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 참신하고 선명한 감각, 언어의 해조(諧調 잘 조화됨, 즐거운 가락)와 압축된 서정적 분위기, 토속적이고 원초적임, 공감각적 심상과 낭만적 묘사
심상 : 고향에 대한 추억을 선명히 되살려 주는 감각적이고 향토적인 심상
어조 : 아련한 그리움에 젖듯이 차분한 어조
구성 : 확대 - 축소의 중첩 구조, 일정한 후렴구가 반복되는 병렬 구조
1-2연 평화롭고 한가로운 고향의 정경(외부 풍경)
3-4연 겨울 밤 풍경과 아버지에 대한 회상(내부 풍경)
5-6연 유년기의 회상(내면 공간)
7-8연 누이와 아내에 대한 회상(외부 풍경)
9-10연 고향에서의 귀가와 휴식(내부 풍경)
제재 : 고향의 정경
주제 : 고향에 대한 그리움, 영원히 잊지 못할 고향의 정경
출전 : <조선지광>65호(1927)
내용 연구
휘돌아 : 휘감아 돌아
지즐대는 : 거침없으면서도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소리를 내는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 고향의 들판을 끼고 흐르는 실개천이 옛날의 전설을 얘기해 준다는 의인법적 표현이다. 고향의 모습에 대한 시적 화자의 정겨움과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따가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에 누워 유유한 울음을 우는 황소의 모습이 한가롭게만 보이는 곳
해설피 : 소리가 느릿하고 길며 약간 슬픈 느낌이 드는 것을 가리킴
금빛 게으른 울음 : 금빛이 가장 느리게 보이는 색깔로 보았으며, 따뜻하고 찬란한 그리움을 돋우는 한가한 울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각적 대상인 황소의 울음을 '금빛'이라는 시각적 방법으로 나타낸 공감각적 심상(청각의 시각화)이 나타나는 시구이다.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각 연 뒤에 후렴구 역할을 하는 시구로, 주기적인 반복을 통해 시상을 정리하고 시에 형태적 안정감을 주는 한편,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고, 간접적인 리듬감 형성에 기여를 하고 있다.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 한밤중 문밖으로 들리는 바람소리가 사람이 말 달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에 비유,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청각의 시각화
엷은 졸음 : 살풋 든 졸음을 감각적으로 표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 유년 시절의 순박함을 흙을 통해 형상화
함부로 쏜 화살을 : 유년기의 소박한 꿈과 동경을 비유
함초름 : 가지런하고 고운 모양, 물이 배어 나도록 젖은 모양
휘적시던 : 마구 적시던,
전설 바다 : 역동적인 이미지로 원관념은 검은 귀밑머리
귀밑 머리 : ① 이마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로 갈라 귀 뒤로 넘겨 땋은 머리. ② 뺨에서 귀의 가까이에 난 머리털.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 짙은 검은 머리를 가진 누이의 머리결 흩날리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려 보며
사철 발벗은 아내 : 농사일에 바빠서 신도 잘 추스려 신을 사이가 없는 토속적인 아내를 의미
성근 : 듬성듬성하여 사이가 뜬( 해방전의 시집에는 '석근'으로 표기 되어 있었는데, 석근은 밤하늘에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별들이 섞여 얼크러진 모습을 이르는 말로 해방 후 발행된 '지용 시선'에는 '드문드문'이라는 뜻으로 '성근'별로 표기됨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 모래성처럼 아련한 꿈과 소망이 어우러진 별을 보며 걸어가고, 발을 옮기고 주체는 성근별
서리 까마귀 : 가을 까마귀
초라한 지붕 : 가난한 삶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정겨운 고향의 모습
심층 감상
'향수'는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대목만 제외하고는, 시를 읽으면서 고향의 풍경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을 만큼 선명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이미지즘 계열의 대표적인 시이다. 감각적 이미지가 시 전체에서 다양하게 쓰였으므로 3~4명씩 조를 이루어 감각적 이미지가 쓰인 부분을 찾고, 그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지도한다. 퀴즈 형식으로 활동을 진행해 각 조간의 경쟁을 이끌어 내는 것도 수업 분위기를 활발하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1연의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에서는 시각적 대상인 '실개천'이 청각적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금빛 게으른 울음'에서는 '울음'이라는 청각적 이미지와 '조름에 겨운'의 근육 감각적 이미지가 쓰였으며,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에서는 청각적 대상(밤바람 소리)이 시각적 이미지(비인 밭, 말을 달리고)로 표현되었다. 5연에서는 '파아란 하늘'의 시각적 이미지와 '풀섶 이슬'의 촉각적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7연에는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에서 시각적 이미지가 쓰였으며, '발 벗은'아내와 '따가운 햇살'의 촉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다. 9연에서는 '석근 별'의 시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으며,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에서 시각적 대상이 청각적 이미지로 전환된 예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감각적 이미지는 독자들이 고향의 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하고, 정서적 환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향수'에서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반복적 표현이 주는 효과에 대하여 말해 보자.
'향수'에는 짝수 연마다 마치 후렴구처럼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가 삽입되어 있다. 학생들이 시를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중심으로 이 구절의 표현 효과를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반복'의 일반적 효과와 함께 이 시에서의 쓰임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한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는 설의적 표현으로 꿈에서조차 고향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는 간절한 그리움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시적 화자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같은 어구를 반복함으로써 시 전체의 연속성과 통일성을 높이고 운율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농경 시대 한국인의 고향을 노래했다. 10개 연 중 홀수 연은 고향의 잊을 수 없는 심상을 제시하고, 짝수 연은 잊을 수 없는 감정을 동어 반복을 통해 강조하여 홀수 연의 심상들을 연결하고, 작품 전체에 통일성을 유지시켜 준다. 날로 도시화, 비인간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옛 고향의 정취에 젖어 들도록 하기에 족한 시다.(출처 : 김봉군, 최혜실 공저 지학사 문학)
이해와 감상2
고향은 누구에게나 짙은 그리움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그 곳이 가난에 찌든 곳이든, 헐벗은 산촌이든 마찬가지다. 궁핍하지만 다정한 고향의 모습을 그림 펼치듯 제시한다.
작품은 다섯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 부분마다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는 연이 먼저 오고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독백이 이어짐으로써 그리움을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의 수법은 무척 단순한 것이지만, 그 어떤 복잡한 기교보다도 절실한 심경을 나타내 준다.
실개천가의 얼룩백이 황소와 질화롯가의 짚베개 등 고향을 회상시키는 대상을 형상화하였다. 그 고향은 화살을 쏘면서 뛰어 놀던 동산이자 누이와 아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을 표상(表象)하는 상징물이 생생한 감동으로 살아오도록 표현하였다.
이와 같이 일제 식민지 기간에 보여준 시인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상실한 고향에 대한 동경뿐만 아니라, 회복 의지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표현임을 고려해야 한다.(출처 : 성기조 저 학문사 문학)
이해와 감상3
이 작품은 정지용의 초기 시의 하나로서,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주정적(主情的)으로 노래했다. 그리고 그의 시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고향을 떠난 서정적 자아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느껴지는 서정시이다. 작품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 부분마다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는 연이 먼저 나오고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독백으로 이어짐으로써 간절한 그리움을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의 수법은 무척 단순한 것이지만, 그 어떤 복잡한 기교보다도 절실하게 시인의 심경을 나타내 준다. 이 작품은 포근함과 아름다운 꿈이 서려 있는 고향의 모습과 함께 가난하고 고단한 삶의 모습이 담긴 고향을 형상화한 것으로, 고향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이 진하게 나타나 있다.
5연으로 나누어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1연에서는 청각적 심상과 공감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평화롭고 한가로운 고향 마을을 둘러싼 공간을 원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2연에서는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촌민(村民)들의 삶을 환기시키면서 잊지 못할 고향 집의 심상을 드러내 주고 있다.
3연에서는 '내 마음'이라는 단어를 통해 시적 자아가 제시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시적 자아는 아름다운 꿈과 신비로 가득한 유년 시절을 감각적 단어의 사용을 통해 회상하고 있다.
4연은 어린 누이와 아내의 모습을 통해 농가의 정경과 아낙네들의 소박한 인정을 회상하는 부분이다.
5연에서는 '하늘에는 성근 별', '모래성',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등의 어휘들을 통해 고향의 정경을 드러내 주고 있고, '흐릿한 불빛, 도란도란거리는'의 단어를 통해 단란한 농가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토속적이고 원초적인 심상('실개천', '얼룩백이 황소', '질화로', '짚베개' 등)에 의해 고향의 정경을 재구성함으로써 그리움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공감각 및 감각의 전이(轉移) 기법을 통해 참신하고 선명한 시각적 표현을 보인다. 아름다운 우리말의 해조(諧調)가 서정적인 분위기와 조화되어 고도의 압축된 시적 형상화를 이룬다.
자료
'향수'의 형태적 특성
'향수'는 반복 형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각 연의 끝행은 '- 는(던) 곳'으로 반복되고, 후렴구와 같은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란 1행으로 된 연이 짝수 연으로 반복되면서 홀수 연들을 연결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계적 반복이 너무 의도적이고 직설적이라는 지적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반복이 시에 미치는 효과는 크다. 홀수 연들은 향수로 불러일으키는 정경들을 감각적인 심상으로 제시했으나, 감정의 표출은 극도로 제약되어 있다. 만약 이러한 반복적인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홀수 연들은 각각 따로 떨어진 심상의 조각들이 평면적으로 흩어져 있을 것이다. 각 연의 끝의 끝행의 반복과 홀수 연들이 연결 고리 구실을 함으로써, 이 시는 점층적인 이미지의 상승과 유기적 통일성을 얻어낼 수 있다.
우선 표현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첫째, 토속적이고 원초적인 심상('실개천', '얼룩백이 황소', '질화로', '짚베개' 등)에 의해 고향의 정경을 재구성함으로써 그리움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둘째, 공감각 및 감각의 전이(轉移) 기법을 통해 참신하고 선명한 시각적 표현을 보인다. 셋째, 아름다운 우리말의 해조(諧調)가 서정적인 분위기와 조화되어 고도의 압축된 시적 형상화를 이루고 있다.
각 연별로 시상의 전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2연은 청각적 심상과 공감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평화롭고 한가로운 고향 마을을 둘러싼 공간을 원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3,4연은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촌민(村民)들의 삶을 환기시키면서 잊지 못할 고향 집의 심상을 드러내 주고 있다.
5,6연은 '내 마음'이라는 단어를 통해 시적 자아가 제시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시적 자아는 아름다운 꿈과 신비로 가득 찬 유년 시절을 감각적 단어의 사용을 통해 회상하고 있다.
7,8연은 어린 누이와 아내의 모습을 통해 농가의 정경과 아낙네들의 소박한 인정을 회상하는 부분이다.
9,10연은 '하늘-성근 별', '모래성', '서리 까마귀-지붕' 등의 어휘를 통해 고향의 정경을 드러내 주고 있고, '흐릿한 불빛, 도란도란거리는'의 단어를 통해 단란한 농가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정지용의 초기 시의 하나로서, 농경 시대 한국인의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주정적(主情的)으로 노래하였다.
'향수'에서의 '고향'의 의미
이 시는 고향의 자족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도 쓸쓸함과 허전함을 짙게 드러낸다. 차마 꿈에도 잊을 수 없다고 밝힌 그 고향의 모습은 초라하고 답답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 초라하고 답답한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것을 꿈에도 잊을 수 없다고 외쳤다. 그 때는 일본 유학을 앞두고 꿈에 부풀어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작가의 꿈은 일본 유학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라하고 답답한 고향의 울타리 안에 있었다.
정지용(鄭芝溶 1902-미상) 정지용 생가
시인. 충북 옥천(沃川) 출생.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모교의 교사, 8·15광복 후 이화여자전문 교수와 경향신문사(京鄕新聞社) 편집국장을 지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순수시인이었으나, 광복 후 좌익 문학단체에 관계하다가 전향, 보도연맹(輔導聯盟)에 가입하였으며, 6·25전쟁 때 북한공산군에 끌려간 후 사망했다. 1933년 <가톨릭 청년>의 편집 고문으로 있을 때, 이상(李箱)의 시를 실어 그를 시단에 등장시켰으며, 1939년 <문장(文章)>을 통해 조지훈(趙芝薰)·박두진(朴斗鎭)·박목월(朴木月)의 청록파(靑鹿派)를 등장시켰다.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여 대상을 선명히 묘사,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 작품으로, 시 "향수(鄕愁)", "유리창1", "비", "압천(鴨川)", "이른봄 아침", "바다" 등과, 시집 <정지용 시집>이 있다.
시와 언어
시의 표현에 있어서 언어가 최후 수단이요 유일의 방법이 되고 만 것은 혹은 인류 문화 기구(文化器具)의 불행한 빈핍(貧乏)일지는 모르나 언어의 불구(不具)를 탄(嘆)하는 시인이 반드시 언어를 가벼히 여기고 다른 부문의 소재를 차용치 않았다. 언어의 불구가 도리어 시의 청빈의 덕을 높이는 까닭이다. 언어의 불구에 입명(立命)하여 시의 청빈에 귀의치 못한 이를 시인으로 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니 제약을 통하지 못한 비약이라는 것은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 될 수 없음이다. 가장 정신적인 하나인 시가 언어의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차라리 시의 부자유의 열락이요 시의 전면적인 것이요 결정적인 것으로 되고 만다. 그러므로 시인이란 언어를 어원학자처럼 많이 취급하는 사람이라든지 달변가처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 개개의 세포적 기능을 추구하는 자는 다시 언어 미술의 구성 조직에 생리적 리프트 기버(lift-giver)가 될지언정 언어 사체(死體)의 해부 집도자인 문법가로 그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시인을 만나서 비로소 혈행(血行)과 호흡의 체온을 얻어서 생활한다.
시의 신비는 언어의 신비다. 시는 언어와 인카네이션(incarnation)적 일치다. 그러므로 시의 정신적 심도는 필연으로 언어의 정령을 잡지 않고서는 표현 제작에 오를 수 없다. 다만 시의 심도가 자연 인간생활 사상에 뿌리를 깊이 서림을 따라서 다시 시에 긴밀이 혈육화되지 않은 언어는 결국 시를 사산시킨다. 정신(精神)이 거하는 궁전이 언어요, 이를 다시 방축(放逐)하는 것도 언어다. -정지용, '시와 언어', 김은자편, <정지용>( 새미, 1996)
정지용의 시 세계
경도에서 썼던 초기시들은 먼 이국에서 느끼는 고독과 향수를 자연 풍경에 담아 그려내고 있다. 날카롭고 재치 있는 감각적 표현을 특성으로 하는 정지용의 시 세계는 먼저 시각적 이미지의 치밀한 구축을 통해 동적인 이국 정조 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바다1', '슬픈 기차(汽車)', '경도 압천(京都鴨川)', 등의 시가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평안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내고 있는 전통 지향적인 시가 다른 한 궤를 이룬다. '향수'로 대표되는 그러한 시편들에는 소박한 향토 정조가 나타나고 있으며, 가족사적 세계와 자연에 대한 친화감이 드러나 있다. 향토적 정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연결된다.
독실한 신앙 생활을 바탕으로 한 시편들은, 그가 <카톨릭 청년>지의 편집에 관여하면서 발표되었다. '불사조(不死鳥)', '갈릴레아 바다' 등의 작품은 인간적 비애에 대한 깊은 인식과 비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기도를 담고 있다.
그의 시 세계가 1925년경부터 1933년까지의 감각적인 이미지즘의 시, 1933년 '불사조'이후 1935년까지의 카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적인 시, '옥류동', '구성동' 이후 1941년에 이르는 동양적인 정신의 시로 세 단계의 변모 과정을 겪었다고 보기도 한다.
유치환의 '향수'
나는 영락한 고독의 가마귀
창랑히 설한의 거리를 가도
심사는 머언 고향의
푸른 하늘 새빨간 동백에 지치었어라
고향 사람들 나의 꿈을 비웃고
내 그를 증오하여 폐리같이 버리었나니
어찌 내 마음 독사 같지 못하여
그 불신한 미소와 인사를 꽃같이 그리는고
오오 나의 고향은 머언 남쪽 바닷가
반짝이는 물결 아득히 수평에 조을고
창파에 씻긴 조약돌 같은 색시의 마음은
갈매기 울음에 수심져 있나니
희망은 떨어진 포켓트로 흘러가고
내 흑노같이 병들어
이향의 치운 가로수 밑에 죽지 않으려나니
오오 저녁 산새처럼 찾아갈 고향길은 어디메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