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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인 미센에서 하산하는 길. 산안개 틈새로 드넓은 이시즈치산의 속살이 보인다. |
일본은 크게 홋카이도, 혼슈, 규슈, 시코쿠 등 4개 섬으로 나뉜다.
시코쿠는 남쪽에 위치한 가장 작은 섬으로,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섬을 남북으로 가르는 시코쿠 산맥은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줄지어 이어지는데,
이중 이시즈치산(石鎚山·1982m)과 츠루기산(劍山·1955m)은 일본 100대 명산이자 시코쿠 1~2위봉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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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즈치산은 사진 속 지도처럼 고도를 한 번에 올리기 때문에 정상 부근은 가파른 계단길로 끝없이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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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 승하차장과 20분 거리에 위치한 조쥬사. 소원을 빌면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의 신사다. |
이시즈치산
시코쿠(四國)는 이름처럼 에히메, 도쿠시마, 고치, 가가와 등 4개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코쿠 산맥에 의해 에히메·가가와현은 북쪽, 고치·도쿠시마현은 남쪽에 속한다.
재미난 사실은 백두대간으로 나뉜 우리나라의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의 말투나 문화,
성격이 다르듯 시코쿠 역시 지역마다 다른 특징을 지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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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쥬사에 들어서기 전에는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는 의미로 음수대에 들려 손을 씻고 입을 헹궈야 한다. |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도고온천과 문학의 도시 마츠야마 등 유서 깊은 문화유적을 간직한 에히메현,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자 1200년 된 오헨로 순례길을 품은 가가와현 사람들은 대개 온화한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반면 남쪽에 위치한 고치현은 과격하기로 유명한데, 역삼각형 모양의 잔을 사용해 바닥에 내려놓을 새 없이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일본의 3대 춤인 아와오도리로 이름난 도쿠시마현 사람들 역시 밤새도록 춤을 추며 놀기 좋아하기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시코쿠에는 일만 엔을 주면 북쪽에 속한 에히메·가가와현은 성실하게 장사를 하거나 저금을 하고, 남쪽에 위치한 고치·도쿠시마현 사람들은 자기 돈까지 합쳐 술을 사먹거나 이자놀이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이러한 지역 특성은 현의 경계인 이시즈치산과 츠루기산을 중심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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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즈치산은 서일본 최고봉으로 꼽히지만 가족단위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산인 만큼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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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즈치산의 명물로 꼽히는 쇠사슬 구간. 신과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한 수행과 같은 코스라고 한다. |
일본 7대 영산 중 하나인 이시즈치산
이 산은 예부터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 순례나 수행을 위해 올랐다고 전해진다.
매년 7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산에 기도를 하러 올라가는 산악신앙이 전통으로 남아 있어,
지금도 7월이면 하얀 전통의상을 입고 산행하는 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원래 여자는 이 기간에 출입이 금지됐었는데 아직까지도 7월 1일에는 오를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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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즈치산 능선길. 날씨가 좋은 날에는 조망이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운무에 가려 주변을 볼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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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미센에 세워진 신사. 매년 7월 1일부터 열흘간 이곳에 기도를 하러 올라가는 산악신앙이 전해져 오고 있다. |
시코쿠관광청운수국 기획관광부 국제관광과 다카시 미야타케 과장은 “봄철 5~6월에는 철쭉과 진달래가 절정을 이루고,
여름은 신록과 정상의 고산식물,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상고대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다만 겨울철에는 적설량이 많아 입산이 금지될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또한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 단풍철”이라며 “이맘때 능선에 올라 내려다보면 산 전체가 붉게 물든 풍경이 최고”라고 소개했다.
이시즈치산 등산로는 현재 니시조시에서 개발 중인 울트라 트레일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이 트레일은 총 160km로 산줄기를 따라 이어지며, 현재 2014년 11월 울트라 트레일 대회 개최를 목표로 조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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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즈치산 등산로는 현재 니시조시에서 개발 중인 울트라 트레일의 한 구간으로 2014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
이시즈치산 북쪽에 위치한 사이조시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 승차장이 위치한 해발 455m에서 1300m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 하차 후 20분 정도 걸어가면 작은 여관촌과 신사가 위치한 조쥬사(成就社)에 이른다.
소원을 빌면 성취할 수 있다는 이곳에 들어서기 전에는 먼저 입구에 있는 음수대에 들려 손을 씻어야 한다.
씻는 순서도 정해져 있는데 왼손부터 오른손을 씻고 마지막으로 입을 헹군다.
이는 신사에 들어가기 전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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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즈치산의 진짜 정상인 텐구다케는 칼날 능선이 가파르고 험해 그보다 낮고 넓은 공터가 있는 미센에 정상 팻말이 세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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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7대 영산 중 하나인 이시즈치 산은 예부터 순례나 수행을 위해 올랐다고 전해지는데, 지금도 하얀 전통의상을 입고 산행하는 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
조쥬사를 나오면 왠지 고도가 한없이 내려가는 듯한 평탄한 숲길이 이어진다.
이런 길은 해발 1300m 지점으로 내려선 핫초자카(八丁坂)까지 지속된다.
‘핫초’는 일본의 옛 거리 단위로 1km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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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455m에서 1300m 지점까지 오르는 이시즈치산 케이블카. |
여기서부터 산길은 수행의 길이다. 가파른 경사와 계단길로 꾸준히 고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공터를 지나면 곧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왼쪽은 우회로,
오른쪽은 74m 길이의 쇠사슬을 타고 직각에 가까운 바위를 오르내리는 길이다.
이시즈치산의 명물로 꼽히는 쇠사슬 구간은 정상까지 총 3개 구간이 있는데,
신과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수행과 같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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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코쿠투어리즘창조기구가 지원하고 브라이트스푼이 협력한 이번 트레킹은 본지와 KBS 영상앨범 <산> 촬영팀, 김운경 방송작가, 한국노르딕워킹협회 등이 함께했다. |
마지막 쇠사슬 구간은 이시즈치산의 정상 미센(弥山·1974m)과 맞닿아 있다.
높이로 따지면 코앞의 텐구다케(天狗岳·1982m)가 정상이지만 워낙 길이 가파르고 험해
이곳이 실질적인 정상 구실을 하고 있다. 칼날 능선처럼 생긴 텐구다케까지는 왕복 30~40분 정도 걸린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미센에 배낭을 내려놓고 가벼운 몸으로 다녀오지만,
기상변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산행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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