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통원아파트는 단지내 지하철역 2개 대단지
中, 관리방식 다양하고 아파트 내부 천차만별
중국의 일부 대단지 아파트는 홍콩 아파트에서 보던 것보다 더 빽빽하다. [출처 : 바이두]
중국에서 공동주택은 이전 당(唐)나라와 송(宋)나라 때 생겼다. 아파트는 중국 개혁개방 초기에 도입됐다. 주요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지어져 주민에 무료로 배급했다.
1980년대 이후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이주하는 이촌향도(移村向都)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아파트를 받기 위해 몇 년씩 남의 집에서 세 들어 사는 것이 일반화된 것. 아파트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자 아파트 배급제도는 1998년 폐지됐다.
이후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아파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파트는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해야 했다. 아파트 건설이 돈이 되자 대도시를 중심으로 단지형 아파트가 많이 지어졌다.
중국의 대도시는 인구밀도가 높아 주상복합 건물도 많이 들어섰고 ‘재산 불리기’의 수단으로 아파트가 이용되고 있는 현상도 한국과 비슷하다.
다만 한국과 달리 부동산을 분양할 때 내부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입주자는 직접 공사비를 부담해 입주 전 내부 시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의 아파트 내부 풍경은 세대마다 천차만별이다.
중국의 공동주택 관리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정부가 설립한 관리회사를 통한 관리 △부동산 건설회사가 설립한 관리회사를 통한 관리 △일반 관리회사에 위탁하는 관리 △주민위원회와 관리회사가 합작한 관리 △자치관리 등이다.
가장 일반적인 관리 방식은 주민위원회와 관리회사가 합작한 관리다. 주민위원회는 한국의 입주자대표회의와는 다르다. 주민위원회는 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주민 자치기구다. 주민은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일 수도 있으나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중국의 대단지 아파트
중국은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많이 형성돼 있다. 중국 베이징 외곽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인 천통원(天通苑)아파트가 있다.
1999년에 지은 천통원아파트는 총 645개 동으로 구성됐다. 대지면적만 48만㎡가 넘는다. 축구장 70개를 합친 규모다. 5개 구역, 16개 단지로 돼 있고 아파트 내에 대형마트는 물론 쇼핑몰, 운동장, 학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베이징 천통원아파트 배치도 [출처 : 바이두]
202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천통원아파트 거주 입주민은 26만 명에 달했다. 한때 입주민 수가 70만 명에 달한 적도 있다. 이후 대거 베이징 시내로 이사를 가서 입주민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입주민 A씨는 “천통원아파트는 단지 내에 지하철역이 2개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며 “북문에서 남문까지 도보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통계를 보면 중국 대단지 1~9위의 아파트 입주민 수를 합치면 200만 명이 넘는다. 이는 대구 인구(237만 명)와 비슷한 규모다.
중국의 아파트 관리사무소
대단지 아파트가 발달한 중국에서 아파트 관리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관리사무소는 경리(经理), 주임, 관리원, 시설설비 기사, 미화원, 경비원 등으로 이뤄졌다. 이때 경리는 한국의 관리사무소장과 같은 관리사무소의 총괄 역할을 담당한다. 자금을 다루는 경리직원이 아니다.
중국 아파트 경리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주택관리사 시험처럼 ‘관리경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관리 이론, 관련 법규, 시설 상식을 비롯해 부동산 정책 방침, 집의 구조 등 넓은 범위의 내용을 공부해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한국의 주택관리사 시험과 달리 회계 과목이 없다.
중국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업무는 한국과 비슷하다. 단지 내 공용시설에 대한 관리가 업무의 주를 이룬다. 다른 게 있다면 코로나19 시기에는 의료진들과 함께 입주민들을 상대로 아파트 방역에 직접 참여해야 했다는 점이다.
상하이의 한 아파트에서 경리로 근무하는 류 모 씨는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20일 넘게 ‘사무실 생활’을 해야 했다. 코로나로 2000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봉쇄됐기 때문. 류 경리는 직원 10명가량과 함께 아파트 입주민 질서 유지, 쓰레기 수거, PCR 검사 보조, 생필품 및 약제 배송 등 업무를 지속해왔다.
언론 인터뷰에서 류 경리는 “새벽 5시에 기상해 다음날 자정을 넘겨 새벽 1시에 퇴근하는 게 보통이었다”며 “집에 갓 돌을 지난 아이를 둔 직원도 집에 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방역 업무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류 경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일이 고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어 보람이 큰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아파트 이슈들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아파트 이슈들이 존재한다. 층간소음 문제, 길고양이 문제, 주차 시비 문제, 조경 문제 등이 아파트에서 발생한다.
주차의 경우 중국은 아파트마다 시스템이 다르다. 아파트 분양 시 세대마다 주차 자리를 제공해주는 아파트가 있고 월 단위로 주차장 임차료를 내거나 구매해야 하는 아파트가 있다.
주차 시비의 대부분은 세대마다 주차 자리를 제공해주는 아파트에서 발생한다. 한국의 아파트처럼 퇴근 시간이면 주차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차 시스템도 아파트 분양 인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된다.
중국 아파트들이 경쟁적으로 가꾼 단지 내 조경. [출처 : 바이두]
중국은 단지 내 조경에 대해 등급을 부여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 관리가 잘 돼 있는 아파트들은 조경도 잘 갖춰져 있다. 아시아 최대 아파트 단지인 천통원아파트도 녹지 조성율이 36%에 달하고 2만3000㎡의 초대형 유럽식 아트리움 가든을 갖고 있다.
‘도심의 숲’을 꿈꾸던 아파트가 정글로 변한 실패 사례도 있다. 2018년 중국 청두시의 녹색주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설된 아파트가 관리 부실로 식물들이 건물을 뒤덮은 것이다.
녹색주택 프로젝트로 건설된 아파트가 관리 부실로 식물들이 건물을 뒤덮었다. [출처 : 바이두]
해당 아파트는 수직 형태의 숲을 표방해 세대 내 모든 발코니 공간에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설계해 입주민들이 자연 친화적 삶을 살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아파트를 분양받은 대부분의 입주민이 식물에 기생하는 곤충들로 인한 전염병을 우려해 입주 하지 않자 식물을 돌볼 사람이 없게 됐다.
결국 방치된 식물들은 아파트 발코니 난간을 타고 내려와 건물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고 입주한 극소수의 입주민들은 온갖 벌레에 시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