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도서관
독서부 이지연
“도서관도 가깝고 좋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오기 전 지도를 살펴보며 했던 이야기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도서관을 이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살기 좋고 보기 좋은 그럴듯한 동네 인프라 정도로만 생각했다. 있으면 한 번 가겠지 싶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만큼 –독서가들의 기준엔 한참 못 미치지만- 책 구경하는 것도 못지않게 좋아한다.
그래서 도서관은 책 구경하러 가끔 가기도 했다. 주로 도서대출 반납을 하러 갔다가 괜히 책꽂이를 서성거리다 오기도 했다. (가끔 잘못 꽂힌 책을 제자리에 꽂아둔 적도 있다.) 본격적으로 도서관 이용 횟수를 늘린 건 다 아이들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실, 책은 좋아하지만, 지식•교양보다는 오락거리로 책을 읽었기에 아이들이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은 어떤 책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다행이도 마케팅이 만들어낸 독서 리스트에 빠지기 전에 어린이도서연구회를 만나서 지금까지 얄팍하게 활동을 하며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가족들을 위한 도서관 이용이 내 도서관 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회보용 글을 적으려다 문득 ‘가족들에게 도서관이란?’ 것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도서관을 처음 이용한 건 언제인가요?
나 : 학교에 다닐 때, 그때는 도서대출증을 수기로 적던 때여서 대출증에 이름을 많이 남겨보자고 친구랑 잠깐 놀이처럼 하면서 처음 갔던 것 같다.
남편 : 95년도에 만들어진 동부도서관이 첫 도서관이다.
딸1 : 처음 간 건 기억이 안 나지만 가장 오래된 기억은 친구랑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읽고 만들기 활동을 했을 때 종이 그릇에 나만의 괴물 얼굴을 만든 기억이 가장 오래된 기억입니다.
딸2 : 기억이 안 나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은?
나 : 문경민의 『화이트 타운』이라는 책. 작가 문경민을 처음 알고 관심이 생겨 동화가 아닌 성인용 책이 있어서 대출을 3번 정도 했는데 결국 다 못 읽고 반납한 뒤로 아직 못 읽고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남편 : 딱히 없다.
딸1 : 『써드』 학교에서 책 이야기를 쓸 때 3번이나 쓸 만큼 재미있어서. 『금복이 이야기』 어른실에 있는데 읽을 수 있는 고양이가 나오는 그림이 귀여운 책이라서.
딸2 : 『태양의 마녀 마코와 코기 봉봉』 그림이 너무 예뻐서 처음으로 반했던 책.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나 : 동부도서관 식당에 오로지 밥을 먹으러 갔던 게 기억에 남는다.
남편 : 대학교 때 도서관 학생위원회 활동을 했던 것.
딸1 : 빌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청구기호를 출력해서 종이를 들고 열심히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결국 사서 선생님께 찾아달라고 했는데 내가 찾던 자리 옆에서 바로 찾아서 선생님이 찾으면 바로 찾아지는 책이 신기했다.
사서 선생님 손에 ‘책 자석’이 있는 것 같았다.
딸2 : 어느 날 어린이 자료실에서 엄마와 엄청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 있어 가까이 갔는데 엄마가 아니어서 놀랐던 일.
√나에게 도서관이란?
나 : 일상의 도피로 책과 영화 보기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만큼의 시간을 가지기가 힘들다. 대신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같다.
남편 : 책 대출보다는 주로 공부를 했던 곳이라, 나에게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다.
딸1 : 학교.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 하나씩 알아가는 게 생기는데 그게 학교와 같아서 도서관은 학교 같다.
딸2 : 재미있는 책이 많은 곳이요.
√다녀본 도서관 중에서 기억에 남는 도서관은?
나 : 동부도서관. 처음 갔을 때 오래된 만큼 옛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남편 : 제일 많이 다닌 것 같은 대학교 도서관.
딸1 : 1. 범어 도서관 – 자주 가는 수성도서관은 앞에 공원이 있는데 범어도서관은 바로 앞에 큰 도로도 있고 옆에 큰 아파트도 있어서 도시 속에 있는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 2.28학생기념도서관 – 수성도서관 보다 훨씬 크고 어린이 자료실도 넓고 미끄럼틀도 있어서 처음에 갔을 때 좀 놀랐다.
딸2 : 2.28학생기념도서관이요. 2.28에는 미끄럼틀이 있어서 그게 신기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앞으로 가족들의 도서관 이용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고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들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너무나 바람직하고 멋진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