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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2014. 02. 22. 군토)
2월 넷째 주 영암 월출산을 향한다. 겨울 날씨 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 겨울 가뭄의 연속이런가? 이 서쪽지역은 이번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안했는데, 동해안은 이상기후로 눈이 많이 내려 산간지역은 고립되고 눈이 별로 없는 경주에서는 리조트 건물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어 이곳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하던 부산 외대 입학생들이 10여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아직도 후진국형 사고가 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맑은 날씨는 일교차가 심하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음지에는 발 돋친 서리가 내려 땅을 들썩여 놓았다. 설악산, 주왕산과 더불어 삼대 암산으로 기록되는 월출산을 이번 에는 금릉 경포대에서 출발하여 바람재, 천황봉, 사자봉, 구름다리, 천황사 쪽으로 하산하는 산행이다. 월출산은 정상 천황봉을 위시하여 도갑사로 향하는 마지막 봉우리인 향로봉, 아홉 개의 웅덩이와 베틀굴(음굴)이 있는 구정봉, 장군봉, 구름다리를 연결하는 매봉과 시루봉, 주지봉, 죽순봉 등 아름답고 기기묘묘한 암봉으로 거대한 수석 전시장 같아 호남의 소금강이다. 정상 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평평한 암반이 마치 저 북한산의 백운대 정상 같다.
요사이 비닐하우스 증축 작업으로 피곤한 몸이다. 감기 증상도 있어 목이 쐐 하니 아프다. 쉬고 싶은 마음이나 산을 향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난해 가을 농협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무료로 놓아 주어 잘 넘기나 했는데, 감기가 찾아 왔다. 그러나 그리 심한 상태는 아니다. 나의 감기는 편도선부터 온다. 담배를 피울 때는 금연부터 한다. 그리고 감기가 물러가면 다시 흡연을 한다. 그때의 한모금의 연기가 정신을 아찔하게 한다. 그 맛에 홀려 금연을 하지 못하다. 20년 전에 금연을 단행하였다. 흡연 시에는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러다. 금연을 하니 감기가 저절로 나가고 이제까지 감기가 몇 번 걸리지 않았으며, 걸린다 해도 약을 먹고 낳는 경우는 한두 번이다. 금연을 하면 이렇게 건강이 좋아 지는 걸 몰랐다. 이제는 저 멀리서 담배연기로 냄새가 나면 화가 난다. 흡연하는 사람의 주둥아리를 한 대 쳐 주고 싶은 심정이다. 담배 냄새가 매우 싫다. 금릉경포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9시 주차장 안쪽 경포대 산장 건물 뒤쪽 계곡사이로 바라보이는 천황봉의 위용이 아름답다. 콧날을 스치는 아침바람이 조금은 시끈 하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계곡건너편의 녹차 밭이 눈길을 끈다. 모두가 출발한 뒤 끝을 천천히 따라 같다. 금릉 경포대은 초행이다. 월출산을 5회 이상 찾았건만 겨울에 그리고 이곳으로는 처음 산행하는 코스다. 금릉 경포대는 여름철에나 가을철에 찾아야 제격일 것 같다. 이곳 금릉 경포대는 행정구역상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에 속해 있다. 월출산의 천황봉과 구정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이른 것이다.
금릉 경포대(金陵 鏡布臺) 동해안 강릉 경포대와 같은 이름이나. 포의 한자가 다르다. 강릉 경포대의 포(浦)자는 갯 포자요, 이곳 포(布)베 포자이다. 거울같이 맑은 물이 베같이 넓게 펼쳐져 흘러내린다는 듯인가 보다. 겨울의 갈수기로 계곡의 물줄기가 가늘어 이름만큼 웅장치 안다. 커다란 바위에는 성균박사청원이금(成均博士淸原李嶔) 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일행의 후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 옆 녹차 밭의 전경이 아름다워 서성이는 동안 맨 뒤로 처졌고, 경포대의 위용을 보고자 계곡에 내려서 어정거리는 사이 더욱 일행들과 멀어졌다. 그래 바람재에서 만나겠지, 계곡에서 올라서 잰걸음으로 바람재로 향한다.
야영장 주변에는 편백 숲이 우거져 있어 삼림욕장으로 이용하면 좋겠다. 야영장 사용료가 안내판을 장식한다. 800원에서 2000원까지 일일 전기사용료 2000원이다. 경포대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향한다. 우측은 천황봉으로 오르는 직선 코스이다. 바닥에는 선두 그룹이 깔아놓은 이정표가 좌측을 향하고 있다. 마지막이라 회수를 한다. 차안에서 선두그룹으로 갈 유사장님께 대장이 지시표를 세장 준다. 바람재에서 구정봉을 찍고 가자고 하니 유사장님 나에게 지시표를 건낸다. 내가 거절한다. 선두로 갈 것 같으니 나에게 주려고 한 것 이다. 그러나 오늘은 맨 후미다. 커다란 바위에는 원주이씨 세천비가 자연석에 세워져 있다. 산언저리에는 돌들이 무더기고 쌓여 있는데, 마치 성곽이 무너진 것 같이 보인다. 이 모양의 돌을 과학용어로 애추(崖錐, Talus)라 불린다고 설명판이 세워져 있다. 간간이 사람소리가 들린다. 후미를 가는 회원들인가 보다. 큰나무가 자라는 곳을 조금 지나 오르막길에 송총무와 박 선생일행이 휴식중이다. 송총무가 어디에서 이제 오셔요. 진즉 앞서 간줄 알았는데요. 라고 하며 방울토마토를 건넨다. 시간은 10시 10분 바람재가 바로 코앞이다. 바람재에 도착하니 도갑사 방면으로 가는길목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몇몇 회원들이 배낭을 벗어놓고 구정봉으로 향하여나 보다. 늦어진 김에 구정봉으로 향한다. 비응도 송사장이 형님 또 어딜가려고, 하고 하며 전망대까지 따라온 송사장이 일갈이다. 이종인씨와 노명호씨가 전망때 까지 갔다 되돌아 온다. 몇 년전 추석이 지난다음주 월출산을 다녀 갔다. 그때는 천황사지에서 천황봉까지 예정이었으나, 이종인님과 이정호님 그리고 나 셋이서 구정봉을 다녀왔다. 흐린날씨에 추적추적 비까지 내려 시야가 코앞밖에 보이질 않는데, 남근바위와 베틀굴 그리고 구정봉의 아홉구덩이를 보고자 강행 한 것이다. 오늘도 혼자 구정봉으로 향한다. 날씨가 맑아 조망이 좋다. 전망대에는 구정봉의 장군바위를 설명해 놓았다. 이른바 큰 바위 얼굴이다. 도갑사로 향하는 곳의 향로봉은 천황봉과 마주하며 무슨 대화를 하는지 다정스럽다. 구정봉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베틀굴이 보인다. 줌으로 잡아 본다. 마치 여성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는 굴이다. 이곳의 이름은 베틀 굴 임진왜란 때 여인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와 베를 짠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 음굴 보다 어찌 이름이 그렇듯 하다. 월출산이니 여인을 상징한 이름에 여인의 굴이 없겠는가? 이 굴 건너편 천황봉으로 향하는 길목에 남근바위가 울뚝 솟아 있으니 무슨 자연의 조화이런가? 동양철학인 주역(周易)이 떠오른다. 양과 음의 조화요 상생의 철학이다. 베틀 굴은 깊이가 10m 되며 굴속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어 이것을 음수(陰水) 음굴(陰窟), 음혈(陰穴)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음굴을 지나 구정봉의 정상을 향한다. 등산로는 오르막의 바위로 되어 있어 밧줄을 매달아 놓았다. 구정봉은 아홉 개의 웅덩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봄이면 이 웅덩이에 파충류인 도룡뇽이나 개구리들이 알을 까놓아 부화 한다. 구정봉을 내려와 다시 오던 길로 향한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0.6km를 가면 국보 제 144호 월출산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언제나 가보나 월출산에 오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못이다. 이번에도 되돌아서야 한다.
영암군 홈페이지에서 복사한 월출산 마애여래좌상의 내용을 보자.
전라남도 영암군 월출산 구정봉의 서북쪽 암벽을 깊게 파서 불상이 들어앉을 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 높이 8.6m의 거대한 불상을 만들었다. 불상의 오른쪽 무릎 옆에는 부처님을 향하여 예배하는 모습을 한 높이 86㎝의 동자 상을 조각하였다.
머리 위에는 크고 높은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있고, 신체에 비하여 비교적 큰 얼굴은 근엄하고 박력 있는 느낌을 준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있는 옷은 얇게 표현하여 신체의 굴곡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옷 주름은 가는 선으로 새겼는데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臺座) 아래까지 흘러내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섬세한 옷 주름과 양감 있는 신체의 표현에서 탄력성과 박진감이 잘 나타나고 있다.
당당한 신체에 비하여 팔은 가늘게 표현하고 있으며, 손모양은 오른손을 무릎 위에 올려 손끝이 아래를 향하게 하고,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하여 무릎 위에 올린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다. 광배(光背)는 머리광배와 몸 광배를 따로 조각하였으며, 그 안에 연꽃무늬와 덩굴무늬를 새겨 넣고 가장자리에는 불꽃무늬를 새기고 있다.
전반적으로 안정감과 장중한 인상을 주며, 섬세하고 정교한 조각기법과 더불어 박진감이 잘 나타나고 있다. 반면 신체에 비하여 비교적 큰 얼굴과 너무 작게 표현된 팔 등에서 불균형한 비례와 경직된 표현이 엿보여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짐작된다.
마애여래상이 바위에 새겨진 것으로 대개 통일신라 후기나 고려추기에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마애여래상으로 제일 으뜸으로 꼽는 것이 저 서산시 은산면의 백제인의 미소로 불리어 지고 있는 것이다.
후미의 걸음을 제촉 한다. 바람재에 깔아놓은 흙 묻은 시그널을 챙긴다.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수려한 월출산의 서쪽 조망이 아름답다. 곳곳에 계단을 설치하여 놓아 안전을 도모한다. 비좁은 바위 사이를 지난다. 문득 남근바위를 생각한다. 바람재 방향에서 천황봉을 오르다 보면 남근바위를 잃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비좁은 통로를 나와 되돌아본다. 남근석이다. 이곳에도 계단을 설치하여 사진촬영을 돕고 있다. 남근석 머리에는 희미하게 몇 개의 철쭉 가지가 보인다. 이 바위 끝에도 생명이 있다. 아직도 청춘의 남근이다. 베틀 굴에 음수가 솟아나 젊은 여인을 상징하듯 이 남근석도 머리에 철쭉을 키우며 젊음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남근석에 매료되어 한참을 이곳에서 머문다. 월출산의 진수이다. 통천문의 좁은 길과 인위적인 구름다리보다. 나는 이 남근석과 베틀 굴을 보러 월출산을 찾는다. 배낭을 벗어 물을 마신 후 출발이다. 바위를 지난 곳에는 남근석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아마도 회원들 중 이 남근바위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공원 측에서 바람재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에 안내판을 세워놓으면 좋겠다. 돼지 바위가 보이는 곳에 이른 시간이 11시 송총무 일행을 앞질렀다. 천황봉 0.6km를 알린다.
능선의 바위들은 천태만상을 하고 있다. 기교 미묘한 모습들이다. 날씨는 점점 부연하여진다. 미세먼지 주위보가 발령되어 있다. 중국에서 날아온 것들이다. 요즈음 들어 매우 심각하다. 호흡기 질환자들은 매우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오르막의 발길은 더디어 지고 숨은 가빠진다. 오르던 길을 뒤돌아보니 저 멀리 도갑사로 향하는 향로봉이 눈 아래에 있다. 그리고 구정봉 넘어 주지봉과 노적봉이 희미하다. 정상이 가까워진 것이다. 몇 고비의 오르막을 돌아 오르니 정상이다. 시간은 11시 30분 비응도 송사장이 얼~라 형님 벌써 오셔 한다. 정상 표지 석에서 기념을 남기고 이종인님과 일행들이 식사중인 곳에 합류한다. 노명호님이 권하는 약주를 사양한다. 감기증상이 있어 그러하고 설명한다.
식사를 마치고 너럭바위에서 본 빨간색 구름다리가 아스름 하다. 통천문으로 내려오는 북쪽의 계단들은 눈이 있어 조금 미끄럽다. 통천문을 지나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향한다. 사자봉과 구름다리를 향하는 길이다. 좌측은 바람폭포를 경유하는 하산길이다. 몇 사람의 회원들이 좌측으로 향하다. 나를 따라 다시 온다. 구름다리를 경유하여 천황사로 내려오는 길이 더 갓 파르다. 바람폭포에서 구름다리를 올수 있지만 오르막이 있어서 힘들다. 경포대 능선 삼거리에 오니 12시 15분 사자봉을 돌아 내려오니 비응도 송사장과 송충무 박선생등의 일행이 점심중이다. 송사장이 형님 어서와봐 이것 한잔 혀 하며 부른다. 감기증상이 있어 안 된다고 하면 지나쳐 내려온다. 몇 구비를 돌아 내려서니 구름다리가 발아래다. 철 계단을 내려는 발길이 예전 같지 않다. 이 계단이 이렇게 갓 파랗던가? 처음 와 보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구름다리에 내려서 몇 장이 기념을 남긴다. 이 다리는 원래 1978년에 설치하였다가 다시 2006년에 놓은 것으로 해발 500m이다.
구름다리 삼거리에서 바람폭포를 경유하여 내려가는 길이 있고, 천황사를 경유하는 길이 있다. 천황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바위사면의 직선이 마치 스키장 스로프 같이 매끄럽다.
천황사의 대적광전은 높다란 축대위에 세워져 천황봉을 뒤로 하고 있다. 아직도 공사 중인가? 마당 한쪽에 굴착기가 쉬고 있다. 요사체 앞마당에는 예전의 불상과 쪼개진 동종이 있고 동원샘물 생수통으로 복전함을 대신한다. 천황사 입구에 세워진 조감도는 넘어져 있다. 아마 조감도대로 될 것 같지 않는 모양이다. 천황사 삼거리에 이른 시간이 1시50분 이다. 조금 내려오니 탐방안내소 위에 있는 비가 있다. 내용은 고산 윤선도가 월출산을 노래한 글이다.
月出山 놉더니마는
뫼온거시 안개로라
천황(天皇)제일봉을
일시에 고라와다
두어라 희 펴딘 희면
안개아니 거드랴
고산 윤선도
산중신곡중
朝霧謠
위 글은 세로로 우에서 좌로 쓰인 글이며, 고라와다. 고는 기억에 아래하자이다. 그리고 희자도 ㅎ에 아래하가 있는 글자이다.
국립공원 월출산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이 반긴다. 월출산에 난 자연석인가? 雪峰 선생의 글씨가 농익은 여인의 모습이다.
주차장에 한쪽에 시산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대장은 회원들이 하산하길 기다린다.
2시 30분 송총무가 도착하니 시산재가 시작된다. 대장이 준비한 축문을 낭독하고 배래를 하고 몇몇 회원들이 뒤를 따른다. 그리고 돼지머리와 떡과 과일로 하산 주를 한다. 그리고 월출산 관광호텔 온천탕에 들러 산행 후 피로를 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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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옛 산행길이 생각납니다.별유천지,기암의 나라 월출산 모습 잘 보고 갑니다.수고하셨습니다.
옛 기억을 더듬어 다시 한번 오르시지요? 미왕재의 갈대가 머릴 내밀때가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주위에서 월출산 산행이 난코스라고 들었는데 무사히 잘 다녀 오셨네요. 시산제도 잘 모시구요. 친구의 건강한 모습은 저에게 큰 귀감입니다.
조금 험하기는 해도 국립공원이라 왠만한 곳은 편하게 다니도록 해 놓아습니다. 1000고지이상이 아니라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도전한번 해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월출산의 배틀굴과 남근석을 보고 음과 양으로 기를 많이 받아오셨군요 기가 시들뿌들해서 와이투케이도 올봄엔 다시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기를 받으려 월출에 오른다. 예 아주 멋있고 재미있는 산이죠. 베틀굴에 가서 기를 받아오시려나, 아님 천황봉에서 받으시려나. 모두가 가보아야 겠지요. 행복한 산행 되세요.