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객잔》
제7화 ― 떠돌이 도사의 예언
낮 무렵.
천하제일 객잔 앞.
한 노인이 비틀거리며 산길을 올라왔다.
찢어진 도포.
해진 짚신.
등에는 커다란 호리병 하나.
허리에는 낡은 목검.
수염은 사방으로 뻗쳐 있었고 머리카락은 새 둥지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객잔 문을 열자마자 노인은 큰소리로 외쳤다.
"주인장!"
"외상 됩니까?"
연우가 활짝 웃었다.
"안 됩니다."
"역시 안 되는군."
노인은 씩 웃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럼 국수 한 그릇!"
"돈은?"
"...나중에."
백노인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허풍쟁이 풍백."
"아직도 외상 인생이냐?"
도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호."
"술귀신 영감도 살아 있었네?"
두 노인은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다.
설화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도사...'
'평범하지 않다.'
겉보기에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숨결에는 이상하리만큼 빈틈이 없었다.
마치...
온몸에서 기운을 감춘 절정의 고수처럼.
잠시 후.
연우가 국수를 들고 다가왔다.
"손님."
"주문하신 국수 나왔습니다."
풍백은 무심코 연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놓쳐 버렸다.
딸그랑.
술잔이 바닥에서 굴러갔다.
풍백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직 살아 있었나?"
객잔 안이 조용해졌다.
연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저를 아세요?"
풍백은 정신을 차린 듯 헛기침을 했다.
"아니."
"사람을 잘못 봤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계속 연우에게 머물러 있었다.
'분명하다.'
'그 얼굴.'
'그 영혼.'
'천 년 전과... 똑같다.'
그때.
창가에 앉아 있던 묘묘가 천천히 풍백 앞으로 걸어왔다.
검은 고양이는 말없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풍백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군."
묘묘는 꼬리를 한 번 흔들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고양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풍백은 알고 있었다.
'천 년 영수.'
'아직도 이 객잔을 지키고 있었군.'
묘묘의 황금빛 눈동자가 잠시 빛났다.
그것은 말없는 경고였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라.
풍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수를 먹은 풍백은 만족스럽게 그릇을 비웠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국수군."
연우가 웃었다.
"감사합니다."
풍백은 갑자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오늘 밤."
"달을 봐라."
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오늘이 보름인가요?"
"아니다."
풍백은 미소를 거두었다.
처음으로 객잔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세 번의 달이 뜨기 전에..."
잠시 침묵.
"천하가 피로 물든다."
설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백노인의 술잔도 멈췄다.
연우만이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비가 오는 건가요?"
순간 객잔 안의 모두가 연우를 바라보았다.
풍백은 결국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차라리 비였으면 좋겠구나."
그날 밤.
객잔 뒤뜰.
풍백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뒤로 묘묘가 조용히 다가왔다.
은빛 안개가 피어오르며 묘묘는 검은 장포를 입은 청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풍백은 놀라지 않았다.
"오랜만이군."
묘묘가 낮게 물었다.
"얼마나 본 거지?"
풍백은 눈을 감았다.
"예언은 늘 흐릿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선명했다."
"피."
"불."
"그리고..."
그는 객잔 안에서 잠든 연우를 바라보았다.
"천검성군이 다시 검을 드는 미래."
묘묘는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날만은..."
"절대로 오게 둘 수 없다."
멀리 봉인의 숲.
붉은 빛이 밤하늘을 향해 아주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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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 검은 달의 사자
보름을 앞둔 밤.
흑월의 부하들이 처음으로 천하제일 객잔을 찾아온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천(天)'이라 새겨진 나무패를 되찾는 것.
설화는 객잔을 지키기 위해 검을 뽑고,
백노인은 술병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풍백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드디어... 흑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