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2일 약 3개월 동안 복원을 위해 장막 속에서 숨어있던 추억의 전차(電車)가 드디어 햇빛 아래에 모습을 들어내었다.
그러나, 이날 잠깐 노천에서 보여준 차체는 관람 편의를 위해 관람대를 곁으로 하여 지붕 밑으로 놓여지게 되었다.
(사진 1) 동아대박물관에 보관중인 부산전차의 복원직후 모습과 현재 모습
이 전차는 1952년 미국서 중고차량 도입 후부터, 1968년 운행 중단할 때까지 노란색바탕의 행선표 3번을 전차의 앞뒤에 부착하
고 주로 동래선(東萊線)을 운행하던 전차들 중의 1대이며, 차량은 남았으나 이 전차가 달린 동래선의 연변 모습이 제대로 묘사된
자료는 보기가 어렵다. 이에 동래선 전차를 못타본 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전차 운행 종료 후 43년이 지나 동래선 전차
길 주변은 도시화로 인하여 과거 자취는 없어졌지만, 기억으로만 남은 서면발 온천장행 3번 전차 가는 길에 있었던 전차정류장의
전차운행 전성기인 1960년대 초반 모습으로 정리해본다.
부산의 전차는 노면전차와 교외전차가 공존하였는데, 교외전차는 도로의 중심부에 궤도를 포설한 노면전차와 달리, 도로와 떨어
진 곳에 단독으로 선로를 구축한 형태이다. 즉 시내전차는 흔히들 각종 영상물에서 보는 도시의 시내도로 한가운데를 달리는 형
태이며, 교외전차는 일본관광 홍보에 자주 등장하는 고도(古都) 가마쿠라(鎌倉)와 에노시마(江ノ島)의 해안 풍경을 만끽하는 에
노덴(江ノ電)과 같은 도시의 외곽지역을 연결하는 운행 형태이다.
부산에서의 교외전차는 동래지역으로 운행한 동래선이 있었으며, 이 곳은 당시 부산의 외곽지역으로 경편철도(輕便鐵道)가 1909
년 12월 1일부터 최초에 운행되었다가, 1915년 11월 1일부터 전차로 교체되었기 때문에 교외전차가 되었다.
동래선은 최초 현 서면광장에서 단선으로 동래온천장까지 운행하다가, 1963년 간선도로 중앙에 부설된 서면-신좌수영간의 단선
을 복선으로 증설하였지만, 신좌수영에서 동래온천장 종점까지는 일반철도와 같이 별도의 전차길이 부설되어서 거제리-남문구-
사대(교대)앞-동래-서문-온천장으로 이어지는 단선궤도로 운행되었으며, 일부 정류장을 제외하고는 정류장에는 상하행 전차의
교행을 위한 복선이 부설되었다.
(사진 2) 동래선 전차노선
또 하나의 동래선의 특징은 도로변의 매표소와 도로중간의 승강장이 분리된 노면전차의 정류장과 달리, 매표소와 대합실을 갖춘
정류장 건물과 건물 앞에 상하행선 승강장이 설치된 기차역 형태의 전차역(電車驛)이 거제리, 동래, 온천장 3개소에 있었다.
전차역은 승차용 입구와 하차용 출구가 분리된 형태이며, 출입구에는 과거의 우리 나라 기차역과 같이 역원이 검표하는 목제 구
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현재 3개소의 전차역중 거제리역은 건물이 남아있으나 상가로 개조되었고, 동래역은 철거되어 도로에
편입되었고, 온천장역은 건물이 철거되고 주변보다 높은 대지는 도로의 높이로 평탄화되어 새 건물이 건축되었다.
동래선 전차의 기점인 서면(西面)의 정류장은 초기에는 서면광장 복판에 있었던 로타리내에 대합실을 갖춘 서면역(西面驛)을 설
치하여 동래행과 운동장행 각각 분리하여 승하차장을 운영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초반인 부산직할시 승격기념 부산탑을 서면
광장에 설치를 시작한 후, 부전동 구 동보서적건물 전면 도로 한가운데로 정류장이 이전되었다. 온천장행 전차는 1km 남동쪽에
있었던 차고에서 빈차로 출발하여 이 곳에서 승객을 탑승시키거나, 온천장을 출발하여 이 곳에 도착한 후 다시 온천장으로 반복
운행하였다.
(사진 3) 부산직할시 승격 기념탑 설치 이전의 서면역과 설치후의 서면교차로
서면정류장을 출발한 전차는 북쪽으로 도로의 중간을 달려 다음 정차장인 부전(釜田)정류장에 도착하였다. 이 곳은 한국철도
부전역(釜田驛) 진입로 입구의 5거리 광장내 도로 복판에 있었으며, 부근에는 한국전쟁후 급수를 위한 물탱크가 도로변에 설치
되어 주변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도로 한가운데의 승강장을 출발한 전차는 또다시 도로의 중간을 달려 신좌수영으로 향했었다.
신좌수영(新左水營)정류장은 부산진구 양정동 현재의 송상현동상광장과 인접한 북서쪽에 위치하였다. 이 곳은 노면전차선로에
서 교외전차선로로 궤도의 주행로가 전환되는 곳으로, 동래방향으로 철도와 같은 단선궤도길이 자동차도로와 분리되어 거제리
역 방향으로 포설되어 있었다. 정류장 서쪽 건너편인 화지산 아래에는 험준한 모너머고개가 있었으나, 철도부설과 전차길을 만들
때 평탄화 시켰으며, 1960년대에는 고개 뒷편 산에 공동묘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택지개발로 그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또한 이 곳에서 거제리역을 향하는 길가에는 하마정(下馬亭)이라 부르는 곳이 있는 데, 이 곳은 근처에 동래 정(鄭)씨 시조의 묘가
있어서 이곳을 지나는 승마자(乘馬者)는 반드시 예를 표하기 위해서 말에서 내려야 한다고 조선초기 태종때 하마비가 세워졌기에
하마정이라 불렀다 한다. 정씨 재실이 있는 곳은 현재 화지공원으로 호칭하며, 수령이 800년이 지났다는 천연기념물 제168호인
배롱나무 2그루가 있다. 신좌수영정류장에서 도로의 동쪽편에 붙어 거제리 방향으로 가는 전차길은 하마정에서 도로에서 떨어져
독자적으로 주택가 사이를 지나 거제리역으로 향했다.
한국철도 거제역앞 대로 건너편 골목안의 연제구 거제동 609-1 (거제대로 154-1)에 있었던 거제리역(巨提里驛)은 건물 측면에 대
합실 출입구를 가진 목조 2층 건물이었으며, 역사 동쪽에 교행을 위한 복선 상대식(相對式) 승강장이 있었다. 현재의 거제리역은
역사 건물 1층은 개조되어 전차운행 시절의 자취는 없지만, 전체 2층 건물의 외부 모양은 그대로 남아있다. 거제리역 주변은
한 때 우리 나라의 견직(絹織)공업의 중심지로 견직공장이 다수 있었으며, 사각사각 직조기(織造機) 소리를 듣고 가면서 전차는
남문구로 향했다.
(사진 4) 거제리역 위치와 현존하는 역사의 2층부분
남문구(南門口)정류장은 동래 남문에서 약 2km 남쪽의 거리가 떨어진 곳인 부산지하철3호선 거제역의 ②,④번 출구 위치 부근에
설치되어 있었다. 거제리역을 지나 이 곳까지는 구 조선견직(朝鮮絹織)㈜의 공장부지인 현 경남아파트 단지 한가운데를 지나 현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건물에 있었던 국립잠사검사소 현관 서편을 지나 왔었다. 이 곳은 전원지역으로 주변이 주택지는 아니나,
광복 이전부터 정류장이 설치된 것은 동쪽의 연산동 밤대마을과 서쪽의 사직동을 연결하는 중간지점이기 때문이다.
사대(師大)앞정류장은 남문구에서 동해남부선 철교 동쪽끝 아래를 지나, 지하철1호선 교대역의 ②,④번 출구 위치 부근에 설치되
어 있었다. 이 곳을 사대(師大)앞이라고 명칭을 붙인 것은 1950년대 초반까지는 정류장이 없었다가 현 부산교육대학교 캠퍼스에
교대(敎大)가 설립되기 전, 2년제 부산사범대학이 개교되었을 때 통학 편의를 위하여 정류장을 신설하였기 때문이다. 이 후의 궤
도는 현 한양아파트 방향으로 자동차도로를 건넌 후, 세병교(洗兵橋)의 서쪽편에서 나란히 온천천(溫泉川)을 건넜었다. 세병교는
동래읍성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훈련이나 전투에서 병기(兵器)를 씻어서 거둔다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진 다리이다. 현재의 세
병교는 최초 편도 2차선 자동차용 다리로 건립된 것을 차선을 확장시킨 것이며, 현대식 다리 이전에는 온천천을 지나는 인도용 돌
다리였다.
동래역(東萊驛)은 동래구 수안동 3-8번지의 부산은행 수안동지점 건물 동쪽전면 도로상에 위치하였다. 역사는 목조 단층건물에
승차용 입구는 대합실을 경유하나, 하차용 출구는 역사 남쪽 측면에 설치되었고, 역사 서쪽에 상대식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역 주변은 연근밭과 미나리밭이 있었으며 남서쪽에 현존하는 동래변전소가 있었고, 역사 밖 도로를 건너면 동래경찰서가 있고,
북동쪽에는 임진왜란의 격전지인 동래성의 남문이 위치한 곳이었다.
(사진 5) 동래역 옛모습과 현재의 표지석
동래역을 지난 전차길은 울산방향의 구 국도(國道)의 서쪽에서 나란히 북쪽으로 향했다. 서문(西門)정류장은 동래성(東萊城) 서
문터의 서쪽 방향인 동래구 명륜동 현 동래우체국 뒷편 우시장 근처에 위치하였고, 타 정류장과 달리 단선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 곳에서 다시 북쪽으로 주변의 논밭 가운데를 지나가다가, 현재의 온천교 입구에서 전차궤도는 금정산을 바라보고 서쪽으로 방
향을 전환하여 동래역 이전에서 건너온 온천천을 다시 건너 온천장역으로 향했다.
종점인 온천장역(溫泉場驛)은 초기의 종점인 온천입구까지의 동래선을 1926년에 연장 운행할 때 개업하였고, 현 부산은행 온천
동지점 건물이 있는 동래구 온천1동 180-4번지에 위치하였다. 이 곳은 주변보다 높은 언덕의 섬[島]식 승강장에 진입되는 단선궤
도가 "Y"형태로 분기되어 종단점이 설치되었고, 승강장에서 출입구를 지나 대합실을 거쳐 북쪽 출입구를 나오면 계단으로 도로에
접속되었다. 역사 외부 출입구 계단에는 전차 개통을 기념하는 할아버지 석상이 있었으나, 역사 철거 후 농심호텔 앞으로 이전되
어있다.
(사진 6) 옛 온천장역 외부와 구내
(사진 7) 온천장역 위치의 부산은행 지점과 농심호텔입구의 할아버지상
서면에서 온천장까지의 동래선 전차길의 옛 모습은 이제는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나마 남은 거제리역사, 동래역터 기념비, 온천
장역 할아버지 석상으로 미흡하나마 아쉬움을 달래어보면서, 서면발 온천장행 3번 전차가 가는 길의 동래선 전차정류장 주변을
살펴보았다.
(끝)
이글은 다음 부경문해 카페 미카3 161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