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장은 안녕하신가요?』
요즘도 나오는지 모르지만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던. 잊혀지지 않는 문장이 있다.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의 심장은 거선의 기관같이 힘이 있다.’
심장을 큰 배의 기관에 비유한 것은 물론 문학적 표현이지만 사실 매우 지당한 말이다.
심장은 인체의 엔진이다. 배의 엔진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까, 매우 기초적인 상식으로 알고 있는, 자동차의 엔진과 비교해 보자.
심장도 엔진처럼 뭔가 추진해 내뿜는 기관이다. 실린더가 있고 밸브가 있다. 타이밍에 맞추어 작열하는 스파크 플러그처럼, 심장도 전기 시스템에 의해 정확한 타이밍으로 작동한다. 속도나 힘이 붙어야 할 때 엔진 회전 속도도 빨라지는 것처럼 심장도 박동수를 늘렸다 줄였다 한다. 차를 움직이는 것이 엔진인 것처럼, 심장이 뛰어야 몸이 산다.
그런데 사실 심장은 일본이나 독일의 그 어떤 자동차 회사가 만들어 내는 엔진도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정교한 기관이다.
우선 심장은 쉬지 않는다. 내가 타는 자동차는 낮에는 달리고 밤에는 주차되어 꺼져 있지만 심장은 내가 자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는다. “당신은 잠들어도 맥박은 뛰고 있습니다.” 어려서 감명 깊게 듣던 한 광고회사의 광고이다. 정답이다.
심장은 적어도 1초에 한번, 하루에 10만 번, 1년에 4천만 번 평생 30억 번을 작동한다. 매일 뿜어내는 혈액의 양은 약 7,500리터. 내가 타는 자동차의 연료 탱크에 휘발유를 100번 만탱크로 채우는 양이다. 자동차의 수명이라야 고작 몇 년이지만, 심장은 7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쉬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엔진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평생 이렇게 수축을 반복하는 심장 근육의 힘도 상상 이상이다. 쉬고 있는 동안에도 심장 근육은 100m 달리기의 선수의 다리근육이 수축하는 만큼 강하게 수축한다.
◈ 내 심장이 얼마나 튼튼한지 알아보는 방법
사람들이 기근이나 전쟁, 감염성 질환 등으로 사망하던, 평균 수명이 40을 넘지 못하던 옛날에는 심장은 늙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70을 넘고 80대에도 예사로 건강하게 사는 오늘 날에는, 사람은 결국 심장과 혈관으로 되어 있는 순환기 계통이 망가져서 사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의사를 찾는 환자들이 가끔 좋은 질문을 한다. 선생님, 제 심장이 얼마나 튼튼한지, 얼마나 오래 갈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내과 의학의 꽃이라는 심장의학 전문의들이 하는,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한 검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필요가 없다. 내 심장이 얼마나 안녕한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 글을 읽자마자 운동화를 꺼내 신고, 츄리닝이나 반바지를 입고 조깅을 해 보는 것이다.
우선 천천히 시작해서 속도를 내며 느껴 보시라. 내가 얼마만큼 언덕진 언덕길을 빨리 올라갈 수 있는지, 뛸 때 얼마나 숨이 차고 힘이 드는지, 땀을 흘리며 얼마나 오fot동안 뛸 수 있는지, 직접 몸으로 체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실험이다. 우선 조금 뛰었는데 가슴에 압박이 오는 분들(협심증), 어지럽고 구토가 나는 분들은 빨리 병원에 가 보기 바란다. 30분 이상 땀을 흘리며 뛰었는데도 상쾌하고 기분 좋은 분들은 심장이 배우 안녕하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계속 정진하시길. 그리고 ‘내가 이 정도 고갯길을 올라가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이렇게 숨이 차다니’ 놀라게 될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다. 심장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장이 BMW보다 좋은 이유는 바로 길들이기에 따라 더 튼튼해진다는 사실이다.
심장을 길들이는 것은 운동이다. 우리가 유산소(에어로빅)운동이라고 하는 빨리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테니스 같은 운동은 심장을 더욱 튼튼하게 하여 더 오랫동안 잘 뛰게 한다.
◈ 심장은 길들이기 나름이다.
사람의 심장이 얼마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 싸이클 선수 렌스 암스트롱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 평지에서도 그가 알프스나 피레네 산맥을 페달을 밟고 올라갈 때의 스피드로 30분도 달릴 수 없다. 최고 속도에서 그의 심장은, 주유소의 펌프와 뿜어내는 휘발유와 같은 양의 혈액을 방출한다. 그가 일곱 번 우승한 투어 드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스포츠 대회이다. 도대체 얼마나 힘들까? 마라톤을 뛰어 본 분들은 조금 상상이 갈지 모른다. 3주 동안 자그마치 스무 번의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경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랜스 암스트롱이 휴식할 때 심장 박동수는 분당 32회이다. 운? 오막?단련된 심장은 운동하지 않은 심장보다 박동할 때마다 매번 많은 양의 혈액을 방출하고, 따라서 박동수도 적어진다.
우리가 암스트롱 정도는 될 수는 없지만 누구든 꾸준히 운동하면 심장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 좋은 예가 될지 모르지만 내 심장은 2기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4기통이나 6기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 한 시간 운동, 2시간 수명 연장
유명한 연구로서 자주 이용되는 1995년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린 ‘하버드 졸업생 연구’는 17,000여 명을 22년 이상 꾸준히 추적하여 조사하였다. 조깅, 자전거, 수영, 테니스 등의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거나 덜 격렬한 운동(볼링, 골프 등)을 즐기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25% 낮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학창시절에는 운동을 잘 못하던 공부벌레들이 중년 이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학생 때 스포츠 스타들이었는데 나중에 게을러진 사람보다 훨씬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심장은 타고난 건강보다는 어떻게 간수하고 길들이느냐가 더 중? 鄂求募?말이다.
요약하면, 내가 얼마나 오래 혹은 얼마나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가장 좋은 척도의 하나는 내가 얼마나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오래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심장은 훈련한 만큼 건강해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장이 얼마만큼 강해질 수 있는가는 독자들이 상상하는 이상이다. 2km만 뛰어도 몸살이 나던 필자 같은 사람도 꾸준히 훈련하였더니 마라톤을 거뜬히 뛸 수 있다. 내 심장이 감당해 내는 과업이 그만큼 늘었다는 사실은 내가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중년 이후에 뛰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당신이 지금 1시간 운동을 할 때에 수명을 두 시간 늘어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매우 좋은 투자인 셈이다. 오래 사는 것은 둘째 치고 활기차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심장을 길들이자.
시작할 때 인용했던 ‘청춘예찬’은 이렇게 말한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정말이다. 심장은 정말 생각할수록 감격스런 기관이다. 그리고 심장은 오래도록 젊고 건강하게 보존할 수 있다.
(끝)
〈 이 자료는 2006년도 ‘가정과 건강’ 3월 호에서 인용됨〉 >
첫댓글 심장은 차의 엔진과 같은 인체의 중요기관으로 상세한 건강 진단법 알려주시어 감사합니다.
산 오를때 숨아치고 힘드는 나로서는 많은 도움이되는 글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산을 열심히 오릅니다.
청훈 좋은글 감사하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