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야산방 내부 모습.좀 지저분하죠*
겨울철에는 화야산방에서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봄 여름은 약간 바쁘고 가을은 조금 바쁜 반면 겨울철에는 개장 휴업이지요. 다른 집들은 집안에 대부분 난로가 있어 땔감 준비에 바쁜 일손을 움직이지만 저의 산방에는 난로가 없습니다. 그래서 할 일이 더 없지요. 밖이 워낙 추워 산방안에서 항상 혼자 있다보니 기타치며 노래부르기,음악 듣기, 형님들께 문안 전화하기,친구들에게 전화하기,차 마시기 등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지요. 놀다 심심하면 책을 봅니다. 높은 학식을 지닌 형님들은 책을 보다 심심하면 논다는데 저는 놀다 심심해지면 책을 본답니다. 예전 학창시절에 자신의 소개서 취미난에 독서라고 쓴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적은 저와 막상막하였슴다. 물론 아래에서부터죠. 선생이 불러 “야 이놈아! 너는 취미가 독서인데 왜 성적이 이 모양이야”라고 혼냈답니다. 그랬더니 친구는 “선생님! 취미란 심심풀이 땅콩인데 취미로 책을 읽으니 성적이 좋을 수가 있겠어요?”라고 답했답니다. 저도 그 아류죠. 그래서 놀다 따분하면 책을 읽지요. 아니 수면제 대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즘 수면제 대용으로는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이라는 책이 동원됩니다. 역사지리학자인 최영준 교수가 쓴 책인데 본인의 농사일기지요. 주경야독-- 낮에는 도수가 낮은 술을, 밤에는 도수가 높을 술을 먹는다(?) 이런 의미는 아닐 거예요. 책속에 노교수의 인간됨과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최교수의 책가운데 이런 글귀가 있네요. “사람이 농토를 소유하고자 한다면 우선 땅을 사랑해야 하고 작물을 가꿀 체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농사일을 배울 겸손한 마음음 가져야 하고 작물이 싹 터서 자라는 과정을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어요.
또 이런 책도 있어요. 소로의 속삭임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에는 소로 형님의 여러 저서에서 뽑아낸 글들이 실려 있어요. 한 문장 소개할게요.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한번 내 식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즉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인생이 가르치고자 한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 보고자 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법정스님은 소로형님의 사상을 높이 평가해 소로 형님이 유했다는 미국 월든 호수가를 일년에 한 번씩 찾았다지요..
타샤 튜터 누님 책인 ‘나의 정원’이라는 책도 즐겨 들여다 봅니다. 나이 56살부터 어떻게 이렇게 정원을 잘 가꾸었을까 탄복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답니다. 혼자서 일했고 일할 때는 항상 맨발이었다네요. 30만평 땅을 혼자 일궈낸 그 정열 그 끈기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땅을 남편이자 자식처럼 여기고 살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때로는 두들겨 패기도 하고 때로는 어루만지고 속삭이기도 하면서요. 저는 어느 때 꿈속에서 소로 형님의 월든 호수가를 거닐기도 하고 타샤 누님의 정원을 걷기도 한답니다. 그러면 무척 행복해지지요. 타샤 누님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답니다. “자신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기쁨과 행복감을 만날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소로 형님과 타샤 누님의 생활을 본받고 싶습니다. 근데요 5년마다 이 때가 되면 왜 우리에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은 없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맞이할 준비를 하지 않는 민족에겐 초인이 오다가도 되돌아가겠죠. 가슴이 무겁게 시려오는 것이 연말과 추위 탓만은 아닌 것같습니다. 이야기 계속 이어가겠습니다.꾸벅
첫댓글 화야산방에 연탄 난로 하나 놓으세요.
화덕 두개짜리로...
도착 즉시 번개탄 일궈서 피워놓으면
주말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연탄값 요즘 참 싸죠...
몇백원... 요즘 그런 게 어딨어요.
고무마도 구워먹고. 라면도 끓여먹고.
난로위엔 항상 주전자가 올려져 있고.
주전자엔 몸에 좋은 당귀, 오미자 등...
생각만 해도 세상이 훈훈해지는 것 같지 않으세요??
훌륭하신 지적이십니다, 근데 제 마눌이 절대 연탄난로 놓지말라네요. 술 한잔 먹고 자다 그대로 간다고요. 끔직히 절 생각하죠. 고양이가 쥐 생각하나. 그래서 할 수 없이 덜덜 떨고 삽니다. 죄송함다.
다른 것 (예 : 술마시는 거)도 마눌말 좀 들어보아요~~
형님의 말씀에 입이 천개 만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