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云:“瞻彼淇澳,菉竹猗猗,有斐君子,
如切如磋,如琢如磨,瑟兮僩兮,赫兮喧兮,
有斐君子,終不可諠兮。”
시운 첨피기욱 녹죽의의 유비군자
여절여차 여탁여마 슬혜한혜 혁혜훤혜
유비군자 종불가훤혜
● 瞻(볼 첨) : 보다, 쳐다보다
● 澳(깊을 오/후미 욱) : 오/깊다, 욱/물굽이, 후미진 곳
● 菉(녹두 록) : 녹두, 조개풀, 적다, 푸르다
● 猗猗(의의) : 아름답고 무성한 모양, 번창한 모양
● 猗(아름다울 의) : 아름답다, 우거진 모양, 온순한 모양, 아아(감탄사)
● 斐(문채날 비) : 문채나다, 화려하다, 무늬가 아름답다
● 磋(갈 차) : 갈다, 연마하다, 연구하다
● 瑟(큰 거문고 슬) : 큰 거문고, 엄숙하다, 쓸쓸하다
● 兮(어조사 혜) : 어조사, 감탄사, ~이구나, 이도다
● 僩(노할 한) : 노하다, 화내다, 풍채가 당당한 모양, 너그러운 모양
● 喧(떠들썩할 훤) : 떠들썩하다, 위의가 드러나는 모양, 울어대다
● 諠(잊을 훤) : 잊다, 속이다, 지껄이다
시경에서 말했다(詩云)
저(彼) 기수(淇)의 물굽이(澳)를 보니(瞻)
푸른(菉) 대나무(竹) 아름답게 무성하네(猗猗)
문채 아름다움 있는(有斐) 군자(君子)는
잘라낸 듯(如切) 갈아낸 듯(如磋) 쪼아낸 듯(如琢) 갈아낸 듯(如磨)
엄숙하네(瑟兮) 당당하네(僩兮) 빛나네(赫兮) 위의가 드러나내(喧兮)
무늬 아름다운 군자여(有斐君子) 끝내(終) 잊을(諠)수 없(不可)네(兮)
<해설>
이 시는 위나라 지역의 민요인 위풍(衛風)중 기오(淇奧)라는 시다. 위와 거의 동일한 문장이 두 번 더 반복되고 끝난다. 위풍은 위나라의 민요를 말한다. 도대체 어떤 시인지 이어지는 전부를 번역해보면
‘저 기수의 물굽이 바라보니 푸른 대나무 푸르고 푸르네, 무늬 아름다운 군자의 귀걸이 구슬 화려하고 관의 장식 별 같네. 엄숙하고 당당하며 빛나고 위의 있으시네. 아름다운 군자여 끝내 잊지 못하겠네.’
‘저 기수의 물굽이 바라보니 푸른 대나무 울창하네, 아름다운 군자 금처럼, 주석처럼 규옥처럼 벽옥같네. 너그럽고 의젓한 모습 수레 가로대에 기대서서 농담도 잘하시고 학대도 없으시네.’
여기에서 위풍 기욱(淇奧)은 끝난다. 전체적으로 위(衛)나라의 어떤 멋있는 남자에 대한 찬미의 노래다. 여자가 지체 높고 멋있는 남자를 잊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노래 부른 내용이다.
그러나 모시(毛詩-시경의 현 텍스트, 한나라 때 毛亨 등이 주석을 가한 시경, 다양한 시경 주석이 있었으나 모두 사라지고 모시만 남았다. 그래서 시경(詩經)이 곧 '모시'다)에서는 이 시를 위나라 무공(武公 - 위나라 11대 군주)을 찬미하는 시로 설명한다. 견융이 서주의 수도 호경(鎬京 - 현 서안부근)에 침입해 주나라 유왕(幽王)이 살해되고 서주가 멸망할 때(기원전 771년) 무공이 정병을 이끌고 유왕의 태자 평왕(平王)을 도와 반란을 진압하고 낙양으로 천도할 수 있게 하였는데 이 시는 그의 공을 찬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를 읽다보면 그런 느낌보다는 위나라 지역의 어떤 여자가 멋있고 지체높은 남자를 사모해 적은 단순한 사랑노래인 듯하다. 시의 대상이 무공(武公)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유일무이한 시경의 전수자에게 감히 덤비지 못해 수긍할 수밖에 없다.ㅎㅎ
기수는 옛 황하의 지류로 산서성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흘러 황하로 들어가는 강으로 오늘날의 기하(淇河)이다.
※ 기하(淇河) - 河南省 鶴壁市 남쪽, 한때 商나라 도읍이자 衛나라의 수도였던 朝歌의 고성유적이 鶴壁市 淇縣에 있다.
如切如磋者,道學也;
如琢如磨者,自修也;
瑟兮僩兮者,恂慄也;
赫兮喧兮者,威儀也;
여절여차자 도학야
여탁여마자 자수야
슬혜한혜자 준률야
혁혜훤혜자 위의야
● 恂(정성 순/ 엄할 준) : 순/정성, 진실하게 여기다 준/엄하다, 두려워하다, 두려워떨다
● 慄(두려워할 률) : 두려워하다, 떨리다, 떨다
자른 것 같고(如切) 갈은 듯(如磋)하다는 것(者)은 도를 배움(道學)이다(也)
쪼는 듯하고(如琢) 가는 듯하다(如磨)는 것(者)은 스스로 수양함이다(自修也)
엄숙하(瑟兮)고 당당하다(僩兮)는 것(者)는 엄하고(恂) 두려워함(慄)이다(也)
빛나네(赫兮) 위의가 있네(喧兮)라는 것(者)은 위엄있는 거동(威儀)이다(也)
<해설>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시경에서도 과연 위와 같은 뜻으로 절차탁마를 사용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시경 원문에서는 사람이 조각한 듯 잘생겼다는 뜻으로 절차탁마를 사용했음이 거의 확실하다. 요즘도 ‘조각미남’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는가. 자른 듯 반듯하고 쪼고 갈은 듯 매끄러운 얼굴이나 몸매를 말했는데 대학에서는 이를 가져와서 이것이 개인의 배움과 수양의 뜻이라 강변하고 있다. 어쩌겠는가? 증자의 제자도 아니고 주자도 아닌데 감히 덤벼봤자 이기지 못할 것이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이런 소리 했다가는 왕따 정도가 아니라 파문 당했을 것이다. 문체반정을 시도한 정조 같은 왕 만났다면 처벌받을지도 모른다. 패관소설 보았다고 파직까지 시키고 문체 나쁘면 자송문(自訟文)까지 지어 바쳐야 했었으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덤벼드는 것도 그렇지만 별 타당성 없는 주장을 수긍하자니 역시 개운치는 않다.
有斐君子,終不可諠兮者,道盛德至善,民之不能忘也。
유비군자 종불가훤혜자 도성덕지선 민지불능망야
● 道(길 도) : 길, 도덕, 방법, 법, 방향, 말하다, 표현하다, 생각하다
‘아름다운 군자님 끝내 잊을 수가 없어요.’라는 것은 성대한 덕과 지극한 선을 말하는 것으로 백성이 그를 잊지 못함을 말한다.
<해설>
여기에서 '道'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데 주자는 ‘道言也’라고 주석하고 있다. 대체로 타당한 주석이라는 느낌이다.
詩云:“於戲!前王不忘。”
君子賢其賢而親其親,小人樂其樂而利其利,
此以沒世不忘也。
시운 오호 전왕불망
군자현기현이친기친 소인락기락이리기리
차이몰세불망야
● 於(어조사 어/탄식할 오) : 어/~에, ~에서, 있다 오/아아, 탄식하다, 까마귀
● 戲(놀 희/아하 호) : 희/놀다, 희롱하다, 호/아하, 감탄하는 소리
● 賢(어질 현) : 어질다, 착하다, 존경하다, 낫다
● 此以(차이) : 이 때문에, 因此(그래서)
● 沒(빠질 몰) : 빠지다, 파묻히다, 마치다, 끝나다, 죽음, 없다
시경에 ‘아 선왕을 잊지 못하네’라고 했다.
군자는 선왕의 현명함을 현명하게 생각하고 선왕이 친하게 여긴 것을 자신도 친하게 여긴다.
소인은 그 선왕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즐기고 선왕이 만든 그 이익을 이롭게 여긴다.
이 때문에 선왕이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해설>
시경 주송(周頌) 열문(烈文)이라는 시다. 주나라의 창건자인 문왕과 무왕의 덕을 칭송하는 노래로 제사지내러 온 여러 제후와 함께 부르는 내용이다. 송(頌)은 종묘에서 연주하던 노래로 춤이 곁들여진 음악이다.
‘...無競維人, 四方其訓之. 不顯維德, 百辟其刑之. 於乎前王不忘.’
(..경쟁할 수 없는 그 분, 사방에서 그를 교훈으로 삼으시네. 크게 드러나는 이 덕, 모든 제후들이 본받으니 아아 선왕을 잊지 못하네.)
‘不顯維德, 百辟其刑之’의 구절은 중용 마지막 편에도 나왔던 인용구이다.
시경에서는 ‘於戲’가 아니라 ‘於乎’로 되어 있다. 시경을 인용하면서 글자가 바뀌었거나 시경 다른 판본이 참고되어 글자가 달라지게 된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