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이 어렵다는 이 쉬운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삶이란 대수롭지 않으며 쉬운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문제와 어려움이 가혹하다고 불평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문제만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왜 다른 사람들은 당하지 않는데 자신과 가족이나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만 이같이 고통스러운 문제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불평을 한다.
# 카를 융Carl G. Jung은 이것을 “노이로제(신경증)란 항상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피하려고 했던 바로 그 고통보다도 피하려고 하는 마음이 더 고통스러워진다. 신경증 자체가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만성 정신 질환 상태에서 정신적 성장은 정지하게 되며,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인간 정신은 시들어 가기 시작한다.
# 우리가 발견한 것은, 그녀는 언제나 주어진 시간에서 처음 한두 시간은 즐거운 일을 반쯤 미리 해치우고 나머지 6시간은 지겹고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즐거운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하루하루의 생활에서 괴로운 일과 즐거운 일을 계획적으로 짜되, 고통을 먼저 겪은 뒤 즐거움을 갖게 되면 그 즐거움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를 판단할 만한 분별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린 눈에 부모란 무조건 하느님처럼 보인다. 그래서 부모가 하는 일은 모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부모가 자제하고, 인내하고, 단정하고, 질서 있는 생활 등을 영위해 나가는 것을 아이들이 보고 자란다면, 그 아이들은 ‘이것이 사는 방법이구나’ 하고 가슴 깊이 느끼게 될 것이다.
# 나는 가끔 정신 치료를 가리켜 ‘진실 게임’ 또는 ‘정직 게임’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모든 일 중에서도 특히 거짓말과 대결하도록 환자들을 도와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신병의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가 들어 온 거짓말과 또 우리가 자신에게 해 온 그런 거짓말이 서로 엉키기 때문이다. 이런 원인은 오로지 정직한 분위기에서만 뿌리째 뽑아 버릴 수 있다.
# 사람들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주요한 동기 중 하나가 바로 우울증이다. 다시 말하면, 환자들이 흔히 정신 치료를 받겠다고 결심하기 전에 이미 ‘포기’라고 하는 성장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바로 이때 생기는 우울증 때문에 치료자를 찾게 된다. 그러므로 치료자의 역할은 환자가 이미 시작한 성장 과정을 완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모두 다르다. 조만간에 정신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대개의 치료자들은 환자가 어떻게 세계를 보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될 것이고, 만약에 치료자가 찾아보려고만 한다면 보다 빨리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환자의 세계관은 항상 그들의 문제에 근본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세계관부터 교정을 하는 것이 치료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치료자의 기본 지식이다.
# 그러나 우리의 문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ㅡ정신 치료자를 제외하고는ㅡ잘 모른다. 우리의 성장 발달에 가장 기본이 되는 문화는 가족 문화이고, 부모는 그 ‘문화의 지도자’인 것이다. 더욱이 가족 문화의 영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말해 준 신과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 주는 세계다.
# 나는 정신 치료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매력 있는 직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각조각 떨어져 있는 환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꿰맞춰서 사건의 전후를 추적하기란 사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치료자의 끊임없는 애정과 도전은 결국 환자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 문제를 풀게 한다.
# 대부분의 경우 유년기의 정신적 외상은 상당히 미묘하고(비록 대개 그만큼 지독하지만), 건강 상태로도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그 유형은 기본적으로 같다. 자기 부모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환자는 드물다. 우리는 사람들이 왜 정신 질환에 빠지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정신적 외상을 이겨 내고 건전한 생활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 심리 상담자들은 자신들의 환자가 약간의 변화를 원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라든가 그 변화에 따르는 일은 두려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다수의 환자들 중 열에 아홉이 심리치료를 시작하고서 미처 다 끝내지도 못한 채 그만둔다. 그 이유가 바로 두려움과 게으름 때문이다. 탈락자들 가운데 대부분이 진료받기 시작한 지 몇 번 만에 또는 몇 달 만에 그만둔다.
# 그러나 오레스테스는 당연히 그럴 수 있었는데도 그의 부모와 할아버지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런 한편 그는 신들이나 ‘운명’도 탓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상황을 자신이 스스로 만든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수행했다. 이것은 모든 정신 치료가 그러하듯 대단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 결과 그는 치유되었다. 자신의 노력에 의한 이 치료 과정을 통해 그를 괴롭히던 것이 그에게 지혜를 주는 것으로 변화된 것이다.
# 자기 자신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환자들은 고집불통의 어린아이처럼 소리 지르고 발을 구른다. 그러나 끝내 그들은 해낸다........ 치료를 성공적으로 끝낸 사람들은 “내 우울증과 나를 공격한 불안은 내게 일어났던 것 중 최고의 일이었다”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도 치료를 받다보면 경험할 수 있지만, 성공적으로 치유된 환자들은 그들이 은총을 입었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느낀다.
# 따라서 나는 환자 자신의 성장하려는 의지야말로 정신 치료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 정신 의학은 이러한 요소를 간과하거나 아주 무시하고 있다............ 왜 어떤 사람은 최고의 실력 있고 애정 넘치는 치료자의 처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가 되지 못하는가? 또 왜 어떤 사람은 정신 치료의 도움이 있든 없든 어린 시절의 심한 애정 결핍을 극복하고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는가?
#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즉 성장하려는 의지는 어린 시절의 부모의 사랑뿐 아니라 그들의 삶 전체에 미치는 하느님의 사랑인 은총에 의해서도 자라난다는 것을 나는 믿게 되었다. 그 후 나는 그 사실을 증명하고자 애써 왔다. 은총은 우리의 의식 세계 바깥에 있는 강력한 힘으로서 무의식이라고 하는 대리자를 통해 작용할 뿐만 아니라 부모 외에도 사랑을 베푸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작용하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온다. 사람들이 부모로부터의 애정 결핍이라는 외상을 극복하고 인간적으로 부모보다 훨씬 나은 사랑을 베푸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은 은총 때문이다.
# 은총을 받아 ‘하늘로부터 이토록 새로운 삶을’ 선사받은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무척 놀란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경험을 자기가 찾아 얻은 것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본성이 착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그 본성이 자신의 의지에 좌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그 본성의 선량함이 자기 자신보다 훨씬 숙련되고 훨씬 지혜로운 손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고 느낀다. 은총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란 은총이라고 하는 그들이 받게 된 이 선물의 신비로움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 스캇 펙 박사의 불후의 명저 <아직도 가야 할 길> 중에서, 제 마음에 깊게 들어온 부분을 옮긴 것입니다. '사랑' 챕터는 따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생략하였습니다.
김신웅 마음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