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素隱,行怪,後世有述焉:吾弗爲之矣。
君子遵道而行,半塗而廢:吾弗能已矣。
君子依乎中庸。遯世不見知而不悔:唯聖者能之。」
자왈 소은 행괴 후세유술언 오불위지의
군자준도이행 반도이폐 오불능이의
군자의호중용 둔세불견지이불회 유성자능지
● 素(흴 소) : 본디, 바탕, 희다, 평소
● 隱(숨을 은) : 숨다, 점치다, 근심하다, 음흉하다, 수수께끼
● 矣(어조사 의) : ~이다, 도다, ~였다, 느냐?, 이미 그러하다, 일 것이다
● 塗(칠할 도) : 칠하다, 더럽히다, 길, 진흙, 진창
● 已(이미 이) : 이미, 벌써, 매우, ~로써, 이, 이것, 그치다, 버리다
● 遯(달아날 둔) : 달아나다, 숨다, 도망치다, 회피하다
공자 말하셨다. 은자로 살고 괴이한 행적으로 후세에 서술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짓 하지 않는다.
군자가 도를 지키다가 중도에 힘들다고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렇게 그만 둘 수가 없다.
군자는 중용에 의지하고 세상에서 은둔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아야 하는데 오직 성인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해설>
공자는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 어떤 비법이 있는 것처럼 사람을 속이거나 신선이 된다든가 하는 황당한 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논어에서도 공선생님은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子不語 怪力亂神” - 논어 술이편
또 귀신을 섬기는 것은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未能事人,焉能事鬼(사람도 잘 못 섬기는 판에 어찌 능히 귀신을 섬기랴)” - 논어 선진편
도교에서 온갖 비방과 신선술을 황당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공선생님은 정말 합리적 사유를 가진 분이다. 수은이 장생불로약이라는 황당한 주장에 속아 황제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수은중독으로 죽기도 했다. 기원전 500년 무렵의 수준으로는 그 정도가 오히려 과학적이었을 것이다.
공선생님도 한계는 있다. 본래 공자가 제사분야 전문가라 잡귀가 아닌 조상신이나 건국신에게는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致孝乎鬼神(귀신에게 정성을 다했다)” - 논어 태백편
지금도 귀신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판이니 이 정도의 한계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君子之道,費而隱。
夫婦之愚,可以與知焉,及其至也,雖聖人亦有所不知焉。
夫婦之不肖,可以能行焉,及其至也,雖聖人亦有所不能焉。
天地之大也,人猶有所憾。
故君子語大,天下莫能載焉,語小,天下莫能破焉。
군자지도 비이은
부부지우 가이여지언 급기지야 수성인역유소부지언
부부지불초 가이능행언 급기지야 수성인역유소불능언
천지지대야 인유유소감
고군자어대 천하막능재언 어소 천하 막능파언
● 費(쓸 비) : 쓰다, 소모하다, 널리 쓰이다, 닳다, 비용
● 愚(어리석을 우) : 어리석다, 고지식하다, 나
● 可以(가이) : 할 수 있다, 해도 좋다
● 雖(비록 수) : 비록, 설사 ~이더라도
● 不肖(불초) : 못나고 어리석음, 부모를 닮지 않음
● 肖(닮을 초) : 닮다, 본받다
● 憾(섭섭할 감) : 섭섭하다, 한하다, 근심하다
● 焉(어찌 언) : 어찌, 어찌하여, 어디, 어떻게, ~인가, ~인 것이다, 임이 틀림없다
군자의 도는 모든 사람이 알 정도로 보편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을 만큼 은밀하다. 어리석은 부부도 군자의 도를 알 수 있지만 그 지극한 면은 비록 성인이라도 다 알 수 없다. 어리석은 부부도 군자의 도를 능히 실행할 수 있지만 지극한 도는 성인이라도 다 실행할 수 없다.
천지가 끝없이 커다해도 사람은 천지에 대해 유감을 가지기도 한다. 이처럼 군자는 천하에 다 실을 수 없을 만큼 큰 것을 말하기도 하고, 쪼갤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해설>
공자가 이상적 인간으로 설정한 군자가 행하는 도는 누구나 아는 수준에서 성인도 모르는 수준까지 광범위하며 쪼개면 좁쌀보다 작은 일에도 그 도가 행해지기도 하지만 크게는 천지보다 더 거대하다고 말한다. 군자의 도가 천지가 운행하는 이치(理)란 말인가? 알 수 없다.
詩云:「鳶飛戾天;魚躍于淵。」言其上下察也。
君子之道,造端乎夫婦;及其至也,察乎天地。
시운 연비려천 어약우연 언기상하찰야
군자지도 조단호부부 급기지야 찰호천지
● 鳶(솔개 연) : 솔개, 연,
● 戾(어그러질 려) : 어그러지다, 거스르다, 사납다, 세차다, 이르다, 돌려주다
● 于(어조사 우) : ~에, ~에서, ~에게, ~부터, ~보다
● 躍(뛸 약) : 뛰다, 뛰어오르다
● 察(살필 찰) : 살피다, 살펴 알다, 드러나다, 상고하다
● 端(끝 단) : 끝, 한계, 시초, 실마리
● 乎(어조사 호) : ~인가, 이냐? ~도다, ~에(於와 같은 의미)
시경에서 말했다. 솔개는 날아 하늘에 닿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노네.
이는 군자의 도가 하늘과 땅 어디에서든 나타남을 말하는 것이다.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 시작해 끝내는 지극히 멀리 천지에까지 다 나타나게 된다.
<해석>
시경구절은 시경 대아에서 문왕을 칭송하는 시 한록(旱麓)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어지는 구절까지 살펴보면 鳶飛戾天 魚躍于淵 豈弟君子 遐不作人(솔개는 날아 하늘에 닿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노네. 즐겁고 편한 군자여 어찌 사람들을 진작시키지 않으리.)
인용된 시의 뜻은 문왕이 정치를 잘하니 솔개도 하늘 끝까지 즐거이 오르고 물고기도 기뻐 뛴다는 것. 군자의 뜻이 잘 펼쳐져 하늘과 땅 끝까지 은혜 충만하다 정도의 말을 하고 있다. 그 다음 구절은 인륜의 도는 남녀가 있고 난후 부부의 도가 생기고 그 다음 자식이 생기니 부자의 도가 생기고 그 다음 군신의 도가 생기고 예와 충이 생겨나기 때문에 부부에서 군자의 도가 시작되어서 하늘과 땅끝까지 그 도가 번져나감을 설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