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디카시를 쓰면서 저지르기 쉬운
오류와 제목 붙이기
처음 디카시를 접하는 사람들은 사진에 5행 이내의 시를 설명처럼 덧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포토포엠(Photo Poem)이란 측면이 강한데 디카시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을 주입해 새로운 창의적 발상과 발상의 전환으로 대상을 확대시켜 나가는 이것이 포토포엠과 디카시의 다른 점으로 이것 때문에 디카시가 문학의 한 장르가 되는 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강물 사진에 강물이란 제목을 붙이고 디카시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강물 사진에 강물이란 제목을 붙이는데 뭐가 문제냐 하지만 이것은 제목부터 디카시를 강물에 한정시키고, 새로운 창의적 발상과 발상전환을 제한하여 디카시의 감동과 이미지를 확산시키는데 실패하고 사진에 갇힌 언술을 구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5행 이내의 언술인데 시적 필요가 아니면 가능한 중복되는 시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제목 붙이기도 중요한데 ‘고성 상족암에서’란 제 졸시를 보며 살펴보기로 한다.
고성 상족암에서
저기 백악기의 나라가 있을까.
공룡울음 푸른 곳
아나키스트마저 꿈꾸는 나라
견딜 수 없는 파도 소리로 밀려오는
푸른 공룡울음이여.
- 김왕노
디카시 제목 붙이기는 시보다 힘들다. 사진이 대부분 주제인 대상과 부제인 배경으로 이뤄지는데 대상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다면 너무나 사진으로 빤히 보여지기에 흥미가 떨어진다. 사과 사진을 두고 디카시 제목을 사과라 붙이는 것과 같다. 사진과 간극이 좀 벌어진 제목을 붙이는 것이 디카시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대상을 제목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지만 때로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제목에 쓰는 경우가 있다. 특히 외국으로 나가 쓰는 디카시에 그런 경우가 많다. '고성 상족암에서'란 위의 시에서 미리 상족암을 경험한 사람은 고성 상족암에서 하면 식상할 수 있으나 이것은 제목이 미리 장소나 시기의 정보를 제공해 시를 완성하는 경우이다. 시의 실마리를 제목부터 풀어가는 것이다. 대상이 상족암에서 바라보는 아득한 곳이므로 시작되는 백악기고 공룡이고 꿈이기에 이것이 제목과 사진과 언술의 일치로 디카시가 되는 것이다. 단, 제목이 지렛대 역할을 하였으나 제목이 대상에 대한 지칭이면 포토포엠으로 흐르기 쉬운 단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너무 디카시 내용에서 동떨어지는 제목이면 혼란이 오므로 디카시 내용을 놓고 제목을 정해도 좋은 방법이다.
검은 성자
성자를 본다.
삭막한 도시에서 먹이를 구해
새끼를 기르는 모습
아버지 어머니도 성자로 살다 가셨다.
- 김왕노
검은 성자는 검은 새를 검은 성자로 전환했다. 내용을 보면 온몸이 검게 타도록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와 새를 동일시해 새를 성자로 하고 이어 부모님을 발상 전환으로 성자로 했다. 검다는 것은 희생의 빛깔임을 나타냈다.
2024.7.6.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