리고 해발 2300m의 고원 위에 세워진 마추픽추는 잉카인들의 성스러운 땅이다. 잉카인들의 계곡과 땅을 침략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산 정상에 세운 도시는 한마디로 거대한 '요새의 도시'다. 스페인 침략에도 완벽하게 살아남은 잉카 문명의 결정체인 마추픽추는 1911년, 미국 고고학자인 하이램 빙엄에 의해 발견되었다.
경사가 심한 산비탈에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을 한참 동안 달리면 마추픽추 입구에 이른다. 차에서 내려 돌을 쌓아 계단식으로 일군 밭과 대지 사이를 걸어 오르면 마침내 신비로운 도시의 관문인 석문이 나온다. 석문을 지나 시가지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건너편의 와이나픽추가 신비로운 모습으로 반긴다.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 이와 반대로 마추픽추는 '늙은 봉우리'라는 의미다.
▲ 마추픽추(나이 든 봉우리)
해발 2300미터에 위치한 이곳은 페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이자 인류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세계문화유산이다. 고대 잉카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추픽추는 '공중 도시', '잃어버린 잉카의 도시'라는 별칭과 함께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가보고 싶은 도시가 바로 마추픽추다.
산과 밀림 그리고 절벽 등에 가려져 산 밑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마추픽추는 인디언과 스페인의 침략을 피해 산 속으로 이주한 잉카 사람들의 지혜가 함축된 삶의 터전이다. 잉카인들의 지혜와 대담함이 스며있는 마추픽추는 3천여 개의 계단과 40단으로 이뤄진 계단식 밭 그리고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 등이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도시로 만들었다.
숨 가쁘게 다리품을 팔아 고대 잉카도시로 들어서면 발 아래 우루밤바 강과 아름다운 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도시는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높이 올라갈수록 도시의 모습은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잉카인들의 건축기술은 거대한 돌을 정교하게 다듬고, 모양도 다른 큰 돌들을 정확하게 잘라 성벽과 건물을 세웠다.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단단히 묶여 있는 돌들은 젖은 모래에 비벼서 표면을 매끄럽게 갈았다고 한다. 또한 성곽 안에 들어선 건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 안에는 신전을 비롯해 광장, 왕궁, 귀족들의 거주지, 서민 거주지, 경사면을 일군 계단식 밭 등이 존재했다. 스페인 군사를 피해 쿠스코를 버리고 마추픽추를 건설했던 잉카인들은 황금을 가지고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으나 지금까지도 그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마추픽추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선다. 높은 산 위에, 험한 자연 환경을 뚫고 도시를 건설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석축에는 몇 세기 전 이곳을 건설한 잉카인의 숨결이 남아 있다. 일일이 돌을 날라 와서 쌓았을 텐데, 도구도 변변치 않았던 그 옛날에 어떻게 정교한 도시를 만들었을까 싶다. 규모는 작지만 잘 구획된 시가지는 잉카 문명이 얼마나 발달했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마추픽추는 페루 최고 아니, 중남미 최고의 명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스코보다 해발고도가 400m나 더 높지만, 페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바로 푸노다.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곳이다. 해발고도 3800m가 넘는 페루 남쪽의 고원 도시 푸노. 이웃나라 볼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푸노를 찾아가는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티티카카 호수 때문이다.
▲ 티티카카 호수
배가 뜨는 항로가 있는 호수 중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다는 호수 티티카카는 안데스 산맥에서 녹아내린 빙하의 물이 고여 만들어졌다. 호수는 바다를 연상케 할 만큼 거대하다. 한낮의 티티카카 호수는 맑은 물 위로 하늘을 가득 담고 있었다. 호수의 푸른 물은 하늘빛과 흰 뭉게구름을 그대로 비춰내며 저 끝에서 푸른색을 서로 섞고 있었다.
태양신의 아들 망코 카팍과 그의 누이이자 아내인 마마 오크요가 잉카제국을 건설했다는 신화가 호수에 깃들어 있는 건 바로 이런 아름다움 때문이었으리라. 티티카카 호수에서는 전통방식의 삶을 고집하며 수공예품을 만들어 내는 주민들이 사는 타킬레섬과 갈대로 인공섬을 만들어 그 위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우로스섬이 있다. 두 곳 모두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인공섬 ‘우로스’는 흙에 얽힌 갈대로 만든 섬인데, 현재 호수에 70여개가 있다. 잉카제국의 침략을 피하기 위해 넓은 호수 한가운데 피난처를 만들었고, 잉카 군대도 더 이상 이들을 쫓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지금은 후손들이 배로 섬과 섬, 섬과 육지 사이를 오가고 새와 물고기를 잡는다. 한 섬에 한 두 가구가 살고, 어떤 섬은 학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모터보트도 있고, TV도 있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로스섬 주민들은 감자,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호수에서 물고기, 물새를 잡으며 생활한다. 요즘은 정교하게 수놓은 수공예 직물을 관광객에게 팔아 생계를 꾸려가기도 한다. 그들은 호수와 섬을 오가는 배도 토토라를 이용해 만든다. 허술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어른 4명이 타도 가라앉지 않는다.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갈대섬에서 바람과 물살 따라 고요하게 흔들리면서 페루의 보헤미안들은 오늘도 소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티티카카 호수의 모든 섬들은 개인적으로 찾아다닐 수도 있고,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단체로 섬을 여행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틀 동안 대부분의 섬을 구경한 뒤 순수 원주민들이 사는 아만타니 섬에서 하룻밤 묵으며 티티카카 호수의 아름다운 저녁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만약 호수여행에 싫증을 느낀 여행자라면 호수 주변에 있는 고대 문명 유적지를 탐방하는 것도 좋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 중에서 시유스타니 석탑 묘는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고, 그 이외에도 건립 시기가 서로 다른 석탑들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프란시스코 사막 인근의 파라카스에서는 바예스타섬을 돌아보는 투어보트가 뜬다. 바예스타섬은 ‘작은 갈라파고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자그마한 섬. 인산질 비료로 활용되는 바닷새 배설 퇴적물인 구아노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구아노가 많다는 건 바닷새들이 그만큼 섬에 많이 서식한다는 뜻. 바예스타섬은 온통 새들의 세상이다. 섬에 가까워지면 저절로 탄성이 터진다.
가마우지, 물떼새, 펠리컨, 갈매기들이 이 작은 섬에 무려 10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섬의 바위에 찍힌 새카만 점들이 모두 다 새들이다. 훔볼트 한류를 따라 헤엄쳐 온 펭귄도 1000마리가 넘고, 번식기를 앞둔 바다사자도 수천 마리에 달한다. 고개를 들면 날개를 펼친 새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물속과 해안가에는 바다사자들이 무리를 이루고 햇볕을 쬐고 있다. 이런 풍경은 ‘장관’을 넘어서 ‘감격’에 가깝다.
* 대전 출생, 세계여행 전문가, 한밭대학교 ‘세계문화기행’ 지도교수, TJB 모닝와이드 라이프 인 출연,
seoksa1095@hanmail.net, cafe.naver.com/trip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