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중1입니다.(1)
도서관부 박정화
토요일 아침
베롱나무 꽃지고 열매 맺기 시작하는 바람, 볕, 참! 좋은 가을 날.
아이는 모처럼 방과후도 없고
아침엔 아이랑 아빠랑 산책
점심엔 아이랑 엄마랑, 이웃 이모랑 이웃 형아랑 짜장면도 먹고 신매동 가로수 길을 걸었습니다.
엄마 : *훈아, *훈아
이거 봐봐. 이거 채송화야.
세상에 어쩜 이렇게 잘 키우셨을까?
넘넘 이쁘다아~~
아들아~~(부탁할 때 달라지는 호칭) 옆에 한 번만 서 줄래?
둘 다 넘~~ 이쁘다아~~
사진 찍어줄게.
아들 : 그냥 가요.
엄마 : 너무 이쁘다 한 번만~~~
채송화곁에 와 주는 가 싶더니
아이는 얼른 화면에서 달아납니다.
엄마 : *훈아, *훈아.
이리와 봐. 이게 천리향이야~~
아들 : 알.아.요.
이제 향기만 나면 여기 어디 있구나 해요.오.
귀찮다는 말투입니다.
엄마는 몇 발짝 못가서
엄마 : *훈아, *훈아.
여기봐봐.
세상에 어떻게 여기 부추꽃이 피었을까?
진짜 예쁘다아~~
아들 : 엄마! 엄마는 왜 맨날 풀만 보면 그래요?
그냥 좀 가면 안돼요?!
아들의 말에 엄마가 풀이 죽었습니다.
풀이 죽은 엄마는 또 몇 발짝 못가서 풀이 살았습니다. 살려보았습니다.
엄마 : *훈아, *훈아
여기 모과야.
엄청 열렸다아~~
향기 맡아봐아~~
(아들 한숨. 하아.)
아들 : 엄마. 여기 모과 떨어졌어요.오.
(무심하게)
땅에 떨어진 모과라도 한 마디 해주니
중1 아들 말에 감지덕지, 너무 고맙습니다. 아들은 중1입니다.
(고마워 아들~~)
엄마 : ‘아들아
엄마는 너가 살아가면서
길을 걷다
하늘, 달도 보고 풀도 보고 꽃도 보고
예쁘다! 찬양하고 감사하는 아이로 자랐음 좋겠어…’
아들은 중1입니다.(2)
어느날, 저녁
각자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 : 엄마, 요즘은 무슨 책 읽어요?
엄마 : 응?
아들 : 어도연에서 무슨 책 읽냐고요.
읽는 책들 중에 한 권만 소개해 줘봐요.
어린이도서연구회 책은 다 재밌잖아요.
엄마 : 어?!!!! 그치~~~^^
한 권 올려놓을게.
무슨 책을 가져다줬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며 물어보니 자기도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는 데 올해
《기소영의 친구들》 《황천행 돈까스》《여름방학 숙제조작단》 《폭풍이 쫒아오는 밤》 등을 읽었다고 합니다.
(올 해 사월초 <동화동무씨동무 >책읽어주기 했던 책목록)
아이가 6살 때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왔습니다.
아이는 제가 읽는 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 책을 같이 읽으며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 된 지금 ‘어린이도서연구회’ 책은 다 재미있다는 아들의 고백이 감사입니다.
소중하고 귀한 ‘어린이도서연구회’ 어느 선배의 고백처럼 내 아이가 다 커서 겨레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읽어주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만수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