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가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어찌 보면 사람들은 위험이 있는 것에 더 매료되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익히 먹는 음식에도 이런 것이 있다. 바로 복어요리. 복어는 3월경 산란기에 독성이 가장 강하며 이 때 참복의 독은 맹독성이어서 청산가리의 약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맛은 중국의 유명한 시인 소동파가 ‘사람이 한번 죽는 것과 같은 맛’이라고 극찬했을 정도. 서울보건대 조리예술과 유택용 교수는 “복어는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한 건강 다이어트식이며 특히 예로부터 수술 전후의 환자회복, 당뇨병·신장질환 등의 식이요법에 사용될 만큼 각종 암, 종양, 궤양의 예방 및 치료에 좋다”고 말한다. 찬바람 부는 계절, 웰빙 열풍과 함께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는 복어요리를 탐미해 보자.
41년 전통의 「삼정」은 2대에 걸쳐 복어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곳.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25년 경력의 문승권 대표와 조리사자격증을 소지한 전문학사 이상의 고급 조리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 복요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에까지 역수출하고 있다. 삼정 복요리의 특징은 형식이 굳어진 요리가 아니라 그때그때 손님의 입맛에 맞게끔 변형된다는 것. 이곳에서 선보이는 복어요리만도 100여 가지에 이르며 모든 메뉴는 철저히 고급화하여 일반 식사개념을 넘어서 예술에 가까운 ‘요리’를 지향하고 있다. 삼정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참복활어코스(18만원)는 고니철판구이, 복사시미, 초밥, 다다끼, 유비끼, 복수육, 가라아게, 복튀김, 복갈비, 복찜, 복불고기, 복지리 등 15가지 이상의 복어요리가 나오는 일본 정통 가이세끼(회석)요리의 형식을 띠고 있다. 특히 직화로 겉만 익혀 겉과 속의 맛이 다르게 조리한 다다끼, 복살을 양념육수에 데쳐 미나리와 함께 소스에 찍어 먹는 퓨전 형식의 데침요리 유비끼, 뼈 붙은 속살을 양념해 참숯에 구워내는 한국식 퓨전요리 복갈비, 복고니를 소스와 곁들여 구운 고니철판구이 등은 모두 삼정에서 개발해 낸 메뉴들이다. 이곳에서 개발된 요리는 우리나라 고객뿐만 아니라 복요리의 본고장인 일본인들에게도 극찬을 받고 있으며, 일본 미디어를 통해 한국에서 꼭 맛보아야 할 복 전문점으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삼정이 100여 가지에 이르는 복요리를 보유하게 되기까지는 조리사 운영에 남다른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16개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전문학사 이상의 고급 조리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일정기간 경력을 쌓으면 복요리의 본고장인 일본으로의 연수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각종 음식박람회 등에 자신의 복어 요리를 출품하도록 해 복요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복어요리를 공부하는 후학을 위해 장학금제도, 연수제도를 마련, 복어요리 전문가와 새로운 복요리를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는 것이 삼정의 명성이 유지되는 비결이다.
1970년 부산에 오픈, 뚝배기 복국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금수복국」은 서민적 복어요리로 유명한 곳. 하지만 최근에는 서민적 복어요리뿐만 아니라 ‘요리’ 개념의 고급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금수복국의 대표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복국이지만 또 다른 인기메뉴는 쌈막회(3~4인분, 30만원)와 비빔막회(12만원). 한국에서 선보이는 복사시미는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나오는 동경식 사시미 요리이지만 이곳에서 선보이는 막회는 복살을 두툼하게 썰어 색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쌈막회는 일반적인 쌈재료인 상추, 깻잎 등의 쌈야채 외에도 깻잎지, 백김치 등을 제공, 색다른 쌈 맛을 느낄 수 있다. 비빔막회는 막회와 갖은 야채를 이곳에서 개발한 특제 초고추장소스에 비벼먹는 요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쌈과 비빔의 개념을 복어요리와 접목한 이 요리는 최근 금수복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메뉴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복요리의 컨셉은 뚝배기 복국을 중심으로 한 복어요리. 젊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초밥 정식(2만5천원)의 경우 복어와 기타 사시미를 이용한 초밥과 함께 뚝배기 복국이 나온다. 금수복국에서 맛볼 수 있는 4가지 정식류(2만5천~4만원)를 비롯해 코스메뉴 등에서 뚝배기 복국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 외에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고객을 위해 복오꼬노미야끼(1만8천원) 등의 메뉴를 계속해서 개발, 선보이고 있다. 금수복국의 5개점이 모두 서민적 복국을 주메뉴로 하고 있지만 본점과 이곳 압구정점은 다른 점포에 비해 약간 컨셉이 다르다. 특히 압구정점의 경우 2층은 복국과 일품요리 중심의 서민적 컨셉으로, 3층은 코스 및 정식 메뉴를 중심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해 각각 메뉴북 자체가 다를 만큼 분리, 운영하고 있다. 금수복국은 압구정점을 포함 부산 3개점, 대전 1개점 등 총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압구정점은 2층 24시간, 3층 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목동에 위치한 「복 있는 세상」은 저렴한 가격의 대중화된 복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지역 특성상 얼큰한 맛을 찾는 손님이 많아 복불고기(4만~5만원), 복매운탕(1만5천원)이 대표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복불고기는 커다란 돌판 위에 고추장,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한 복살과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표고버섯, 미나리, 양파, 파 등을 볶아내는 요리로 다분히 한국적인 맛이 특징. 매콤한 양념이 밴 쫄깃한 복살이 입에 착 감긴다. 식사는 물론 술안주로도 손색없어 40~50대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꼽힌다. 이 외에도 복 있는 세상에서는 복을 이용한 사시미, 샤브샤브, 찜, 튀김, 수육 등의 일품요리와 세 가지 코스요리(4만~10만원)를 선보이고 있다. 복지리(1만5천원)와 복매운탕은 식사 메뉴로도 인기 있다. 큼지막하게 썬 복어와 미나리, 새송이버섯, 표고버섯, 파, 무, 배추, 콩나물 등을 넣고 맑게 끓인 복지리는 특유의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지리의 복어살은 폰즈소스에 찍어 먹어야 새콤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복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곳 복지리가 내는 시원한 국물 맛의 비결은 바로 콩나물. 일반 콩나물이 아니라 특수 재배된 지장수 콩나물을 사용하고 있다. 지장수 콩나물은 물에 황토를 한번 휘저어 가라앉힌 다음 맑은 물만 걷어낸 지장수로 재배한 100% 무공해 이다. 일반 콩나물에 비해 비린내가 없고 보다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아직은 물량이 부족해 일부 업소에만 납품되는 귀한 식재료라는 것이 이곳의 설명이다. 복어를 이용한 모든 요리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가 바로 미나리이다. 미나리의 향이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도 있지만 미나리가 복어의 독성분을 해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 관계자는 지리, 불고기 등의 요리는 물론 사시미도 미나리와 함께 먹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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