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한 범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범죄자 또는 피해자에게조차 인식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형사사법기관에 의해 처벌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 범죄가 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발생한 모든 범죄가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거나 간접적 피해자만 존재하는 경우에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금융사기, 탈세범죄, 환경범죄, 낙태범죄, 마약범죄, 저작권침해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행위자와 피해자가 모두 범죄로 인식하였더라도 수사기관에 알려지는 것은 소수에 그친다. 수사기관은 피해자 등에 의한 고소, 제3자에 의한 고발, 행위자의 자수, 그리고 수사기관이 직접 인지하여 범죄를 파악한다. 이 가운데 고소와 고발이 수사단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실제 발생한 범죄에 비할 때 고소, 고발된 사안의 비율이 크게 못 미치는 데 숨은 범죄의 중요한 원인이 있다. 범죄유형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실제사건의 50~70%가 고소, 고발을 통해 신고되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한다.
조사된 결과에 따라 주요 범죄만 볼 경우, 살인과 살인미수는 86%, 강간 91%, 강도 97.6%, 절도 98.7%, 사기 92% 등이 수사기관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한다.
수사기관에 알려진 모든 범죄행위가 기소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이 실제로 범죄를 해결하는 비율은 접수된 전체사건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이다. 여기서 말하는 '해결한' 범죄 가운데는 무혐의로 처리하거나, 이른바 훈방조치를 통해 사건을 종결시키고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된다.
경찰을 거쳐 검찰에 송치된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 공소가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공소제기 여부는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으로 판단한다. 실정법적으로 분명히 범죄행위를 구성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사건의 범위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결과 2005년 약 50%에 달하던 기소율이 2019년에는 29.9%로 내려갔다.
그리고 기소된 모든 범죄행위가 법원의 소송절차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것도 아니다. 법원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약식명령으로 처리되는 사안이 전체의 33.2%이고, 공판절차를 겪는 사안은 실제로 23% 밖에 되지 않는다. 공판절차를 거치는 경우에, 실제로 유죄인 행위가 효과적인 변론결과 또는 사건의 경미성, 증거불충분 등으로 인해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범죄의 '처벌율'을 대략 계산해보자. 2019년 전체 범죄발생수는 수사기관에 의해 1,767,684건으로 집계되었다. 이 가운데 수사와 공소제기를 거쳐 제1심에 접수된 공판사건이 247,063건이다. 대체로 제1심에 접수된 사안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는 비율이 약 20%, 집행유예가 30% 정도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제1심을 기준으로 할 때 자유형의 집행에 이른 사람은 62,419명이었다.
숨은 범죄 조사가 196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하니, 혹시 과거에나 그랬다는 이야기이고 지금 사회에서는 암수비율이 줄어들었을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범죄인식과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그동안 포착하지 못한 범죄를 더 많이 입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명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복잡해지고 있는 지금은 숨은 범죄 자체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더욱 커지고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사기, 명예훼손과 모욕, 지적재산권침해, 음란물유포 등을 떠올려보자. 수사의 발전속도는 범죄의 다양화와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수단의 빠른 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인터넷 거래사기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얼굴 보면서 사기를 저지르던 시대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부분의 사건은 고소, 고발 없이 그대로 묻혀버린다. 숨은 범죄는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