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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식 |
중 식 |
석 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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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
간식 A |
라 면 |
밥, 청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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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
간식 B |
밥, 곰탕 다시다 |
볶음밥 |
자 장 면 |
11일 |
간식 B |
밥, 곰탕 다시다 |
김 밥 |
카레라이스 |
12일 |
간식 C |
밥, 감자국 |
냉면식 |
밥, 청국장 |
13일 |
간식 C |
라면식 |
간식 C |
밥, 된장찌개 |
14일 |
간식 A |
밥, 된장찌개 |
냉면식 |
등반일지
날 짜 |
등 반 계 획 |
등 반 내 용 |
9일 |
서울 - 용대리 - 수렴동 |
상봉동 - 용대리 - 수렴동 |
10일 |
수렴동 - 1287 - 수렴동 |
수렴동 - 1287 - 수렴동 |
11일 |
수렴동 - 1383- 수렴동 |
수렴동 - 큰귀때기골( 캠프 이동) |
12일 |
수렴동 - 큰귀때기골 - 서북능 1355 (캠프 이동) |
큰귀때기골 - 서북능 1355 (//) |
13일 |
1355 - 중청 - 잦은 바윗골 입구(//) |
1355 - 중청 - 잦은 바윗골 (//) |
14일 |
휴 식 일 |
휴 식 일 |
15일 |
천화대 릿지 |
염라길 릿지 |
16일 |
칠형제 릿지 |
잦은 바윗골 등반 |
17일 |
염라길 릿지 |
휴 식 |
18일 |
잦은 바윗골 입구 - 염주골 - 화채능 - 잦은 바위 |
장군봉(미륵봉) 등반 |
19일 |
잦은 바윗골 입구 - 소공원 - 토왕골 |
염주골 등반 |
20일 |
토왕 우벽 등반 |
휴 식 |
21일 |
귀 경 일 |
잦은 바윗골 입구 - 문바위골 |
22일 |
귀 경 |
8/9 흐림
새벽 4시가 되어 짐 꾸리기가 모두 끝났다. 우리의 산행은 항상 많은 양의 짐을 지고 가는 것부터지만 이번에는 너무 많다. 한시간 잠을 잔 후 기상하여 목욕을 하고 상엽형 형수님이 차려주신 식사를 마친 뒤 터미널로 나오니 마중을 나오겠다던 막내 정필이는 기다리다 그냥 갔나보다. 차에 올라 모자란 잠을 보충하며 용대리 거의 도착하여 눈을 뜬다.
백담계곡을 올라가며 주위의 경치는 아랑곳없이 등에 진 것과 손에 든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결국에는 손에 든 것을 분배하여 어택의 위로 한층 올리니 손에는 부담이 없어 한결 좋은 듯하다. 수렴동 도착, 가야동 계곡 쪽에 캠프를 설치한다. 땀에 젖은 빨래와 목욕, 식사를 마친 저녁,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와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조용한 음악은 정말 분위기 있는 밤을 만든다.
8/10 흐린 뒤 비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1287 릿지등반
버너 한 대로 식사를 준비하니 시간이 걸린다. 중식은 김밥을 준비한다.
백운동 접어들어 잠깐이면 오른쪽으로 건청골이고 건청골 입구에서 오른쪽 사태골을 숱한 낙석을 시키며 릿지의 안부에 도착한다. 곧바로 앞의 봉우리를 오르니 간청골 건너편의 1383 릿지가 거의 같은 선상으로 귀청으로 올라붙는다. 릿지가 끊어지고 하강을 해야 되는 곳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조금 돌자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다. 나 먼저 하강을 한다. 자일의 절반 정도 되는 곳에는 또 하나의 소나무가 있다. 그곳에서는 밑이 보이질 않는 오버행의 하강이 됐다. 자일이 바닥에 닿았는지? 보이질 않는다. 작년 토왕폭 하강 때의 생각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여 하강한다. 다행히도 자일은 바닥에 간신히 닿았다. 약 38m 정도의 오버하강이다. 먼저 하강까지 하면 55m 정도가 된다. 하강을 마쳤는데 자일 회수가 안 된다. 1시간 가량을 자일과 씨름하다가 상엽형이 맞은편 봉우리로 조금 올라 자일을 당기니 빠지는 것이다.
다음은 억센 측백나무의 부쉬가 맞이한다. 향기로운 측백 향기에 부쉬를 치는 지겨움을 잊는다. 그곳을 지나 1287의 노른자위가 되는 듯한 나이프 릿지에 도착, 길게 이어지는 릿지를 타고 가니 고도감이 좋다. 돌멩이를 던져보니 건청골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나 보다. 그 릿지를 지나자 상엽형은 산삼을 발견했다. 형이 조금 씹어보고 나는 욕심에 밑뿌리를 전부 씹어먹었다. 산삼은 보지도 못했지만 맛이 쓴 것이 비슷하긴 하다. 그런데 갈수록 그 산삼꽃이 많아지고 결국에는 산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만 물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텁텁하던 입안이 개운해 졌다. 1287 도착
능선은 계속 1383과 만나서 귀청으로 오른다. 우리는 수렴동쪽으로 뻗은 능선(곰릉)을 따라 내려간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능선이 갈라지는 곳의 안부에서 사면을 치고 내려간다. 점점 계곡의 형태가 나타나고 물을 만난 곳에서 간식을 한다. 그 계곡에는 조그만 폭포(10m)와 계곡 거의 나와서 모덤 하나가 있다. 그 모덤을 지나자 바로 수렴동 계곡이 앞을 막는다. 우리가 나온 곳은 영실암터 바로 위쪽이 되었다. 캠프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는데 양이 적어 남은 중식용 김밥을 더한다.
형수님이 담아준 포기김치를 통째로 놓고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빨아가며 찢어 먹으니 더욱 맛이 있다. 우리의 산행에 항상 성의를 보여 주시는 형수님들이 고맙다. 작년에는 기활형 형수님이, 올해는 상엽형 형수님이, 내년에는?...
8/11 오전에는 비, 오후에는 흐림
텐트 후라이를 두들기는 빗소리가 들린다. '형 어떻게 하죠?' 오늘 예정인 1838 릿지 등반을 취소하고 날이 개이는 대로 내일 계획인 큰귀때기골 -귀청-잦은 바위의 캠프이동을 하기로 한다. 아침상을 차리려니 계곡물가에 담겨두었던 김치가 떠내려가고 없다. 수렴동 철다리까지 내려가 김치봉지를 주웠다. 내설악의 교통(?) 중심지인 수렴동 대피소에서 멍청히 서서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다 돌아와 잠을 잔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잠깐 자고 일어나니 비가 멈추었다. 캠프 철수를 시작한다. 판초를 깔고 짐을 모두 꺼내놓으니 엄청난 량의 짐 때문에 벌써 한풀 꺾이는 것 같다. 꾸역꾸역 두 개의 어택 속에 꾸려 넣고 손에는 든 것이 없다. 추가는 저녁반주로 즐길 소주 한 병뿐이다. 수렴동 계곡을 내려오다 곰골 초입의 철다리를 지나고 길골 초입 못미처 계곡이 상당히 넓어진 곳의 건너편에 귀때기골 초입이 된다. 초입에서 왼쪽의 능선은 어제 내려오던 곰릉의 가장 끝부분이 된다. 큰귀때기 작은 귀때기의 갈리는 곳에서 간식을 하고 오른쪽 큰귀때기골을 오른다. 조금 오르니 왼쪽의 조그만 지류(지도상에 982로 올라붙는다)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계곡을 건너 계곡 오른쪽의 능선사면을 오른다.
한참을 오르다 계곡으로 떨어지니 계곡 바로 옆으로 희미하게 길이 올라오고 있다. 이내 또 한 개의 지류가 나타난다. 지도상에 표시돼 있는 지류로 아까의 것보다도 수량이 많다. 이번에는 왼쪽이 본류가 되는 것이다. 다음은 밋밋하고 길에 떨어지는 폭포를 오른쪽의 사면을 트래바스해 간다. 바위 사면을 트래바스할 때 줄곧 앞서가던 내가 고전을 하니 상엽형이 먼저 간다. 상엽형이 건너가니 안심이 되고 나 역시 자신있게 트래바스하여 간다. 역시! 형만한 아우는 없나보다. 계곡의 바닥은 한참 밑에 있다. 폭포상단에 내려가기 위해 한번의 하강자일을 내린다. 어택색은 자일에 묶어 내리고 나 역시 하강을 한다. 그곳에서 군용수통 1개, PET병 1개, 수저 1개, 수건 등 4가지 품목을 수입 잡았다. 비닐 돗자리, 코펠 등등 여러 가지 누군가 내버려두고 간 것으로 보아 이곳을 탈출 하기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다.
금방 또 한 개의 폭포가 나타나 한참을 헤매며 트래바스하여 오르니 조금만 캠프지가 나타난다. 이번 폭포를 오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계곡은 벌써 깜깜해졌다. 이번 역시 길은 오른쪽의 사면을 올라가는데 길이 폭포의 밑으로 다시 떨어져 있기에 온 길을 다시 올라가 보니 바위의 사면으로 이어진 희미한 길이 어둠 때문에 지나쳐 온 것이다. 폭포 위에서 계곡은 또 둘로 갈라지고 왼쪽이 쉰길폭 쪽이고 오른쪽은 삼중폭포가 걸려있다는 계곡이다. 세차게 바람이 불어 내린다.
짐을 정리하고 저녁식사로 카레라이스를 준비한다. 감자 두개, 양파 하나... 쌀은 보통 때의 1.5배 특찬으로 김 1봉, 칼은 없으니 수저로 대신한다. 버너 위에서 끊는 코펠에서는 고소한 밥 익는 냄새가 골짜기로 퍼져나간다. 진수성찬이다. 가짓수는 별로 안되지만 양이 많으니까? 상엽형이 수렴동에서 구입한 소주 한 병을 나도 거들어 본다. 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마시며 스피커에서 계곡 물소리보다 크게 울려 나오는 이선희 카랑카랑한 노랫소리를 듣는다. 취침, 보이는 것 없이 오직 들리는 것은 계곡의 물소리뿐 몽롱한 정신이 폭포의 물줄기 따라 한없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8/12 흐린 뒤에 또 비
따뜻한 우유를 끊여 놓고 형을 깨운다. 기가 막힌 곳에서의 하룻밤 야영이었다. 양쪽으로 내려오는 계곡, 뒤쪽은 암벽으로 막힌 조그만 공간, 만약 큰비라도 내렸다면... 상엽형은 잠을 설쳤다한다. 하지만 어제의 상황으로는 이곳보다 더 좋은 자리가 없었다. 해는 저물었고 GO를 부를 때가 아니었다. 왼쪽의 쉰길폭쪽 계곡을 오른다. 물이 잦아드는 곳에서 어택을 벗어 놓고 쉰길폭쪽 정찰을 하러간다. 전장은 잦은 바위 100m폭 보다 긴 듯한데 아래쪽에 커다란 바위 둔덕이 막고 서있어 실상 폭포다운 것은 100m 채 못되는 것 같다. 바위 둔덕에 올라 쉰길쪽의 낙수를 떠 마신다. 왼쪽의 사태 난 곳으로도 올라갈 수는 없을까?
어택을 벗어놓은 곳에 돌아와 간식을 하고 어제 수입한 군용 물통과 PET병에 물을 채운다. 그곳에서 쉰길쪽을 돌아 서북능에 오르기 위해 능선의 사면을 오른다. 무엇보다 부담되는 것이 어택의 하중이다. 저 사면을 오르려면 힘깨나 써야겠다. 조금 오르다가 암벽이 막으면 돌아가고 웬만한 곳은 클라이밍을 하고 나무뿌리를 잡으며 오른다. 한곳의 암장을 올라서니 금방 보았던 쉰길쪽이 한참 멀리서 실낱 같이 떨어진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사진촬영을 하고 잠깐의 휴식을 한다. 아직도 능선은 나타나질 않고 계속 발 앞부분만 딛고 서야할 급사면이다. 나무뿌리, 빌 디딜 곳, 잡고 오르는 일에 신경을 쓰니 어택의 중량을 잊은 지 오래다. 결국에는 능선이 나타나며 용아릉 정도의 릿지 형태가 시작된다. 예전 상엽형이 하강을 했다는 곳에 도착, 나 먼저 하강을 하고 상엽형이 어택을 내리는데 숱한 낙석을 맞으며 내려오는 어택이 불쌍하다. 맞은편 능선을 붙기 위해 한참을 계곡으로 떨어진다. 지도상으로는 작은 귀때기골 상류의 지계곡이 시작되는 곳 같다. 얼마나 또 올라야 하나? 능선을 오르자 멀리 귀청을 보고 그 앞의 너덜이 깔린 봉우리를 본다.
이젠 끝나는구나 생각을 하는데 엄청나게 꽉 들어찬 부쉬가 우리에게 또 시련을 준다. 손으로 빌고 재치고 하다못해 합승이가 하고있을 포복까지도 해본다. 안경이 벗겨져도 바닥에 닿질 않으니 깨지지 않고 걸린다. 정말 고난의 연속이다. 서서히 길의 형태가 나타나고 빛 바랜 표식기가 눈에 띈다.
'야! 운회야 고속도로다' 서북능 길이다. 너무도 반갑다. 예정보다 늦은 시간이기에 걸음을 재촉한다. 확실히 고속도로 운행이 빠른가보다. 귀청을 오르면서 상엽형에게 간식을 하자고 했으나 형은 그 시간이 아깝다한다. 주머니 속에 사탕이라도 한 개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늘은 중식을 간식으로 대신했기에 허기가 더한 듯 하다. 결국에는 간식을 먹기로 하고 어택을 풀었다. 다만, 그 시간이 아까운 것은 사실이었다.
1355 샘터까지는 두 군데 야영할 만 한곳이 있었으나 물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1355샘터가 왜 이렇게 멀까? 어둠은 이미 시작되었다. 상엽형이 다음 야영지가 나오면 그냥 텐트를 치자한다. 우리에게는 PET 1병과 군용수통 절반 가량의 아끼고 아낀 물이 있어 그것이면 밥과 찌개, 아침에 세면과 양치질까지 할 수 있다는 계산아래...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형! 1355야영지 인가보다?' 우리는 샘터까지 내려갔다가 자리가 없어 다시 올라와 중간지점쯤에 텐트를 친다. 이제는 여유있게 시커멓게 된 수건=걸레=행주(?)를 깨끗이 빨고 비닐봉지를 포개어 물을 받아 가지고 올라간다. 코펠의 밥 끊는 냄새가 왜 이렇게 고소할까?
상엽형은 텐트 안의 불빛을 보고 들어온 많은 벌레(이름은 몰라 톡톡 이라 했다)를 한 마리 남김없이 잡아 없애고 깨끗이 빨은 걸레로 방을 닦고 식사분위기를 위해 테이프를 돌려놓는다. 허리띠를 풀고 이번에는 수건으로 손을 닦은 뒤 몇가지 안 되는 찬이지만 빠짐없이 공기에 담아 밖으로 던지며 '고시래'를 한다. 식사를 하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식사를 마치고 두 다리 쭉 뻗어 누워 담배 한 개피의 진한 맛을 음미한다. 힘든 노동 뒤의 즐거움이 이런 것인가? 누가 허리라도 주물러 주었으면 ... 좋을까? 아무런 생각이 없다. 두 다리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이 공간이 제일이다. 텐트밖에는 세차게 비바람이 몰아친다.
8. 13 비온 뒤 개임
계속 비바람이 몰아친다.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비닐 속의 물이 온데간데없다. 또 샘터까지 내려갔다 온다. 간단하게 라면을 끊여 식사를 마친다. 계속해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계획보다 늦은 시간이다. '형! 가야지요?' '그럼 가야지'
이곳에서 야영을 하던 사람들은 전부 한계령으로 빠져나갔다. 능선 위에 오르니 바람이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우린 아무런 말없이 고속도로를 따라 마냥 걷기만 한다. 오늘은 상엽형이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다. 수렴동에서부터 코멘 소리를 했는데 이 바람에 더한 것 같다. 독주골 내려가는 갈림길 1474봉에 서자 가스사이로 보일 듯 말 듯 대청봉우리가 보인다. 경고푯말을 보고 중청봉임을 안다. 발 밑에 조그만 중청 대피소가 보인다. 작년 잦은 바윗골의 쾌적했던 캠프가 눈에 어린다. 천불동을 내려올 때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다. 잦은 바위 입구에 도착하니 작년의 캠프자리에는 벌써 텐트가 들어있다. 우리는 길옆에 자리를 잡았고 길고 긴 캠프 이동을 마쳤다.
8. 14
휴식일. 실컷 잠이나 자려던 생각과는 달리 오전에는 식량을 보충하려 속초로 나갔다. 오후에는 용문형 마중을 가야한다. 소공원에 도착하여 용문 형에게 전화를 하니 엉뚱하게도 '들어가는 사람 편에 써포트를 한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자정이 거의 되어 소공원에 도착하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한다. 속초시내에 내려 아무시장이나 찾아간다. 속이 허전하여 남이 해주는 식사가 하고 싶었다. 상엽형 몫으로도 그 많은 경월 파워 속에서 구하기 어려운 진로를 한 병 샀으니까.
저녁 늦은 시간 용문 형인지 누군지 몰라도 마중을 나간다. 호텔 벤치에 앉아 00:30까지 기다리다가 여러 가지 의문을 안고 캠프로 향한다. 문바위골 입구를 지날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상엽형은 바로 옆에 굿을 하는 사람들 목소리라 한다.
8. 15 흐림과 맑음
아침 'CA' 서브와 함께 용문형이 왔다. 어제 늦게 도착하여 소공원에서 비박을 하고 올라왔다 한다. 어제 들은 소리는 용문형이 나를 부른 소리가 확실해 졌고 전화를 할 적에 엉뚱한 말만 한 것은 예비군 훈련을 설악으로 오게된 이유에서 였다. 결론은 내가 눈치가 없었던 거다.
오늘 계획한 천화대 등반을 내일로 마루고 오늘은 염라길 릿지를 등반하기로 한다. 설악골의 작은 지계곡 오른쪽 능선을 오른다. 그러나 염라길은 바로 계곡을 타고 올라야 하고 염라길 앞에서 계곡이 둘로 갈라지고 가운데 릿지가 염라길이다. 우리가 오르던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면 석주길의 중간쯤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와 염라길 스타트 지점에 도착한다. 염라길 릿지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바위로 되어있다.
장비를 챙기고 서로 자일을 묶는다. 처음 스타트는 염라길 릿지를 놓고 볼 때 흑범길 쪽으로 스타트가 된다. 한 피치가 끝나고 두 번째 피치에서 20m씩 연결했던 자일을 풀어 40m 1동씩 다시 연결한다. 40m 한 피치를 오른다. 기존 확보물이 없기에 후랜드를 치고 가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 (3호, 4호 후랜드 사용)홀드나 스텐스는 상당히 양호하다. 조그만 소나무에 빨강색 표식기가 달려 있고 우리도 표식기를 달아 놓는다. 다음은 바위봉우리로 올랐는데 더 이상 전진이 곤란하고 그곳에서는 하강을 할 수도 없다. 낑낑대며 오른 곳을 다시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보니 후랜드를 박아놓은 크랙이 우측으로 봉우리를 돌아가게끔 계속 이어져 있다.
큼직한 5호 후랜드를 박아놓으니 믿음직스럽다.(우드팩이 박혀있으나 흔들거리고 거의 썩어 있다) 크랙에 손가락을 걸고 발을 버팅이며 트래버스한다.(약 6m 석주길쪽) 염라길 등반의 가장 재미있는 곳이다. 다음은 바위봉우리를 바로 올라갈 수도 있고 우측으로 돌아갈 수도 있게 돼있다. 마지막의 큰 바위덩이(?)를 오르기 위해 하강자일을 내린다. (40m 1동)
마지막 봉우리는 런닝 빌레이 없이 안자일렌 상태로 오른다. 천화대 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이 바로 눈앞에 있다. 40m자일 한 동으로 하강을 하고 등반의 끝을 맺는다. 흑범길과 염라길 사이의 계곡을 내려간다. 커다란 외폭을 하강하기 전 사람이 많이 밀려 간식을 하고 자일을 내린다. 40m로 두 번의 하강을 한다. 폭포를 내려와 낯이 익은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전남의대 팀이라 한다. 서로 만나게됨을 기뻐하며 나눌 것이 없어 쥐포라도 나누어 뜯는다.
캠프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목욕부터 한다. 용문형은 시원하다는 소리를 연발하며 탕 속에 몸을 담근다. 인원이 한명 더한 캠프의 분위기가 확 다르다. 하지만 용문형은 내일 천화대 등반을 마치고 모레는 올라가야 하니... 저녁식사는 용문형의 특허인 곰탕 다시다 + 된장 다시다의 찌개를 끊인다.
8. 16 비온 뒤 개임
아침 비가 추절추절 내린다. 우유를 끊이고 형들을 깨워 오늘 등반을 의논한다.
'형! 어떡하지?' 천화대 등반을 무산시켰다. 용문형은 아쉬워하는 것 같지만 내색을 않으니 더욱 미안하다. 속초 쇼핑을 갔다와서 오후에는 100m폭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속초에 나가 용문형의 차표를 예매하고 약간의 부식과 수박 2통, 소주 1병을 사 가지고 와서 100m폭 소풍을 간다. 캠프로 돌아와 저녁에는 밀가루 부침을 하는데 촛불 빛에 갖은 벌레들이 달려드니 몇마리 정도가 우리 입 속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8. 17 대체로 맑음
오늘 용문형이 나가는 날이다. 등반을 생략하고 형의 배웅을 간다. 비선대에서 적벽 등반을 관전하고 소공원에 나가 매표소에서 용문형과 굳은 악수를 하고 몸조심하라는 용문형의 말을 뒤로한 채 돌아선다. 매표소를 나가서 손을 흔들며 다시 '운회야!' 부른다. 서울가면 또 볼텐데 왜이리 헤어지는 아쉬움이 많을까? 비선대에서 적벽의 루트를 관찰해 보며 용문형 말대로 내일은 적벽 등반을 생각해 본다. 캠프에 도착하니 상엽형은 텐트 안에서 누군가를 꼭 껴안은 폼으로 잠을 잔다.
해먹에 누워 앞으로의 일정을 계획해 본다. 내일은 적벽, 모레는 염주골, 다음은 잦은 바윗골-칠형제-용소골, 토왕 우벽은 안 하기로 상엽형과 이야기가 되었다. 대신 적벽을 해야겠다. 그러면 상엽형과의 등반을 끝내고 나는 내설악으로 넘어서 1383 릿지와 그곳의 골짜기를 등반하려 한다. 그리고 말일경 이쪽으로 넘어와 9월1일 들어오는 Miss Kim과의 꿈같은 산행(?)을 해야지. 정말 꿈같은 산행들이다.
아까 용문형 배웅을 나가다 만난 타이탄 산악회의 한 아가씨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 어제 공룡에서 추락사한 한 젊은 사람의 주검이 내려온다고 사람이 내려오며 이야기를 해준다. 노란색 판쵸에 쌓여 젊은이의 주검이 지게에 앉혀져 내려간다. 그 아가씨는 공룡을 하려다말고 대청을 오를 계획이란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상엽형과 적벽 등반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현재 우리의 장비로서 모자라는 게 없다. 줄사다리 4개, 후랜드 너트며 슬링 다만 부족할 것 같은 것은 카라비나다. US스틸 카라비나까지 전부 10개 적벽 등반이 안되면 이웃한 장군봉(미륵봉)을 등반하기로 했다. 밤에는 노란색 판쵸의 영상이 꿈속에서 괴롭힌다.
8. 18 흐림
비선대를 지나 적벽을 오른다. 스타트 지점까지 도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적벽을 앞에 하고 일단은 루트 파이딩을 한다. 오른쪽 기존코스와 왼쪽으로는 또 한 개의 코스가 작년에 개척되었다. 두 코스 모두 100% 인공등반이다. 우리의 장비는 다만 카라비나가 모자란다. 런닝 빌레이용으로는 5개밖에 없는데...
1피치 런닝 빌레이 지점이 보통 7-8군데다. 오버행의 벽에서 중간 빌레이 지점을 빼놓고 간다는 것도 엄두가 안 난다. 상엽형의 단호히 등반을 거부한다. 장군봉(미륵봉)을 향한다. 스타트 지점에 도착하여 자일을 묶으면서 상엽형의 '운회 너 무턱대고 등반을 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한마디에 한풀이 꺾여 스타트를 한다.
완만한 슬랩을 격시등반한다. 한 개의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부터 선등을 한다. 슬랩을 오르는데 왼쪽으로는 좁게 크랙이 올라가 있어 그곳을 올라야 했다. 한 피치를 오른 곳에는 빌레이 지점이 없이 잡목의 가지를 모아서 슬링을 걸어 후등자 빌레이를 해야 됐다. 바로 뒤에는 하켄이 박혀있으나 먼저 등반을 시작한 사람들이 밀려있었다. 하켄에 도착 적벽의 손가락정도 들어갈 크랙에 너트 한 개를 걸어 당기며 인공등반을 한다. 가장 힘든 곳이다.
다음 피치도 연속적인 크랙이며 또 한군데 너트를 사용하여 오른다. 마지막 한 피치를 남긴 곳에서 2시간 가량을 선등하는 사람들이 오르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들은 청주사대 팀이라 하여 역시 올 동계 때 만났던 사람들이다. 하강을 한다. 우리는 마지막 피치를 남겨 놓았는데... 3번의 40m 하강을 하여 바닥에 닿는다. 비선대로 내려오는데 앞으로 뱀이 지나간다.
나의 색에는 항상 용문형이 매달아준 방울이 있다.
8. 19 흐린 듯 맑은 듯
아침부터 상엽형의 입에서 노랫소리가 나온다. '하루의 산행을 시작하세. 빨간 배낭을 등에 매고 ...' 오늘 염주골을 들어간다. 음폭을 지나자 바로 사람의 자취가 끊어진다. 계곡이 둘로 갈라지며 우리는 염주폭이 있을 오른쪽 계곡을 간다. 계곡 좌측의 기가 막히게 뻗어 올라간 페이스가 눈길을 끈다. 바로 우측의 염주폭이 나타났다. 이제까지 본 폭포 중 가장 예쁘게 생겼다. 폭포 위쪽을 통과할 때는 한순간에서 언더홀드를 잡고 통과를 하는데 단 두발짝이다. 홀드를 놓치면 호리병 속으로...
나뭇가지에 표식기를 달고 위쪽으로 돌아 간 상엽형에게 서브를 보내니 상엽형은 폭포 위에 벌써 도착해 있었다. 염주폭을 오르자 계속 연이어 폭포가 나타난다. 금방 트래버스하여 올라가면 또 앞에 허옇게 물줄기가 떨어진다. 폭포 또 폭포, 폭포의 연속이다.
우리는 많은 폭포들을 길게 트레버스하여 갔다. 마지막 폭포 위에 내려섰을 때는 계곡을 타고 오르기가 꺼림칙하다. 또 폭포가 나타날까봐. 비스듬히 5개의 탕을 만들며 물줄기가 내려온다. 이렇게 예쁜 모양이 있을까? 그냥 가기가 아쉬워 간식을 한다. 간식을 마치고 계곡의 물을 끝나는 곳에서 염주골을 버리고 화채능쪽의 작은 지능을 잡아 오른다. 이곳은 부쉬도 약하고 올라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화채능 고속도로에 도착 망경대 인터체인지에서 망경대 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뱀을 보고 상엽형은 흑사가 아니냐한다. 1287 릿지에서 산삼을 캐고 이번에는 흑사를 잡으려한다. '형! 왜 이래요?' '아니야! 시커먼 게 흑사 같더라' 또 한번 웃어본다. 양폭에 도착하자 상엽형은 활주로라는 표현을 하며 천불동 계곡을 내려온다.저녁 늦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 20 하루종일 비
쌀을 씻으러 계곡가에 가보니 밑반찬, 치약, 칫솔이 전부 떠내려갔다. 공룡에서 죽은 사람을 위한 조화가 올라간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며 가버린 사람을 슬퍼하듯이... 어떤 남녀가 텐트로 와서 이곳이 잦은 바윗골이냐고 묻는다. 잦은 바윗골을 올라 공룡으로 하여 휘운각으로 간다 한다. 잦은 바윗골을 설명해 준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무리일거라고 말렸으나 그들은 올라가기로 고집한다. 그 사람들이 떠난 뒤로 비가 더욱 내리고 계곡의 물은 포말을 일으키며 내려간다. 걱정이 된다. 심심하기에 형과 보물찾기를 한다. 제목은 치약, 칫솔, 밑반찬이다.
'형! 혹시 돼지라도 안 떠내려가나? 치약만을 찾았다. 부수입으로는 석유와 알코올 이였고 상엽형은 또 잠을 잔다. 폼은 항상 누구를 안고 자듯. 누굴까? 아까 올라갔던 사람들이 내려온다. 추위에 입술까지 파랗다. 아침에 끊여놓은 숭늉을 버너 불에 데워주니 너무 고마워한다. 이야기를 들여보니 처음의 작은 폭포를 바로 트래바스를 못하고 천화대쪽을 한참 돌아 올랐다 한다. 50m폭 못 미쳐서는 갈리는 좌측계곡에 평소의 수량보다 많이 흘러내리니 그곳을 올라 칠형제능 거의 올라갔다 다시 내려왔다 한다. 비는 계속 내리고 더불어 마음까지 축축하다. 상엽형도 이제는 형수님 걱정이 되는지 표정이 굳이 졌다. 비가 몹시 내리는 밤에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듯... 나도 합승이에게 편지를 써야지! 합승이에게...
8. 21 역시 하루종일 비
계속 비는 내리고 잦은 바윗골을 온통 붉게 물들여놓고 나무뿌리와 가지들을 흘러내린다. 오전시간이 지나고 상엽형이 짐을 꾸릴 적에는 계곡 물이 넘쳐 흘렸다. 식량창고로 쓰던 2인용 텐트 바닥이 물에 잠긴다. 지금 상황으로는 상엽형 배웅도 못할 형편이다. 우리는 굳은 악수뿐이다.
텐트를 옮기고 멍청히 담배를 피우고 이는데 철다리를 건너오는 사람이 계곡 물에 사람이 떠내려 간다한다. '그래요? 그럼 빨리 비선대로 가서 알려 야죠!' 저 물에 떠내려갔다면... 왠지 사람이 죽었다는 소리에 무신경해지는 것 같다. 천불동 계곡 물이 더욱 광기를 띠며 흘려내려 간다. 옮겨진 텐트자리까지 물이 차 오른다. 빌어먹을!
또한번 작년의 텐트 친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폴대가 부러져 나뭇가지로 이어보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부러지기가 일쑤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일단 속초에 나가 재정비하여 내설악으로 넘어갈 생각에 결정을 보았다. 남은 연료와 상하지 않을 것들을 데포해 두고 부식은 값나갈만한 것만을 챙겨서 패잔병 같은 씁쓸한 기분으로 잦은 바윗골을 떠난다. 문바위골에 도착하니 일찍 나간 상엽형이 그곳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상류쪽으로 올라가 보니 물살이 더 센 것이다. 계곡의 물은 계속 불어나가만 한다. 오늘 하루는 별수 없이 이곳(노인정)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할 것 같다. 간단한 냅색 차림으로 올라왔다가 물을 못 건너 추위에 떠는 사람들, 애기를 업고 온 아주머니, 버너를 켜고 라면을 끊여 이곳저곳 돌리는 청년들의 모습, 완전한 수재민 촌이다. 이들은 또 여럿이 모여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며 지겨운 시간들을 재미있게 지낸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욱 친숙해지는가보다.
마음의 동요가 생긴다. 그냥 올라가 버릴까?
8. 22 비
새벽녘에 비가 멈추더니 금방 물이 줄어든다. 소공원에 나오니 이곳저곳 물이 넘쳐 도로가 파괴되고 전신주, 가로등이 넘어져 있어 죽음의 도시를 방불케 한다. 매표소를 나오니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니 설악파크까지 걸어나가야 한다. 속초에 나와 서울행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고나서 계속 마음의 동요가 생긴다. 한계령을 넘어서는 햇살이 비치니 그 마음이 더한다. 서울에 도착하여 용문형에게 전화를 걸어 상봉터미널이라고 하니 어느 산봉우리 이름인줄 알고 다시 되묻는다. 이번 산행을 추석때까지 이어보고 싶었던 나의 생각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