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마법의 불을 켜라
이매훈
헝가리 유람선 침몰……. 그 엄청난 사고 가까이 내가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우리가 그 시각 배를 탓을 것이다.
아찔했다. 살아서 다행이라고, 새벽마다 기도한 덕분이라고 축배를 들어야했을까? 여행 내내 마음이 무겁더라. 삶과 죽음은 이렇듯 가깝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동전의 양면처럼 너무 쉽게 바뀌는 생과 사의 운명이 아닌가? 살아서 감사하다는 그 말을 미안해서 차마 할 수 없더라.
나와 아빠는 제일 먼저 네 딸을 떠올렸다. 그 어린 나이에 어미 잃고 가뜩이나 마음 둘 곳 없는데 우리까지 떠나면……. 네 딸의 버팀목이 되어주겠다고 네게 약속까지 했는데 우리까지 곁에 없으면 삶이 얼마나 고단할까?
네 아빠는 여행 중 자주 이 말을 상기 시켰어.
“이번 여행에서 놓아두고, 내려놓고 비우고 오자.”
그런데 참 어렵다. 너무 어렵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메리 포핀스 리턴스”라는 영화를 보았어. 지루한 비행시간 메우려는 생각이었지.
꼭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어서 보다 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이 번쩍 떠지더라.
잃어버린 적 없는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에 안개가 끼어도 불평하지 말아요.
떠나는 건 없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 뿐
엄마의 미소가 별이 되어 반짝이잖아요.
안개 속에 갇혀도 괴로워 말고 마법의 불을 켜요.
수첩을 꺼내 어둠 속에서 적어내려 갔어.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화면 속의 그들처럼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난 길을 잃으면 작은 불빛을 찾지
관점을 바꿔서 보면 모든 게 다르게 보여
인생은 풍선, 때론 날고 때론 떨어져
인생은 과일 바구니
머리로 서서 보면 모든 게 반대로 보이지
책표지는 책표지일 뿐, 행간을 읽어라
평범한 일상을 마법으로 바꾸고 삶에 기쁨을 주는 “메리 포핀스”에 매료되었어.
떠나는 건 없어
잠시 자리를 비울 뿐, 너는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함께 있으니까
그 말이 아프면서도 위안이 되더라.
네 딸이 얼마나 똑똑하고 예쁘게 자라는지,
엄마의 빈자리를 얼마나 지혜롭게 이겨내고 있는지.
알고 있지?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