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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쥐똥나무
드디어 마감한 대하소설 [쥐똥나무] 전편을 공개 합니다
한번에 10회씩 10번에 걸쳐서 포스팅합니다
[줄거리]
[1부 전쟁과 인연]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이 242대의 탱크와 170대의 전투기를 앞세운 침약으로 6.25전쟁 발발 후 1,129일 동안 25개국의 200만 명이 싸운 전쟁이었다.
이런 전화 속에 속리산 인근을 배경으로 하는 쥐똥나무 마을에는 남녀가 우연히 엮이어 부부가 되는 사람들이 몰려와 살게 된다.
한 점수는 대구로 배 팔러 갔다가 배가 얼어서 기력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간호사 서 영은에게 구해지고 결혼을 한다.
배 강복은 전쟁에 참전했다. 다리를 부상당하고 숨어든 여주 이천의 권 수인의 도움을 받고 살아나 짝을 이룬다.
송 사리는 미군 트럭을 불하 받으면서 도움 받은 간난 네와 엮어지고,
나중에 이장이 된 장 기량은 낙동강이 얼어서 사경을 목숨을 헤매다가 구조되어 이 동주와 혼인한다.
쥐똥나무 마을에는 갑, 을, 병, 정, 노인들이 느티나무 아래서 마을을 지키면서 스토리를 이어가간다.
피난 중 무너매에서 폭탄이 터져 남편과 자식을 잃은 무너매 어미는 무당이 되어서 을동 노인의 후처로 살면서 칠득이라는 장애자를 낳았으나, 을동 노인의 본처인 송 명월에게 뺏긴다.
칠득이는 나중에 떠도는 방물장수 우 민자와 합치게 된다.
송 사리는 배 강복의 처 권 수인을 겁탈 한다.
[2부 쥐똥나무 향기]
15년이 훌쩍 지나면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랐다.
쥐똥나무 마을은 상주에서 속리산 까지 이어지는 고장을 배경으로 한다.
산이 높고 비탈이 심해서 밭농사 위주의 농사를 경작하면서, 부수입을 얻고자 집집마다 누에를 쳤다.
마을 사람들이 남녀가 짝을 이루고 자식을 낳았다.
배 강복이는 석이, 욱이, 철이를 낳고, 한 점수는 돌이를 낳고, 송 사리는 순이를 낳았다.
칠득이는 분이를 낳고, 신 순자는 복이를 낳았다. 그리고 마을에 연이네가 들어와서 살았다.
청년이 된 철이와 순이가 물놀이를 시작하자 마을의 젊은 청년들이 몰려나와서 수영도 하고 몰고기 잡기도 하며 놀았다.
철이가 연모하는 순이를 물속에 빠트리고 짝사랑 하는 돌이와 복이는 질투심이 폭발한다.
마을아낙들은 마을 뒷산의 퐁당샘에서 멱을 감고, 순이는 누에 기른다.
배 강복이 아들 석이와 욱이는 공부를 하고, 공부를 싫어하는 철이는 농사일을 거들고 소나 끌고 다닌다.
송 사리에게 당해서 태어나는 철이는 자라면서 점점 송 사리 모습을 닮아 가서 철이를 낳은 권 수인이 제발 저리다.
장 기량 이장이 감나무에서 떨어지며 성적능력이 부실하자, 이 동주는 치미는 욕정으로 철이를 재물로 삼는다.
철이는 아버지의 차별과 꾸지람이 싫어지고 이 동주의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 것에 갈등하며 마을을 떠나고 싶던 차에 마음대로 나다니는 엿장수에게 꼬여서 인신매매를 당한다.
마침 장 기량이 술에 취해 낙동강을 건너다 빠져죽자 과부가 되어서 대식병에 걸린다.
마을의 희망이나 마찬가지인 석이는 공부한다고 토굴로 떠난다.
[3부 불장난]
퐁당샘 물놀이를 지켜보던 철이는 여자들은 천사가 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마을에서는 백중놀이가 한창이고, 씨름대회와 길쌈놀이로 흥겹다.
씨름대회에서 육신의 부자지간인 송 사리와 철이가 맞붙자, 제발이 저린 권 수인은 몸을 가누지 못한다.
철이가 이 동주에게서 익힌 수법으로 순이를 겁탈하여 야밤에 데리고 대구로 도망가서 산다.
처음에는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고, 순이가 꽃집을 운영하면서 재산을 모아서 집을 몇 채나 사는 부자가 된다.
드디어 철이가 배 서방으로 불리고, 권 수인은 배다른 남매인 것을 확신 할 수 없는 가운데 같이 사는 것을 인정한다.
돈이 돌아가는 철이네 집에 온 동네 사람들이 꼬여들며 분탕을 일으킨다.
이 동주도 철이 집에 들러서 부부의 잠자리를 샘한다.
송 사리도 죽일 놈 배철이를 사위로 받아들인다.
설 빙수 패거리의 사기로 철이가 노름판에 끼어들면서 가산을 탕진하고 순이가 고향으로 돌아온다.
기다렸던 돌이는 순이를 지고지순하게 도와주면서도 행복을 느낀다.
복이는 연민하던 철이와 돌이를 잃고 수녀가 되어서 마을을 떠난다.
[4부 같이 살면 죄가 아니지]
말티재 고개는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는 2차선 도로이지만 차 사고가 나서 차량 두 대가 계곡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트럭에 타고 있던 송사리 부부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순이는 부모가 죽고 남편이 도박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으니 기운이 빠졌다.
권 수인은 순이와 철이가 배다른 남매라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헤어지라고 한다.
철이는 도박판에서 돈이 들어오면 잠시 겉멋이 들어서 빨강 차를 몰고 나타나지만 이내 빚쟁이가 되어서 돈 꾸러 다니고, 설 빙수 일당의 행패에 휘말린다.
순이가 우연히 폐금광에서 노다지를 케어도 설 빙수 일당의 재물로 변한다.
오직 공부만 하던 석이가 3수 끝에 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어 집안에 기운을 북돋아 준다.
돌이는 순이를 은애해도 선을 넘지 않으면서 끝없이 도와준다.
이 모습에 복이는 질투가 나서 수녀가 되어 빈 마음으로 떠나간다.
송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니 영양실조라며 죽어갔다, 송이가 죽자 순이는 미쳐서 희죽희죽 웃으면서 다니더니 급기야 머리를 산발하고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돌이가 그런 순이를 집으로 데려다 주고 옆에서 지켰다.
밥도 챙겨먹지 못하니 돌이가 밥을 해주고 집안 살림을 하다 시피 했다.
돌이 엄마 서 영은은 이런 돌이 모습이 안타까웠다.
서 영은은 복이 엄마 신 순자와 같이 복이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수녀원에 찾아가도 복이는 안돌아 간다고 한다.
싸“그냥들 가세요. 전 이미 교회로 출가한 사람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다.”
“복아, 돌아와서 우리 돌이 좀 살려주라, 사람이 기도해도 나만을 위해서 기도 하는 게 아니지 않나”서 영은은 복이의 수녀 복을 잡고 눈물로 애원했으나 복이에게 거절당한다.
“저는 예수님과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 예전 사람 때문에 배신할 수가 없어요, 안돼요.”
배석 검사는 법원과 검찰을 방문해서 철이의 행적을 찾아보니 철이는 노름하면서 상대를 속이고, 상대방에게 폭력을 쓰는 등 여죄가 많았다.
철이를 재물로 삼은 설 빙수 일당은 마약까지 동원하는 등 중범죄를 짓고, 폭력재벌로 급성장하여 사람들을 괴롭힌다.
설 빙수는 송 사리 내외를 차사고로 죽이는 일에도 관여한 범죄인이었다.
석이는 특별 수사팀을 꾸리고 설 빙수와 장씨 일당을 추적해서 일망타진한다.
복이가 천주님이 꿈에 나타나셔서 나와 돌이의 손을 잡아주고 ‘같이 잘 살아라’ 했다면서 귀향했다.
그런 한참 후에 순이가 쓰고 다니던 국화꽃 화관이 물에 동동 떠내려가고, 순이도 허옇게 떠내려갔다.
우 민자는 을동이의 처 송 명월이 갑자기 죽자, 안방으로 쳐들어온 무너매 어미의 행패 때문에 처마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중이된 철이를 위해 이 동주가 재산을 팔아서 철이에게 암자를 사주고 같이 기거한다.
철이는 순이와 송이가 죽고 술만 마시며 이 동주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중병이 들어서 누워 있으나, 이 동주가 철이를 간병하며 끝까지 보살핀다.
배석 검사는 이 동주가 어린 철이를 정욕의 재물로 삼은 것을 문제 삼지만 ,
나이 차가 나도 같이 살면 죄가 아니라고 한다.
그즈음 가망이 없는 철이의 목과 이 동주 자신의 목을 걸어서 같이 죽는다.
석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이와 처지가 달라도 동생 철이와 이 동주의 순수한 사랑이 하늘에서는 아름답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석이의 마지막 염원이 담긴 엄숙한 장례를 치루고 나란히 합장을 해주었다.
장례식장 위로 잠자리가 쌍쌍이 날라 다녔다.
[나오는 사람들]
1. 배 철 : 배 강복 셋째 아들, 부인 권 수인과
운전기사 송 사리 사이에서 출생,
2. 송순이 : 송 사리 딸, 돌이를 사랑하지만 배철과 결혼
3. 한돌 : 한 점수 아들, 순이를 짝사랑
4. 복이 : 철이를 사모함, 수녀가 되었다가 파계하고 돌이와 같이 산다
5. 이장댁 : 이 동주, 장 이장 처, 정동 노인의 처제, 철이를 챙겨준다.
6. 배 강복: 배 철이 아버지
7. 권 수인 : 배 강복 처
8. 배석: 배 강복 큰아들
9. 배욱: 배 강복 작은 아들
10. 장 이장: 장 기량 부지런한 마을일꾼
11. 한 점수 : 돌이 아버지
12. 서 영은 : 돌이 엄마
13. 한 점래 : 한 점수 누나
14. 신 순자 : 복이 엄마
15. 송 사리 : 순이 아버지 운전기사
16. 간난네 : 송 사리 처
17. 송이: 철이와 순이의 딸
18. 한 첨지 :한 점수 아버지 마을에서 제일 나이 많은 90세(정삼품당상관)
19. 분이 : 칠득이와 우민자의 딸
20. 칠득이 : 을동 노인과 무너매 어미 사이에서 난, 장애인
21. 분이 엄마: 우 민자 칠득이 처
22. 설 빙수: 을동 노인 작은 아들
23. 김 소운 : 설 빙수 처,
24. 송 명월: 을동 노인 처 (선대감과 손춘자 마님의 몸종)
25. 김 갑동 노인: 고지식 선비
26. 설 을동 노인: 설 빙수와 칠득이 아버지
27. 조 병동 노인: 약골이
28. 공 정동 노인: 정서불안
29. 무너미 어매 : 무당 을동 노인의 후처
30. 서 용태: 서 영은 오빠
31. 서 갑식: 서 영은 아버지
[ 차례 ]
[1부 전쟁과 인연]
1회 쥐똥나무 마을------13
2회 한점수 배------15
3회 낙동강 나루 ------17
4회 트럭-----19
5회 배가 얼었다.------21
6회 소매치기 아이들------24
7회 설빙수------25
8회 만화 가판대------27
9회 서영은과 한점수------29
10회 거지 왕초------32
11회 서영은씨 결혼 해 주세요.------33
12회 혼례식------36
13회 무너매 어미------38
14회 송명월과 무너매 어미------40
15회 간난네------42
16회 누에고치------44
17회 배강복과 권수인------45
18회 토굴속 사정 ------48
19회 장기량과 이동주------51
20회 노젓기------54
21회 노를 들어요. ------55
22회 입맞춤------57
23회 배탈------60
24회 그냥 좀 참지------62
25회 팥죽------64
[2부 쥐똥나무 향기]
26회 15년이 쏜살같이 흘렀다.------67
27회 철이와 돌이------71
28회 물결 따라------73
29회 맴도는 강물--------75
30회 금계랍------77
31회 뽕따러 가세 ------80
32회 소 끌고 ------82
33회 누에 잠------85
34회 미역 감기------87
35회 철이 형제 ------88
36회 칠득이 촉------90
37회 씨는 못 속여------92
38회 오디------94
39회 황소------96
40회 소 고창병------98
41회 방황------99
42회 굴뚝------102
43회 조기------104
44회 감나무 추락------106
45회 똥바가지------109
46회 팔베개------112
47회 그 밤------113
48회 쥐똥나무 꽃------116
49회 다 알아 -----116
50회 웃음-------119
51회 인심------124
52회 밤은 오고------123
53회 이제? ------125
54회 장이장의 죽음------127
55회 상여------129
56회 팔짱------131
57회 대식병------133
58회 토굴생활------136
59회 뱀 나와 ------138
60회 백중놀이 ------140
61회 씨름대회-------142
62회 철이가 승------144
63회 검은점------146
64회 문을열고------149
65회 형제싸움------152
66회 나를 지켜줘-------153
67회 단 것이 좋아-------156
68회 도적질-------158
69회 엿공장-------160
70회 철이를 찾아라 ------162
71회 인신매매------164
72회 순이와 돌이------167
73회 철이가 뭘-------169
74회 천사가 된 가시나들------174
[3부 불장난]
75회 퐁당 웅덩이 ------173
76회 누구 짓이야? -------175
77회 돌이의 광란-------177
78회 도망가자-------178
79회 대구로 가자------181
80회 돌이의 분통------184
81회 아이스케키 장사------185
82회 장미꽃집------187
83회 노래기 벌레------189
84회 배서방-------191
85회 꽃도매상-------193
86회 도박----------195
87회 훈수-------198
88회 다기 고향으로 ------202
89회 돌이가 짝인데-------204
90회 수녀------207
91회 수녀원-------207
92회 행복한 돌이------212
[4부 사랑하는 죄]
93회 송 사리 차사고-------214
94회 영안실------217
95회 순이 마음------218
96회 봤다 구------220
97회 빨강 차-------222
98회 자동차 자랑------225
99회 고시 합격------226
100회 노름 중독------229
101 여자는 참아야-------231
102회 돈 내놔 -------234
103회 돌이는 순이를 돕고-------237
104회 금광------238
105회 땅이 제일이지------240
106회 마을에 내놔------243
107회 돌이도 자기 맘 몰라------244
108회 얼굴 버짐-------247
109회 순아 지켜줄게 ------249
110회 배다른 남매 -------- 252
111회 욱이 절로 가고 ----- 253
112회 복이가 보고 싶어 ------ 256
113회 권 수인도 절로 가고 ------ 258
114회 일당 체포 ------------ 261
115회 도박 없는 마을 --------- 263
116회 복이 오고, 순이 가고-------- 264
117회 천주님의 계시 ----------- 245
118회 순이 죽음 ------------ 268
119회 철이 스님 ------------ 267
120회 병이 깊어 ------------- 271
121회 같이 살면 죄가 아니지 ------ 273
120회 우 민자의 한 ------- 275
121회 합장 -------------- 277
[1부 전쟁과 인연]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이 242대의 탱크와 170대의 전투기를 앞세운 침약으로 6.25전쟁 발발 후 1,129일 동안 25개 국의200만명이 싸운 전쟁이었다.
전쟁은 병력에 의한 국가 상호간 또는 국가와 교전단체간의 투쟁이다.
전쟁이 나면 대부분 죽거나 다치지만, 좋은 인연을 만나면 살아남는다.
남녀가 서로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으면, 서로의 연분으로 엮이어서 살아간다.
1회 쥐똥나무 마을
[누구라도 사랑할 사람이 있다면 나를 버리고 너에게로 간다.]
쥐똥나무 마을을 들어서는 트럭 한 대가 비포장 도로 위를 느리게 달려가고 있었다.
창문을 확 열어두니 쥐똥나무 꽃향기가 코를 쏴- 하게 들어찼다.
송 사리 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보고 싶은 딸 순이를 생각하며 얼굴이 환해졌다.
순이와 철이가 느티나무를 뱅뱅 돌면서 뒤따라 잡기 장난을 쳤다.
돌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얼른 끼어들지 못했다.
돌이는 느티나무 아래로 날라 다니는 흰나비에 정신이 팔렸다.
큰 흰나비가 날아가면 작은 흰나비가 뒤따르고, 아기 흰나비도 끼어들었다.
“저기 송 사리가 트럭을 몰고 오는 군! 오랜만이야, 마을 젊은 여자들이 몸살이 나겠지?”
노인들이 느티나무 그늘 평상에 앉아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면서 담소하고 있다.
“저런 또 젊은 여자들 마음을 흔들고 다니겠구만.”
갑동 노인은 송 사리의 여색 탐하기를 두둔하는 것인지 젊음을 부러워하는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기운 좋겠다, 여자 트럭에 태워주며 간질이면 누가 안 따라 갈 가?”
을동 노인이 받았다.
“저놈 만, 아니면 마을이 조용한데, 벌써부터 조용한 마을 솥에 물 끓어오르는 소리가 나는 것 같구만‘
정동 노인도 걱정이 앞섰다.
“나비가 4마리가 날라 다니니 뭔 일이 있을 라나?”
병동 노인은 마을의 안녕을 걱정했다.
“아닐세, 흰나비는 행운과 인연을 말하지! 마을에 평화가 깃들 징조야! 왜냐 하면 저기 흰나비 4 마리가 엮여서 날라 다니잖아”
“두고 봐야지! 송 사리가 돌아오면 젊은 여자들 배가 불러온단 말여!”
정동 노인은 배가 불러오는 여자들이 생기겠다고 했다.
“하긴”
갑동 노인도 할 말이 없었다.
“어르신들 안녕하세유?”
송 사리가 차에서 내려서 노인들에게 인사했다.
“송 사리 자네 오는가? 그간 안녕했지”
“야 덕분에 무사히 다녀유”
“자네가 오면 마을이 물 끓듯 뜨거웠었는데 이번에는 별일 없것제?”
갑동 노인은 노파심이 앞섰다.
“무슨 말씀인지 유, 걱정 마세 유, 어른신들 엿드세유, 야들아 너희도 이 엿 좀 먹어봐”
송 사리는 노인들이나 아이들에게 엿을 돌렸다.
“거봐! 우리 아빠 오시면 엿 사온다고 했지?”
순이는 자랑스럽게 철이와 돌이에게 말했다.
“아빠 잘 다녀 오셨어유?”“그래 기다렸어?”
“네, 맨날 보고 싶었어요, 빨리 집에 가요. 엄마 기다려요.”
“그래 가자, 어르신들 쉬세요.”
“잘 다녀가 아니!”
노인들은 화답했다.
“근디 우리 마을에 누가 제일 부자여?”
갑동 노인이 운전기사 송 사리가 가자, 뜬금없이 물었다.
“그야 한 점수 제, 한 점수는 배 밭도 있고 맹탕개울 옆으로 논이 많 찮은 가벼”
을동 노인이 말하며 부러운 눈치였다.
“그라제, 내 생각에는 배 강복이여 사과나무와 뽕나무 과수원 있지, 소 키우지 논밭이 좀 많찮은 가벼”
“허 이런 송 사리는 어쩌고? 송 사리 는 미제 M602 차를 사서 끌고 다니잖아?”
병동 노인은 건강해서 차를 타고 다녔으면 하고 말했다.
“하긴 그까진 논밭 팔아서 미제 M602 차를 사기가 어디 그리 쉬워?”
“설 빙수가 제일 불쌍 채, 쥐뿔도 없으니께”
”내 앞에서 그런 말 말어, 설 빙수 야 못난 나를 만나서 그렇지“
을동 노인은 가난하게 사는 것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한탄하고 있었다.
“다 잘 될 기여, 우리는 그저 젊은 사람들 보고만 있으면 돼야”
갑동 노인이 을동 노인을 달랬다(2021.1.18.)
2회 한 점수 배
쥐똥나무 꽃향기가 날리는 평온한 날씨에 나비가 날아다니니 노인들도 한시름이 젖어 가고 있었다.
마을에 농사로 바쁜 시기에 돌이 아버지 한 점수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가족들이 걱정했다.
한 점수가 원래부터 그렇게 골골하지는 않았었다.
청년 시절에는 혼자서 수 십 박스의 포도와 배를 수확해서 장에 내다 팔았었다.
청년기로 들어서면서 건강이 차츰 나빠졌다.
그런 남편을 위해서 아내 서 영은은 지극히 한 점수의 건강을 챙겨주었다.
한 점수 집 뒤로 포도나무와 배나무가 산 아래에서 산 위로 펼쳐져 있는 과수원이 있었다.
한 점수는 작년에 포도와 배를 재배해서 수확한 포도와 배를 지하 저온
창고에 저장했었다.
포도는 혈액을 맑게 해주고, 배는 고혈압과 감기 천식 등 기관지 질환 예방에 좋다고 했다.
여기에 진해, 거담에 좋은 도라지를 함께 넣어 즙을 짜서 먹거나 고아서
먹으면 해소 천식에는 효능이 뛰어나다고 했다
서 영은은 한 점수를 위해 기침 해소에 좋은 배에다 도라지, 더덕, 감초, 대추와 생강을 쪄서 즙을 받아내고 거기다 꿀을 타서 큰 옹기 속에 담아
응달진 곳에 한동안 파묻어 두었다.
서 영은은 남편을 위해 아침마다 배즙을 한 잔씩 따라 주었다.
한 점수 아들 돌이는 엄마의 가족 사랑을 늘 옆에서 보고 자랐다.
한 점수가 그 사랑의 배즙을 끼니마다 한 잔씩 마시면, 얼마 동안은 고질적인 천식이 조금 숙어지고는 했다.
오늘도 한 점수가 아침부터 기침을 하는 데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큰소리가 넘나들었다.
그 기침은 줄줄이 넝쿨처럼 달려 올라오고 속 내장이 입으로 다 쏟아져 나올 것 같고 마치 깊은 웅덩이에서라도 가래를 퍼내는 듯이 깊고 길며 요송이한 기침소리였다.
해가 가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서 영은은 남편이 기침을 심하게 하면 선 자리에서 따라 힘주느라 자기도 오줌을 쌌다.
“아 그 기침 좀 그만 해유, 동네가 다 떠나가겠네.”
“뭐라는 거여 기~ 침을 누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겨, 나도 죽겠어 콱!”
“당신이 기침을 하면, 내가 오줌을 싼단 말이 여유”
“듣다 보니 별 소릴 다 듣네, 내가 기침하는 데, 당신이 왜 오줌을 쌀 일이 있어 뭐여! 가잖네 참!”
“따라서 힘 주니께 그렇지 유,, 부창부수라니 께유”
“별 이상한 걸 따라 하구 그랴, 날이 더워지면 기침이 물러가겠지”
“지발 유”
서 영은의 염려는 해마다 3월이면 시작되었다.
3월에 도라지 씨를 파종하면 5월이면 새싹이 파랗게 돋았다.
그리고 7월에는 파랗거나 하얀 꽃이 피었다.
매년 도라지를 심는 것은 2년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다.
2년 만에 수확하는 도라지이기에 서 영은은 간혹 손님이 와도 그 약 도라지로 음식도 해 먹지 않고, 아껴서 남편 한 점수만 고아 먹이려고 내놓지도 않는 지극한 정성이 있었다.
배는 저장하기가 어려운 것이지만, 쥐똥나무 마을은 바람이 적당하고
사시사철 온도가 그리 덥지 않아서 상온 보온이 잘 되었다.
거기다 나무가 우거진 국수 바위 마주 보는 금화산에서 산골 물이 흐르니 습도도 알맞았다.
한 점수는 배와 포도를 저장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 토굴에 저장창고를 가지고 있어서 과일을 출하하기까지 저장하고 있었다.
그 바위 토굴은 금광이 폐광된 것으로 마을에서 재배하는 각종 곡물들과 야채들을 보관하는 공동 창고로도 이용했다.
한 점수가 서 영은 만나게 된 과정이 재밌었다..
한 점수가 포도와 배를 수확해서 대구로 팔러 가는 날이었다.
“어디 가여?”
배 강복이가 밀짚모자를 쓰고 지게를 지고 돌이네 집 앞을 지나가다가 가을날 마른 볕에서 포도와 배를 상자에 정성껏 주워 담는 한 점수에게 물었다.
“응 대구 청과 시장으로 팔려가려고, 이거라도, 팔려 가려고, 이거라도 팔아야 비료라도 사서 내년에 농사를 짓지!” (2021.1.21.)
3회 낙동강 나루
“그려, 서울로 가지 왜 대구로 가?”
“거기 사는 누나들이 오라고 난리네”
“잘 다녀와, 점래 누나에게 안부도 전하고”
“하 하 하 너 참, 점래 누나한태 마음 있었지”
“누나를! 더구나 시집간 네 누나를 내가 왜 좋아해 히 히 히”
배 강복이는 허탈하게 웃었다.
배 강복이가 설 빙수나 다른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했었다.
“강복이라는 놈은 말여, 복도 지지리 없는 놈이여”
친구들이 놀리면 배 강복이는 질질 짜면서 쥐똥나무 그늘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배 강복이는 엄한 어머니와 살면서 기가 죽어있었다.
점래 누나는 배 강복이가 설 빙수에게 얻어맞고 외톨이로 다니는 것이 불쌍해서 동생 한 점수에게 옆에 붙여 다녀주라고 했다.
배 강복이는 자라면서 점래 누나가 자기에게 보호와 관심을 준 것을 상사병으로 발전하여 한동안 앓아눕기까지 한 사이였다.
10살 배 강복이가 상사병으로 누웠을 때 무너매 어미가 찾아와서 염불을 해주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내달에 시집갈 누나를 사모하면 누가 너 한태 시집이라도 온다 더냐, 냉큼 일어나서 마당이라도 쓸지 못하겠어!”
무너매 어미가 고함을 치는 바람에 배 강복이가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점래 누나는 대구에서 중매선 군인 장교에게 시집을 가고, 그날은 배 강복이 혼자 금화산에 가서 하루 종일 점래 누나를 부르면서 울었다.
“누나 누나 누나 누나”
한 점수는 그런 시절을 떠올리며 배 강복이를 보자 허탈하게 웃었다.
한 점수가 대구로 내다 팔려면 어차피 쥐똥나무 마을 전용 운전기사 송 사리의 군용 M602 트럭에 배를 실어야 했다.
송 사리 와 같이 한 점래 누나가 살고 있는 대구 칠성동 집으로 가서 청과시장에 배를 팔기로 했다.
자동차가 낙동강나루에 도착하자 뗏목 배가 강 저편에서 스르르 건너왔다.
낙동 나루는 낙동 강에 줄기에 있었던 수많은 나루 중 부산 구포 감동나루, 경남 합천 밤마리 나루와 함께 낙동강 3대 나루로 불렸다. 낙동강 하류지방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온 세곡선이 낙동 나루터로 모여들었고, 소금 배와 상선도 가득했다. 낙동 나루터를 끼고 형성된 장터와 주막도 번성했다.
자동차가 먼저 큰 나무 뗏목에 오르자 사람들도 짐 꾸러미를 들고 배에 올랐다.
뗏목은 강폭이 넓은 상주에서 낙동강을 건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뗏목의 앞뒤로 뱃사공 4명이 긴 장대로 강바닥을 밀어서 건너편으로 움직여 건너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깊은 강 한가운데 와서는 겁이 나니까, 나무 뗏목 바닥에 주저앉아서 건너기도 했다.
한 점수는 배가 뒤집히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사이에 벌써 강 건너에
도착했다.
마침 점심때라 한 점수가 민물 매운탕을 주문해서 운전기사 송 사리와 나누어 먹었다.
낙동강 낙동옥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 먼 대구까지 가는 것이 편했다.
운전기사 송 사리는 미군들에게서 낡은 M602를 불하 받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운반해주고 돈 꽤나 잘 벌었다.
그리고 송 사리는 인물이 잘생겨서 어디를 가나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송 사리 의 훤칠한 키에 머리에는 포마드를 발라 빤질빤질한 검은 머리카락과 부리부리한 눈은 물론이고, 건장한 넓은 어깨와 굵은 팔뚝은 여자들에게 관심을 주게 마련이었다.
더구나 돈을 많이 만지니 인심도 후해서 여자라면 한번이라도 사랑받고 싶은 그런 남성이었다.
그날도 송 사리는 검은 잠바를 꼭 껴입고 검은 바지에 검정 물을 잘들인 군화를 신고 있어서 서부영화에나 나올 멋쟁이로 보였다.
이에 비하면 마른 체격과 마른 얼굴에 가는 눈을 하고 검은 누비바지
저고리 차림을 한 점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잠시 밥을 먹는 사이에도 식당 안의 여자들이 송 사리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안달을 했다.
미군 두 명과 통역관이 짚 차를 타고 와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하얀 얼굴에 노송이 눈동자를 한 미군은 국방색 군복에 털 달린 점퍼를 덧입고 있었다.
“사격장을 어디로 가야 합니까?”
모든 사람들이 구경을 했다.
‘코쟁이야’
‘눈이 노래’
여자들은 속삭였다.
“예 이쪽으로 가세요.”
송 사리가 식당 문 앞으로 가서 길을 안내 했다.(2021.1.25.)
4회 트럭
“오 땡큐”
미군이 말했다.
“네버마인 유 켄 고”
송 사리 가 말했다.
“굳 바이”
“예써”
송 사리가 간당한 영어로 말하니 주변에서 모두들 쳐다봤다.
통역관은 있으나 마나였다.
“아저씨는 눈도 코도 저 양키 닮았다.”
하면서 어린 계집아이로부터 어른들까지 송 사리에게 몰려들었다.
송 사리의 이 인기는 배우만큼이나 되었다.
송 사리는 지금 그 인기를 즐기면서 자기가 무슨 연예인이라도 된 줄로 착각하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송기사 갑시다, 하루 종일 달려야 대구 가는 것을 흐느적거리지 말고 얼른 달려갑시다.”
별 볼일도 없는 촌놈처럼 생긴 한 점수가 송 사리 를 시샘을 하면서 갈 길을 재촉했다..
“저 미국 사람같이 생긴 사람이 운전기사래”
“옴 마야, 정말 잘 생겼다”
식당에서 일하는 여인들은 차가 시동을 걸고 부릉부릉하는 사이에 송 사리 옆으로 와서 치근덕거렸다.
“아제 호 호 우리 랑 놀다 가면 안 되여”
“나 지금은 바쁘니까, 돌아올 때 봐여”
“기다릴게요.”
젊은 여인은 얼굴이 빨갛게 변하며 말했다.
60년대 말 M602 트럭 운전기사는 일제 강점기 운전기사만큼은 인기가 없었어도 여전히 인기 있는 직종이었다.
더구나 M602 트럭은 미군들이나 운전하고 다녔지, 한국인이 그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M602 자동차는 썩어도 준치 같은 자동차였다..
송 사리 는 휘파람을 불면서 상주에서 대구로 오는 비포장도로를 바퀴를 털털 뛰기면서 달렸다.
너무 신나게 달리니까 뒷바퀴에서 타이어가 퍽-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옆으로 기우뚱하면서 비포장도로 옆으로 비실비실 내려가려고 해서 자동차를 속력을 줄여도 포프라 나무 가로수에 들이 박혔다.
자동차는 포프라 나무에 범퍼를 부딪치며 차가 멈춰 섰다.
순간 포프라 나무는 나무가 꺾어지면서 맥없이 누런 벼가 출렁이는 논바닥에 거꾸로 처박혔다.
“제길 도로가 지랄이라 타이어가 또 펑크 났군”
송 사리는 투덜대면서 차에서 내렸다.
“나무에 차를 부딪치면 배가 작살나잖아”
한 점수가 걱정되어서 차에서 내려 배 담은 상자에 이상이 없나 차 뒤로 가서 살폈다.
다행히 차는 넘어지지 않아서 배는 이상이 없어 보였다.
“괜찮네”
“차가 앞으로 부딪쳐서 다행이여”
송 사리는 지금 그 말은 건성으로 말하지만 배가 문제가 아니었다.
송 사리가 자동차의 앞뒤를 오가면서 살폈다.
다행히 앞 범퍼가 나무를 부딪치면서 페인트가 조금 벗겨지고 앞 타이가 펴진 것 외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송 사리는 한 점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공구함에서 잭을 찾아서 차체를 들어 올리고 타이어를 바꾸기 시작했다.
송 사리가 바퀴 밑에서 잭을 올리려고 옷이 다 젖도록 땀을 흘리고 혼자 애를 섰다.
자동차에 대해서 문외한인 한 점수는 송 사리가 차 밑에서 낑낑대며 잭을 들고 씨름하는 것을 낱낱이 참견했다.
송 사리는 잭에 끼었던 쇠몽둥이를 집어던지고는 바퀴의 너트를 풀었다.
“이놈의 길은 맨 날 타이어를 잡아먹으니 내 힘이 다 빠지네, 아 가만이 있지 말고 그 스패너를 발로 좀 콱 밟아.”
한 점수는 긴장하면 기침이 나왔다.
“콜록 콜록 내가 뭔 힘이 있나, 알아서 하시지”
“젊은 사람이 기침이나 해대고 골골하니 장가는 가겠어?.”
“아 남의 걱정 말고 운송비 받으려면 차나 고치시오, 콜록콜록(2021.1.28.)
5회 배가 얼었다.
“섭섭한 말하면 나, 안가요, 차를 여기 두고 나 혼자 걸어 갈 거야.”
송 사리는 잘난 시위를 했다.
운전기사의 자랑은 운전을 하고 가느니, 못 가느니 하면 탑승자들은 안달을 하게 마련이었다.
“성질머리 하고는 알았어, 동네 사람 아니면 나두 배를 모두 버리고 간단 말여.”
한 점수도 부아가 났다.
“아니, 저 배를 다 버리고 간다고! 말이 씨 되겠다,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것 아니여, 배가 다 들어여”
송 사리는 마치 농부처럼 말했다.
하기야 송 사리도 농군의 자식이었다.
아버지 송 영감이 소작농을 하다가 객지로 나가서 지게로 미군들에게 짐을 날라 주다가 미군 눈에 들어서 경비를 선 것이 인연이 되어 송 사리를 운전기사로 키웠었다.
송 사리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타이어 하나를 겨우 갈아 끼웠다.
차에 배를 잔뜩 실었으니 잭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타이어 조이는 너트가 망가져서 잘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않고 말썽도 부렸다.
송 사리는 타이어 갈아 끼느라고 얼굴에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썼다.
송 사리는 지쳐서 말도 없이 내차 차를 몰았다.
한 점수는 긴장이 풀려서 운전석 옆에서 잠이 들었다.
차는 이윽고 군위와 칠곡을 지나서 저녁나절에나 대구 칠성동 한 점수의 누나 한 점례 집에 도착했다.
“수고 했어 송씨”
한 점수가 차 삯을 건네주었다.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여”
“밤이 늦었으니 저녁이나 먹고, 자고 가지”
“아니여, 나도 여기 친척이 있으니께, 오랜만에 들렸다 갈 것이여 내 신경 끄고 배와 포도를 잘 팔아. 그라고 배를 어디 내려둘 장소가 없는 것 같으니께 차는 여기 두고 갈게“
“그려 그럼 고맙지 뭐, 잘 다녀가 아니”
송 사리는 칠성동 인근에 있는 친척집에 들른다고 차 삯을 받고 나갔다.
포도와 배를 시장에 내놓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아직 초가을 저녁인데도 웬일인지 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었다.
대구는 지형이 분지라서 날씨 변화가 심했다.
9월 하순이면 낮에는 날씨가 고추장 볶듯이 따갑고, 저녁에는 찬바람이 불기도 했었다.
“무슨 놈의 날씨가 더웠다가 추웠다가 정신을 못 차리겠어.”
한 점수가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지니 걱정이 되서 누나에게 말했다.
“여기 날씨는 원래 변덕이 심해, 더울 때는 기온이 40도 가까이 오르고 추울 때는 갑자기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 있어, 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자동차에 있는 배를 잘 덮어 둬”
“날씨가 뭐 갑자기 추워지기야 하겠시유?”
“글쎄다.”
한 점수는 누나의 그 말을 스쳐듣고 바로 피곤해서 곤잠에 떨어졌다.
그 다음날이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밤새 초가을에 서리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져서 영하 4도를 가리키더니 진눈깨비가 간밤에 내려 차를 덮었다.
그런 일은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점수와 한 점래는 마당에 세워둔 자동차 뒤 짐 실은 곳에서 배 상자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배가 전부 얼어서 시퍼렇게 되어 있고, 포도도 얼어 있었다.
한 점수는 눈앞이 캄캄했다.
“어이구 저 배, 내 배, 내 포도, 이를 어쩌나 다 얼었구나, 다 얼었어,”
한 점수는 머릿속이 몽롱해지면서 다리에 힘이 쪽 빠져 후둘 후둘 주저앉았다.
“날씨가 사람 잡내, 날씨가”
한 점수는 땅을 치며 분해했다.
“하필 이런 날 날씨가 차가워지나 물러, 아이구 참 답답혀, 나 몰라”
한 점례도 울상이 되었다.
송 사리가 왔다.
“밤새 안녕이여?”
“배가 다 얼었어, 이를 어쩌면 좋아”
“나하고 도매상으로 가서 물어보자”
송 사리가 차를 몰고 칠성시장 과일 도매상을 찾아다녔다.
“내배 좀 사소”
한 점수는 조수석에서 소리쳤다. “어디서 오는 내밴지 니밴지 어디 좀 봄시다.”
차를 가로 막은 중년의 과일 장수가 물었다.
“보은 이유”“보은 배라 재는 존데 간밤에 서리가 내려서 배가 어떤지 봅시다, 아니 이거 다 얼어서 시커멓게 변했구먼, 안사요”
“제발 사주세요.”“안 산다니까! 아픈 배와 얼은 배는 누가사요.”
“무슨 말이유?”
“아 아픈 배는 똥을 싸야하고 얼은 배는 돼지도 안 먹어요, 이 사람이 뭘 알기는 알고 다니는 지 참”
“그럼 상자 속에 성한 것만 골라 담고 얼은 배는 버리든지 할기여”
“그렇게 하슈”
한 점수는 성한 배만 골라서 도매상에 내리고 샘을 치렀다.
남은 푸르둥둥한 배와 쭈굴쭈굴한 포도를 그중에 몇 몇 개를 싸게라도 팔려고 신천동과 동인동을 잇는 신천교 가까이에 멍석을 깔고 난전을 폈다.
해가 따가운 곳에 과일을 펼쳐 놓고 손님들이 달라는 대로 다 팔았다.
그리고 나머지 얼은 배와 포도는 그냥 멍석채로 신천 천변에 버렸다.(2021.2.1.)
6회 소매치기 아이들
다리 밑에서 겨울 준비를 하던 거지 아이들이 한 점수에게 몰려와서 배를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 점수의 주변과 몸을 부딪치며 오갔다.
“예끼 이놈들 저리 가지 못해”한 점수가 소리쳤다.
“예끼 이놈들 저리 가지 못해!, 메롱”
아이들이 똑같이 소리치면서 약을 올렸다.
거기 아이들 중에 설 빙수가 끼어 있었다.
설 빙수가 고향에서 집을 뛰쳐나갔다는 소리를 들은 지 한참인데, 그 아이들 속에 키가 큰 설용 수가 아는 체도 하지 않고 떼를 지어서 오가고 있었다.
“왜 이리여 저리 가지 못 히여, 거기 너 설 빙수지?”
“이 아제가 뭔 소리여 나 설 빙수 아니요. 가요 가! 가자”
설 빙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개천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몇 명 남은 다른 아이들은 계속해서 한 점수의 주위에서 얼쩡거렸다.
아이들과 좀 떨어진 곳에 왕초인 듯 한 건장한 남자와 설 빙수가 서성이며 아이들이 하는 짓을 한참 바라보더니 가버렸다.
“나쁜 거지새끼들이 돈도 못 벌어서 신경질 나는데 왜 지랄이여”
한 점수는 아이들을 피하며 소리쳤다.
거지 아이들이 물러가고 난 뒤에 한 점수는 고개를 꺄웃했다.
분명히 을동 노인의 아들 설 빙수가 맞았는데 모른척하며 다른 거지 아이들과 함께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거지 생활이 그놈에게는 딱 들어맞다고 생각했다.
한 점수는 모른 체하고 도망간 설 빙수가 신경이 쓰였지만 천성이 그런 놈이라고 믿었다.
한 점수가 혼자 툴툴거리며 칠성시장 안에 있는 대포 집으로 들어가서 막걸리를 시켜서 차가워진 목구멍을 덥히고 있었다.
얼마큼 시간이 지났을까.
운전기사 송 사리는 한 점수가 퍼질러 앉은 막걸리 집으로 헐레벌떡 찾아왔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구, 배는 안 팔고 술만 처먹으면 어디서 돈이 나오나, 내가 얼마나 찾아다닌 줄 알아! 참나 욕 나오네”
송 사리는 두 어 시간을 후미끼리 앞 청과시장에서부터 신천교 아래 난전까지 전 칠성시장 시장 통 돌아다니면서 한 점수를 찾은 것이 짜증이 날대로 났다.
“내 배 다 얼어서 버렸다고……. 이 씨팔 놈의 날씨가 나를 잡아먹었어,
이제 나는 없다구”
“무슨 소리야, 그 배 잘 있네 뭐”
송 사리가 한 점수의 배를 꼭 찔렸다.
“아이 씨팔, 이 배 말고 언 배 말여”
한 점수와 송 사리는 막 말만 오가고 있었다.
거칠기야 기름장이 운전기사만 하랴만 한 점수는 배에 배신당하고 술에
취해서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그런 모습은 약골이 한 점수의 정신 나간 생각이지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야 이 친구야, 집에 돌아가려면 운임을 줘야지 차에 기름이라도 채우지 엉”
“나 돌아갈 운임이고 뭐고 돈이 한 푼도 없어”
“긴소리 짧은 소리 말고, 어디 주머니 뒤져보자”
“가만있어 내가 줄팅게”
한복 바지저고리를 입은 한 점수가 딱히 주머니라는 것이 없는 옷을 입고 있어서 돈다발을 보자기에 싸서 그 전대를 허리에 묶었는데, 빈 보자기만 허리를 동이고 있었다.
“어 내 돈, 내 돈이 다 어디로 갔어”
한 점수는 순간 술이 확 깼다.(2021.2.)
7회 설 빙수
전대는 허리에 잘 붙어 있는데 돈은 소매치기의 날카로운 칼질에 찢어진 구멍으로 돈이 다 흘러 나가고 없었다.
“아이고 이걸 우쩌?, 언배 판돈이 내배 판돈이 다 없어졌네! 어이구 이거 워쩌! 설 빙수가 주변에서 오가더니 돈이 다 없어졌네””
“설 빙수라니?”
“을동 노인 아들 말여, 방천 밑에 거지 아이들 왕초가 되어 있더라니까!”
“그럼 말을 하지”
“설 빙수가 아니라고 잡아떼던 구먼”
“그놈의 새끼 내가 잡으면 혼을 내줄게”
“설 빙수가 거지 패거리가 되었다구”
“나쁜 놈 고향 사람에게 나쁜 짓을 했어, 설 빙수가 맞기는 맞어?”
“내 이 두 눈으로 한 번에 알아 봤다니께”
“가보자, 잡아서 물러내야지”
“그려”
한 점수는 바닥을 보고 좀 전에 좌판을 벌인 곳으로 나가려니 술집 주인이
“여보 슈, 술값은 주고 가야지 뭐하고 있노”
우락부락한 술집 주인이 돼지주둥이를 하고 막아섰다.
한 점수는 찢어진 전대를 보여주었다.
“돈을 도적맞아서 찾아가지고 와서 계산할 게유”
“이런 촌놈이 지랄하나 뭐 하노? 여가 어디라고 헛소리고 누가 그런 말에 속을 줄 아나!”
술집 주인은 거칠게 한 점수의 멱살을 잡았다.
“잠깐만 유, 지가 대신 내 줄게요.”
송 사리가 바지 주머니에서 지전을 꺼내서 돈을 계산하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송 사리와 한 점수는 좌판 깔아 놓은 곳으로 냅다 뛰어가 보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거지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한 점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이고 나 죽네, 내 배하고 내 돈을 다 어쩐 디야 하이고 엉 엉 캑캑”
한 점수는 땅바닥에 엎드려서 엉엉 울었다.
“울지 마”
송 사리는 한 점수를 처량하게 내려다봤다.
“아 글씨 성한 것 몇 짝 판 것과 언 과일 몇 짝 판 것을 전대에 넣었는데, 거지 애새끼들이 왔다 갔다 하더니 이렇데 되었지 뭐여, 어이구 엄마 야. 엉엉 캑캑”
“아 거지가 따로 없군, 기운 차려, 밥은 먹었어?”
송 사리는 한 점수를 일으켜 세우면서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털어 주었다.
“아니”
“그래 가지고 누나 집에는 가겠나, 바보라고 놀리지”
“하이고 그러게 말여, 내가 등신 짓 했다고 누나가 밥도 안 줄겨”
한 점수는 막막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미안해서 누나 집에 못 가는 거지! 날씨하고 도적놈들이 문제지, 한 형이 무슨 죄야, 깡 술만 먹지 말고, 가자! 내가 밥 사줄게”
송 사리는 불쌍한 한 점수에게 기름 값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자기가 밥을 사주려고 한 점수를 순대 국밥집으로 데리고 갔다.
순대 국밥집은 날씨가 추우니까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돼지고기 삶는 비린 냄새가 벽에서도 천정에서도 미끈거렸다.
식당 안은 돼지기름으로 도배한 것처럼 얼룩덜룩하고 탁자에는 손을 집는 순간 쩍쩍 기름때가 묻어났다.
사람들은 순댓국을 안주 삼아서 막걸리 잔을 들이켜면서 소리를 쳤다.
“더러운 놈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짜증난다.”
“그래 더러운 날씨구마”
시장 장사치들은 날씨를 돼지고기 귀때기를 씹듯이 씹었다.
송 사리와 한 점수가 구석자리에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댓국이 담긴 옹기 뚝배기를 앞에 두고 먹기보다는
신세 한탄이 앞선다.
“그냥 시골에서 장사치들한테 넘길 것을 그 사람들이 너무 싸게 값을 쳐주려고 해서 직접 팔려고 왔는데, 온도가 뚝 떨어져서 다 얼어 값이 떨어지고 판돈마저 도적을 맞았으니 원”
“허참, 그러게 장사는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다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거야, 구구로 농사나 짓지 장사까지 한다고 설치니 이 꼴이 난거지”
“이제 어쩌지”
“어쩌긴 밥 먹고 집으로 얼른 돌아가서 다른 것으로 돈을 만들어 비용을 정리해야지”
“하긴”
한 점수는 밥맛도 없고 막걸리만 따로 시켜 마셨다.
“술 고만해, 몸이 건강하고 정신을 차려야지”
“알았어.”
“여기 남은 배는 내가 집으로 실어다 줄게. 그리고 이건 고향 갈 차비여, 술이 취해 이 돈까지 도적맞지 말고 누님 집으로 얼른 들어가 알았지, 나는 또 다른 사람들 짐을 실어다 줘야 혀”
송 사리는 음식 값을 계산하고 혼자 나갔다.
8회 만화 가판대
한 점수는 누나 집으로 가고 싶어도 미안하고 창피해서 갈 수가 없었다.
한 점수가 술에 취하고 본전 생각이 나서 칠성시장을 돌아다녔다.
신천천 다리 위 난간에 판자를 대고 만화를 고무줄에 줄줄이 걸어놓고 빌려주는 곳이 있었다.
아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옹기종기 앉아서 만화를 빌려 보고 있었다.
허탈해진 한 점수는 만화를 보는 아이들 어깨너머로 훔쳐보다가 만화는 보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졸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그렇게 서리가 내리고 춥더니 낮에는 늦가을 따가운 해가 내려
쪼이고 날씨가 따뜻해서 졸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한 점수는 지금 술이 올라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만화 가판대 주인은 이런 한 점수를 쫓아내지 않고 그대로 자게 놔주었다.
다리난간에 기대서 잠이든 한 점수가 쥐똥나무 골 과수원 주인인지 아무도 알아볼 사람이 없었다.
만홧가게 주인은 행색이 그리 흉하지는 않은 젊은 청년이 잠시 쉬는 구나했다.
해가 질 때쯤 만홧가게 주인은 만화를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등에 짊어지고 집으로 가려고 일어섰다.
언뜻 난간에 기대앉은 한 점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여보슈! 젊은이 집에 가요, 나는 먼저 가오.”
만홧가게 주인은 그렇게 가버리고 한 점수는 다리 난간에 기대서 다시 잠이 들었다.
서 영은 이가 병원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를 모시고 갈 양으로 다리에 갔다.
그런데 만홧가게 하는 아버지는 이미 떠나고, 웬 젊은 촌놈 하나가 어두운 저녁에 잠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자리는 아버지가 만화 좌판을 열고 있던 곳이라 자고 있는 촌놈이 신경 쓰였다.
그 녀석은 검은색 한복에 구두는 한쪽만 신고 있었고, 다른 쪽은 어디에 버렸는지 맨발이었다.
앵벌이 아이들이 그 사람의 저고리 위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저리들 가지 못해”
서 영은 아이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어이 누나 왜 그래요, 우린 아무 짓도 안했어요, 저 아저씨가 자꾸 옆으로 눕기에 일으켜주려던 것뿐이라고”
아이들은 씻지도 않은 검은 얼굴로 말했다.
“알았으니까, 빨랑 꺼져”
서 영은 길게 땋은 머리를 흔들면서 아이들을 쫓아냈다.
“어쭈 누나, 이러면 우리 형들한테 이른다, 형들이 누나를 가만 안둘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태니, 너희들은 누나가 좋은 말 할 때 가라”
서 영은 하나도 겁내지 않고 아이들을 쫓아냈다.
열 살도 채 안된 앵벌이들은 툴툴거리며 시장 안으로 도망가면서 서 영은에게 작은 주먹으로 감자를 먹였다.
남자는 행색이 그리 가난스럽게 보이지는 않았다.
옷차림이 그만하니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집에 안 가요?”
서 영은은 한 점수를 흔들어 깨웠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런 서 영은에게 눈길을 한 번씩 주고는 그대로 지나쳤다.
전쟁이 끝 난지 10여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민초들의 생활은 고달프고, 어디에서나 하루종일 누워서 자는 사람들이 흔해서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었다.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고 전국이 경제 부흥의 급물살을 타고 있어도 살기는 고달팠다.
서 영은은 전쟁 통에 죽어간 야윈 오빠 얼굴과 닮은 사람 하나 건지려고 흔들어 깨웠다.
“누구시유”
한 점수는 비몽사몽간에 가까스로 눈을 뜨고 시야를 가리고 있는 예쁜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하얀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은 얼굴이 갸름한 아가씨가 자기 몸을 흔들고 있었다. (2021.2.12)
9회 서 영은과 한 점수
“집에 안 가시고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
서 영은이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인근 신천교나 그 위에 동인동 3가 푸른다리 아래는 거지 왕초가 버티고 있었고, 어린아이들은 하루 종일 앵벌이를 하면서 칠성시장을 오가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왕초에게 말하면 성한 사람들도 끌려가서 얻어맞거나 거지 패가 되어 고약한 그 소굴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 그냥 둬유.”
한 점수는 술에 절고 마음이 골아서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안 일어나요, 거지 깡통 차고 싶어서 왜 이렇게 안달이야”
서 영은은 어디서 그런 고함소리가 나오는지 자기도 긴가 민가 하는 순간이었다.
마치 오빠처럼 순수하게 생긴 사람이라 지나칠 수가 없기에 이왕 마음먹은 것 사람 하나 구하자고 했다.
한 점수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여자가 막말을 하면서 정신 차리라고 해도 싫지는 않았다.
“갈 데가 없어요?”
“예?”
한 점수는 그 말을 하고도 자기도 이상했다.
“그럼 나를 따라오시던가.”
서 영은이는 앞서가고 한 점수는 비실비실 뒤따라갔다.
서 영은의 집은 효목동 얕은 산 둔덕에 있었다.
한 점수가 서 영은을 따라가니 거기는 초가집 마을이고, 역시나 작은 초가집 앞에서 아가씨가 발걸음 멈추어 섰다.
“아 빨랑, 못 걸어요?”
그 집 앞에는 공교롭게도 낮에 다리 위에서 만화책을 팔던 아저씨가 거기 서 있었다.
“인사해요, 우리 아버지요, ‘아빠’ 거지 될까 봐 사람 하나 살리려고 데리고 왔어요.”
서 영은 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니 웬 남자를 집으로 데리고 오냐? 아까 낮에 내 일자리에서 자던 사람 같은 데”
“잘 봐요, 죽은 오빠 많이 닮았잖아요, 그래서.... ”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처녀가 남자를 달고 집으로 오면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 끌 끌 하긴 많이도 닮았다, 나도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네 맘하고 같구나”
“아빠 나 잘했지!”
“우리 형편도 어려운데, 집 찾아 보내주어야지, 근데 총각은 집이 어디요?”
“충북 보은 이유”
한 점수는 술이 뻔쩍 깨면서 멋쩍어서 말했다.
“근데 여기는 왜 왔소?"
서 갑식이 물었다.
“아 아버지 뭘 자꾸 물어요, 저녁이 다 됐으니 밥이나 먹여주고 보자고요.”
“그래도 궁금해서 ....”
“아~ 예! 지가 배 밭에서 배를 차에 가득 싣고 팔려고 왔다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며 배가 다 얼어 터져 버렸어요, 그래서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이렇게 있내유”
“거 젊은이가 겁 두 많네, 집에 돌아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면 이해해줄 것 아니냔 말이요.”
“아버지가 엄하시고 제가 일 년 농사를 다 해 먹었으니, 가족들 볼 면목도 없어서요.”
“그렇다고 여기서 거지 짓이나 할 거요.”
서 영은 중간에 끼어들었다.
“우리 딸 말이 맞구먼”
한 점수는 선하고 똑똑하게 보이는 아가씨와 만화방 아저씨 집이라 일단 마음이 놓였고 점차 술이 깨고 있었다.
착한 사람들은 부모의 본성을 자식도 이어받는 모양이었다.
서 영은 엄마 대전 댁은 남편과 딸이 벌어 와도 먹거리가 신통찮은 데 객식구가 느니 걱정이 되었다.
“저 사람은 왜 데리고 왔어?”
퉁명스럽게 말했다.
“천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신천교 다리 위에 계속 혼자 있다가는 거지가 될 것 같아서 데리고 왔다니까요.”
서 영은은 두 번이나 말을 해야 하니 짜증이 났다.
“내가 보기에는 저 총각이 거지가 될 사람이거나 천하게 보이지는 않다, 이왕 왔으니 저녁이나 먹고 가시게”
서 갑식은 대전 댁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먹을 것이 변변찮아요, 꽁보리밥에 된장뿐이니 ”
대전 댁이 궁해서 말했다.
한 점수는 꽁보리밥에 된장뿐이라도 시장해서 둘레 상에 차려다 준 밥을 바라보니 배가 고파서 마구 퍼먹었다.
그리고 따뜻한 방에 앉아있으니 이내 졸려서 체면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2021.2.15.)
10회 거지 왕초
한편 설 빙수는 거지 아기들이 훔쳐 온 한 점수의 돈을 세어보고 희쭉 웃었다.
빙 둘러선 거지 아이들 앞에서 설 빙수가 오랜만에 돈을 한 장씩 나누어주었다.
“대장님 고맙습니다.”
똥배가 나온 키가 좀 큰아기가 큰소리로 좋아했다.
“땡아 오늘처럼 돈 많이 훔쳐 오면 고기도 사주고 옷도 사준다. 알았지? 돈 많이 벌어와 아니?”
“야”
아이들 일동이 응답했다.
설 빙수가 돈을 지갑에 집어넣고 건들거리면서 푸른다리1)를 밑을 걸어 나왔다.
설 빙수가 가마니 거적문 밖으로 나가자 땡이가 7-8명의 아이들을 불러세웠다.
“너거들 대장님한테 받은 돈 다 내놔, 안내 놔? ”
“대장님이 각자에게 준 건데....”....”
“이 샤캬?”
우물쭈물하는 아이들을 땡이가 후려치면서 똥배를 밀어젖혔다..
작은 아이들은 땡이의 똥배에 퉁기며 나가떨어졌다..
넘어진 녀석들은 얼굴을 흙바닥에 파묻고 울었다.
땡이는 본체만체하고 설 빙수 대장이 나간 길로 따라나섰다..
설 빙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연기를 풀풀 풍기면서 작은 소머리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할매 여기 소주 한 병하고 머리고기 한 접시 주소”
“야”
머리가 하얗게 쉰 할매가 술상을 내왔다.
어둑한 끝자리에서 혼자 막걸리를 마시던 송 사리 가 이 모습을 바라보고 소리쳤다.
“야 설 빙수 너 오랜만이다. 나 몰라 송 사리 야, 자식 많이 컷내”
“어 형, 여긴 왠일이유?”
“한 점수 배를 실어다주고 갈려고... 근데 배 판돈을 거지들에게 다 소매치기 당했나 봐”
“너 뭐 아는 것 없어?”
“지가 유? 몰러 유?“
“너 아이들 데리고 있다며”
“나는 환경미화 사업을 하는데 웬 아이들 타령이유?”
“타령이라니? 너 아무래도 수상해 네가 시켰지? 원래 아는 놈이 도둑놈이여”
“아 듣자듣자 하니까, 고향 선배라도 너무 하네, 선배고 지랄이고 다 필요없어! 나를 고향에서 쫓아낸 사람들이 누구야 거기 너도 있었잖아"”
“그래 도박이나 하고 도둑질이나 하는 놈을 가만 둬 좇아내는 것이 당연하지,”
“너 죽을 래?”
설 빙수는 소주병을 깨서 송 사리 에게 휘둘렀다.
송 사리는 이리저리 피하며 술집 밖으로 나왔다.
순간 땡이가 막대기를 들고 있다가 송 사리의 발목을 쳤다.
살짝 피하면서 문밖으로 나오는 설 빙수의 얼굴에 두발 당상으로 올려 찾다.
설 빙수가 나가떨어졌다가 땡이의 부축을 받고 일어서서 순식간에 도망쳤다.
송 사리는 더 이상 뒤를 쫓지 않고 그냥 돌아섰다.
“나쁜 놈 저놈이 돈 훔쳐 간 것이 맞아”
“씨발 나는 남의 돈을 훔치는 도적놈이지만, 너는 남의 여자들 훔치는 놈 아니여?”
설 빙수는 도망가면서도 팔뚝으로 고구마를 먹이면서 소리쳤다.
남의 여자들 훔친다는 말을 들은 송 사리는 일순 멈칫했다.
그러나 힘 좋은 송 사리라도 거지 촌까지 찾아가서 그 많은 거지들과 싸울 수는 없었다.
고향에서 쫓겨 나와 거지 왕초가 된 설 빙수에 대해서 더 이상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돈을 잃었다고 해도 그 돈은 한 다리 건너 남의 돈이라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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